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남편은 큰 아이 이사를 도와주러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이번 이사는 지난 일년 반 동안 네번째인데 6개월 내에 또 이사를 하게 될 거 같으니 2년새 5번의 이사 기록을 세울 판이다. 엄마의 역마살이 딸한테도 간 것인지. 아니 같은 동네에서 계속 이사하는 건 역마살에 안 들어가나?
첫번째 이사때는 아이가 차가 없기 때문에 나와 남편이 가서 도와줬지만 그 다음부터는 차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자기가 알아서 했는데 이번에는 같이 사는 친구들이 모두 각각 다른곳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에 차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남편이 도우러 간 것이다. 나는 오늘 엠군이 빠질 수 없는 행사가 있는 바람에 집에 남았다.
남편도 없고, 아이들은 주말 늦잠을 즐기고 있는 조용한 토요일 아침 거실에 앉아 도서관에서 빌려온 그림책 세 권을 꺼내들었다. 얼마전 유부만두님 서재에서 칼럼을 두 개 읽었는데 칼럼이 너무 좋아서 거기에 언급된 그림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맨 처음 집어든 이 책은 뭐랄까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는 책. 지혜로운 할머니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오래전에 집에서 키우던 물고기가 죽자 초등학생이었던 큰 아이가 물고기의 장례식을 치뤄주고 마당에 묘지도 만들어 준적이 있었다. 그 모습과 너무 비슷해서 옛날 생각하면서 읽었다. 예쁘게 꾸민 묘지도 그렇고 그다음 모습도
And every day, until they forgot, they went and sang to their little dead bird and put fresh flowers on his grave.
그때 물고기를 묻어준 다음 날 친구랑 같이 그 앞에서 추도식도 했었지. 매일 마당의 꽃을 따서 묘지위에 뿌려주고. 물론 책에서처럼 잊기 전까지

앞의 두권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따해졌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마야의 아픔이 느껴져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누군가가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를, 친절한 행동을 해주기를 얼마나 바랬던지. 다음번에 그런 아이가 온다면 클로이는 다시 이런 후회할 일을 하지 않겠지만 다른 곳으로 간 마야는 친구를 만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