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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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적다리뼈들이 다 타자 그들은 소문난

잔치를 벌이며 즐거워했고, 그들 사이에서 백성들에게 존경 받는

신과 같은 가인 데모도코스가 악기를 연주했다. 하나 오뒷세우스는

해가 지기를 열망하며 자꾸만 찬란한 해를 향해 머리를

돌리곤 했으니 귀향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온종일 묵정밭에서 두 마리의 포도줏빛 황소를 몰려

이어 붙인 쟁기를 끌던 사람이 저녁 식사를 열망할 때와 같이

-그는 저녁 먹으러 갈 수 있으니 해가 지는 것이 반갑고

또 그가 걸어갈 때 어느새 무릎이 아프기도 하다-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에게는 해가 지는 것이 반가웠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3권 제26∼35행

 

 

 

생각건대, 나는 멀리서도 잘 보이는 이타케에 온 것이 아니라

어떤 낯선 나라를 떠돌고 있는 것 같고 그대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나를 놀려주시고 내 마음을 호리시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십시오. 나는 정말로 사랑하는 고향에 온 것입니까?"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그에게 대답했다.

"그대는 언제나 가슴속에 그런 생각을 품고 있구나.

그래서 나는 그대를 불운 속에 혼자 내버려둘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그대가 세련되고 명민하고 사려 깊다 해도 말이다.

사실 다른 사람이 떠돌아다니다가 돌아왔다면 좋아하며

집에서 자식들과 아내를 만나보려고 서둘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여전히 그대의 궁전에 앉아

마냥 눈물 속에서 괴로운 밤들과 낮들을 보내고 있는

그대의 아내를 몸소 시험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물어보려 하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구나.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3권 제325∼338행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그대는 파렴치한 구혼자들에게 어떻게 주먹맛을 보일 것인지 잘

생각해보라. 그들은 삼 년 동안이나 그대의 궁전에서 주인 행세를

하며 그대의 신과 같은 아내에게 구혼하며 구혼 선물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속으로 늘 그대의 귀향을 애타게 그리며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각자에게 약속을 하며

전갈을 보내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3권 제374∼381행

 

 

 

자, 나는 그대를 어떤 인간도 못 알아보게 만들 것이다.

그대의 고운 살갗을 나는 그대의 나긋나긋한 사지 위에서 쪼그라들게

할 것이고, 그대의 머리에서 그대의 금발을 없앨 것이고, 그런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혐오감을 느끼게 될 그런 누더기로 그대를 쌀 것이며,

전에는 더없이 아름답던 그대의 두 눈도 흐리게 만들 것이다.

그대가 모든 구혼자와 그대의 아내와

그대가 궁전에 남겨두고 온 아들에게도 추해 보이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대는 맨 먼저 돼지치기에게 가도록 하라.

그대의 돼지를 지키고 있는 그는 그대에게도 호의적이며

그대의 아들과 사려 깊은 페넬로페도 사랑하고 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3권 제397∼406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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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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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ysses and the Sirens.

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 1891, National Gallery of Victoria(Melbourne, Australia)


 

그대는 먼저 세이렌 자매에게 가게 될 것인데

그들은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인간들은 누구든 다 유혹해요.

누구든 영문도 모르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의 아내와 어린 자식들은 더 이상 집에 돌아온

그의 옆에 서지 못할 것이며 그의 귀향을 반기지 못할 거예요.

세이렌 자매가 풀밭에 앉아 낭랑한 노랫소리로 호릴 것인즉

그들 주위에는 온통 썩어가는 남자들의 뼈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뼈 둘레에서는 살갗이 오그라들고 있어요.

그대는 얼른 그 옆을 지나가되, 꿀처럼 달콤한 밀랍을 이겨서

전우들의 귀에다 발라주세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말예요. 그러나 그대 자신은 원한다면 듣도록 하세요.

그대는 돛대를 고정하는 나무통에 똑바로 선 채 전우들로 하여금

날랜 배 안에 그대의 손발을 묶게 하되, 돛대에다 밧줄의

끄트머리들을 매게 하세요. 그러면 그대는 즐기면서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듣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대가 풀어달라고 전우들에게

애원하거나 명령하면 그들이 더 많은 밧줄로 그대를 묶게 하세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제39∼54행  

 

 

 

 

세이렌 자매의 유혹으로부터 살아남기 (호메로스 지음 /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에서 인용)

 

 

그런데 그 바위의 중간에 서쪽을 향해, 에레보스를 향해,

어둠침침한 동굴이 하나 나 있는데 그대들은 바로 그 옆으로

속이 빈 배를 몰고 지나가게 될 거예요.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건장한 남자가 활시위에서 화살을 쏜대 해도 그가 타고 있는

배에서 속이 빈 그 동굴에 닿지는 못할 거예요. 그런데 바로

그 동굴 안에 무시무시하게 짖어대는 스퀼라가 살고 있어요.

사실 그녀의 목소리는 갓 태어난 강아지의 목소리만 하지만 그녀는

무시무시한 괴물인지라 그녀를 보고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어요.

설사 신이 그녀를 만난다 해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디룽디룽 매달린 발을 모두 열두 개나 갖고 있고

기다란 목을 여섯 개나 갖고 있는데 목마다 무시무시한

머리가 하나씩 나 있고, 머리 안에는 검은 죽음으로 가득 찬

세 줄로 된 이빨들이 단단히 그리고 촘촘히 나 있지요.

그녀는 속이 빈 동굴 안에 아랫도리를 내린 채

그 무서운 심연 밖으로 머리들을 내밀어

암벽 주위를 수색하며 그곳에서 돌고래나 물개나

또는 잡을 수만 있다면 크게 노호하는 암피트리테가

수없이 많이 기르고 있는 더 큰 짐승을 잡곤 하지요.

