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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방울이 반짝반짝 마음별 그림책 29
윤여림 지음, 황정원 그림 / 나는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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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좋은 날 우리의 마음이 환해지는 건 빛방울 하나하나에 담긴 다정한 마음과 따뜻한 시선과 맑은 희망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지금 우리 사이에도 작은 빛방울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팡팡 터지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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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만나서 마음별 그림책 23
코비 야마다 지음, 나탈리 러셀 그림, 김여진 옮김 / 나는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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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약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아이를 지금의 내가 되도록 보듬어 주고 이끌어 준 내 인생의 선생님들을 떠올려 준 책이에요. ˝실수할 때가 바로 배움의 순간이며˝ ˝내가 가진 힘을 믿게˝ 되는 게 진정한 용기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께 드리는 감사와 그리움의 꽃다발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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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나무 마음별 그림책 18
코리나 루켄 지음, 김세실 옮김 / 나는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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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당신 안에, 우리 안에 나무 한 그루씩 자라고 있다는 생각은 얼마나 다정하고 아름다운 발견인가요. 그 깊은 지혜를 이토록 예쁘고 환한 그림과 글로 펼쳐 보여주는 코리나 루켄, 믿고 보는 작가입니다. 그의 상상력이 이 새봄에 활짝 꽃을 피웠네요! 책장을 넘기고 나면 마음이 환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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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 클럽 메피스토(Mephisto) 1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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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트 클럽>

(척 팔라닉 원작, 최필원 옮김, 책세상)

(데이비드 핀처 감독,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출연))

 


                   우주가 마음대로 되는 것이었다면
                        그렇다면 산산이 부숴 버렸을 것을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우주를
                        새로이 만들어 보았을 것을

                        오머 하이얌의 <루바이야트> 중에서
 

  
 

 

 

 

 

 

 

 

 

 


소설 <파이트 클럽>을 뒤적이는 동안도 너는 때때로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온라인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새로 발견한 상품들에 마음이 흔들리곤 했다. 지난주에 택배로 도착한 물건이 모니터 상에서 보던 것과 달라 실망한 기억을 채 지우지도 못했는데, 아직 구입을 미루고 있는 상품들에 대한 미련으로 짬이 날 때마다 '즐겨찾기'에 들어있는 쇼핑 사이트에 들르곤 한다. 너는 네가 작성한 '즐겨찾기'가 군더더기 없이 단순 명쾌한 네 자신의 '존재 증명서'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새로운 주민등록증. 네 영혼은 그곳에서 즐겨 머무르고, 네 시간은 그곳에서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저녁 때 9시 뉴스와 드라마 사이 채널을 돌리다가 홈쇼핑 채널에 대책 없이 눈길이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효리의 "텐 미니츠" 리듬에 맞춰서 탱크 톱과 핫팬츠 차림의 깡마른 여자들이 런닝 머신 위를 경쾌하게 달리고 있다. 그 여자들은 행복과 환희의 미소를 공식적인 표정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너도 하염없이 그 트레드밀 위를 달려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든다. 그렇게 함께 달리다 보면 저 여자들의 미소가 너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네 머릿속을 뿌옇게 채워 간다. 화면 속의 시계가 째깍째깍 소리도 없이 일 초 일 초 줄어드는 시간을 알려준다. 저 시계가 제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저 행복의 대열에 끼어 들어야 할 것 같은 초조감이 든다. 저것 봐, 서두르라구! 보너스 상품과 경품 추첨의 행운까지 함께 날아가 버리기 전에.
  내일이면 거대 기업의 반열에 진입할 홈쇼핑 업체와 전국을 거미줄처럼 뒤덮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과 택배 업체와 공동 구매와 특별 사은 행사와 카드 결제와 쇼핑 중독과 불면증 환자들의 세상이여, 그 미래는 영원 불멸 아니면 완전 파멸일 터!
  너는 지친 잠 속에서도 그 트레드밀 위를 달리고 있다. 꿈속에서 너는 꿈꾼다. 그만 이 헛된 욕망의 트레드밀 위에서 내려가고 싶다고.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같은 리듬과 속도로 달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모든 것이 달라진 새로운 세상을...... 세상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산산이 부숴 버리고 싶다고.      


