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쓸쓸한 전화

 

한 명 희

 

 

 

시 안 써도 좋으니까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조카의 첫돌을 알리는

동생의 전화다

 

내 우울이, 내 칩거가, 내 불면이

어찌 시 떄문이겠는가

 

자꾸만 뾰족뾰족해지는 나를 어쩔 수 없고

일어서자 일어서자 하면서도 자꾸만 주저앉는 나를 어쩔 수 없는데

 

마흔,

실업,

버스 운전사에게 내어버린 신경질,

세번이나 연기한 약속,

냉장고 속 썩어가는 김치,

오후 다섯 시의 두통,

햇빛이 드는 방에서 살고 싶다고 쓰여진 일기장,

 

이 모든 것이 어찌 시 때문이겠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

한번도 당당히 시인이라고 말해보지 못한 시

그 시, 때문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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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0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와인님, 딱 제 상황이군요.

시 쓰는 것 빼고......

추천하고 가져가요.^^

에레혼 2004-12-0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빠른[자꾸 '바른'이라고 오타가 나는 이유는?...] 응답.....

지금 막 십시일반의 자세, 에 관한 님의 글 보고 오는 길인데.....

12월이라는 시절 탓일까요, 이 시에 이토록 감정이입이 되는 건.....

로드무비 2004-12-0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은 좀 괜찮으세요?

우리 이제 힘 좀 내어 서재활동에 매진해 볼까요?

서로 열심히 댓글 달고 추천 눌러주고......^^

urblue 2004-12-0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이 서재 활동에 매진하시면 반갑지요. ^^

딸기 2004-12-0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서재활동 열심히 하시라고,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에레혼 2004-12-0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한 편두통과 밤의 농도와 함께 시작되는 기침을 친구처럼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사이 좋게 지내보려구요....

로드무비님, 좋아요! 우리, 힘냅시다! 재미있게 살고, 읽고, 쓰고, 그리고 잊지 말고 꼬옥 추천하고!^^

12월이라는 숫자의 무게와 압박이 그렇잖아도 어디엔가 마음을 좀 묶어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즈음... 이번 주만 지나면 좀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그때부턴 나도 보란듯이 누구처럼[!] 찜해 둔 영화도 보러 다니고, 빵빵하게 리뷰도 써서 올리고, 짬짬이 연애 편지도 쓰고 그래야지! -- 마치 시험만 끝나 봐라,하는 수험생처럼 요즘 속으로 되뇌고 있답니다.

에레혼 2004-12-0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도 대열에 동참하시지요! 추위에 웅크리고 있지 말고!

에레혼 2004-12-0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여기에 추천을 누르시니 쬐끔 부끄럽사옵니다! 막후 조율 작업인데.....^^

일본에도 첫눈이 내렸으려나... 일본의 겨울, 우리와 다른 난방 시스템으로[일본에서 생활해 보면, 우리의 온돌 난방 구조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선진적인 것인지 절감하게 되던데...]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지지 않나요? 이국에서의 겨울, 건강하게 보내시기를.....

플레져 2004-12-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퍼가요. 어찌나 내 것 같은지...

mira95 2004-12-07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라일락와인님 서재에 처음 방문하는데, 덜컹 와서 시만 퍼갑니다. 플레져님 서재에서 보고 왔어요. 가슴에 와닿는 시네요. 잘 퍼갈게요^^

비로그인 2004-12-0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고도 슬프네요.

2004-12-18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전 한명희란 이름 못 보고 와인님 얘긴 줄 알았어요..으..시쓰시는 구나 그러면서...시쓰는 것만 빼면 나하고 똑같다..그러면서...하하하..다들..하하..
 

 


밝은 불빛에서 보아도


이 얼굴은


여전히 추워 보이네


-- 이싸(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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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0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무서버요...

에레혼 2004-12-0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얼굴이?

거울 속 얼굴을 들여다보는 저 얼굴이?

아님 그대의 얼굴이?
 











 










 










 




 


청하 한 병 반,



화이트 소주 두 잔,



하이트 맥주 두 병,



모과차 두 잔




어제 초저녁에서 자정 무렵까지 내 몸이 흡수한 것들



그리고...  기록할 수 없는 ....... 말들



그 시간의 입자들





 

Between the Bars _ Elliot Smith

http://61.106.7.252/Media1/Pop/000018000/000018025/000018025001004.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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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12-06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술 세신걸요.

에레혼 2004-12-0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은 그만하면 됐고, 이제 다른 것에 좀 세졌으면 좋겠어요...

짐작에 블루님도 저와 대작할 만할 듯싶은데...어때요?

urblue 2004-12-0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술 끊은지 한참입니다. 지금은 맥주 한잔으로 만족이지요.

후배가 와인 한 병 사다주었는데, 그것도 마실까 말까 생각만 합니다.

코코죠 2004-12-07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님 코 빨개요. 와인님은 주정뱅이:) 라고 놀리기.
 


Daniel Zolinsky. Night Train





  





 





밤 기차의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어딘가 낯선 곳으로 달려가면 좋겠다


한 아홉 시간쯤


그런 속도감, 그런 촉감, 그런 쓸쓸함, 그런 낯설음이 지금 내게 필요하다



레일 위를 달려가는 기차의 부드럽지도 냉정하지도 않은 진동과


차갑고도 눈물겨운 유리창의 촉감과


창밖으로 잘 가늠되지 않는 뭉개진 풍경들......



왜, 지금, 나는, 그 속에 있을 수 없는 거지?




 

Ne Me Quitte Pas - Nina Simone


http://user.chollian.net/~string87/NinaSimone04.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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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04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와인님, 오랜만이에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저도 창밖 뭉개진 풍경을 보고 싶어요.

이 음악 이 음성으로 들으니 차암 좋습니다.
 

 













 






 






 



 



 


 나윤선, Rainy Day (MBC 수요예술무대)



http://home.freechal.com/angellady/sound/RAINY.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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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2-04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겨울이 훌쩍 다가오겠군요. ^^

비로그인 2004-12-0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슬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