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봄을 기다린다면 우습지만.. 오늘도 나는 겨울아 빨리 가라, 봄이 어서 오게.. 그랬다. 추운 날씨는 몸도 마음도 얼어붙게 만들고 크고 작은 일을 소홀히 여기게 만든다. 안 그래도 찬 손이 더욱 차지고 밖에서 하던 즐거운 일들, 산책이랄지 운동이랄지 하는 것들도 못하게 된다. 에잉..

오늘은 아침부터 지금, 오후 4시까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그저 피아노 앞에 앉았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일어났다 앉았다 그렇게 하루가 가 버린 것 같다. 요즘은 시간이 왠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가하지도 바쁘지도 않은 일상 속에 뭔가 빠진 게 있는 걸까?

나는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뭔가를 배우기를 갈망하고 있으면서 과감하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여유를 즐길 줄도 모르는 바보. 바쁘지 않음에 무의미함을 느끼면서, 바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다니..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생각해보니, 다시 알라딘에든, 어디든, 생각을 쓰고 적고 말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즐겁고 새로운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늘 무너뜨리는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녀석이 늘 얄밉기도 하지만, 일상이 너무나 계속해서 반복되니, 새로운 일들이 더욱 즐겁게 느껴지려니.. 하고 거꾸로도 생각해본다.

자자,

그러지말고, 오늘 하루, 새로운 일을 찾아보자. 오늘은 새로운 악보를 들고 피아노 앞에 앉아 새로운 하루를 만들자. 그리고 평소에 잘 먹지 않던 메뉴를 찾아 맛있는 저녁을 먹고 여느 때와는 달리 더 멋지고 즐거운 수요예배 찬양을 골라보자. 그리고 잠들 때는 몇일 전에 빨아 놓은 새 잠옷을 입고 잠을 자자. 그냥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오늘도 신나고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하고 잠들자. ^_^ 그래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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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 Jazz Meets Hymns
송영주 연주 / 스톰프뮤직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모처럼 오늘 하루, 남편이 (바빠서 회사에 가는 바람에) 없는 할랑한 토요일 오전,오후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왠지 널널하고 할일없이 뒹굴수 있을 것 같은 토요일. ^^ 알라딘에 들러봤다.

나는 아직도 못 다한 피아노 공부에 미련이 남아 있음을 인정한다. 사실 나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게 되었지만, 클래식에 대한 관심만큼, 재즈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도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소망은, 언젠가 재즈를 배워서, 찬송가를 재즈로 편곡해서 연주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기회가 되면 이런 곡들을 가지고 편안하고 따듯한 카페에서 내가 편곡한 곡들을 연주하기도 하며, 향 그윽한 커피도 마시며..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암튼. 그런 소망과 일치하게도 '송영주'라는 분이 찬송가를 재즈로 편곡해서 연주해 주신 것이다. 가장 감명깊게 들은 곡은 "Were you there".  '거기 너 있었는가' 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찬송가 곡이다. 평소에도 이 곡의 멜로디를 참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재즈로 들으니 가슴에 팍팍 꽂히는 뭔가가.. 나를 간지럽게 하면서 내 머릿 속에 왠지 눈물이 차는 느낌이랄까? 헤헤..

'송영주'씨의 재즈 연주는, (나는 사실 재즈를 잘 모르지만.) 담백하고 깔끔했다.  음.. 아마도 숙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클래식일테고..) 버클리에서 재즈를 했다는데.. 클래식 피아노 공부의 영향이 아닐까? ^^ 연주 자체는 굉장히 다듬어지고 모나지 않은 소리였고, 하모니도 굉장히 공부 열심히 해서 다듬고 또 다듬어 나온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다만, 별 4개를 준 이유는.. '혈통'과 '문화'에서 나오는 끈적하면서도 재즈틱한 뭔가, 음악을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만드는.. 리듬이랄까? 운율이랄까? 가  빠진 듯한느낌 때문이다. 뭐라고 이름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우리나라 창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뭔가 빠지는 '한' 같은 정서.. (그래. 정서라고 이름지으면 좋겠군.) 재즈를 재즈답게 하는 '정서'가 빠진 듯한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상상해본다. 이것보다도 더 와닿게, 더 깊이, 더 가볍게,  찬송가를 재즈로 연주하는 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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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잠언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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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헬퍼 2007-01-0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한동안 서재를 들르지 못했는데..잘 계시는것 같군요.
올 한해 막힘없이 좋은 결과들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Hanna 2007-01-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감사합니다. 저도 요새 서재 넘 뜸해서..^^;;; 올 해는 리뷰도 좀 더 부지런히 쓰려고요.. 밥헬퍼님도 주님안에서 아름다운 한해 보내세요!! ^-^
 

어떤 때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는 것 같고, 나에게 힘을 주며 기쁘게 하지만, 어떤 날은 생각해 보면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여태까지의 나와의 관계, 우리가 해왔던 일에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거기까지는 좋지만 그런 일들로 나에게 실망과 좌절감이 들며 그와 함께 나의 기분은 깊고 깊은 골짜기로 빠져드는 것 같다.

