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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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ysses and the Sirens.

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 1891, National Gallery of Victoria(Melbourne, Australia)


 

그대는 먼저 세이렌 자매에게 가게 될 것인데

그들은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인간들은 누구든 다 유혹해요.

누구든 영문도 모르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의 아내와 어린 자식들은 더 이상 집에 돌아온

그의 옆에 서지 못할 것이며 그의 귀향을 반기지 못할 거예요.

세이렌 자매가 풀밭에 앉아 낭랑한 노랫소리로 호릴 것인즉

그들 주위에는 온통 썩어가는 남자들의 뼈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뼈 둘레에서는 살갗이 오그라들고 있어요.

그대는 얼른 그 옆을 지나가되, 꿀처럼 달콤한 밀랍을 이겨서

전우들의 귀에다 발라주세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말예요. 그러나 그대 자신은 원한다면 듣도록 하세요.

그대는 돛대를 고정하는 나무통에 똑바로 선 채 전우들로 하여금

날랜 배 안에 그대의 손발을 묶게 하되, 돛대에다 밧줄의

끄트머리들을 매게 하세요. 그러면 그대는 즐기면서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듣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대가 풀어달라고 전우들에게

애원하거나 명령하면 그들이 더 많은 밧줄로 그대를 묶게 하세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제39∼54행  

 

 

 

 

세이렌 자매의 유혹으로부터 살아남기 (호메로스 지음 /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에서 인용)

 

 

그런데 그 바위의 중간에 서쪽을 향해, 에레보스를 향해,

어둠침침한 동굴이 하나 나 있는데 그대들은 바로 그 옆으로

속이 빈 배를 몰고 지나가게 될 거예요.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건장한 남자가 활시위에서 화살을 쏜대 해도 그가 타고 있는

배에서 속이 빈 그 동굴에 닿지는 못할 거예요. 그런데 바로

그 동굴 안에 무시무시하게 짖어대는 스퀼라가 살고 있어요.

사실 그녀의 목소리는 갓 태어난 강아지의 목소리만 하지만 그녀는

무시무시한 괴물인지라 그녀를 보고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어요.

설사 신이 그녀를 만난다 해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디룽디룽 매달린 발을 모두 열두 개나 갖고 있고

기다란 목을 여섯 개나 갖고 있는데 목마다 무시무시한

머리가 하나씩 나 있고, 머리 안에는 검은 죽음으로 가득 찬

세 줄로 된 이빨들이 단단히 그리고 촘촘히 나 있지요.

그녀는 속이 빈 동굴 안에 아랫도리를 내린 채

그 무서운 심연 밖으로 머리들을 내밀어

암벽 주위를 수색하며 그곳에서 돌고래나 물개나

또는 잡을 수만 있다면 크게 노호하는 암피트리테가

수없이 많이 기르고 있는 더 큰 짐승을 잡곤 하지요.

배를 타고 무사히 그 옆을 통과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선원들은 아직 아무도 없어요. 그녀가 머리 하나로 한 명씩

이물이 검은 배에서 사람을 낚아채 가기 때문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80∼100행

 

 

밀로의 구운 진흙으로 만들어진 판 : 스킬라 BC 5세기경, 구운 진흙, 루브르 박물관

 

    

사람의 고함 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만큼 떨어졌을 때 우리는 재빨리

내달았소. 그러나 세이렌 자매도 자기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날랜 배를 못 볼 리 없는지라 낭랑한 노랫소리를 울리기 시작했소.

'자! 이리 오세요, 칭찬이 자자한 오뒷세우스여, 아카이오이족의

위대한 영광이여! 이곳에 배를 세우고 우리 두 자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세요. 우리 입에서 나오는 감미롭게 울리는 목소리를

듣기 전에 검은 배를 타고 이 옆을 지나간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어요. 그 사람은 즐긴 다음 더 유식해져서 돌아가지요.