 
자동차 회사의 리콜 심사관인 나(에드워드 노튼)의 유일한 즐거움은 스웨덴산 고급 가구 회사 카탈로그에 소개된 가구를 모으고, 유명 상표의 물건들을 구입하는 것. 이케아 소파와 소니 텔레비전, IBM 컴퓨터, 스타벅스 커피에 아르마니 넥타이가 가득한 출장 가방……. 그러나, 나는 일상의 무료함과 공허함 속에서 늘 새로운 탈출을 꿈꾼다. 나는 출장 때마다 비행기가 추락하기를 바라고, 암으로 죽어 가는 이들이 부럽고, 세상은 불만스럽기만 하다.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은 야행성이다. 그는 남들 다 자는 밤에 영사기사 일을 한다. 필름 한 편이 다 돌아가면 정확한 시간에 다음 필름으로 교체한다. 그는 가족 영화 상영 때 포르노 필름을 한 커트씩 끼워 넣는다. 유명 배우가 더빙한 만화영화에 타일러의 흔적이 순간 순간 번뜩이는 것이다. 타일러는 호텔의 연회 웨이터로도 일한다. 그는 요식 산업의 테러리스트였다. 디저트에 방귀를 뀌고 야채엔 재채기를 하고 버섯 수프엔 오줌을 갈긴다.

  타일러가 조직한 ‘파이트 클럽’에는 규칙이 있다. 1조: 클럽에 관해 발설하지 않는다. 2조: 파이트 클럽에 대해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3조: 상대가 뻗거나 비명을 지르면 싸움을 멈춘다. 4조: 일 대 일로만 붙는다. 5조: 한 회에 한 번만 싸운다. 6조: 상의와 신을 벗는다. 7조: 필요하면 싸움을 계속한다. 8조: 여기 처음 온 사람은 반드시 싸운다.

  파이트 클럽 회원들이 조금씩 변화한다. 예전엔 열 받으면 집 청소를 하고 가구를 닦았다. 전 같으면 보험금을 듬뿍 타서 새 콘도를 보러 다녔겠지만 이젠 다르다. 늘 다음 모임만 생각한다. 이젠 피 맛이 역겹지 않다. 싸우고 싶은 욕망, 타일러는 그 욕망을 드러냈을 뿐이다. 비명소리를 덮는 둔탁한 파열음 피를 뿜으며 내뱉는 신음. 클럽엔 생명력이 넘쳤다. 승패는 상관없었다. 말도 필요 없었다. 오순절 교회의 방언처럼 터지는 괴성, 한바탕 붙고 나면 모든 게 담담해졌다. 구원받은 그 느낌, 파이트 클럽은 타일러가 세상에 준 선물이었다.

  우린 그 누구보다 강하고 똑똑하다. 헌데 그 능력이 말살되고 있다. 주유소, 식당, 사무실에서 배운 놈들에게 착취당하며 살고 있다. 우린 광고 속의 고급 차와 옷을 사려고 억지로 일을 한다. 우린 갈 곳 없는 역사의 고아다. 2차 대전도, 세계 대공황도 못 겪었지만, 이젠 우리의 삶이 영적인 공황을 겪고 있다. TV는 환상을 심어 준다. 백만장자와 스타의 헛된 환상을… 그 꿈이 깨어질 때 우린 열을 받는다. 자, 이제 숙제를 하나 내주겠다. 생판 모르는 자에게 시비를 걸어라. 싸움을 걸어라. 이제 3분 남았다. 곧 폭발할 것이다. 여긴 대 참사를 감상할 로얄석, ‘초토 작전’ 파괴위원회는 12개 건물을 폭약으로 도배했다. 2분 후면 연쇄 폭발로 몇 동네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이 총과 폭탄과 혁명이 1분 후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우린 평범한 존재다. 고로 우린 세상의 쓰레기다! 넌 변화를 원했지만 혼자선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상상해낸 게 나, 타일러야. 난 네게 없는 걸 다 갖췄어. 외모, 정력, 능력, 게다가 자유로움까지! 타일러는 없어. 누구나 매일 상상 속에서 변화를 꿈꾸지만 너처럼 실천하진 못해. 넌 때론 날 지켜보기도 하고 때론 네 자신이 되지. 넌 조금씩 변해가고 있어. ‘타일러 더든’으로!

