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이 책을 좋아하고 싶었다. 안그래도 계속적으로 인종갈등이 더해지고 있는 이 때 이런 것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다루는 주제가 좋다고 해서 책이 엉망이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아마존이나 굿리즈에 보면 이 책의 평점은 어마어마하게 높다. 어쩌면 이런 주제를 다루는 책에 나쁜 평점을 준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인종차별주의자로 보일까봐 사람들이 몸은 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아무리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중요하고, 맞는 말이어도 이것은 뉴스기사가 아니고 문학작품이기 때문에 주제에는 공감해도 책에 대한 평점은 나쁘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일들은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어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비판을 영화가 이야기하는 주제에 비판으로 받아들여서 나쁜 평점을 준 사람을 비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그 두개는 엄연히 다른 것인데 말이다. 옳은 주제를 다룬다고 해서 작품의 완성도까지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 결코 아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적절한 예이다.


일단 흑인 청소년이 주인공이라는 것만 알고 읽기 시작했던 나는 주인공 이름이 마틴인줄 알았다. 그런데 주인공 이름은 저스티스 (Justyce) 이고 얘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보려고 하면서 중간중간에 편지를 쓰는거다. 그래서 디어 마틴인것. 즉 '마틴 선생님께' 뭐 이런거다. 내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으나 도대체 12학년 남학생이 드물지만  일기를 쓸 수도 있다쳐도 과연 디어 마틴 이러면서 글을 쓸까?? 9학년인 아들녀석을 봐도 그렇고, 주변의 아들들을 봐도 그건 도무지 상상이 안된다. 저렇게 누구에게 이렇게 쓰는건 우리시대에도 중학교때나 하던 일이 아니었던가. 안네의 일기 따라하면서.

그래 뭐 어쩌다 그런 아이가 하나 있다고 치자. 이 아이가 디어 마틴이라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그의 가르침을 따라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편지에는 그 가르침에 대한 연구나 진지한 고민보다는 그냥 넋두리나 있었던 일이 주를 이룬다. 이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 차라리 마틴에게 편지를 쓰면서 마틴의 가르침과 지금 일어난 일을 연결해서 쓴다든지, 좀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현실세계에 적용하면 어떤지 이런걸 썼어야지. 이렇게 일기처럼 쓸거면 굳이 디어 마틴이라고 쓸 이유가 없다.


일단 처음부터 인상을 구기고 들어갔지만 그래도 나는 선입견 때문일거야. 이런 아이도 있을 수 있지 하면서 계속 읽었는데 갈수록 태산이다. 이 작가의 데뷰작이라고 하던데 여기저기 어설프다. 중간중간 다른 스타일로 넣은 것들이 색다른 시도라기 보다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끼어넣은 것 처럼 되어 산만하게만 만들고,  중요한 사실이나 결론들, 주인공이 고민하다가 깨달아야 하는 이야기들을 등장인물의 대사로 일일이 설명하고, 이것저것 사건은 잔뜩 넣어놓고 마무리는 어찌나 허술하던지. 아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 사실 중간까지 읽고 그만 읽으려고 하다가 파트 원 마지막 부분에서 헉 하는 부분이 나와서 '그럼 그렇지. 그렇게까지 평점이 좋은데 뒷부분은 확 달라질거야!' 하고 계속 읽었다가 마지막에 결국 내 머리를 잡아 뜯고 말았다. 


요 바로 앞에 읽은 책에 평점을 믿지 말자고 해놓고 한달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하루만에 또 속다니. 나는 정녕 바보인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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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08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 맞아요!! 주제가 좋다고 책이 엉망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얼마전에 굿리즈 에서 the Black Pearl 의 리뷰를 봤는데 별 하나를 줄 정도가 아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색하더라고요. 읽어보면 어렸을 때 읽었는데 별로다라는 내용인데 다시 읽지도 않고 평점을 매긴 것 같았어요. 암튼 오랫만의 프님의 글 반갑습니다요!!!😍

psyche 2018-02-08 08:54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굿리즈 평점은 별로 신뢰하지 않긴 해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별을 주기 때문에 정말 좋은 작품이 평점이 나쁘거나, 후진 작품이 높은 평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아마도 어린 학생들도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거나, 학교에서 읽으라 했는데 읽기 싫었던 작품에 막 별 한개씩 주고, 유치한 데 재미있는거에 막 별5개 주고 그러기도 하는거 같더라구요.
근데 이 책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리뷰도 대충 봤는데도 제 생각에는 주제 때문에 감히 나쁜 평점을 못준거 같아요. 아무리 봐도 별로인 작품이거든요. 근데 다들 별5개라니!

북극곰 2018-02-08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그렇군요. 일기 쓰는 9학년 남학생이라. 일단 설정이 좀 현실성이 있어야 몰입도 되는데 말여요. 저는 덕분에 이 책 볼 시간 아꼈는데.... 님은 어쩝니까. (이거 약올리는 건 아닌데... 어째 쓰다보니 그런 거 같은 ^^)

psyche 2018-02-08 08:54   좋아요 0 | URL
어쩐지 약올리시는거 같은데요?? 흑 너무해
아 그리고 주인공은 12학년이에요. 9학년은 제 아들놈. 12학년 남학생이 편지형식의 일기를 쓴다 이거 좀 현실성없는거 맞죠?

유부만두 2018-02-0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핍진성이 떨어지는 소설이네요. 이거!
(요새 ‘소설 작법‘에 대한 책을 보고 있어요) Versimilitude
그럴법한 상황에 그럴것만 같은 디테일과 캐릭터로 사건을 펼쳐야하는데 (심지어 판타지 소설에도 디테일이 중요하대요) 이건 좀 많이 ‘주제의식‘이 앞서 버렸네요. 설득력이 ...

그나저나 전 대체로 쉽게 설득되는 독자에요. 삐삐를 읽었는데 삐삐가 혼자 괴력을 지니며 산다는 데 별 의문도 안생기고 아, 얘 재밌게 사네, 하고 부럽기만 하네요. ㅎㅎ

psyche 2018-02-09 01:40   좋아요 0 | URL
핍진성은 특히나 판타지나 SF같은거에서 더 중요한거 같아. 상상으로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에 더욱 디테일이 중요한듯.
이 책은 유부만두 말대로 주제의식이 너무 앞섰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아마추어의 냄새가 너무 많이 났어.많이 허술하더라구.
그게 어떤 책은 말도 안되는 상황들도 다 받아들이게 되는데 어떤 책은 막 거슬리더라구. 그게 바로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