배를 타고 무사히 그 옆을 통과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선원들은 아직 아무도 없어요. 그녀가 머리 하나로 한 명씩

이물이 검은 배에서 사람을 낚아채 가기 때문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80∼100행

 

 

밀로의 구운 진흙으로 만들어진 판 : 스킬라 BC 5세기경, 구운 진흙, 루브르 박물관

 

    

사람의 고함 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만큼 떨어졌을 때 우리는 재빨리

내달았소. 그러나 세이렌 자매도 자기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날랜 배를 못 볼 리 없는지라 낭랑한 노랫소리를 울리기 시작했소.

'자! 이리 오세요, 칭찬이 자자한 오뒷세우스여, 아카이오이족의

위대한 영광이여! 이곳에 배를 세우고 우리 두 자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세요. 우리 입에서 나오는 감미롭게 울리는 목소리를

듣기 전에 검은 배를 타고 이 옆을 지나간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어요. 그 사람은 즐긴 다음 더 유식해져서 돌아가지요.

우리는 넓은 트로이아에서 아르고스인들과 트로이아인들이

신들의 뜻에 따라 겪었던 모든 고통을 다 알고 있으며

풍요한 대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든 다 알고 있으니까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제181∼191행 

 

 

 

세이렌,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 19세기경,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오뒷세우스와 세이렌, 드레이퍼, 페렌스 미술관

 

    

우리는 한숨을 쉬며 해협을 향해 항해를 계속했소.

한쪽에는 스퀼라가 살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고귀한 카륍디스가

바다의 짠물을 무시무시하게 빨아들이고 있었소.

물을 내뿜을 때 그녀는 센 불 위에 걸린 가마솥처럼

맨 밑바닥으로부터 소용돌이치며 끓어올랐고

물보라는 두 바위의 꼭대기 위까지 높이 날아올랐소.

그러나 바다의 짠물을 도로 빨아들일 때

그녀는 소용돌이치며 속을 다 드러내 보였고 주위의 바위는

무섭게 울부짖었으며 바닥에는 시커먼 모래땅이 드러났소.

그러나 창백한 공포가 내 전우들을 사로잡았소.

우리가 파멸을 두려워하며 그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스퀼라가 나의 속이 빈 배에서 전우 여섯 명을 낚아채 가니

그들은 손과 힘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이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234∼246행

 

 

 

내가 날랜 배 쪽을 살펴보며 전우들을 찾고 있는데

어느새 전우들의 손발이 허공에 높이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소.

전우들은 괴로워서 크게 비명을 지르며 내 이름을 불렀소.

그러나 그것도 그때가 마지막이었소.

마치 낚시꾼이 바닷가 툭 튀어나온 곳에서 긴 낚싯대로

작은 물고기들에게 덫이 되도록 미끼를 던지고 들에 사는

소의 뿔을 바닷물 속에 내리고 있다가 한 마리가 잡히면

버둥대는 물고기를 뭍으로 끌어당길 때와 같이,

꼭 그처럼 버둥대며 그들은 바위로 들어 올려졌소.

그곳 동굴 입구에서 그녀는 비명을 지르는 그들을 먹어치웠고

그들은 무서운 사투를 벌이며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소.

나는 바다에서 길을 찾으며 온갖 고통을 다 겪었지만

그것은 내 눈으로 본 가장 참혹한 광경이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제247∼259행

 

 

 

 

스퀼라와 카륍디스 앞의 오뒷세우스

요한 하인리히 휘슬리 (wikimedia commons, 1741∼1825), 1794∼1796, 취리히 쿤스트하우스

 

 

전우들은 마치 바다오리처럼 검은 배 주위로

너울에 떠다녔고 신들은 그들에게서 귀향을 빼앗아버리셨소.

그러나 나는 후려치는 파도가 용골에서 측벽들을 뜯어내어

벌거숭이가 된 용골만이 파도에 떠밀려 다닐 때까지 배 안을

오락가락했소. 그때 파도가 배의 돛을 용골 쪽으로 내던졌고

돛대에는 아직도 소가죽으로 만든 뒷밧줄이 매달려 있었소.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함께 묶어

그 위에 앉은 채 파멸을 가져다주는 바람에 떠밀려 다녔소.

그때 서풍이 돌풍 속에서 날뛰기를 그만두자

남풍이 내 마음에 고통을 안겨주며 재빨리 다가왔는데,

나를 끔찍한 카륍디스에게로 되돌아가게 하려는 것이었소.

나는 밤새도록 떠밀려 가서 해뜰 무렵에

스퀼라의 동굴과 무시무시한 카륍디스에 다다랐소.

그때 마침 카륍디스는 바다의 짠물을 빨아들이고 있었는데

나는 높다란 무화과나무에 훌쩍 뛰어올라

박쥐처럼 매달리며 꽉 붙잡았으나 아무데도 발을 디디고

똑바로 설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위로 올라갈 수도 없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제418∼434행

 

 

 

적회식 크라테르 (A면 : 괴물 스퀼라, B면 : 수반에서 씻고 있는 여인), BC 450 ~ BC 420경, 루브르 미술관

 

 

두 개의 지켜보는 눈 사이의 세이렌, BC 6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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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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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제를 올리는 오뒷세우스 앞에 나타난 테이레시아스

요한 하인리히 휘슬리(1741∼1825), 1780∼1785년경, 알베르티나 미술관

 

 

그대가 귀향을 염려하여 이것들을 해코지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그대들은 고생은 해도 이타케에 닿게 될 것이오.

그러나 그대가 이것들을 해코지한다면 나는 그대의 배와

전우들에게 파멸을 예언하오. 설사 그대 자신은 벗어난다 해도

그대는 전우들을 다 잃고 나중에 비참하게 남의 배를 타고

귀향하게 될 것이며 집에 가서도 고통 받게 될 것이오.