  (영화 <파이트 클럽>의 대사 인용)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 롤링 스톤즈와 스팅 등 여러 팝 스타의 뮤직 비디오와 CF에서 실력을 닦으며 성장해 온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역설적이게도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 자본과 기술 문명과 상업주의에 영혼을 저당 잡힌 현대인의 소외와 절망을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도발적이고 현란하면서 음울한 조롱의 어법을 지닌 '데이비드 핀처' 표의 영상으로.
  “인간은 사냥을 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지금 쇼핑을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 죽일 것도 없고, 싸울 것도 없고, 극복해야 할 것도 없는 우리는 거세된 세상에서 태어난 거야.”
  죽일 것도 없고, 싸울 것도 없고, 극복해야 할 것도 없고, 탐구해야 할 것도 없는 이런 거세된 세상에서 태어나는 것이 오늘의 '보통 사람'이다. 수많은 가능성은커녕 단 한 가지의 가능성도 주어지지 않은 인물, 정말 어떻게 자기 인생을 바꾸어야 할지 선택의 여지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그런 인물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현대인의 비극은 바로 그가 사는 세상이 별로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은 이미 다 구현되었고 그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 대한 관심과 희망은 고맙지만 그대는 그저 인터넷이나 접속해 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이때 이런 무기력한 내 앞에 유령처럼 나타난 타일러는 말한다.
   "컴퓨터 시대? 신용 카드 사회? 모든 개인의 채무 기록이 폭발하면 인류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자기 계발은 자위 행위에 불과해. 오직 폭력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길이며, 가진 것을 모두 버려야 자유를 얻을 수 있어.”
  타일러라는 인물은 물질주의 사회로부터의 '일탈'을 소원하는 자아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인공이 타일러를 때리는 장면은 허상으로 가득 찬 자신의 정체성에 반기를 들고 그 틀을 깨고자 하는 최초의 시도로 해석된다. 때리고 맞으면서 "폭력과 파괴를 통한 정체성 회복 "을 갈망하던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왜곡시키고 허상으로 채워놓은 물질 지상주의 사회를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타일러가 만들어 파는 '비누'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품'이다. 지방 흡입 시술소에서 버려진 사람의 지방으로 만들어진 고급 비누(!)가 불티나게 백화점에서 팔려나간다. 비누는 단지 그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양잿물과 비슷해서 무엇인가를 파괴하고 씻어내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폭력에 연관시켜 보면 영화 속에서 '비누'가 갖는 의미는 더욱 더 커진다. 결국 적당한 폭력은 비누와 같고, 과다한 폭력은 잿물과 같다. 파이트 클럽은 새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폭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쎄븐>에 이은 데이비드 핀처의 진정한 걸작 <파이트 클럽>은 여전히 어둡고 여전히 심오한 묵시록의 세계이다.  데이비드 핀처는 이 영화가“남자다움에 대한 우리의 혼란과 복잡함에 대한 공격, 그리고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와 소비 문화에 거세당한 한 남자의 자기 분열적인 욕망과 초월에 관한 이야기. 입 속에 총을 쑤셔넣고 살아난 그 남자는 자기의 분열 과정을 함께 해 온 연인과 같이 마천루가 즐비한 야경을 바라본다. 후기 자본주의의 상징인 신용카드사와 금융회사의 건물들이 마치 9.11의 무역센터처럼 하나둘 허물어져 내리는 그 황홀한 광경을. 그것은 모든 것이 파괴되는 순간이면서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핀처 감독은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자신 있게 '해피 엔딩'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이트 클럽>은 이야기의 독특함과 짜임새 있는 구성뿐 아니라 개성 살린 연기, 감각적인 영상, 현란한 카메라 워킹과 편집, 디테일한 음향 효과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진짜 '영화' 그 자체라 할 만하다. 특히 두 주연 배우의 연기는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겨 주는데, 에드워드 노튼의 얼떨떨한 표정과 착 가라앉은 나레이션은 '나'의 분열과 혼란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고, 반항적이고 냉소적인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절정에 다다른 카리스마를 느끼게 한다. 브래드 피트는 <가을의 전설> 류의 매끈한 역할보다는 '망가지는 역할'을 할 때 그 매력이 도드라지는 배우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시켜 준 영화이기도 하다.

