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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골목길 부처다 - 이언진 평전
박희병 지음 / 돌베개 / 2010년 11월
평점 :
이언진(李彦瑱,1740-1766)이란 이름을 언제 들었을까? 한국고전문학을 기웃거릴 때이다. 조동일 교수의 주저 <한국문학통사3> '위항문학의 위상' 부분엔 이언진이 이렇게 자리매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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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진은 뛰어난 시인이다. 젊은 나이에 죽을 병이 들었을 때, 자기 원고를 모두 불태우며 알아줄 사람이 없는 것을 한탄했다고 한 데서 지위와 재능이 어긋난 고민이 잘 나타난다. 박지원이 <우상전>이라는 전기를 지어, 생애와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역관이 되어 일본에 갔을 때 사신들보다 뛰어난 시를 지은 사실을 말했다. 그 때 일본에 동행한 사대부 문인 김인겸은 국문 가사 <일동장유가>에서 견문을 착실하게 기록하고, 역관인 이언진은 풍속을 빈정댄 한시를 능란한 솜씨로 썼다.(177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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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한국문학통사>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언진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 꼼꼼히 안 읽은 탓이겠지만, 이언진의 남겨진 작품이 거의 없는 탓에 <통사>에 실린 설명도 간략하다. 이언진 평전 <나는 골목길 부처다>를 읽고나니 조동일 교수의 이언진평이 매우 정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동일 교수가 이언진을 '위항문학'-'위항'이란 골목길을 말한다-부분에서 다루는데, 이언진은 역관이다. 물론 그는 신분상 중인이다. '지위와 재능이 어긋'나다는 말은 사대부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중인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제 재능을 펴지 못하고 요절했음을 뜻한다.
이언진은 27살에 요절한다. 얼마나 글을 썼을까마는 기록에 따르면 상당한 양의 작품 활동을 했다 한다. 하지만 죽기 전에 자신의 원고를 스스로 불태웠고, 아내에 의해 소량의 원고가 남겨져 후에 <호동거실>-'호동' 역시 위항과 같은 골목길이란 뜻이다-이란 시집이 출간된다.
이 책의 저자 박희병 교수는 공들여 학계와 대중들에게 이언진을 소개하고 있다. 이언진의 시집 <골목길 나의 집>을 번역했고, 같은 책에 대한 평설인 <저항과 아만>을 펴냈다. 이언진 전도사로 나선 셈인데, 평전을 대하니 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박희병은 우선 세상에 무명의 이언진을 알린 연암 박지원의 소설 <우상전>-'우상'은 이언진의 호이다-을 비판한다. 박지원과 이언진은 동시대 사람인데, 이언진은 당대의 천재 박지원에게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박지원은 그를 박대한다. 박희병은 이 사건과 <우상전>을 박지원의 깜냥과 세계관이 이언진을 담아낼 수 없던 한계 때문이라 분석한다.
박지원의 시대를 앞서간 정신은 두말 할 나위가 없지만, 그 역시 사대부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한다. 신분적 한계는 박희병 교수가 <운화와 근대>란 책에서 분석한 혜강 최한기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희병은 박지원과 최한기를 잇는 울돌목으로 이언진을 놓는다. 신분이란 한계마저 넘어 근대를 선취한 선구자로 이언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연암과 혜강에 비할 때 변변한 문집조차 없는 우상을 다각도록 분석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해서 박희병은 '평전'과 '평설'이란 갈래를 통해 우상에 다가가지만 이후 작업 역시 이에서 더 나가긴 힘들어 보인다. 나만의 설레발일까?
李彦瑱(1740-1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