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문태준...


 

/060420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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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진주 2006-04-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의자에 조용히 앉고 싶은 날입니다^^

치유 2006-04-2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 두는 일..

실비 2006-04-2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생각하고 싶은날.

진주 2006-04-21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실비님, 꽃 진 자리에 조용히 앉아 생각하려면....
우선은...
몸무게부터 좀 줄여야 겟지요? 하핫^^;;;;;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 연암 박지원이 가족과 벗에게 보낸 편지 참 우리 고전 6
박지원 지음, 박희병 옮김 / 돌베개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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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물건

포(脯) 세 첩
감떡 두 첩
장볶이 한 상자
고추장 한 단지

이것은 연암이 아들에게 편지와 함께 보낸 물품 품목이다. '고추장 작은 단지 하나를 보내니 사랑방에 두고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을 게다. 내가 손수 담근 건데 아직 완전히 익지는 않았다.' 라는 편지를 쓰고 알뜰살뜰 물건들을 챙겨 넣는 모습에서 지극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연암은 51세가 되던 해에 아내를 잃고 재혼도 하지 않은 채 9년째 홀로 살면서 이렇게 직접 고추장도 담그며 아내몫까지 자식들을 챙기느라 그렇게 살뜰했나 보다. 처음 책 제목을 대할 때 어렴풋하게 예감은 했지만, 그리고 그가 실학파 학자임을 염두에 두면 손끝에 물 한방울 못 묻히는 조선시대의 고리타분한 양반과는 사뭇 다르리라곤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팔뚝을 걷어부치고 고추를 빻고 간을 보며 장을 담그리라고는 미처 몰랐다. 어디 고추장뿐이겠는가.  21세기에도 밥 못하는 남자가 수두룩한데 지금부터 200년 전의 연암은 실사구시, 이용후생의 사상을 생활 중에도 실천한 앞서간 사람이란 걸 알 수았다.

기존의 서간집 " 연암집"에 실리지 않았던 이 책의 편지들을 보면서 연암의 개인적인 성향과 성격이 뚜렷하게 그려졌다.  "열하일기", "일하구도야기" 에서의 보여주던 호방한 사상과 대문호로서의 기품, 그리고 다림질해서 잘 다듬어 놓은 외출복같던 "연암집"에서 보던 그에 대한 인상이 이 책에서는 좀 더 인간미가 넘치며 개성도 강한 그런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것은 편지의 대상이 큰아들을 비롯한 가족과 친분이 두터운 벗끼리 티끌하나 숨길 없이 서로를 적나라하게 아는 사이에서 사심없이 주고받는 지극히 개인적인 편지라서 그런가 보다. 연암은 잔정이 많아 자상하지만 한편으론 소심할 정도로 세밀하고, 우스개소리도 쉽게 내뱉는 소탈한 성격에 솔직 담백하다.

조선후기의 대사상가요, 대문호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엿본다는 것은 양지바른 장독대에서 잘 익은 고추장을 한 숟갈씩 떠먹는 것 같은 아기자기한 재미이다. 화장지운 미녀들의 맨 얼굴을 본다는 것은 자칫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연암의 맨 얼굴은 생사고락을 겪는 인간미가 넘쳐서 좋다. "연암이 보여주는 이 모든 얼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대를 벗어날 정도의 큰 흠이나 위선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연암은 우리를 '배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도 좋으리라" 는 역자의 말에 동감한다. 사족으로 이 책을 소장한다는 것도 잘 익은 고추장 단지 하나 갖고 있는 것 같은 기쁨이다. 고추장맛도 좋아야 하겠지만 항아리도 이쁘장하고 반들반들 윤이 난다면 장독대만 바라봐도 기분이 좋다. 원전 "연암선생 서간첩"이라는 제목보다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라는 제목도 운치있고(운치뿐만 아니라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잘 포착한, 적군의 성문을 함락시키는 것과 같은 빼어난 제목이다)표지도 아담하게 예쁘다. 그야말로 오종종한 고추장 단지 같은 책이다. /060420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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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4-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고추장 단지를 보내주신 조선인님께 감사드립니다^^

물만두 2006-04-2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천을 보내드립니다 ㅠ.ㅠ

비로그인 2006-04-2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들으니 먹고(읽고) 싶어집니다.