  1996년에 발표한 소설 <파이트 클럽>을 통해 인상적인 '도플갱어'를 창조해 낸 작가 척 팔라닉은 컨테이너 열차의 디젤 엔진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파이트 클럽>은 첫 번째 소설 <인비저블 몬스터>가 너무 파격적이고 논쟁적이란 이유로 출간을 거부당하자 출판업자들에게 보복할 생각으로 씌어진 작품이라는데, 이 소설로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고도 널리 알리게 된 셈이다. 그 뒤 몇 편의 소설을 통해 시종일관 긴박감으로 몸서리치게 하는 어투와 광기, 엉큼하고 신랄한 풍자와 잔인하고 냉소적인 시선은 척 팔라닉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그는 영화 <파이트 클럽>을 통해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 브래드 피트의 섹시한 입술이 부러워 실제로 입술의 볼륨을 높여주는 기구를 구입할 정도로 괴짜라고 한다.

  광고를 통해 성장했으면서 소비 문화에 길들여진 현대인을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타 배우 커플이자 부자인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타일러 더든' 역, 자신의 원작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섹시한 입술을 부러워해 입술 볼륨을 키워주는 기구를 사들이는 작가, 그리고 <파이트 클럽>과 만나는 동안에도 홈쇼핑 채널과 온라인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멋진 상품들에 쉽게 매혹 당하는 너...... 여전히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의 트레드밀 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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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2004-09-03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트 클럽>, 정말 좋은 영화이지요. 저는 소설보다 영화가 한 수 위라는 느낌이었어요. 오히려 영화가 원작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더 잘 담아내고 있다고 할까요. 강렬한 영상과 울림이, 브래드 피트의 그 비아냥거리는 표정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근데, 시아님, 이 야밤에 산책 중이신가요? 알라딘의 숲길을......

urblue 2004-09-0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저도 무척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소설을 볼까 하다 척 팔라닉의 다른 작품 <서바이벌>을 골라들었는데, 좀 실~망 했답니다.
책이 아니라 DVD를 구입해야 겠습니다.

2004-09-07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레혼 2004-09-0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실은 아침에 이 답글을 봤지만,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몰라 좀 묵혀 두었습니다.
욕망... 거대 자본의 음모... 멈출 수 없는 쇼핑... 존재의 증명 또는 위안
저도 늘 그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며, 현기증을 느끼고 있답니다.
이 욕망이 진정한 내 것인지, 학습되거나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인지도 의심할 여력도 없이,
머릿속이 붕붕거리면서도 멈추질 못합니다.
실은 이 서재를 만들고 나서도, 처음의 순진한 기대와는 다르게,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욕망에 또 쫓기고 있는 자신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습니다......

2004-09-1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못 봤어요..보고 싶네요. 그리고 저 두 번째 사진..영화 속 장면 일 테지요..강렬합니다.

에레혼 2004-09-1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님, 여기도 들르셨군요
보고 싶다는 그 욕망이 무색하지 않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브래드 피트, 이 영화에서 '진짜 괜찮은 배우'라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요
가을 밤에 보기에는 너무 가슴을 싸하게 만들려나......

