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인의 눈으로 - 발췌 지만지 고전선집 588
조지프 콘래드 지음, 김태숙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조지프 콘라드는 뿌리 뽑힌 자였다. 그는 러시아령 폴란드에서 태어나 폴란드어로 교육 받는다. 열두 살에 고아가 된 그는 선원이 되려 프랑스로 건너간다. 도박 빚에 권총 자살을 시도하고선 영국에 건너가 항해사 자격을 취득한다. 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떠돌다 영국에 귀화해 영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그가 영국의 비평가 리비스에 의해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The Great Tradition)'이라 자리매김 된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물론 이방인 콘라드를 영국 소설의 전통에 자리잡게 한 리비스의 시선은 비판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말이다.  

  콘라드는 작가 자신과 같은 뿌리 뽑힌 자를 소설의 인물로 자주 사용한다. 이 소설 <서구인의 눈으로(Under Western Eyes)>도 전형적이다. 주인공 라즈모프는  러시아의 주변부 인물이다.  그의 꿈은 소박하다.  출세를 통해 러시아의 중심부에 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중심부인 서구를 지향하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그의 꿈은 깨진다.  그의 최후는 그가 서구와 비서구로부터 동시에 버림받음을 의미한다. 

  러시아령 폴란드에서 태어나 제정 러시아를 증오하던 작가가 소설에서 러시아의 정치 현실을 풍자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콘라드의 탁월함은 그를 구원한 서구 사회의 정치 역시 인간 개인에겐 낙원이 될 수 없음을 또한 말하고 있는 데 있다. 이것이 콘라드의 눈으로 바라본 정치의 실상이다.  

 

 

        Joseph Conrad(1857-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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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2-2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만지의책을 저는 한권도 갖고 있지 않은데..요즈음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이 제법 눈길을 끄네요. 조지프 콘라드도 이름만 들어봤는데 작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보여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2-30 12:14   좋아요 0 | URL
콘라드는 분명 한계도 갖고 있지만, 20세기의 위대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이랍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도 평생 콘라드를 연구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죠. 소설들이 꽤 번역되어 있습니다. '반딧불이'님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세요^^
<서구인의 눈으로>는 1983년 중앙일보사에서 번역되었는데, 지만지에서 다시 번역했더군요. 반갑게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2-30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만지 책들 왕 사랑하는데, 이 책은 아직 못 읽었어요.
이 분 책 뭔가 읽었었던 것 같은데, 약간 시니컬한 반어법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2-30 12:17   좋아요 0 | URL
'어둠의 속'을 말씀하신대로 '시니컬'하게 파헤치는 작가이죠. 그가 지녔던 문제의식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계도 분명 있지만, 앞서 나간 문제의식을 보여주었던 작가이구요.
지만지에서 좋은 책들을 번역하고 있더군요. 관심을 가져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