오만불손한 자들이 그대의 신과 같은 아내에게 구혼하고

구혼 선물을 주며 그대의 살림을 먹어치울 테니 말이오.

그러나 그대는 귀향하자마자 그들의 행패를 틀림없이

응징할 것이오. 그대는 계략으로건 아니면 공개적으로

날카로운 청동으로건 그대의 궁전에서 구혼자들을 죽인 뒤에

손에 맞는 노 하나를 들고 바다를 전혀 모를 뿐더러

소금 든 음식은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를 때까지 길을 가도록 하시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110∼123행

 

 

 

'어머니! 하데스의 집에서나마 우리 둘이 서로 얼싸안고

싸늘한 비탄을 실컷 즐기려고 제가 어머니를 붙잡기를 열망하건만

어째서 어머니께서는 저를 기다려주시기 않지요?

아니면 제가 더욱 더 비탄하고 신음하도록

당당한 페르세포네께서 제게 환영을 보내주셨을 뿐인가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존경스런 어머니께서는 지체 없이 대답했소.

'아아! 내 아들아, 모든 이들 중에서 가장 불운한 자여!

제우스의 따님이신 페르세포네께서 너를 속이시는 것이 아니란다.

이것이 곧 인간이 죽게 되면 당하게 되는 운명이란다.

일단 목숨이 흰 뼈를 떠나게 되면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결합하지 못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의 강력한 힘이 그것들을 모두 없애버리지만

혼백은 꿈처럼 날아가 배회하게 되는 것이란다.

너는 되도록 빨리 빛을 향해 서둘도록 하라.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210∼223행

 

 

 

그리고 나는 오이디포데스의 어머니 아리따운 에피카스테도 보았소.

그녀는 자기 아들과 결혼하여 영문도 모르고 엄청난 짓을 저질렀고,

오이디포테스는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어머니와 결혼했소.

신들께서는 지체 없이 이 일들을 인간들에게 알려주셨지요.

그리하여 카드모스의 후예들의 통치자였던 오이디포데스는

사랑스런 테베에서 신들의 잔혹한 계획에 의해 고통 받았던 것이오.

한편 에피카스테는 강력한 문지기인 하데스의 집으로 내려갔소.

그녀는 슬픔에 꼼짝없이 사로잡혀 자신을 위해서는 높은 대들보에

고를 맨 밧줄을 높다랗게 매달았고, 아들에게는 복수의 여신들이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온갖 고통들을 많이도 남겨놓았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271∼280행

 

 

 


1. 앙리 레비, [테베에서 벗어나는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19세기경, 랭스 미술관
2. 샤를 프랑수아 잘라베르,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1842년, 루앙 미술관

 

 

 

알키노오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오뒷세우스여! 우리가 보아하니 그대는

거짓말쟁이나 사기꾼 같지는 않소이다.

사실 검은 대지는 아무도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짓말들을

엮어대는 그런 인간들을 씨앗만큼이나 많이 기르고 있지요.

그러나 그대는 하는 말도 우아하지만 그 속에 지헤도 들어 있소이다.

그대는 마치 가인이 노래하듯 전(全) 아르고스인들과

그대 자신의 비참한 고난을 능숙하게 이야기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362∼369행

 

 

   

내가 이렇게 묻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포세이돈이 역풍의 무서운 입김을 일으켜

내 함선들 안에서 나를 제압한 것도 아니며

육지에서 적군이 나를 해친 것도 아니오.

아이기스토스가 내 잔혹한 아내와 결탁하여 내게

죽음과 운명을 가져다주었소. 그자는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해

잔치를 베풀더니 마치 구유 위에서 황소를 죽이듯 나를 죽였소.

꼭 그처럼 나는 가장 비참하게 죽었고, 내 주위에서

다른 전우들이 잇달아 살해되었소. 어떤 부유하고

권세 있는 사람의 집에서 결혼 잔치 때나 추렴 잔치 때나

집안 간의 풍성한 회식 때 잡는 흰 엄니의 돼지들처럼 말이오.

그대는 지금까지 일대일의 결투나 격렬한 전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되는 것을 몸소 겪었겠지만

우리가 희석용 동이들과 한 상 가득 차린 식탁들 주변에

쓰러져 누워 있고 바닥에는 온통 피가 내를 이루고 있는

그 광경을 보았더라면 마음이 더없이 참담했을 것이오.

그러나 내게는 프리아모스의 딸 캇산드라의 목소리가 가장

애처롭게 들렸는데 교활한 클뤼타임네스트라는 그녀를 바로

내 옆에서 죽였던 것이오. 그래서 나는 두 손을 들었다가 칼에 찔려

죽어가며 도로 땅 위로 내리고 말았소. 그러나 그 개 눈을 한

여인은 내게 등을 돌렸고 내가 하데스의 집으로 가는데도

제 손으로 내 눈을 감겨주고 내 입을 막아주려고도 하지 않았소.

그녀가 결혼한 남편에게 죽음을 안겨주며

수치스런 짓을 생각해낸 것처럼,

마음속으로 그런 짓들을 꾀하는 여인보다

더 무섭고 더 파렴치한 것은 달리 아무것도 없을 것이오.

정말이지 나는 귀향하면 자식들과 하인들이 반겨줄 줄 알았소.

그러나 누구보다도 끔찍한 악행에 능한 그녀는

그녀 자신과 후세에 태어날 모든 여인들에게

심지어 행실이 바른 여인에게조차 치욕을 쏟아 부었던 것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404∼434행

 

 

 

아가멤논을 살해하기 직전의 클뤼타임네스트라 (피에르 나르시스 게랭 작)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그러니 그대도 앞으로 아내에게 너무 상냥하게 대하지 마시오.