프레이야 2004-09-1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인사드려요. 참나님 서재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리뷰 정말 멋집니다.
은밀한 생, 도 그렇구요. 좀 가져갈게요.^^
 
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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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마누엘 푸익 원작, 송병선 옮김, 민음사)

(헥토르 바벤코 감독)

 

 

삶이라는 이 난해하고 부조리한 과정을 한두 마디 말로 표현하라고 한다면(이렇게 과감하고도 허황된 요구를 과연 누가 할 수 있으랴만....),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관계'와 '영향'이다. 이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는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멀고 가까운 관계 속에서 미처 다 감지하지 못하는 크고 작은 영향들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고,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미워하면서, 일상의 삶이 기우뚱거릴 만큼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때로는 아주 무심하게 그냥 지나치면서, 어떻게든 누군가의 삶과 겹쳐지려 애쓰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자기 삶에서 지워 버리려 애쓰면서, 누군가를 알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알지 못한 채, 또는 자신은 의식하지 못한 사이 누군가와의 보이지 않는 관계망 속에 일찍부터 들어가 있으면서, 그렇게 우리는 자기 앞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만나 어떤 관계를 이루고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느냐가 어쩌면 그 삶의 궤적 전부일지도 모른다. 나는 때때로 '영향(影響)'이란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곤 하는데, 그 말이 가리키는 그대로 '그림자'와 '메아리'― 바로 그것이 관계라는 것의 본질을 놀랍도록 명쾌하게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그가 만난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언가가 조금씩 달라진다. 둘은, 둘의 사이는 변화한다. 내가 그의 그림자가 된다. 그가 나의 메아리가 되어 울린다. 둘은 서로 만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여기 두 남자, 아니 두 사람이 있다.
비좁고 음습한 감방,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동성애자와 혁명을 꿈꾸는 냉소적인 정치범. 이 둘은 서로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니고 서로 너무도 다른 성격과 방식으로 살아 왔고, 그 '다름'은 감방이라는 이 좁은 공간 안에서 자연히 부딪히게 된다. 경멸과 혐오와 차별과 몰이해...... 그 부딪힘은 '갇혀 있는 현실'을 잊기 위해 시작된 다섯 편의 영화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 영화 이야기가 끝날 즈음 두 사람은 어느덧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그림자가 되고 서로의 삶에 깊은 메아리를 울리게 된다.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두 죄수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끌고 나가는 한 권의 책, 무척 흥미롭고 뜻밖에도 이야기가 풍부하다.
 
발렌틴(라울 줄리아)은 기자 출신으로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검거된 정치범이며, 또 다른 한 명은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몰리나라는 동성애자이다. 몰리나(울리엄 허트)는 교도소 쪽으로부터 발렌틴의 조직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알려주면 석방해 주겠노라는 제안을 받는다.
감성적인 몰리나는 감옥 생활의 따분함을 잊기 위해 그가 보았던 영화를 발렌틴에게 이야기한다. 헐리우드 영화에 빠진 순진한 동성애자와 단호한 좌파 행동가의 거리가 쉽사리 좁혀질 리 없다. 처음에 몰리나는 나치 치하에서 적을 사랑하는 여가수의 이야기를 발렌틴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발렌틴은 마르크시즘에 입각하여 그 영화에 대한 평을 한다.

"이건 더럽고 추잡한 나치 영화란 말이야!"
"아니야, 더럽고 추잡한 것은 바로 너지, 영화가 그런 것이 아니야."(81쪽)

현실의 고통을 잊고 싶은 몽상가와 현실을 직시하려는 투사의 팽팽한 관계는 소설 속 영화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누그러지고 변화한다. 몰리나와 발렌틴은 생각과 감성의 차이를 계속 드러내지만, 어느 시점부터 두 사람의 언어엔 촉촉한 기운이 번진다. 모두 여섯 편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이 서서히 둘은 서로의 그림자가 되고 메아리가 된다.

