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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감 - 개정판 ㅣ 정채봉 전집 7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6년 3월
평점 :
마해송, 이원수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대를 잇는 동화작가가 지금은 고인이 된 정채봉이다. <오세암>, <소년과 밤배>, <생각하는 동화> 등 대표작이 있다. 그 중에 <생각하는 동화>는 최초로 '성인동화'라는 말까지 만들어 낸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정채봉의 에세이집이다. 동화를 쓰는 사람의 글은 본디 결이 곱고 순수하기 때문인지 가식없이 써내려간 수필이 청량한 샘물같이 맑다. 발병 이전부터( 간암으로 투병하다 2001년에 작고) 틈틈이 쓴 글들이겠지만 책으로 묶어낸 시기가 96년이니까 글 가운데 병에 대한 단상도 보인다. 병과 죽음에 대한 사색만큼 사람을 순수하게 만드는 있을까. 이 책을 읽노라면 마음이 정화되는 맑은 기운을 느낀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한 꼭지씩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고, 선물하기도 좋은 책인 것 같다. 실은 나도 선물 받은 책이다. 동화작가 정채봉을 좋아한다는 나를 위해 골랐나 보다. 책 선물이 쉬운 것 같으면서 상대방의 취향을 모르면 상당히 까다롭기 마련인데 이 책은 상대방이 독서를 좋아하면 좋아하는대로, 또 독서를 크게 좋아하지 않더라도 부담없이 읽을 만한 책일 것이다.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은 인터넷에서 약간 안면을 튼 것도 보이는데 아무튼 무난하게 사랑받는 글이다.
그 중에 내 마음에 쏙 드는 '해질 무렵' 앞 부분을 조금 소개한다.
햇살도 짐승들도 다소곤해지고 억새풀마저도 순해지는 해질 무렵을 나는 사랑한다.
집 밖에서 큰소리치며 떠들던 사람들도 이쯤에서는 기가 꺾여서 연기나는 집을 돌아보고, 병원의 환자들은 몸아픔보다 마음 아픔을 더 많이 앓는다는 해질 무렵, 고교 시절 잘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도 이때만은 밉지 않았다.
/060418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