그대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아내에게 다 알려주지 말고

어떤 것은 말하외 어떤 것은 숨기도록 하시오.

그러나 오뒷세우스여! 그내는 아내의 손에 죽지 않을 것이오.

이카리오스의 딸 사려 깊은 페넬로페는 매우 지혜롭고

마음속으로 좋은 생각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오.

우리가 싸움터에 갔을 때, 그녀는 젊은 신부로 뒤에 남았지요.

그리고 느녀의 품에는 아직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가 안겨 있었소.

지금쯤 그 아이는 남자들 사이에 앉아 있겠지요.

그는 행복하도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서 그를 만나보게

될 것이고 그도 관습에 따라 아버지를 포옹하게 될 테니 말이오.

그러나 내 아내는 내가 내 아들을 실컷 보는 것조차도

허용하지 않았소. 그러기 전에 그녀는 나 자신을 죽여버렸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440∼453행

 

 

   

이렇게 우리 둘이 슬픈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비통하게 서 있을 때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나무랄 데 없는

안틸로코스와 아이아스의 혼백들이 다가왔는데

아이아스는 전 다나오스 백성들 중에서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의 아들 다음으로 생김새와 체격이 가장 준수했지요.

준족(駿足)인 아이아코스의 손자의 혼백이 나를

알아보고는 비탄하며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465∼472행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죽음에 대해 내게 그럴싸하게 말하지 마시오,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나는 세상을 떠난 모든 사자들을

통치하느니 차라리 지상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 가난한 사람 밑에서 품이라도 팔고 싶소이다.

자, 그대는 내 당당한 아들의 소식이나 전해주시오. 일인자가 되기 위해

그 애는 전쟁터로 따라갔소,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았소?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에 관해서도 들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그분께서는 아직도 수많은 뮈르미도네스족 사이에서 명예를

누리고 계시오, 아니면 노년이 그분의 손발을 묶었다고 해서

헬라스와 프티아에서 사람들이 그분을 업신여기고 있소?

나는 이제 더 이상 햇빛 아래서 그분의 보호자가 아니며,

내가 전에 넓은 트로이아에서 가장 훌륭한 백성들을 죽이고

아르고스인들을 지켜주던 때처럼 그렇게 강력하지도 못하오.

그런 사람으로서 내가 잠시나마 아버지의 집에 갈 수 있었으면!

그러면 나는 그분께 행패를 부리고 그분을 명예롱누 지위에서 몰아내는

자들에게 내 힘과 접근할 수 없는 두 주먹을 두려워하게 해줄 텐데!'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488∼503행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에 관해서는 나는 정말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소. 그대의 사랑하는 아들 네옵톨레모스에 관해서는

나는 그대의 요구대로 모든 진실을 터놓고 이야기할 것이오.

······

하지만 나는 그가 아르고스인들을 지켜주며 죽인 모든 백성들에 관해

빠짐없이 다 이야기할 수도, 그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소이다.

이를테면 그는 청동으로 텔레포스의아들 영웅 에우뤼퓔로스를

죽였소. 그리고 그자의 주위에서 한 여인의 뇌물 때문에

그자의 전우였던 수많은 케테이오이족이 살해되었는데 그자는

내가 본 남자들 중에서 고귀한 멤논 다음으로 용모가 가장 준수했소.

그리고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의 장수들이 에페이오스가 만든

목마에 들어가려 하고 그 튼튼하게 만든 매복처를

열고 닫는 모든 책임이 내게 주어졌을 때,

다나오스 백성들의 다른 지휘자와 보호자들은

눈물을 닦았고 모두들 아랫도리가 떨렸지요.

그러나 나는 그가 안색이 창백해지거나 뺨에서

눈물을 닦는 것을 내 눈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소.

오히려 그는 목마에서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자꾸만 간청했고, 칼자루와 청동이 달려 묵직한 창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트로이아인들에게 재앙을 꾀하고 있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505∼532행

 

 

 

트로이 목마 일화가 새겨진 기원전 670∼650년경 항아리

 

 

그 밖에도 세상을 떠난 사자들의 다른 혼백들이 괴로워하며

서서 저마다 염려되는 것을 물었소. 오직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의 혼백만이 저만치 떨어져 서 있었는데 함선들 옆에서

아킬레우스의 무구들을 놓고 재판이 벌어졌을 때

내가 그에게 이긴 것에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무구들은 아킬레우스의 존경스런 어머니가 상(賞)으로 내놓았는데

판결은 트로이아인들의 딸들과 팔라스 아테네가 내렸지요.

그러한 상을 위해서라면 내가 이기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 무구들 때문에 아이아스 같은 저런 영웅을 대지가 덮고 있으니

말이오. 아이아스는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의 아들 다음으로

생김새와 행동에서 다른 다나오스 백성들을 모두 능가했지요.

아이아스를 향해 나는 이렇게 상냥한 말을 건넸소.

'아이아스여, 나무랄 데 없는 텔라몬의 아들이여! 그 저주 받을 무구들

때문에 내게 품었던 원한을 그대는 죽어서도 잊지 않을 작정이시오?

신들께서는 그 무구들이 아르고스인들에게 재앙이 되게 하셨소이다.

그대를 잃음으로 하여 그들은 강력한 성탑(城塔)을 잃었기 때문이오.

그래서 우리들 아카이오이족은 그대가 죽은 뒤에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못지않게 늘 그대를 위해 슬퍼하고 있는 것이오. 그것은

다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제우스의 잘못이오. 그분께서 창수들인

다나오스 백성들의 군대를 끔찍이도 미워하시어 그대에게 그런 운명을

지우셨기 때문이오. 자, 왕이여! 그대는 이리 와서 내 말과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그리고 그대의 노여움과 완고한 마음을 풀도록 하시오.'

