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교감 - 한 프랑스 비평가의 한국문학 읽기
쟝 벨망 노엘 지음, 최애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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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의 설명에 따르면 벨맹 노엘의 비평 작업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으며, 텍스트 외적인 요소를 일절 배제하고 ‘텍스트의 무의식’을 들춰내는 ‘텍스트분석’(textanalyse)이라는 득의의 방법론을 구축했다. <충격과 교감>에서도 그는 주로 프로이트 이론의 틀에 맞추어 작품을 분석한다.  <낯선 시간 속으로>에 대해 그는 “나는 그것과 비슷한 어떤 작품도 그전에는 읽어본 적이 없었다”라고 높이 평가한다. 같은 작가의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에 대해서는 거울과 전화기라는 두 개의 사물이 지니는 상징성을 중심으로 분석 작업을 행하는데, 역사와 현실을 배제한 채 텍스트에만 집중한다는 공언처럼 소설 속 핵심 사건인 1980년대 대학가의 분신자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에 실린 최재봉 기자의 책 소개이다. 책의 저자 장 벨맹-노엘의 비평관을 불만스러워하는 투다. 최재봉 기자도 말하지만 저자 장 벨맹-노엘은 정신분석비평을 견지하는 비평가이다. 한국에는 이 책의 역자이기도 한 최애영 교수와 함께 한국 문학을 불어로 번역해 프랑스에 알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온 걸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 실린 글의 대부분은 번역을 기회 삼아 접하게 된 한국 문학의 텍스트를 비평한 것이다.  

  정신분석비평가의 호기심을 자극한 한국 작가는 누구였을까? 책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을 순서대로 적어본다. 최인훈, 이인성, 정영문, 김영하, 김경욱. 최재봉 기자가 갖는 불만은 우선 이 작가들의 작품 성향일테지만, 더군다나 이들의 소설을 '텍스트 외적인 요소를 일절 배제'하고 분석하니 이 책의 가치를 높게 쳐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기사를 접하고 이 책을 읽었다. 우선 내가 의미 깊게 읽었던 최인훈의 <광장>, 이인성의 <낯선 시간속으로>, 작자 미상의 <변강쇠전>을 분석해주어 반가웠다.  

  나는 이 책을 '서구인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를 초점으로 삼고 읽었다. 저자의 정신분석비평이 못마땅하지 않았던 건 적어도 한국의 낯선 풍광과 풍속을 신기해하며 소개하는 범위는 벗어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자의 나라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근래 이청준과 이승우가 많이 소개되는 걸로 안다. 관념적인 작품들인데 저자 역시 비슷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관념적인 작품들을 소개하며 그들이 갖는 생각은 이런 것일 게다. "너희도 우리처럼?" 혹은 "너희가 이런 고민까지?"일텐데, 적어도 저자는 그런 값싼 신기함은 보이고 있지 않아 반가웠다.

 

       Jean Bellemin-Noël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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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1-2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되었건 반가운 일일진대, 그 작품들 불역이 어떻게 되었을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험난한 길이었을 게 뻔하니, 일단 노고를 치하하고 싶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8 10:33   좋아요 0 | URL
거의 모든 번역을 한국인 최애영 교수와 함께 했다고 하지요. 큰 도움이 되었겠지요. 이러한 작업이 희귀해서도 그렇겠지만, 번역과 관련한 여러 상도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물론 제가 불역한 작품의 질을 평가할 순 없겠지만요^^;

다이조부 2011-01-29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강쇠전 작자미상 이었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9 12:50   좋아요 0 | URL
판소리계 소설이 다들 그렇죠. 본디 작가가 있었겠지만, 이후 집단으로 가필을 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변강쇠전> 꽤 재미난 소설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2-01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청준의 영역본은 미국에서 본 적이 있어요.
프랑스에서 이청준이라면 그럴듯도 한데, 이승우도 그렇군요~
불역하시는 분인가 보군요~
전 불역은 잘 모르고, 불어를 우리말로 번역하시는 분 중엔 이세욱님을 좀 좋아해요.

명절 잘 지내시라고 인사 드리러 왔다가, 잘 모르면서 주절거리다 가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2-01 09:45   좋아요 0 | URL
파리대학 교수를 지냈던 분이랍니다. 한국 문학에 애정이 많으시다네요. 책에서도 그러한 애정이 많이 느껴지구요.
양철나무꾼님도 설연휴 잘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