주로 내가 사랑하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은 더욱 큰 법이어서 상처를 주게 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데, 사람에 대한 기대만큼 쉽게 실망을 가져오는 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실망하는 경험을 했는데, 아끼고 사랑하는 친한 후배에게, 가까이는 내가 사랑해야 하는 가족에게도, 그리고 신앙 안에 함께 하는 자매에게 그랬다. 한 가지 일이 생기면 왠지 연쇄적으로 나에게는 하나의 법칙처럼, 그런 일들이 중첩해서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지?" 내지는 "또 그러네.."

이런 실망감은 나를 다시 한번 좌절감에 빠지게 한다. 모두 내 잘못이라는 생각. 내가 잘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 나는 더욱 더 깊은 좌절감과 우울감의 골짜기로 빠져들어 몇 일 동안 힘들어 한다.

이럴 때, 사람에 대한 기대- 나의 노력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인지도 모른다- 를 내려 놓고, 이런 결과에 대한 나의 책임에서 벗어나서, 각자의 삶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을 순조롭게 잘 풀어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남아 은근한 스트레스와 두통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다.

나도 참 연약한 인간이라 -그리고 스트레스에 민감하여- 이런 일을 쉽게 쉽게 넘기지 못하고 가슴에 쌓아두어 풀릴 때까지 고민하고 감정적인 골짜기에 빠져들도록 나의 감정을 풀어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우울하지만 나는 소망을 갖는다. 아주 깊은 골짜기에 빠져들면 들수록 나는 골짜기의 맨 바닥에 가까워질 것이고, 바닥에 닿고 나면 더 높고 아름다운 봉우리로 올라가는 일 밖에는 남은 것이 없음을 믿기 때문이다. 실망과 좌절감의 골짜기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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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C.S. 루이스의 글을 너무나 너무나 좋아한다. 그는 세상을 예수님의 관점으로 보는 특별하고도 고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글들은 억지스럽지 않으며 자연스럽고도 평온하게 그러나 명확하고 거짓없이 다가와 내 삶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기지가 유감없이 발휘된 상상력의 책,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을 때 부터.. 알아봤다.  그가 단순한 신앙서적 저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의 '깊고도 높은' 통찰력과 진지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은 상상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 삶과 그의 온 몸과 정신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하나님의 말씀과 올바른 믿음의 예시가 바로 '나니아'를 통해서 나에게 더욱더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C.S.루이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질문들의 연속이다. 그는 예수님을 위대한 사자, 아슬란으로 상상했다. 우리가 단순한 호기심과 믿음으로만 갈 수 있는 믿음의 문은 나니아로 통하는 옷장의 문으로 비유된다. 유혹자, 사탄은 비열하고 냉정한 하얀마녀로 나타난다. (나는 사탄이 처음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환타지를 참 좋아하는데, 믿음은 마치 환타지의 세계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해리포터가 복잡하고 사람이 많은 기차역에서 굉장한 상상력과 그에 대한 '믿음'을 수반하는, "벽뚫고 뛰어 들어가 9와 1/2 플랫폼(숫자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찾기"를 시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믿음의 문을 여는 것도, 나니아로 가는 옷장을 여는 것도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그리고 '환타지'의 시작이다.

C.S.루이스는 통찰력있는 신앙서적 작가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문학가이기도 한 듯하다. 나니아에 등장하는 용감한 파우누스, 신비하고도 도도한 유니콘, 밤이면 열정적인 춤과 파티를 즐기는 나무의 정령들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나니아로 옮겨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그리스 로마의 영웅들-헤라클레스 등-이 원정대를 짜 먼 여행을 하면서 겪는 일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처럼, 나니아의 주인공들은 주로 무언가를 위해 여행을 한다. 이런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마치 오비디우스의 그리스 로마신화의 틀을 따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내가 C.S.루이스를 존경하는 여러가지 점들 중에 하나는 이렇게 인간들의 신에 대한 궁금증과 그에 대한 여러 신화들과 그 모티브를 '하찮게' 여긴 것이 아니라 멋지고 환상적으로 재해석해 나니아의 떳떳하고 사랑스러운 국민으로 멋지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나니아 연대기를 읽으면서 '믿음'의 문을 여는 것, 그리고 성경의 여러 사건들과 크리스천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어려움들과 갈등과 하나님의 방법, 예수님의 '스타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사이사이 살아있는 '신화'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이다.

읽을수록, 페이지가 얼마 안 남을 수록 뿌듯하기 보다는 아쉬웠던 정말 정말 맛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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