내가 이렇게 말했으나 그는 한마디 대답도 없이 세상을 떠난

사자들의 다른 혼백들을 뒤따라 에레보스로 들어가버렸소.

비록 원한을 품고 있기는 했어도 그가 내게 말을 걸었거나

아니면 내가 그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나 내 가슴속 마음은

세상을 떠난 다른 사자들의 혼백들을 보고 싶어 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541∼567행

 

 


(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1) 앞서 말한 원천들 중에서는 첫 번째 것이, 말하자면 타고난 위대성이 가장 중요하므로 그것이 비록 얻은 것이라기보다는 주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되도록이면 우리 마음을 위대성을 향하여 계발하고, 또 우리 마음이 언제나 고상한 사상을 잉태케 해야 할 것이오. (2) "어떤 방법으로?" 라고 그대는 묻겠지요. 나는 다른 곳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소. "숭고는 고상한 마음의 메아리다" 라고 말이오. 그래서 어떤 생각은 표현되지 않고 생각만 해도 그 고매성 때문에 감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오. 예컨대 저승에서의 아이아스의 침묵은 장중하고 그 어떤 말보다 더 숭고하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롱기누스/숭고에 관하여〉제9장『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비교

 

 


(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나는 또 시쉬포스가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도 보았소.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돌덩이를 움직이고 있었소.

그는 두 손과 두 발로 버티며 그 돌덩이를 산꼭대기 너머로

밀어 올렸소. 그러나 그가 그 돌덩이를 산꼭대기 너머로

넘기려고 하면 그 무게가 그를 뒤로 밀어내는 것이었소.

그러면 그 뻔뻔스런 돌덩이가 도로 들판으로 굴러 내렸고

그러면 또 그는 기를 쓰며 밀었소. 그의 사지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그의 머리 위로는 먼지가 구름처럼 일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593∼600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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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 왕』
    from Value Investing 2014-09-12 11:32 
    그리스 비극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단연『오이디푸스 왕』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소재는 어느 한 작가의 순수한 창작품이 아니며 소포클레스가 이 작품을 쓰기 전에도 이미 그 중요한 줄거리는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고 한다. 소포클레스보다 앞선 작가들인 핀다로스의 『올륌피아 송시』에도 '라이오스에게 주어진 신탁과 숙명적인 부자 상봉'이 등장하고, 아이스퀼로스의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에서도 오이디푸스가 제 손으로 제 눈을 멀게 했다는 대목
  2.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
    from Value Investing 2014-09-12 11:33 
    이 작품은 트로이아 전쟁이 벌어지던 와중에 일어난 일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이었던 아킬레우스가 마침내 죽고 난 뒤 그의 무구를 둘러싼 장수들 간의 쟁탈전에서 오뒷세우스에게 패한 아이아스가 심한 모멸감 때문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스스로 '완전한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무구재판에 패한 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혹한 현실' 때문에 극도의 딜레마에 빠진 그는 결국 미친듯이 아군인 그리스 군 진영을 습격하는 만행을 저지
 
 
 
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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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등받이 의자와 안락의자에

앉히고 그들을 위해 치즈와 보릿가루와 노란 꿀과 프람네 산(産)

포도주를 함께 섞어 저으며 여기에 해로운 약도 섞었으니,

그들이 고향 땅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하려는 것이었소.

그들이 그녀가 준 것을 다 받아 마시자마자 그녀는 즉시

지팡이로 그들을 때리더니 돼지우리들 안에 가두어버렸소.

그리하여 그들은 돼지의 머리와 음성과 털과 생김새를

갖게 되었으나 분별력만은 여전하여 전과 다름없었소.

그들은 이렇게 울면서 갇혀 있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땅바닥에서 뒹굴기 좋아하는 돼지들의 양식인

상수리와 도토리와 층층나무 열매를 먹으라고 던져주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233∼243행

 

 

 


Circe Offering the Cup to Odysseus

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 1891, Gallery Oldham, U.K.


 

한편 에우륄로코스는 전우들의 소식과 그들의 수치스런

운명을 알리려고 날랜 검은 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소.

그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소.

그만큼 그는 마음이 아팠던 것이오.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고 그이 마음은 통곡하고 싶어 했소.

우리가 모두들 놀라며 묻기 시작하자

그는 다른 전우들의 파멸에 관해 이야기해주었소.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우리는 그대의 명령대로

덤불을 지나 올라갔고 계곡들이 만나는 전망 좋은 장소에서

반들반들 깎은 돌로 지은 아름다운 궁전을 발견했소.

그곳에서는 여신인지 여인인지 누군가 큰 베틀 앞을 오락가락하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소. 그래서 우리는 소리 높여 그녀를 불렀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244∼255행  

 

 

(2) 에우륄로코스의 말도 그렇소.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우리는 그대의 명령대로 담불을 지나 올라갔고

         계곡들이 만나는 전망 좋은 장소에서 반들반들 깎은 돌로 지은 아름다운 궁전을 발견했소.


서로 결합되지 않았지만 발빠른 문구들은 우리의 발언을 방해하면서도 동시에 앞으로 내모는 선동과도 같은 느낌을 주지요. 이런 효과를 호메로스는 접속사 생략에 의하여 얻었던 것이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롱기누스 / 숭고에 관하여」중에서

 

 

자, 내가 그대를 재앙에서 풀어주고 구해주겠다.

여기 이 훌륭한 약을 가지고 키르케의 궁전으로 가도록 하라.

이 약은 그대의 머리에서 재앙의 날을 물리칠 것이다.

내가 그대에게 키르케의 음모와 흉계를 낱낱이 말해주겠다.