두 사람의 대화 가운데 무척 인상적이었던 대목 하나. 자신이 생각하는 '남자다움'에 대해서 나누는 두 사람의 견해는 이렇게 서로 다르면서도 아름답다. 

― 몰리나 : "남자에게 가장 근사한 점은 멋지게 생기고 힘이 센 거야. 힘이 세다고 과시하지 않지만, 자신있게 나아가는 그런 태도지...... 자기가 뭘 원하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야. 물론 전혀 겁내지 않고."
― 발렌틴 : "그 누구에게 허풍 떨지 않는 것...... 심지어 권력을 쥐고 있더라도. 아니, 남자가 된다는 것은 그 이상의 무엇이야. 그건 명령이나 팁 따위로 그 누구도 깎아 내리지 않는 것이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 네 옆에 있는 누구에게나 자신이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또 마음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지." (89 - 91쪽)

혁명 투사로부터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 존중의 자세를 배우는 몽상가. 그리고, 처음에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동성애자로부터 진정한 사랑의 자세와 인간애를 배우는 혁명 투사. 그리하여 두 사람은 마침내 '몸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하나가 된다. 그 육체적 합일의 순간이 막 지나고 나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는 그 어떤 연인의 사랑의 장면보다도 아름답고도 슬프다.

"또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알아, 발렌틴?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주 짧았지만, 내가 여기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 여기도 아니고 밖도 아닌 것 같은 그 어떤 느낌......"
"........."
"나는 없고....... 너 혼자만 있는 것 같았어."
"............"
"내가 아닌 것 같았어. 지금 난...... 네가 된 것 같아." (289쪽)

결국 몰리나가 교도소의 제안을 받아들여 고뇌와 갈등 속에서 석방하게 되면서, 둘은 작별을 나누게 된다. 

"내 생각 많이 할 거야?"
"너한테 많은 것을 배웠어...... 몰리나......."
"발렌틴, 너한테 한 가지 약속할게. 널 떠올릴 때마다, 난 행복할 거야. 네가 나한테 가르친 대로 말이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약속해 줘....... 다른 사람이 널 무시하지 않도록 행동하고, 아무도 널 함부로 다루게 하지 말고, 착취당하지도 말아. 그 누구도 사람을 착취할 권리는 없어." (344쪽)

꽃은 봉오리로 바쳐져도 헛된 희생은 아니라고 했던가. 투사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배운 몽상가는 헌신이라는 이름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는다. 발렌틴의 전갈을 동료에게 전하려던 몰리나는 거리에서 총격을 당하고, 전기 고문을 받은 발렌틴은 교도소 의무실에서 몰리나라는 거미여인을 꿈꾸면서, 몰리나가 이야기한 영화를 자신의 영화로 만들면서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동성애자는 혁명가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러 달려가다 죽어 가고, 혁명가는 사랑을 깨달으며 죽어가는, 다시 말해 사랑이 혁명이 되고 혁명이 사랑이 되는 경이로운 역설과 화해의 드라마.......

"나는 성에 있어서 음성적이고 터부시되는 모든 것을 탈신비화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한 마누엘 푸익 영화 감독이 되려다 실패한 사람이다. 1932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푸익은 6살 때부터 극장에 출근하다시피 한 헐리우드 키드였고 실험영화에 심취한 적이 있으며 조감독도 거쳤으나, 결국 감독으로 이름을 남기진 못했다.  대신 소설을 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소설은 영화보다 더욱 영화적이었다. 왕가위 감독은 자신의 <아비정전>과 <해피투게더>가 푸익의 <상심의 탱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76년에 첫 출간된 소설 <거미여인의 키스>는 푸익의 대표작이며, 그의 이름을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마르케스와 보르헤스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걸작이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1985년 헥토르 바벤코 감독의 영화로 일반인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왔지만, 원작의 풍부하고 섬세한 울림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 몰리나가 이야기하는 기억 속의 영화는 황색 톤으로 그려지고, 현실 속의 감옥은 푸른색으로 채워진다. 환상으로서 영화와 폭력만 남은 환멸의 시대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셈이다. 핵토르 바벤코 감독이 지휘한 '갇힌 자유인'의 노래는 끝까지 부드럽고 크게 울린다. 윌리엄 허트는 감성적인 동성애자 몰리나 역을 맡아 빼어난 연기로 아카데미와 칸느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는 가슴을 적시는 빼어난 연애 소설이다.  몰리나가 "맹세컨대 내 영혼은 모두 당신의 것이고, 내 생각과 삶도 당신의 것입니다.  마치 이 고통처럼..."이라고 '내 편지'라는 곡을 노래할 때, 두 사람의 사랑엔 어떤 이물질이 끼어들 틈도 보이지 않는다. 몰리나의 애절한 노래와 죽음은 동성애에 대한 어떤 변호보다 깊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거미여인의 키스>에 대해 시인 황인숙은 이런 시를 썼다.

