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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C.S. 루이스의 글을 너무나 너무나 좋아한다. 그는 세상을 예수님의 관점으로 보는 특별하고도 고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글들은 억지스럽지 않으며 자연스럽고도 평온하게 그러나 명확하고 거짓없이 다가와 내 삶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기지가 유감없이 발휘된 상상력의 책,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을 때 부터.. 알아봤다. 그가 단순한 신앙서적 저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의 '깊고도 높은' 통찰력과 진지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은 상상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 삶과 그의 온 몸과 정신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하나님의 말씀과 올바른 믿음의 예시가 바로 '나니아'를 통해서 나에게 더욱더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C.S.루이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질문들의 연속이다. 그는 예수님을 위대한 사자, 아슬란으로 상상했다. 우리가 단순한 호기심과 믿음으로만 갈 수 있는 믿음의 문은 나니아로 통하는 옷장의 문으로 비유된다. 유혹자, 사탄은 비열하고 냉정한 하얀마녀로 나타난다. (나는 사탄이 처음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환타지를 참 좋아하는데, 믿음은 마치 환타지의 세계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해리포터가 복잡하고 사람이 많은 기차역에서 굉장한 상상력과 그에 대한 '믿음'을 수반하는, "벽뚫고 뛰어 들어가 9와 1/2 플랫폼(숫자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찾기"를 시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믿음의 문을 여는 것도, 나니아로 가는 옷장을 여는 것도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그리고 '환타지'의 시작이다.
C.S.루이스는 통찰력있는 신앙서적 작가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문학가이기도 한 듯하다. 나니아에 등장하는 용감한 파우누스, 신비하고도 도도한 유니콘, 밤이면 열정적인 춤과 파티를 즐기는 나무의 정령들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나니아로 옮겨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그리스 로마의 영웅들-헤라클레스 등-이 원정대를 짜 먼 여행을 하면서 겪는 일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처럼, 나니아의 주인공들은 주로 무언가를 위해 여행을 한다. 이런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마치 오비디우스의 그리스 로마신화의 틀을 따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내가 C.S.루이스를 존경하는 여러가지 점들 중에 하나는 이렇게 인간들의 신에 대한 궁금증과 그에 대한 여러 신화들과 그 모티브를 '하찮게' 여긴 것이 아니라 멋지고 환상적으로 재해석해 나니아의 떳떳하고 사랑스러운 국민으로 멋지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나니아 연대기를 읽으면서 '믿음'의 문을 여는 것, 그리고 성경의 여러 사건들과 크리스천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어려움들과 갈등과 하나님의 방법, 예수님의 '스타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사이사이 살아있는 '신화'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이다.
읽을수록, 페이지가 얼마 안 남을 수록 뿌듯하기 보다는 아쉬웠던 정말 정말 맛있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