그녀는 먼저 그대를 위해 혼합식을 만들어주며 그 음식물에 약을 탈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녀는 그대에게는 마법을 걸지 못할 것이다.

내게 그대에게 주려는 이 훌륭한 약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더욱 자세히 일러주겠다. 키르케가 그녀의 긴 지팡이로 그대를

때리려 하거든, 그대의 넓적다리에서 날카로운 칼을

빼어 들고 죽일 듯이 키르케에게 덤벼들도록 하라.

그러면 그녀는 겁이 나서 그대에게 동침하자고 할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그녀가 그대의 전우들을 풀어주고 그대 자신을

환대하도록 여신의 잠자리를 거절하지 마라. 그보다도 그대는

그녀가 그대에게 다른 재앙과 고통을 꾀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대가 벌거벗었을 때 그대를 쓸모없는 비겁자로 만들지 않겠다고

축복 받은 신들의 이름으로 엄숙히 맹세할 것을 그녀에게 요구하라!'

아르고스의 살해자는 이렇게 말하고 대지에서 약초를 뽑아

그것을 내게 주며 그 생김새를 보여주었소. 그것의 뿌리는 검고

꽃은 우유와도 같았소. 신들은 그것을 몰뤼라고 부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286∼304행

 

 

 

키르케의 매력으로부터 오뒷세우스를 보호하는 헤르메스

프란체스코 프리마티초(Francesco Primaticcio), 1559, 퐁텐블로 성

 

   

'그대는 인간들 중에 뉘시며 어디서 오셨나요? 그대의 도시는 어디며

부모님은 어디 계시나요? 그대가 이 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에요. 일단 이 약을 마셔 이빨들의 울타리 안으로

넘기고서도 이 약을 견뎌낸 남자는 누구도 달리 없기 때문이에요.

그대는 가슴속에 마법이 걸리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네요.

그대는 임기응변에 능한 오뒷세우스가 틀림없어요.

그가 날랜 검은 배를 타고 트로이아에서 돌아갈 때

이리로 오게 될 것이라고 황금 지팡이의 아르고스의 살해자가

늘 내게 말해주곤 했지요. 자, 그대는 칼을 칼집에

도로 넣으세요. 그런 다음 우리 둘이서 침상에 올라

사랑의 동침을 해요. 서로 믿을 수 있도록 말예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325∼335행

 

 

 

오뒷세우스와 키르케

에르네스트 앙투안 오귀스트 에베르(Ernest Antoine Auguste Hébert), 19세기경, 에르네스트 에베르 미술관

   

 

'키르케여! 나를 집에 보내주겠다던 그 약속을 이행하시오.

내 마음은 벌써 떠나기를 열망하고 있고 다른 전우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요. 그대가 우리 곁을 떠나기라도 하면

그들은 나를 둘러싸고 비탄하니 내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있소.'

내가 말하자 여신들 중에서도 고귀한 그녀가 지체 없이 말했소.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그대들은 이제 더 이상 그대들의 의사에 반해 내 궁전에

머물지 마세요. 하지만 그대들은 먼저 다른 여행을 마쳐야만 해요.

그대들은 하데스와 무서운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

아직도 정신이 온전한 저 눈먼 예언자 테바이의 테이레시아스의

혼백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오. 그가 슬기롭도록 페르세포네는

오직 그에게만 죽은 뒤에도 분별력을 주었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혼백들은 그림자처럼 쏘다니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483∼495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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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녀 키르케와 스퀼라
    from Value Investing 2014-09-12 11:27 
    마술사 키르케지오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Giovanni Francesco Barbieri), 17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그곳으로부터 글라우쿠스는 강력한 팔로 튀르레니아 해를헤엄쳐 건너 태양신의 딸 키르케의 약초가 많은 언덕들과온갖 야수들이 득실대는 그녀의 궁전에 도착했다.그는 그녀를 만나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말했다."여신이여, 제발 신을 불쌍히 여기시오! 그대만이 내 이 상사병을고칠 수 있기 때문이오. 내가 그럴 자격이 있어 보인다면
 
 
 
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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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무엇을 먼저 이야기하고 무엇을 나중에 이야기할까요?

하늘의 신들께서 내게 너무 많은 고난을 주셨으니 말이오.

먼저 내 이름을 말씀드리겠소이다. 그대들도 내 이름을 알도록

그리고 내가 무자비한 날에서 벗어나 비록 멀리 떨어진

집에서 살더라도 여전히 그대들의 손님으로 남아 있도록 말이오.

나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올시다! 나는 온갖 지략으로

사람들에게 존경 받았고 내 명성은 이미 하늘에 닿았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9권 제14∼20행

 

 

   

나로서는 자기 나라보다 달콤한 것은 달리 아무것도 볼 수 없소이다.

아닌게아니라 여신들 중에서도 고귀한 칼륍소는 나를 남편으로

삼으려고 자신의 속이 빈 동굴들 안에 나를 붙들어두려 했지요.

마찬가지로 아이아이에 섬의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남편으로 삼기를 열망하며 자신의 궁전에 나를 붙들어두려 했지요.

하지만 그들도 내 가슴속 마음을 설득할 수는 없었소.

이렇듯 누군가가 부모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낯선 나라의 풍요한 집에서 산다 해도

고향 땅과 부모보다 달콤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법이라오.

자, 나는 그대에게 내가 트로이아를 떠났을 때 제우스께서

내게 지우셨던 고난에 찬 귀향에 관해서도 말씀드리겠소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9권 제28∼36행

 

 

 

그러나 로토파고이족은 우리 전우들에게 파멸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로토스를 먹으라고 주었소. 그리하여

우리 전우들 가운데 꿀처럼 달콤한 로토스를 먹은 자는

소식을 전해주거나 귀향하려고 하기는커녕

귀향은 잊어버리고 그곳에서 로토스를 먹으며

로토스파고이족 사이에 머물고 싶어 했소.