조선인 2006-04-2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헤헤헤. *^^*

mong 2006-04-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추장 단지 야곰야곰 아껴 읽고 있어요 ^^

울보 2006-04-2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은 고추장단지갖고 싶어요,

진주 2006-04-21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만두님^^
따개비님, 저도 그랬다니까 고추장단지보면 (책)사고 싶었고, 책읽다보면 먹고 싶었고...
조선인님, 우헤헤^^;
몽님, 전 재탕 삼탕해서 항아리까지 핥아..ㅋㅋㅋ
울보님, 장독대에 주욱 진열해 놓으니까 뿌듯하군요, 장만하실만한 책입니다.
 
만화 노자 - 어린이를 위한 휴먼북스 003
황중업 지음, 곽경웅 그림, 이소영 옮김, 하지혁 채색 / 미다스북스 / 2003년 1월
품절


중국이 사상과 지혜의 강국 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공자, 맹자, 장자, 그리고 노자같은 위대한 사상가가 있기 때문이겠지. 공.맹 사상은 여러번 접할 기회가 있었으나(그렇다고 이해한 건 아니지만) 노자는 항상 참 어렵다는 학창시절부터 생긴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때 못 읽어낸 책을 지금 다시 손대는 건 엄두도 안 나기도 하고 애들도 읽힐 겸 겸사겸사 이 책-만화 노자를 집어 들었다.

얼씨구, 만화라고 가볍게 시작했더니 첫장부터 좀 어렵다.

-없음과 있음1-
항상 '없음'에서 그 오묘함을, 항상 '있음'에서 그 밝게 나타남을 보고자 한다.

常無 欲以觀其妙 常有 欲以觀其徼

이걸 만화 속의 노자할배가 쉽게 풀이를 해준다고 하는데 그 말도 어렵다
"항상 없음에 마음을 두는 것은 없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죠. 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구요?@@

친절하게도 책 사이 사이에 노자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배경 설명들이 있다. 이해하기가 한결 낫다. 그러나 이 책을 초등학생용으로 분류해 놓았던데-과연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알아 들을 수 있을런지....만화라고 해서 무조건 어린이가 볼 수 있다는 착각을 한 게 아닐까.

한편 내게는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노자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 보다는 저렇게 한 구절씩 간단하게 음미할 수 있으니.....으음...다시 한 번 문장을 되씹어 봐도 말이 되게 꼬였구만, 저건 아무리 생각해도 역자의 한계가 아닌지. 만화로, 그것도 초등학생 대상으로 내기로 했다면 좀 더 쉽게 표현해야 하지 않나? (내 리뷰도 오락가락한다. 아이구 머리야@@)

"도덕경" 중에 도경이 끝나고 덕경이 시작되는 페이지. 우리가 흔히 "덕망"이니 "덕"이니 하는 말을 생활 중에 자주 사용하는 걸 보면 우리의 의식 저변에 노자의 사상이 많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의 속성이 구체화되어 현실에 운용되는 모습을 덕이라고 부른다는 노자할배의 말씀^^;

만화라고 깔보지 말자. 딱 내 수준이구만! 그러니까 4학년 아들이 한다는 말이 '당최 뭔 소리야??'하며 끝까지 못 봤지 아마? 역시 그애한텐 너무 어려운 책. 노자를 아주 쉽게 접하고 싶은 사람에겐 괜찮을 것 같다./060411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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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4-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최 뭔말인지 모를것같지만
그림은 귀여워요~

