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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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제를 올리는 오뒷세우스 앞에 나타난 테이레시아스

요한 하인리히 휘슬리(1741∼1825), 1780∼1785년경, 알베르티나 미술관

 

 

그대가 귀향을 염려하여 이것들을 해코지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그대들은 고생은 해도 이타케에 닿게 될 것이오.

그러나 그대가 이것들을 해코지한다면 나는 그대의 배와

전우들에게 파멸을 예언하오. 설사 그대 자신은 벗어난다 해도

그대는 전우들을 다 잃고 나중에 비참하게 남의 배를 타고

귀향하게 될 것이며 집에 가서도 고통 받게 될 것이오.

오만불손한 자들이 그대의 신과 같은 아내에게 구혼하고

구혼 선물을 주며 그대의 살림을 먹어치울 테니 말이오.

그러나 그대는 귀향하자마자 그들의 행패를 틀림없이

응징할 것이오. 그대는 계략으로건 아니면 공개적으로

날카로운 청동으로건 그대의 궁전에서 구혼자들을 죽인 뒤에

손에 맞는 노 하나를 들고 바다를 전혀 모를 뿐더러

소금 든 음식은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를 때까지 길을 가도록 하시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110∼123행

 

 

 

'어머니! 하데스의 집에서나마 우리 둘이 서로 얼싸안고

싸늘한 비탄을 실컷 즐기려고 제가 어머니를 붙잡기를 열망하건만

어째서 어머니께서는 저를 기다려주시기 않지요?

아니면 제가 더욱 더 비탄하고 신음하도록

당당한 페르세포네께서 제게 환영을 보내주셨을 뿐인가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존경스런 어머니께서는 지체 없이 대답했소.

'아아! 내 아들아, 모든 이들 중에서 가장 불운한 자여!

제우스의 따님이신 페르세포네께서 너를 속이시는 것이 아니란다.

이것이 곧 인간이 죽게 되면 당하게 되는 운명이란다.

일단 목숨이 흰 뼈를 떠나게 되면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결합하지 못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의 강력한 힘이 그것들을 모두 없애버리지만

혼백은 꿈처럼 날아가 배회하게 되는 것이란다.

너는 되도록 빨리 빛을 향해 서둘도록 하라.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210∼223행

 

 

 

그리고 나는 오이디포데스의 어머니 아리따운 에피카스테도 보았소.

그녀는 자기 아들과 결혼하여 영문도 모르고 엄청난 짓을 저질렀고,

오이디포테스는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어머니와 결혼했소.

신들께서는 지체 없이 이 일들을 인간들에게 알려주셨지요.

그리하여 카드모스의 후예들의 통치자였던 오이디포데스는

사랑스런 테베에서 신들의 잔혹한 계획에 의해 고통 받았던 것이오.

한편 에피카스테는 강력한 문지기인 하데스의 집으로 내려갔소.

그녀는 슬픔에 꼼짝없이 사로잡혀 자신을 위해서는 높은 대들보에

고를 맨 밧줄을 높다랗게 매달았고, 아들에게는 복수의 여신들이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온갖 고통들을 많이도 남겨놓았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271∼280행

 

 

 


1. 앙리 레비, [테베에서 벗어나는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19세기경, 랭스 미술관
2. 샤를 프랑수아 잘라베르,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1842년, 루앙 미술관

 

 

 

알키노오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오뒷세우스여! 우리가 보아하니 그대는

거짓말쟁이나 사기꾼 같지는 않소이다.

사실 검은 대지는 아무도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짓말들을

엮어대는 그런 인간들을 씨앗만큼이나 많이 기르고 있지요.

그러나 그대는 하는 말도 우아하지만 그 속에 지헤도 들어 있소이다.

그대는 마치 가인이 노래하듯 전(全) 아르고스인들과

그대 자신의 비참한 고난을 능숙하게 이야기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362∼369행

 

 

   

내가 이렇게 묻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포세이돈이 역풍의 무서운 입김을 일으켜

내 함선들 안에서 나를 제압한 것도 아니며

육지에서 적군이 나를 해친 것도 아니오.

아이기스토스가 내 잔혹한 아내와 결탁하여 내게

죽음과 운명을 가져다주었소. 그자는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해

잔치를 베풀더니 마치 구유 위에서 황소를 죽이듯 나를 죽였소.

꼭 그처럼 나는 가장 비참하게 죽었고, 내 주위에서

다른 전우들이 잇달아 살해되었소. 어떤 부유하고

권세 있는 사람의 집에서 결혼 잔치 때나 추렴 잔치 때나

집안 간의 풍성한 회식 때 잡는 흰 엄니의 돼지들처럼 말이오.

그대는 지금까지 일대일의 결투나 격렬한 전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되는 것을 몸소 겪었겠지만

우리가 희석용 동이들과 한 상 가득 차린 식탁들 주변에

쓰러져 누워 있고 바닥에는 온통 피가 내를 이루고 있는

그 광경을 보았더라면 마음이 더없이 참담했을 것이오.

