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소리 - 일본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서은혜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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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모토 유리코의 중편(<가난한 사람들의 무리>)을 넣은 건 창비의 진보적 지향성이 세계문학선집에도 드러나는 거라 봐야겠다. 국내 초역이고 문학사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작가인데 진기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내용을 놓고 보자면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듯 하다.  나프(프로) 문학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로 의미가 있겠다.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공선>을 읽고 난 후의 허허로운 느낌과 비슷하다. 물론 고바야시 다키지도 나프 계열의 작가이지만.  

  꽤 이채로운 건 다니자키 준이치로다. <이단자의 슬픔>에도 특유의 악마성은 보이지만 자전을 동반하니 독자로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의 악마성을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는 좋은 소설인 듯 싶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장편(掌篇)소설은 전형적인 일본 소설의 모습이다. 허허로운 시공간 속을 헤매는 가운데 여운을 남기는데 편폭을 늘리면 그저 <설국>이 될 듯하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얼마 전 번역 출간된 <손바닥소설>은 가와바타 장편소설의 모음집이다. 20대 때부터 40여년 간 장편소설을 썼다는데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읽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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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산책자 2010-05-0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 소설 중 한 편을 블로그 이웃님이 올려놓아 읽어봤는데 아, 이런게 손바닥 소설이구나 했습니다. 굉장히 짧은 소설. 크로키 같은 느낌이죠. 창비에서 일본작가의 책을 이렇게나 번역해서 내었는지 몰랐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 찾아 읽을 수 있을지. ^^;

파고세운닥나무 2010-05-04 14:47   좋아요 0 | URL
전에 다니자키 준이치로에 대해 잠깐 얘기 나눈 적이 있죠? 읽어보신 <세설>은 다니자키 특유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 소설 꼭 봐야겠어요^^
리뷰에 언급한 작가들 외에도 좋은 작품이 많아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시가 나오야, 오오카 쇼헤이의 소설도 좋구요.
 
페미니즘 정전 읽기 1 - 근대소설편, 페미니즘 총서 3
송명희.안숙원.이태숙 엮음 / 푸른사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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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말봉(金末峰)의 소설(<망명녀>)은 매춘녀를 소재로 하고 있다. 염상섭이 <삼대(三代)>(1931)에서 여급 홍경애를 그리고는 있으나 그녀가 소설의 중심적 역할을 하진 않는다. 이 시대에 매춘녀를 주인공으로 삼는 소설이 양산된 건 꽤 이채롭다.

  최순애는 기구한 이유로 여자로선 나락까지 떨어졌다. 허윤숙의 도움으로 탈출은 하나 이미 어둠에 젖어버린 생활은 쉽게 끊을 수 없다. 담배와 모르핀을 끊기란 쉽지 않다. 윤숙이 강요하는 종교적 생활도 그녀를 바꾸지 못한다. 허나 사회주의자인 윤창섭은 그녀에게 각별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연모의 감정을 품던 그녀는 사랑을 고백하고, 윤창섭과 결혼을 약속한다.

  최순애를 격동시키는 데 윤창섭의 면모 역시 적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겠지만 사회주의적 이상이 큰 역할을 한 것이리라. 소설의 낙관적 색채가 이 때문인 것은 물론이다. 허나 사회주의가 여성의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은 소설 속에 보이지 않는다. 최순애는 격동적인 삶을 원하는데 종교와 같은 안으로의 침잠은 싫은 것이다. 사회주의가 딱히 자신을 비롯한 여성을 구제하리라는 기대는 없는 듯 하다. 매춘녀가 사회주의 운동의 지도자로 전신(轉身)한다는 소재는 극적이나 그 과정에 비약이 너무 많다. 지나칠 수 없는 흠이다.  