나는 울고불고하는 이들을 억지로 함선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와

노 젓는 자리들 밑으로 끌고 가 속이 빈 배 안에 묶었소.

그러고 나서 나는 로토스를 먹고 귀향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사랑하는 다른 전우들에게

어서 서둘러 날랜 배에 오르라고 명령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9권 제92∼103행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비통한 마음으로 항해를 계속하여

오만불손한 무법자들인 퀴클롭스들의 나라에 닿았소.

그들은 불사신들을 믿고 아무것도 제 손으로

심거나 갈지 않았소. 밀이며 보리며 거대한 포도송이들로

포도주를 가져다주는 포도나무하며 이 모든 것이

씨를 뿌리거나 경작하지 않지만 그들을 위해 풍성하게 돋아나고,

그러면 제우스의 비가 그것들을 자라나게 해주지요.

그들은 의논하는 회의장도 없고 법규도 없으며

높은 산들의 꼭대기에 있는 속이 빈 동굴들 안에 살면서

각자 자기 자식들과 아내들에게 법규를 정해주고

자기들끼리는 서로 상관하지 않아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9권 제105∼115행

 

 

그러나 입법자들은 오직 스파르타 사람들의 폴리스에서만, 혹은 소수의 폴리스에서만 시민들의 교육과 종사해야 할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던 것 같다. 다른 대부분의 폴리스들에서는 이런 일들에 관해 소홀히 취급하였으며,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키클롭스들처럼 법을 부여하면서.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0권 <제9장 윤리학, 입법, 정치체제> 중에서

 

 

 

'너는 내게 자진하여 그것을 한 잔 더 주고 네 이름을 말하라,

지금 당장. 그러면 나는 너를 기쁘게 해줄 선물을 주겠다.

물론 퀴클롭스들에게도 풍요한 대지는 거대한 포도송이의

포도주를 가져다주고 제우스의 비가 그것을 자라게 해주지만

네가 준 이것이야말로 가히 암브로시아요, 넥타르로다.'

그자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반짝이는 포도주를 다시 건넸소.

나는 세 번이나 그자에게 포도주를 주고, 그자는 어리석게도 세 번이나

그것을 받아 마셨소. 마침내 포도주가 퀴클롭스의 마음을 에워쌌을 때

나는 그자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걸었소.

'퀴클롭스, 그대는 내 유명한 이름을 물었던가요? 그대에게

내 이름을 말할 테니 그대는 약속대로 내게 접대 선물을 주시오.

내 이름은 '아무도아니'요. 사람들은 나를 '아무도아니'라고

부르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다른 전우들도 모두.'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자는 즉시 비정하게 내게 대답했소.

'나는 전우들 중에서 맨 나중에 '아무도아니'를 먹고

다른 자들을 먼저 먹겠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줄 접대 선물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9권 제355∼370행

 

 

 

퀴클롭스 폴뤼페모스에게 마론의 포도주를 주는 오뒷세우스

장 드 생 티니(Jean de Saint-Igny, 1600년경~1647), 17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폴뤼페모스의 동굴 안에 갇힌 오뒷세우스

야콥 요르단스 (wikimedia commons, 1593∼1678), 17세기 전반경, 푸슈킨 미술관

 

 

(14)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오뒷세이아』에서의 폭풍들과 퀴클롭스의 이야기와 그 밖에 다른 삽화들을 잊은 것은 아니오.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노년기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호메로스의 노년기요. 하지만 이들 이야기들에서는 신화적 요소가 현실적 요소를 압도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오. 내가 이런 여담을 덧붙인 것은, 앞서 말했듯이, 위대한 천재도 절정기가 지나면 아주 쉽게 허튼소리를 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소. 예컨대 포도주 담는 가죽 부대와 키르케의 궁전에 돼지로 붙들려 있는 자들과 - 조일로스는 이들을 꿀꿀대는 새끼돼지들이라고 부르고 있소 - 제우스가 새끼 새처럼 비둘기들한테서 먹이를 받아먹는다는 이야기와, 오뒷세우스가 열흘 동안이나 먹지도 않고 난파선 위에 머물러 있었다는 이야기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말이오. 정말이지 이런 것들이야말로 제우스의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15) 『오뒷세이아』 에 이런 말을 덧붙이는 또 다른  이유는 위대한 작가들과 시인들도 감정의 힘이 절정기를 지나면 성격을 묘사하게 된다는 것을 그대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었소. 오뒷세우스의 고향집에서의 생활 방식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그 한 예인데, 그것은 일종의 풍속 희극과 같은 느낌을 주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롱기누스 / 숭고에 관하여」중에서

 

 

그러자 그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모여든 퀴클롭스들이

동굴 주위에 둘러서서 무엇이 그자를 괴롭혔히는지 물었소.

'폴뤼페모스! 무엇이 그대를 그토록 괴롭혔기에 그대는 신성한 밤에

이렇게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한단 말이오? 설마 어떤

인간이 그대의 뜻을 거슬러 작은 가축들을 몰고 가는 건 아니겠지요?

설마 누가 꾀나 힘으로 그대를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요?'

힘센 폴뤼페모스가 동굴 안에서 그들을 향해 말했소.

'오오, 친구들이여! 힘이 아니라 꾀로써 나를 죽이려는 자는 '아무도아니'요'

그들은 물 흐르듯 거침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그대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이 아무도 아니고 그대가 혼자 있다면,

그대는 아마도 위대한 제우스가 보낸 그 병(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오. 그러니 그대는 아버지 포세이돈 왕께 기도하시오."

이렇게 말하고 그들이 떠나가지 내 마음은 웃었소.

