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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의 공부론 - 인이불발, 당기되 쏘지 않는다
김영민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김영민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을까? 대학 신입생 때 역사학 수업을 대신해 김영민의 강연을 참석한 적이 있다. 역사학 교수는 김영민을 꽤 좋아했는지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라며 꽤 난해한 질문을 했다. 김영민을 한숨을 내쉬며 인문학의 현실과 대학의 실정을 말했다. 김영민은 이 때 전주에서 교수 노릇을 했을게다.
그에게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그가 교수 노릇을 관두고 인문학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한국 사회에서 자의로 교수를 관두는 건 '기이'한 일인데 그 기이함에 눈이 갔다. 이 때부터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가 독립적 삶을 누리려 주민등록증, 자동차 면허증, 부인을 두지 않는다는 말에 이 시대에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고민도 해봤다. 또 그의 대학 스승이기도 한 윤노빈을 덕분에 알게 되고 <신생철학(新生哲學)>을 만나는 감격도 누렸다.
김영민이 숙명여대 교수로 갔다는 말에 실망 비슷한 걸 했다. 사실 내가 남의 삶에 무어라 할 자격은 없지만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교수 노릇을 관 둔 '기이'함 때문이었기에 용렬함을 부려봤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을 통해 숙명여대에서의 교수 노릇이 한 학기만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난 내 용렬함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 대학에서의 교수 노릇, 관둔 이유를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저 이 사람을 더 깊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론>은 참으로 큰 제목이다. '공부꾼'이니 하며 공부에 관한 책을 내는 이들을 부끄럽게-실제 그들이 부끄러워 하는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만드는 책이다. 내가 아는 한 김영민 외에 이 정도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인문학 쪽에선 조동일 정도일 것이다. 조동일은 공부에 관한 책을 꽤 냈다. 대학 출판부에서 나오는 책이라 별무관심이지만 전 10권으로 펴낸 <세계.지방화시대의 한국학>은 조동일이 만들어간 일종의 공부론이다. 특히 학자의 생애를 다룬 9권은 압권이다.
김영민이 많이 읽혔으면 한다. 다작의 철학자를 알고 만나는 게 내 인생의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