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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하버드 새벽 4시 반 - 세계 최고의 대학이 들려주는 성공 습관
웨이슈잉 지음, 이정은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11월
평점 :
요즘은 전자책을 자주 구매하게 된다. 전공서적은 어쩔 수 없이 구입할 수밖에 없어 자꾸만 쌓여만간다. 쌓이다 못해 거실 바닥 여기저기에 나뒹구는 정처없는 책들이 늘어갈수록 남편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반면 나의 정신상태는 한 뼘조차 정상일수 없는 공황상태로 변해간다. 한 때 약 300페이지에 육박하던 나의 논문은...이제 후한 인심으로 추린다 해도 고작 30페이지 남짓이다(아주 후하게 걸러냈을 경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논문 심사청구 날짜는 다가오는데 어느 순간 형체를 잃어버려 너덜거리는 원고 몇 장 밖에는 가진게 없어 허허롭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면 그 쌓여만가는 전공서적들을 보고 있노라면 '돈지랄'이라는 경박스럽고 천박한 그리고 노골적인 단어가 떠오른다. 평균 지능에도 못미치는 머리를 가지고서 감히 박사라는 타이틀을 얻어보겠다고...소위 '김박사'가 되겠다고 불철주야 알지도 못하는 전공서적을 이리저리 뒤적이던 나 자신이 한심해 미칠지경이다. 그 열정으로 중국어를 공부했다면....그 열정으로 베트남어를 공부했다면...그 열정으로 히브리어 같은 아니 라틴어가 더 좋겠다. 그런 사어를 공부했다면 얼마나 우아한 성취감을 맛보았을 것인가...
여튼 '하버드 새벽4시반'이라는 책은 전자책으로 구입했고, 구입한지 만 24시간 안에 완독하였다.
모초등학교 독서캠프 강사로 일하던 중 우연히 한 두페이지 읽게 되었는데 뒷부분이 궁금해서(사실 이런류의 자기계발서를 정독해본지 오래라 새삼스러운 반가움이 있었다) 구입을 감행한 것이다. 휴직한 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처지에 신간도서를 제 값으로 구입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클릭하기까지 적어도 3번 정도 망설였던 것 같다(세상에나! 3번씩이나 망설였다니....한 인간의 주머니 사정은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로구나!)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이해는 되었지만 마지막 4번째 망설임을 수행하지 않은 과거의 나의 클릭직전 사고과정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정도라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성격상 물릴 수도 없고, 되팔 수도 없다. 그냥 한 번 구입한 것으로 영원히 나의 책이 된다. 나의 소유다. 이게 참 묘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림의 떡처럼 뭐....좀 그렇다.
내가 죽기 전에 보스톤이라는 곳에 갈 일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제주도 가는 일도 매우 번잡스럽고 힘에 부치고 되도록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나로서는 비행기를 무려 10시간도 넘게 타고 있어야 도착할 수 있다는 미국에 갈수 있을 성 싶지 않다. 하버드 대학 역시 지면으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그 하버드대학의 새벽 4시반은 마치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의 캠퍼스와 같이 활기차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다. 작가는 지나치게 하버드생성애자인 듯 한데....사실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성인이라면 새벽 4시반에는 자고 있거나 이른 기상을 하는 것이 맞다. 새벽 4시반에 불이 환하게 켜진 도서관에서 정상 컨디션으로 공부에 몰두하는 일은 24시간 높은 촉을 밝히고 암탉에게 알을 낳도록 압박하는 양계장 주인이 하는 일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하버드에 들어갈 정도의 암탉이라면 나처럼 비실대는 암탉이 가진 생산력보다 적어도 10배 아니 50배 이상 높은 생산력과 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버드는 커녕 지방에 있는 작은 대학원에서조차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평재로서 이 책을 읽고 난 뒤 좀 스트레스가 풀렸다. 이런 논리다.
'태어날 때 은수저 물고 태어난 이런 인간들도 죽을둥살둥 해야 겨우 받는 박사학위를 나처럼 설렁설렁 공부하는 인간이 빨리 받는다는 건 말이 안되지 않는가...신은 정의롭고 공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