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는 것 같고, 나에게 힘을 주며 기쁘게 하지만, 어떤 날은 생각해 보면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여태까지의 나와의 관계, 우리가 해왔던 일에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거기까지는 좋지만 그런 일들로 나에게 실망과 좌절감이 들며 그와 함께 나의 기분은 깊고 깊은 골짜기로 빠져드는 것 같다.
주로 내가 사랑하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은 더욱 큰 법이어서 상처를 주게 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데, 사람에 대한 기대만큼 쉽게 실망을 가져오는 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실망하는 경험을 했는데, 아끼고 사랑하는 친한 후배에게, 가까이는 내가 사랑해야 하는 가족에게도, 그리고 신앙 안에 함께 하는 자매에게 그랬다. 한 가지 일이 생기면 왠지 연쇄적으로 나에게는 하나의 법칙처럼, 그런 일들이 중첩해서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지?" 내지는 "또 그러네.."
이런 실망감은 나를 다시 한번 좌절감에 빠지게 한다. 모두 내 잘못이라는 생각. 내가 잘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 나는 더욱 더 깊은 좌절감과 우울감의 골짜기로 빠져들어 몇 일 동안 힘들어 한다.
이럴 때, 사람에 대한 기대- 나의 노력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인지도 모른다- 를 내려 놓고, 이런 결과에 대한 나의 책임에서 벗어나서, 각자의 삶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을 순조롭게 잘 풀어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남아 은근한 스트레스와 두통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다.
나도 참 연약한 인간이라 -그리고 스트레스에 민감하여- 이런 일을 쉽게 쉽게 넘기지 못하고 가슴에 쌓아두어 풀릴 때까지 고민하고 감정적인 골짜기에 빠져들도록 나의 감정을 풀어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우울하지만 나는 소망을 갖는다. 아주 깊은 골짜기에 빠져들면 들수록 나는 골짜기의 맨 바닥에 가까워질 것이고, 바닥에 닿고 나면 더 높고 아름다운 봉우리로 올라가는 일 밖에는 남은 것이 없음을 믿기 때문이다. 실망과 좌절감의 골짜기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