진주 2006-04-1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좋은 예감 - 개정판 정채봉 전집 7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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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송, 이원수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대를 잇는 동화작가가 지금은 고인이 된 정채봉이다. <오세암>, <소년과 밤배>, <생각하는 동화> 등 대표작이 있다. 그 중에 <생각하는 동화>는 최초로 '성인동화'라는 말까지 만들어 낸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정채봉의 에세이집이다. 동화를 쓰는 사람의 글은 본디 결이 곱고 순수하기 때문인지 가식없이 써내려간 수필이 청량한 샘물같이 맑다. 발병 이전부터( 간암으로 투병하다 2001년에 작고) 틈틈이 쓴 글들이겠지만 책으로 묶어낸 시기가 96년이니까 글 가운데 병에 대한 단상도 보인다. 병과 죽음에 대한 사색만큼 사람을 순수하게 만드는 있을까. 이 책을 읽노라면 마음이 정화되는 맑은 기운을 느낀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한 꼭지씩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고, 선물하기도 좋은 책인 것 같다. 실은 나도 선물 받은 책이다. 동화작가 정채봉을 좋아한다는 나를 위해 골랐나 보다. 책 선물이 쉬운 것 같으면서 상대방의 취향을 모르면 상당히 까다롭기 마련인데 이 책은 상대방이 독서를 좋아하면 좋아하는대로, 또 독서를 크게 좋아하지 않더라도 부담없이 읽을 만한 책일 것이다.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은 인터넷에서 약간 안면을 튼 것도 보이는데 아무튼 무난하게 사랑받는 글이다.

그 중에 내 마음에 쏙 드는 '해질 무렵' 앞 부분을 조금 소개한다.

햇살도 짐승들도 다소곤해지고 억새풀마저도 순해지는 해질 무렵을 나는 사랑한다.
집 밖에서 큰소리치며 떠들던 사람들도 이쯤에서는 기가 꺾여서 연기나는 집을 돌아보고, 병원의 환자들은 몸아픔보다 마음 아픔을 더 많이 앓는다는 해질 무렵, 고교 시절 잘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도 이때만은 밉지 않았다.

/060418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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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8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해뜰 무렵이 좋았어요. 그래서 새벽녘에 그냥 마당에 나가 있기도 했었죠^^

야클 2006-04-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에 옮겨 오신 '해질 무렵' 앞부분 정말 좋네요. ^^

진주 2006-04-1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뜰 무렵, 해질 무렵 항상 좋아요. 둘 다 매력이 넘치죠. 만두님도 그럼 종달새과신가요?

야클님, 이쁘죠. 저도 인생의 황혼녘에는 저런 맑고 아름다운 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실비 2006-04-18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쏙^^
 


나무에 깃들여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정현종...


==========================

토요일 오후, 이 짤막한 시를 우리는 두번 세번....연거푸 감상하였다.
처음에는 넓직한 벌판에 당당하게 선 아름드리 나무가 심상으로 그려졌다. 
그 다음엔 나무에 깃들인 새들이 즐거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릴 듯 말듯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또 낭송했을 때는 코 끝에서 상큼한 풀 냄새가 아련히 묻어나고 꼬물꼬물 벌레들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우리는 우리가 그 속에 들어가 나무로 말미암아 숨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쓰읍.........휴우..........................................

쓰으읍..........휴우......................................................

시험공부에 찌들린 조그만 어깨들이 펴지며 크게 크게 심호흡을 하는 것을 보았다. 비로소 우리는 몸도 마음도 나무에 깃들여졌다. 시 한 편의 기적.

060417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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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mong 2006-04-1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늘바람 2006-04-1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입니까 그림입니까 너무 좋네여. 나무에 깃들여 산다. 좋네요

잉크냄새 2006-04-1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뿐이겠나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깃들여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니까요...

진주 2006-04-1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무가 나무나무 좋아요^^ 만두님, 몽님.

하늘바람님, 사진 같은데요?

잉크냄새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깃들여 살아 가게 자주 좀 나타나시지요...서재동네에 바람처럼 다녀 가시나요? 너무 뜸하시더군요^^

2006-04-18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