내 이름과 나무랄 데 없는 계략이 그들을 속였기 때문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9권 제401∼414행 

 


 

폴뤼페모스를 조롱하는 오뒷세우스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 1829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그러나 그들은 이런 말로도 나의 고매한 마음을 설득하지 못했소.

나는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다시 그를 향해 소리쳤소.

'퀴클롭스! 필멸의 인간들 중에 누가

그대의 눈이 치욕스럽게 먼 것에 대해 묻거든

그대를 눈멀게 한 것은 이타케에 있는 집에서 사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도시의 파괴자 오뒷세우스라고 말하시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자는 탄식하며 내게 이렇게 말했소.

'아아, 이제야말로 내게 옛 예언들이 이루어지는구나!

이곳에 에우뤼모스의 아들 텔레모스라는 준수하고 훤칠한

예언자 한 분이 있었다. 예언술에서 모두를 능가했고

고령이 될 때까지 퀴클롭스들에게 예언했었지.

그분은 이 모든 일들이 나중에 이루어져서

내가 오뒷세우스의 손에 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

그래서 나는 늘 큰 용맹으로 무장한, 키카 크고

준수한 사내가 이리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데 지금 한 왜소하고 쓸모없고 허약한 자가 나를 포도주로

제압한 다음 눈멀게 했구나. 자! 이리로 오라, 오뒷세우스여!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9권 제500∼505행

 

 

그사이 텔레무스가, 어떤 새도 속이지 못한, 에우뤼무스의 아들

텔레무스가 시킬리아의 아이트나 산에 왔다가

무시무시한 폴뤼페무스에게 말했어요. "그대가 아마

한복판에 달고 다니는 하나뿐인 눈은 울릭세스가 빼앗아갈 것이오."

그러자 그자가 웃으며 말했어요. "오오, 가장 멍청한 예언자여,

그대가 틀렸소. 다른 여자가 이미 그것을 빼앗아갔으니 말이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제13권, 《아키스와 갈라테아》제770∼774행

 

 

외눈 거인 폴뤼페모스를 보고 놀라는 아키스와 갈라테이아

오제 뤼카(Auger Lucas, 1685~1765), 18세기경, 베르사이유와 트리아농 궁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자는 별 많은 하늘을 향해

두손을 들고 포세이돈 왕께 기도했소.

'내 말을 들으소서, 대지를 떠받치시는 검푸른 머리의 포세이돈이시여!

내가 진실로 그대의 아들이고 그대가 내 아버지이심을 자랑스럽게

여기신다면 이타케에 있는 집에서 사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도시의 파괴자 오뒷세우스가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주소서.

그러나 그자가 가족들을 만나고

잘 지은 집과 제 고향 땅에 닿을 운명이라면

전우들을 다 잃고 나중에 아주 비참하게 남의 배를 타고

돌아가게 해주시고 집에 가서도 고통 받게 해주소서!'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9권 제526∼535행

 

 

 

〈폴뤼페모스의 눈을 못쓰게 만든 오뒷세우스와 부하들〉 BC 650년경의 아티카 암포라 도기 세밀화

 

 

오뒷세우스가 폴뤼페모스의 눈을 찌르는 장면을 보여주는 술잔(기원전 550년경)
(에우리피데스 지음 /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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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기 2016-03-01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붙여주신 링크를 타고 들어와서 인용구와 삽화, 사진들을 쭉 봤습니다. 미술을 공부한 덕분(?)에 저 중 몇 개는 그래도 알고 있는 거라, 니체를 대하며 갈수록 변하는 Oren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과연 언제가 되어야 니체를 두려워하지 않고 존숭하는 독자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그 까마득함에 순간 아찔하기도 했고요.

오늘은 달아주신 인용구에서 ˝자기 자신의 해방에 매달려서는 안 되며, 더욱 더 많은 것을 자기 아래로 내려다보기 위해 언제나 더 창공 높이 날아오르는 새처럼 탐욕적으로 멀고 낯선 세계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 그것은 비상하는 자의 위험이다.˝라는 니체의 자유정신 구절을 이면지 위로 훔쳐갔습니다. 과연 저라는 도둑은 그걸 어디에 쓸 수 있을지... 다만 언젠가 『밀랍』이라는 제목의, 세상에 나지 않은 저만의 소설에서 이카로스의 비극을 - 다이달로스의 목소리를 빌려 - 써본 적이 있기에, 밀랍으로 된 저의 날개를 등에서 떼어낼 용도로 니체를 곱씹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봅니다. 저도 늘 묻고 싶었던 것일지도요. 이 젊음의 오만과 독서의 함정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 좋은 말씀, 오늘 또한 감사드립니다 ^^

oren 2016-03-01 16:30   좋아요 1 | URL
고대 그리스에 쓰여진 여러 작품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속에 담긴 `무궁무진한 깊이` 때문에 다시금 놀라곤 한답니다. 그런데 마침 탕기 님께서는 마침 미술을 공부하셨다니 `그리스 로마 신화`에 얽힌 숱한 미술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리 낯설지 않게 들여다보실 안목을 이미 갖추신 셈이군요. 저로서는 참 부러운 부분입니다.

그리스 신화 가운데 크레타 섬의 미궁을 둘러싼 이야기는 특히나 니체도 좋아했던 듯해요. 미노타우로스와 아르아드네가 이 책 저 책에서 거듭 등장하니까 말이지요. 탕기 님께서도 『밀랍』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실 정도였으니, 니체처럼 그 이야기에 매혹된 게 틀림없나 봅니다. ㅎㅎ

니체가 말한 `비상하는 자의 위험`은 비단 날개에만 달려있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튼튼한 날개`가 날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문제시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겠지요... 늘 건필하시길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