      김말봉(1901-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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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4-2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각의 소설들은 페미니즘 시각으로 다시 보고 있는 건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4-21 09:39   좋아요 0 | URL
한국 근대 여성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인데요. 나혜석처럼 유명한 분들의 작품도 있고 김명순, 이선희, 김말봉처럼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도 있네요.
책의 제목이 문제가 있는 게 이 소설들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페미니즘의 정전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말씀하신대로 페미니즘 시각으로 다시 들여다봐야 무언가를 겨우 얻을 수 있을 듯 하구요.
희귀한 소설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다이조부 2010-04-2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은 책을 말하는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아마 당시 시대의 제약을 고려한 책제목이 아닐까 싶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4-25 11:30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뵙네요^^
작가별로 여성으로서 갖는 자의식이 다를텐데, 뭉뚱그려 페미니즘의 정전이라 말하는 건 과하다 싶어서요. 사실 여성 작가가 지금은 꽤 많지만 저 시대엔 드물었죠. 그들의 작품을 정리하는 것에 의미를 갖는 책이지 싶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04-2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말봉의 작품은 페미니즘이라고 하기엔 좀 더 통속적이죠.그만큼 인기도 있었고...저는 <찔레꽃>을 읽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어떤 책에선가 김말봉을 페미니즘과 상반되는 소설가라고 평하더군요.보통 여자들의 심리에 영합하는...

파고세운닥나무 2010-04-25 22:42   좋아요 0 | URL
위 소설도 충분히 세속적으로 읽어낼 수 있죠. 여자들의 심리 뿐 아니라 남자들의 마음에도 부합하는 소설로도 읽을 수 있구요.

노이에자이트 2010-04-25 23:0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김말봉 소설이 재미있어서 일제시대 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서로 자기네 신문에 연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대단했다고 합니다.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중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스져춘 외 지음, 이욱연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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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서의 소설을 대하니 그에 대한 슬픔이 다시 밀려온다.  <루어투어 시앙쯔()>에서 버림 받은 한 남자를 그린 그가 <초승달>에서도 역시 버림 받은 한 여인을 그린다.  이 둘은 아무 잘못이 없지만 돈과 사람들은 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낸다.  문화대혁명의 홍위병들이 "네 잘못을 대라!"며 라오서를 자살로 몰고 갔듯이 말이다.  "민중을 그리자!"래서 열심히 민중을 그렸는데 말이다.   

  나에겐 문화대혁명의 첫 머리에 늘 라오서의 고통이 떠 오른다. 문혁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리영희와 신영복에게 내가 뻗대는 한 이유이다. 열심히 그렸던 민중으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Name:  lao she.jpgViews: 322Size:  19.9 KB 

             老舍(1899-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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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 대산세계문학총서 91
아리시마 다케오 지음, 김옥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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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요코를 비롯해 인물들의 모습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다.  

 

  1919년 작품이니 한국과 중국에선 한 해, 두 해 앞서 첫 근대소설인 <무정>(이광수)과 <광인일기>(루쉰)가 발표되던 시절이다.  

 

  요코를 보며 <슌킨쇼(春琴抄)>(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을 떠올렸다.   

 

  여주인공의 미에 대한 탐닉도 그렇고, 남자를 부리는 모습도 두 소설이 꽤 닮아있다.  

 

  삶을 놓고 보자면 이드거니 세상을 살아낸 다니자키와 정사(情死)로 삶을 마친 아리시마는 꽤 다르지만 말이다.   

Arishima Takeo.jpg 

          有島武郎(1878-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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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4-18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가 인상적이네요~

다니자키 준이치로 라는 이름은 웬지 정말 소설가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감이

말이죠.

친구한테 강준만이 쓴 이건희시대 와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을 얻었는데, 책이 어떨지

모르겠네요? 뭐 강준만이야 꾸준하니까 신뢰가 가는데, 노무현은 진보의 미래 가 기대에

못미쳤는데 이 책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8 17:42   좋아요 0 | URL
서거 1주기가 되어가니 노무현과 관련한 책들이 여러 모양으로 나오네요. 유시민을 안 좋아한다고 하셨죠? 유시민이 정리한 노무현의 자서전이라는데 돌베개에서 곧 출간되더라구요. 관심이 좀 가네요. 말씀하신 강준만의 책도 관심이 가구요.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의 전통적인 소재를 잘 다루던 소설가에요. 모르겠어요. 대학 때 이 사람 책 읽으면 거부감이 좀 일곤 했어요.
 
김영민의 공부론 - 인이불발, 당기되 쏘지 않는다
김영민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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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민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을까? 대학 신입생 때 역사학 수업을 대신해 김영민의 강연을 참석한 적이 있다. 역사학 교수는 김영민을 꽤 좋아했는지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라며 꽤 난해한 질문을 했다. 김영민을 한숨을 내쉬며 인문학의 현실과 대학의 실정을 말했다. 김영민은 이 때 전주에서 교수 노릇을 했을게다.  

