
요즘은 토요일마다 교회에 있는 인라인 모임에 나가 신나게 인라인을 타고 있다. 인라인을 타고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고나면 약간 땀이 나면서 아주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우리 인라인 동호회 멤버는 진짜 다양하다. 청년부가 주축이 되어, 40대의 우리 교회 사모님,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꼬마, 5학년 목사님 딸, 등등. ^^
우연히 우리 사랑하는 꿈사랑교회 꼬마들과 일행이 되어 인라인을 타게 되었는데, 인라인을 타다보면 뭔가 목에 걸리는 게 있다. 거미줄. 신나게 달리다가 수풀진 곳을 지나가면 기분나쁘게 거미줄이 목에 그어지는 거다. 아이들이 거미줄 이야기를 하면서 조잘조잘 거리길래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 난 거미가 세상에서 제일싫어!" 하고 외치는 꼬마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왜???? 거미가 얼~마나 맛있는데. 앞으로 거미를 발견하면 나한테 갖고와. 난 매일매일 거미 밥먹을 때 꼭 먹어. 진짜 맛있어.^^"
"으아!!!! 너무 싫어! 거미를 어떻게 먹어요? 진짜에요?"
"그럼~ 진짜지!"
난 사실 이쯤에서 관둘 생각이었다. 진정코. ^^; 그런데 이 꼬마, 나의 상상력을 또 자극했다. 시원~한 바람도 불고 인라인 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애기들 웩웩대는 모습을 보자 재밌었다.
"거미를 어떻게 요리해 먹는데요???"
"(ㅋㅋㅋ) 그게 궁금해? 내가 알려주지. 거미를 일단 마늘이랑, 간장 조금, 참기름, 양파, 포도(!-왜 이때 포도가 생각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 사실 생각나는게 없어서...), 당근(애들이 먹기싫어하는 당근이 맛있다는 것을 은근히 주입하기 위해..) 이런 거를 막 넣고 막~ 볶아. 달달달달 볶다가 좀 익었다~ 싶으면 거기다 물을 붓고 팔팔 끓였다가 밥에다가 먹는거지. 그게 거미국이야! 그 맛있는 걸 모른단 말야?"
"웩!!! 그걸 어떻게 먹어!!!" <- 이 반응까지야 예상했지만...
"우~ 거미만 빼고 포도 이런거만 있었으면 좋겠다!" <- 워...ㅡㅡ^이런 반응이 나올 줄이야...그럼 포도국인가? (웩웩!)
암튼 아이들이 웩웩거리자 난 너무 신났다. 자세한 묘사를 해줬다.
"아니야~ 진짜 맛있어. 나중에 이모집에 놀러와. (난 꿈사랑 꼬마들에게 내 호칭을 '이모'로 통일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조카가 없는고로 난 이모소리가 너무 정겹고 좋다!) 이모가 거미국 끓여줄께. 거미가 생명력이 강해서 팔팔 끓여도 죽질 않아. 그래서 입안에 한입 후루룩 넣으면, 그 안에서 기~인 다리로 옴지락 옴지락 하거든, 그러면 가운데를 콕! 씹으면 톡! 터지면서 그 내장이 진짜 맛있는거야~"
나의 상상력이 여기까지 이르자 아이들은 진짜 토할 듯이 오버를 해댔다. ^^
다음 날 꼬마들의 엄마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엄마, 있잖아~ 유라이모 대~단해!" 하며 집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단다.
사실 좀 겁이 나기도 한다. 진짜 병에다가 거미 잔뜩 잡아와서 국끓여달라고 하면 어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