그러나 내게는 프리아모스의 딸 캇산드라의 목소리가 가장

애처롭게 들렸는데 교활한 클뤼타임네스트라는 그녀를 바로

내 옆에서 죽였던 것이오. 그래서 나는 두 손을 들었다가 칼에 찔려

죽어가며 도로 땅 위로 내리고 말았소. 그러나 그 개 눈을 한

여인은 내게 등을 돌렸고 내가 하데스의 집으로 가는데도

제 손으로 내 눈을 감겨주고 내 입을 막아주려고도 하지 않았소.

그녀가 결혼한 남편에게 죽음을 안겨주며

수치스런 짓을 생각해낸 것처럼,

마음속으로 그런 짓들을 꾀하는 여인보다

더 무섭고 더 파렴치한 것은 달리 아무것도 없을 것이오.

정말이지 나는 귀향하면 자식들과 하인들이 반겨줄 줄 알았소.

그러나 누구보다도 끔찍한 악행에 능한 그녀는

그녀 자신과 후세에 태어날 모든 여인들에게

심지어 행실이 바른 여인에게조차 치욕을 쏟아 부었던 것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404∼434행

 

 

 

아가멤논을 살해하기 직전의 클뤼타임네스트라 (피에르 나르시스 게랭 작)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그러니 그대도 앞으로 아내에게 너무 상냥하게 대하지 마시오.

그대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아내에게 다 알려주지 말고

어떤 것은 말하외 어떤 것은 숨기도록 하시오.

그러나 오뒷세우스여! 그내는 아내의 손에 죽지 않을 것이오.

이카리오스의 딸 사려 깊은 페넬로페는 매우 지혜롭고

마음속으로 좋은 생각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오.

우리가 싸움터에 갔을 때, 그녀는 젊은 신부로 뒤에 남았지요.

그리고 느녀의 품에는 아직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가 안겨 있었소.

지금쯤 그 아이는 남자들 사이에 앉아 있겠지요.

그는 행복하도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서 그를 만나보게

될 것이고 그도 관습에 따라 아버지를 포옹하게 될 테니 말이오.

그러나 내 아내는 내가 내 아들을 실컷 보는 것조차도

허용하지 않았소. 그러기 전에 그녀는 나 자신을 죽여버렸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440∼453행

 

 

   

이렇게 우리 둘이 슬픈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비통하게 서 있을 때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나무랄 데 없는

안틸로코스와 아이아스의 혼백들이 다가왔는데

아이아스는 전 다나오스 백성들 중에서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의 아들 다음으로 생김새와 체격이 가장 준수했지요.

준족(駿足)인 아이아코스의 손자의 혼백이 나를

알아보고는 비탄하며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465∼472행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죽음에 대해 내게 그럴싸하게 말하지 마시오,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나는 세상을 떠난 모든 사자들을

통치하느니 차라리 지상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 가난한 사람 밑에서 품이라도 팔고 싶소이다.

자, 그대는 내 당당한 아들의 소식이나 전해주시오. 일인자가 되기 위해

그 애는 전쟁터로 따라갔소,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았소?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에 관해서도 들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그분께서는 아직도 수많은 뮈르미도네스족 사이에서 명예를

누리고 계시오, 아니면 노년이 그분의 손발을 묶었다고 해서

헬라스와 프티아에서 사람들이 그분을 업신여기고 있소?

나는 이제 더 이상 햇빛 아래서 그분의 보호자가 아니며,

내가 전에 넓은 트로이아에서 가장 훌륭한 백성들을 죽이고

아르고스인들을 지켜주던 때처럼 그렇게 강력하지도 못하오.

그런 사람으로서 내가 잠시나마 아버지의 집에 갈 수 있었으면!

그러면 나는 그분께 행패를 부리고 그분을 명예롱누 지위에서 몰아내는

자들에게 내 힘과 접근할 수 없는 두 주먹을 두려워하게 해줄 텐데!'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488∼503행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에 관해서는 나는 정말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소. 그대의 사랑하는 아들 네옵톨레모스에 관해서는

나는 그대의 요구대로 모든 진실을 터놓고 이야기할 것이오.

······

하지만 나는 그가 아르고스인들을 지켜주며 죽인 모든 백성들에 관해

빠짐없이 다 이야기할 수도, 그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소이다.

이를테면 그는 청동으로 텔레포스의아들 영웅 에우뤼퓔로스를

죽였소. 그리고 그자의 주위에서 한 여인의 뇌물 때문에

그자의 전우였던 수많은 케테이오이족이 살해되었는데 그자는

내가 본 남자들 중에서 고귀한 멤논 다음으로 용모가 가장 준수했소.

그리고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의 장수들이 에페이오스가 만든

목마에 들어가려 하고 그 튼튼하게 만든 매복처를

열고 닫는 모든 책임이 내게 주어졌을 때,

다나오스 백성들의 다른 지휘자와 보호자들은

눈물을 닦았고 모두들 아랫도리가 떨렸지요.

그러나 나는 그가 안색이 창백해지거나 뺨에서

눈물을 닦는 것을 내 눈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소.