  그에게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그가 교수 노릇을 관두고 인문학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한국 사회에서 자의로 교수를 관두는 건 '기이'한 일인데 그 기이함에 눈이 갔다. 이 때부터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가 독립적 삶을 누리려 주민등록증, 자동차 면허증, 부인을 두지 않는다는 말에 이 시대에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고민도 해봤다. 또 그의 대학 스승이기도 한 윤노빈을 덕분에 알게 되고 <신생철학(新生哲學)>을 만나는 감격도 누렸다.  

  김영민이 숙명여대 교수로 갔다는 말에 실망 비슷한 걸 했다. 사실 내가 남의 삶에 무어라 할 자격은 없지만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교수 노릇을 관 둔 '기이'함 때문이었기에 용렬함을 부려봤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을 통해 숙명여대에서의 교수 노릇이 한 학기만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난 내 용렬함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 대학에서의 교수 노릇, 관둔 이유를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저 이 사람을 더 깊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론>은 참으로 큰 제목이다. '공부꾼'이니 하며 공부에 관한 책을 내는 이들을 부끄럽게-실제 그들이 부끄러워 하는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만드는 책이다. 내가 아는 한 김영민 외에 이 정도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인문학 쪽에선 조동일 정도일 것이다. 조동일은 공부에 관한 책을 꽤 냈다. 대학 출판부에서 나오는 책이라 별무관심이지만 전 10권으로 펴낸 <세계.지방화시대의 한국학>은 조동일이 만들어간 일종의 공부론이다. 특히 학자의 생애를 다룬 9권은 압권이다.  

  김영민이 많이 읽혔으면 한다. 다작의 철학자를 알고 만나는 게 내 인생의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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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4-1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민의 <사랑과 그 환상의 물매>를 읽으면서 롤랑바르트가 생각났었어요. 제게는 다분히 현학적으로 읽혔던 책이지만요. <동무와 연인>은 보다말았지만 언젠가 이 분 글은 정독해야겠다 생각하던 참이었는데..일깨워 주시네요. 목차 확인하고 찜해둡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5 13:22   좋아요 0 | URL
<사랑의 단상>의 롤랑 바르트 말씀이시죠? <공부론>에서도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인용합니다.

저도 더불어 정독의 부지런을 떨어야겠습니다.

다이조부 2010-04-1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오랜만의 업데이트네요~ ^^

저는 김영민을 강준만을 통해서 알게 됬습니다.

철학과현실사 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철학으로 영화보기 영화로 철학하기 로 기억하는데

상당히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덕분에 예전 즐거운 책읽기를 환기 시키네요 ㅎㅎㅎ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5 15:27   좋아요 0 | URL
작년에 출간된 <영화인문학>도 좋습니다. 이 책에선 한국영화만 다루는데, 영화를 많이 보시는 '매버릭꾸랑'님이 저보다 얻으실 게 많을 것 같네요^^ 저는 이 책 보고 영화를 찾아보았답니다.

다이조부 2010-04-1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도연명 에 관심 있으세요?

중문학 공부 하신다길래~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6 18:02   좋아요 0 | URL
근대문학을 공부한터라요......
도연명에 대해선 문학사에서 언급하는 정도 밖에는 알지 못합니다.

다이조부 2010-04-1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연명에 관련된 두께가 묵직한 책이 있는데

흥미 있으면 보내드릴려고 했지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7 16:33   좋아요 0 | URL
말씀이라도 너무 고맙습니다^^

다이조부 2010-04-1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 빈말 아닌ㄷㅔ ㅋ

책은 주인이 따로 있는거 같아요.

친구네 집에 왔더니 친구 책장을 훝어보니까

탐나는 책이 몇 권 있네요.

마음에 드는 책은 가지고 가라는데, 예전 갔았으면 이것 저것 바리바리

챙겼을텐데, 욕심 부려봤자 읽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고 깔끔하게 2권만 챙기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8 18:44   좋아요 0 | URL
책을 마음껏 가져가라는 친구도 있고 부럽네요^^
친구 지도교수님이 꽤 유명한 분이라 출판사에서 신간을 보내주던데 친구가 그 책들을 야금야금 제게 가져다주곤 했어요. 친구한테 도둑질을 시킨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 책들 어차피 보지도 않고 버린다며 친구가 쿨하게 가져다 주더라구요.
그 친구 덕분에 신간을 꽤 챙겨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