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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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등받이 의자와 안락의자에

앉히고 그들을 위해 치즈와 보릿가루와 노란 꿀과 프람네 산(産)

포도주를 함께 섞어 저으며 여기에 해로운 약도 섞었으니,

그들이 고향 땅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하려는 것이었소.

그들이 그녀가 준 것을 다 받아 마시자마자 그녀는 즉시

지팡이로 그들을 때리더니 돼지우리들 안에 가두어버렸소.

그리하여 그들은 돼지의 머리와 음성과 털과 생김새를

갖게 되었으나 분별력만은 여전하여 전과 다름없었소.

그들은 이렇게 울면서 갇혀 있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땅바닥에서 뒹굴기 좋아하는 돼지들의 양식인

상수리와 도토리와 층층나무 열매를 먹으라고 던져주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233∼243행

 

 

 


Circe Offering the Cup to Odysseus

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 1891, Gallery Oldham, U.K.


 

한편 에우륄로코스는 전우들의 소식과 그들의 수치스런

운명을 알리려고 날랜 검은 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소.

그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소.

그만큼 그는 마음이 아팠던 것이오.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고 그이 마음은 통곡하고 싶어 했소.

우리가 모두들 놀라며 묻기 시작하자

그는 다른 전우들의 파멸에 관해 이야기해주었소.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우리는 그대의 명령대로

덤불을 지나 올라갔고 계곡들이 만나는 전망 좋은 장소에서

반들반들 깎은 돌로 지은 아름다운 궁전을 발견했소.

그곳에서는 여신인지 여인인지 누군가 큰 베틀 앞을 오락가락하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소. 그래서 우리는 소리 높여 그녀를 불렀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244∼255행  

 

 

(2) 에우륄로코스의 말도 그렇소.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우리는 그대의 명령대로 담불을 지나 올라갔고

         계곡들이 만나는 전망 좋은 장소에서 반들반들 깎은 돌로 지은 아름다운 궁전을 발견했소.


서로 결합되지 않았지만 발빠른 문구들은 우리의 발언을 방해하면서도 동시에 앞으로 내모는 선동과도 같은 느낌을 주지요. 이런 효과를 호메로스는 접속사 생략에 의하여 얻었던 것이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롱기누스 / 숭고에 관하여」중에서

 

 

자, 내가 그대를 재앙에서 풀어주고 구해주겠다.

여기 이 훌륭한 약을 가지고 키르케의 궁전으로 가도록 하라.

이 약은 그대의 머리에서 재앙의 날을 물리칠 것이다.

내가 그대에게 키르케의 음모와 흉계를 낱낱이 말해주겠다.

그녀는 먼저 그대를 위해 혼합식을 만들어주며 그 음식물에 약을 탈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녀는 그대에게는 마법을 걸지 못할 것이다.

내게 그대에게 주려는 이 훌륭한 약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더욱 자세히 일러주겠다. 키르케가 그녀의 긴 지팡이로 그대를

때리려 하거든, 그대의 넓적다리에서 날카로운 칼을

빼어 들고 죽일 듯이 키르케에게 덤벼들도록 하라.

그러면 그녀는 겁이 나서 그대에게 동침하자고 할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그녀가 그대의 전우들을 풀어주고 그대 자신을

환대하도록 여신의 잠자리를 거절하지 마라. 그보다도 그대는

그녀가 그대에게 다른 재앙과 고통을 꾀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대가 벌거벗었을 때 그대를 쓸모없는 비겁자로 만들지 않겠다고

축복 받은 신들의 이름으로 엄숙히 맹세할 것을 그녀에게 요구하라!'

아르고스의 살해자는 이렇게 말하고 대지에서 약초를 뽑아

그것을 내게 주며 그 생김새를 보여주었소. 그것의 뿌리는 검고

꽃은 우유와도 같았소. 신들은 그것을 몰뤼라고 부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286∼304행

 

 

 

키르케의 매력으로부터 오뒷세우스를 보호하는 헤르메스

프란체스코 프리마티초(Francesco Primaticcio), 1559, 퐁텐블로 성

 

   

'그대는 인간들 중에 뉘시며 어디서 오셨나요? 그대의 도시는 어디며

부모님은 어디 계시나요? 그대가 이 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에요. 일단 이 약을 마셔 이빨들의 울타리 안으로

넘기고서도 이 약을 견뎌낸 남자는 누구도 달리 없기 때문이에요.

그대는 가슴속에 마법이 걸리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네요.

그대는 임기응변에 능한 오뒷세우스가 틀림없어요.

그가 날랜 검은 배를 타고 트로이아에서 돌아갈 때

이리로 오게 될 것이라고 황금 지팡이의 아르고스의 살해자가

늘 내게 말해주곤 했지요. 자, 그대는 칼을 칼집에

도로 넣으세요. 그런 다음 우리 둘이서 침상에 올라

사랑의 동침을 해요. 서로 믿을 수 있도록 말예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325∼335행

 

 

 

오뒷세우스와 키르케

에르네스트 앙투안 오귀스트 에베르(Ernest Antoine Auguste Hébert), 19세기경, 에르네스트 에베르 미술관

   

 

'키르케여! 나를 집에 보내주겠다던 그 약속을 이행하시오.

내 마음은 벌써 떠나기를 열망하고 있고 다른 전우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요. 그대가 우리 곁을 떠나기라도 하면

그들은 나를 둘러싸고 비탄하니 내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있소.'

내가 말하자 여신들 중에서도 고귀한 그녀가 지체 없이 말했소.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그대들은 이제 더 이상 그대들의 의사에 반해 내 궁전에

머물지 마세요. 하지만 그대들은 먼저 다른 여행을 마쳐야만 해요.

그대들은 하데스와 무서운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

아직도 정신이 온전한 저 눈먼 예언자 테바이의 테이레시아스의

혼백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오. 그가 슬기롭도록 페르세포네는

오직 그에게만 죽은 뒤에도 분별력을 주었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혼백들은 그림자처럼 쏘다니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0권 제483∼495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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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녀 키르케와 스퀼라
    from Value Investing 2014-09-12 11:27 
    마술사 키르케지오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Giovanni Francesco Barbieri), 17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그곳으로부터 글라우쿠스는 강력한 팔로 튀르레니아 해를헤엄쳐 건너 태양신의 딸 키르케의 약초가 많은 언덕들과온갖 야수들이 득실대는 그녀의 궁전에 도착했다.그는 그녀를 만나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말했다."여신이여, 제발 신을 불쌍히 여기시오! 그대만이 내 이 상사병을고칠 수 있기 때문이오. 내가 그럴 자격이 있어 보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