"몰리나의 사랑이 불쾌하지 않은 건 몰리나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육체를 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몰리나의 가슴은 평화와 우아함과 미소로 가득했다. 몰리나는 진정한 여성이며 진정한 인간이었다. 나는 이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한 편의 판토마임을 생각했다."


나는 몰리나의 사랑의 자세에 대해 이런 군말을 덧붙인다.

"사랑하는 방식이 그 사람의 존재하는 방식이다"라고. 이 시대는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다양한 잣대로 규정 짓는다. 가령 당신이 소유하는 것이 당신을 말해 준다고 한다. 또, 당신이 보는 것, 당신이 읽는 것,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 당신을 말해 준다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잣대보다도 이것을 믿고 싶다. "당신이 사랑하는 방식이 당신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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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7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레혼 2004-09-0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제 것이 될 수 없는 과찬의 말에 잠시 멈칫거렸습니다.
제 서재의 품격과는 상관없이, 앞으로도 님의 '고혹적인'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래요.
제 방은 아직 어수선하고 산만하지만, 가끔 들러서 쉬다 가시기를.... 마음 풀어놓고 쉬기에는 너무 깔끔하고 완벽하게 정돈된 곳보다는, 좀 어질러져 있는 허접한 구석 공간이 더 나을 때가 있잖아요......
문득 <베로니카의 이중 생활>이란 영화가 떠올랐어요, 님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건 무슨 까닭인지......

내가없는 이 안 2004-09-1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덧붙인 말이 적확하군요. 사랑하는 방식이 존재하는 방식이라니... 오래전 영화로만 접한 작품인데 옆으로 미뤄만 둬왔던 이 책을 님의 리뷰가 읽으라고 종용하는 듯하네요. ^^

에레혼 2004-09-18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방식이 존재하는 방식이란 말... 그 정언과 맞닥뜨리는 순간들이 종종 있지요.
그 말을 믿으면서도, 그 말을 실천하며 살기란 쉽지 않네요.

브리즈 2004-10-27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도 영화도 상당한 울림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영화 속 몰리나 역을 연기한 윌리엄 허트는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뒤늦긴 했지만, 잘 읽었습니다. ^^..

에레혼 2004-10-27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제 방에서 뵈니 반갑습니다......

제 생각에는 영화도 수작이었지만, 원작의 깊이랄까 시각을 충분히 담아 내지는 못한 것 같아요, 두 장르 간의 본질적 거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전 윌리엄 허트의 열연만큼이나, 마누엘 푸익의 길고 긴 각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각주의 분량이 버겁게 느껴졌지만, 읽어 갈수록 아주 쫀득쫀득한 묘미가 있더라구요.

딸기 2004-12-21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 투...입니다

runic 2006-04-2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에 쓰신 리뷰군요. 느닷없이 제게 잊을 수 없는 대사가 생각나서 남깁니다. 영화에서 윌리엄 허트가 이런 말을 하지요. "행복할 때 가장 좋은 건 다시는 불행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야" 책에도 이 대사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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