우리는 넓은 트로이아에서 아르고스인들과 트로이아인들이

신들의 뜻에 따라 겪었던 모든 고통을 다 알고 있으며

풍요한 대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든 다 알고 있으니까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제181∼191행 

 

 

 

세이렌,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 19세기경,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오뒷세우스와 세이렌, 드레이퍼, 페렌스 미술관

 

    

우리는 한숨을 쉬며 해협을 향해 항해를 계속했소.

한쪽에는 스퀼라가 살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고귀한 카륍디스가

바다의 짠물을 무시무시하게 빨아들이고 있었소.

물을 내뿜을 때 그녀는 센 불 위에 걸린 가마솥처럼

맨 밑바닥으로부터 소용돌이치며 끓어올랐고

물보라는 두 바위의 꼭대기 위까지 높이 날아올랐소.

그러나 바다의 짠물을 도로 빨아들일 때

그녀는 소용돌이치며 속을 다 드러내 보였고 주위의 바위는

무섭게 울부짖었으며 바닥에는 시커먼 모래땅이 드러났소.

그러나 창백한 공포가 내 전우들을 사로잡았소.

우리가 파멸을 두려워하며 그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스퀼라가 나의 속이 빈 배에서 전우 여섯 명을 낚아채 가니

그들은 손과 힘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이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234∼246행

 

 

 

내가 날랜 배 쪽을 살펴보며 전우들을 찾고 있는데

어느새 전우들의 손발이 허공에 높이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소.

전우들은 괴로워서 크게 비명을 지르며 내 이름을 불렀소.

그러나 그것도 그때가 마지막이었소.

마치 낚시꾼이 바닷가 툭 튀어나온 곳에서 긴 낚싯대로

작은 물고기들에게 덫이 되도록 미끼를 던지고 들에 사는

소의 뿔을 바닷물 속에 내리고 있다가 한 마리가 잡히면

버둥대는 물고기를 뭍으로 끌어당길 때와 같이,

꼭 그처럼 버둥대며 그들은 바위로 들어 올려졌소.

그곳 동굴 입구에서 그녀는 비명을 지르는 그들을 먹어치웠고

그들은 무서운 사투를 벌이며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소.

나는 바다에서 길을 찾으며 온갖 고통을 다 겪었지만

그것은 내 눈으로 본 가장 참혹한 광경이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제247∼259행

 

 

 

 

스퀼라와 카륍디스 앞의 오뒷세우스

요한 하인리히 휘슬리 (wikimedia commons, 1741∼1825), 1794∼1796, 취리히 쿤스트하우스

 

 

전우들은 마치 바다오리처럼 검은 배 주위로

너울에 떠다녔고 신들은 그들에게서 귀향을 빼앗아버리셨소.

그러나 나는 후려치는 파도가 용골에서 측벽들을 뜯어내어

벌거숭이가 된 용골만이 파도에 떠밀려 다닐 때까지 배 안을

오락가락했소. 그때 파도가 배의 돛을 용골 쪽으로 내던졌고

돛대에는 아직도 소가죽으로 만든 뒷밧줄이 매달려 있었소.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함께 묶어

그 위에 앉은 채 파멸을 가져다주는 바람에 떠밀려 다녔소.

그때 서풍이 돌풍 속에서 날뛰기를 그만두자

남풍이 내 마음에 고통을 안겨주며 재빨리 다가왔는데,

나를 끔찍한 카륍디스에게로 되돌아가게 하려는 것이었소.

나는 밤새도록 떠밀려 가서 해뜰 무렵에

스퀼라의 동굴과 무시무시한 카륍디스에 다다랐소.

그때 마침 카륍디스는 바다의 짠물을 빨아들이고 있었는데

나는 높다란 무화과나무에 훌쩍 뛰어올라

박쥐처럼 매달리며 꽉 붙잡았으나 아무데도 발을 디디고

똑바로 설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위로 올라갈 수도 없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2권 제418∼434행

 

 

 

적회식 크라테르 (A면 : 괴물 스퀼라, B면 : 수반에서 씻고 있는 여인), BC 450 ~ BC 420경, 루브르 미술관

 

 

두 개의 지켜보는 눈 사이의 세이렌, BC 6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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