오히려 그는 목마에서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자꾸만 간청했고, 칼자루와 청동이 달려 묵직한 창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트로이아인들에게 재앙을 꾀하고 있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505∼532행

 

 

 

트로이 목마 일화가 새겨진 기원전 670∼650년경 항아리

 

 

그 밖에도 세상을 떠난 사자들의 다른 혼백들이 괴로워하며

서서 저마다 염려되는 것을 물었소. 오직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의 혼백만이 저만치 떨어져 서 있었는데 함선들 옆에서

아킬레우스의 무구들을 놓고 재판이 벌어졌을 때

내가 그에게 이긴 것에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무구들은 아킬레우스의 존경스런 어머니가 상(賞)으로 내놓았는데

판결은 트로이아인들의 딸들과 팔라스 아테네가 내렸지요.

그러한 상을 위해서라면 내가 이기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 무구들 때문에 아이아스 같은 저런 영웅을 대지가 덮고 있으니

말이오. 아이아스는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의 아들 다음으로

생김새와 행동에서 다른 다나오스 백성들을 모두 능가했지요.

아이아스를 향해 나는 이렇게 상냥한 말을 건넸소.

'아이아스여, 나무랄 데 없는 텔라몬의 아들이여! 그 저주 받을 무구들

때문에 내게 품었던 원한을 그대는 죽어서도 잊지 않을 작정이시오?

신들께서는 그 무구들이 아르고스인들에게 재앙이 되게 하셨소이다.

그대를 잃음으로 하여 그들은 강력한 성탑(城塔)을 잃었기 때문이오.

그래서 우리들 아카이오이족은 그대가 죽은 뒤에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못지않게 늘 그대를 위해 슬퍼하고 있는 것이오. 그것은

다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제우스의 잘못이오. 그분께서 창수들인

다나오스 백성들의 군대를 끔찍이도 미워하시어 그대에게 그런 운명을

지우셨기 때문이오. 자, 왕이여! 그대는 이리 와서 내 말과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그리고 그대의 노여움과 완고한 마음을 풀도록 하시오.'

내가 이렇게 말했으나 그는 한마디 대답도 없이 세상을 떠난

사자들의 다른 혼백들을 뒤따라 에레보스로 들어가버렸소.

비록 원한을 품고 있기는 했어도 그가 내게 말을 걸었거나

아니면 내가 그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나 내 가슴속 마음은

세상을 떠난 다른 사자들의 혼백들을 보고 싶어 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541∼567행

 

 


(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1) 앞서 말한 원천들 중에서는 첫 번째 것이, 말하자면 타고난 위대성이 가장 중요하므로 그것이 비록 얻은 것이라기보다는 주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되도록이면 우리 마음을 위대성을 향하여 계발하고, 또 우리 마음이 언제나 고상한 사상을 잉태케 해야 할 것이오. (2) "어떤 방법으로?" 라고 그대는 묻겠지요. 나는 다른 곳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소. "숭고는 고상한 마음의 메아리다" 라고 말이오. 그래서 어떤 생각은 표현되지 않고 생각만 해도 그 고매성 때문에 감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오. 예컨대 저승에서의 아이아스의 침묵은 장중하고 그 어떤 말보다 더 숭고하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롱기누스/숭고에 관하여〉제9장『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비교

 

 


(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나는 또 시쉬포스가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도 보았소.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돌덩이를 움직이고 있었소.

그는 두 손과 두 발로 버티며 그 돌덩이를 산꼭대기 너머로

밀어 올렸소. 그러나 그가 그 돌덩이를 산꼭대기 너머로

넘기려고 하면 그 무게가 그를 뒤로 밀어내는 것이었소.

그러면 그 뻔뻔스런 돌덩이가 도로 들판으로 굴러 내렸고

그러면 또 그는 기를 쓰며 밀었소. 그의 사지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그의 머리 위로는 먼지가 구름처럼 일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제593∼600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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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 왕』
    from Value Investing 2014-09-12 11:32 
    그리스 비극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단연『오이디푸스 왕』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소재는 어느 한 작가의 순수한 창작품이 아니며 소포클레스가 이 작품을 쓰기 전에도 이미 그 중요한 줄거리는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고 한다. 소포클레스보다 앞선 작가들인 핀다로스의 『올륌피아 송시』에도 '라이오스에게 주어진 신탁과 숙명적인 부자 상봉'이 등장하고, 아이스퀼로스의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에서도 오이디푸스가 제 손으로 제 눈을 멀게 했다는 대목
  2.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
    from Value Investing 2014-09-12 11:33 
    이 작품은 트로이아 전쟁이 벌어지던 와중에 일어난 일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이었던 아킬레우스가 마침내 죽고 난 뒤 그의 무구를 둘러싼 장수들 간의 쟁탈전에서 오뒷세우스에게 패한 아이아스가 심한 모멸감 때문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스스로 '완전한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무구재판에 패한 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혹한 현실' 때문에 극도의 딜레마에 빠진 그는 결국 미친듯이 아군인 그리스 군 진영을 습격하는 만행을 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