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고 난 다음 날 아침, 방문을 열고 마당에 내려서니 멋진 일출이 그냥 한 눈에 펼쳐져 있다.

 

 

 

2. 아침을 먹는 걸 뒤로 미루고 깃대봉을 먼저 오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3. 깃대봉 오르는 초입

 

 

 

4. 산을 조금만 올랐는데도 홍도1구 마을이 한 눈에 다 내려다 보인다.

 

 

 

5. 깃대봉 정상 부근에서 흑산도 쪽으로 바라본 풍경

 

 

 

6. 산을 내려오면서 보니 몽돌 해수욕장 쪽 바다가 눈이 부시도록 푸르다.

 

 

 

7. 손바닥만 한 운동장이 있는 곳이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 학생들은 '내내 전교 4등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8. 아침 햇살에 눈이 너무 부셔서 내 얼굴은 잔뜩 인상을 쓰고 있지만, 홍도의 쪽빛 바다는 곱기만 하다.

 

 

 

9. 이른 아침인데도 유람선인 듯한 배 한 척이 벌써 바다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다.

 

 

 

10. 멀리 바다 쪽으로 쪼르륵 튀어나온 바위들이 남문바위가 있는 곳.

 

 

 

11. 몽돌해수욕장

 

 

 

12. 모래가 한 알갱이도 없는 몽돌해수욕장

 

 

 

13. 홍도1구 마을 전체가 아침 햇살에 환하게 빛나고 있다.

 

 

 

14. 깃대봉(368.7m)은 '싸게 싸게' 다녀오면 1시간 40분쯤 걸리고, 느긋하게 걸어도 2시간 반쯤이면 충분하다.

 

 

 

15. 일요일 아침이지만 홍도 주민에게는 휴일이 따로 있을 리 없을 듯.

 

 

 

16. 관광객들이 홍도로 놀러 오는 길이 곧 어부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17. 작은 어선들은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한가롭기만 하다.

 

 

 

18. 일요일 아침, 가을 햇살에 빛나는 홍도1구의 마을들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19. 홍도에서 10시 40분 배를 타고 흑산도로 건너왔다. 말로만 듣던 '흑산도 홍어'가 식당마다 가득하다.

 

 

 

20. 오늘 점심은 '흑산도 홍어'로 배가 터지도록 '때려 먹을' 작정이었다... 하루를 묵을 민박집도 썩 마음에 들었고...

     그런데 갑자기 '월요일 풍랑주의보'가 예보되어 우리가 떠날 예정이었던 '내일'은 배가 '전면 운항 금지'란다.

     흑산도에서 목포로 떠나는 배편을 급히 당일 오후 4시 40분으로 바꾸고 나니 남은 시간이 1시간 30분 밖에 없다.

     서둘러 '한 잔씩만' 하고 남은 40∼50분 동안에 흑산도 일주 관광을 마쳐야 한다. 갑자기 몹시 바빠졌다.

 

 

 

21. 흑산도를 일주하는 점보 관광 택시를 타고 서둘러 '일주 관광'을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섬이 흑산도이고,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습지'로 유명한 장도이다.

 

 

 

22. 여기가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시간이 없어서 노래도 한 곡 못 들어 보고 30초 만에 다시 택시에 올랐다.

 

 

 

23. 흑산도 13경인 지도바위. 처음에는 호주 지도처럼 보이다가 나중엔 완벽한 한반도 모양으로 변한다.

 

13경인 지도바위는 마리와 비리 사이에 있는데 바위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은 처음에는 중앙아시아 모양으로 보이다가 어느 시점에 가면 우리나라 지도로 보인다. 그 지도 모양이 너무 정교하여 보는 이들이 모두 놀랄 정도이다.

 - 고동률, 『홍도와 흑산도』중에서

 

 

24. 멀리 보이는 섬이 홍도. 마치 독수리가 머리를 내밀고 왼쪽으로 비스듬히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듯하다.

 

 

 

25. 손암 정약전이 15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여던 곳으로 추정되는 자리인 복성재가 있는 마을.

 

 

흑산도는 오지 중에서도 오지이다. 그 옛날에는 목포에서 배를 타면 보름씩 걸려 도착하였다는 섬이다. 그래서 유배 문화가 남아 있다. 유배형은 조선시대 형벌 가운데 하나로 유배지는 서울에서 멀고 교통이 불편한 지방이 각광을 받았다. ······

 

손암의 흑산도 유배 생활은 절망과 회한으로 얼룩지지만은 않았다. ······ 손암은 15년 간 귀양살이를 하면서 서남단 근해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와 해산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꼼꼼한 관찰력과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손암은 이 작업을 평생의 일로 여겼다. 틈만 나면 바다를 관찰하고 어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결과 155여 종의 수산물을 채집하여 명칭은 물론 특성, 형태, 성어기, 분포 상황 등을 자세히 기록한 『자산어보』를 남겼다. 『자산어보』는 한국 어족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됨은 물론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자연과학 서적이다.

 

- 고동률, 『홍도와 흑산도』중에서

 

 

26. 흑산도의 바닷가 풍경

 

 

 

27. 슬픔과 애환이 가득한 섬이지만 이 곳 풍경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28. 드넓게 펼쳐진 흑산도 앞바다

 

 

 

29. '면암 최선생 적로 유허비'가 있는 곳이니 잠깐 사진만 찍으라고 했지만 사양하고 그 대신 기사님 모습을 찍었다.

그 분의 명함에 담긴 내용을 옮겨 놓는다. 흑산도에 가실 분들은 꼭 이 분과 만나길... 최고의 재미를 보장한다.

<리무진 대형 개인택시, 흑산도 일주관광 9인승, 조 말 례, 010-3114-1017, E-mail : 3367045@naver.com>

 

 

면암이 흑산도에 위리안치된 것은 1876년(고종 13년)의 일이다. 이 해에 조선과 일제와의 통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이를 매국이라고 간파한 면암은 도끼를 둘러메고 광화문에 나가 왜적을 멀리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자신의 목을 베라며 조약 체결의 불가를 역설하였다. 그 유명한 '오불가척화의소(五不可斥和議疎)'이다. 이로 인하여 면암은 유배길에 오르게 된다.

 - 고동률, 『홍도와 흑산도』중에서

 

 

30. 흑산도 바다위에 떠 있는 고기잡이 배들.

 

 

 

31. 구녕(?) 바위. 뻥 뚫린 구멍 주위로 잘 자란 나무들이 더욱 묘하다.

 

 

 

32. 흑산도에서 목포 방향으로 보이는 이 섬은 영산도.

 

 

 

33. 2005년에『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된 걸 보고 처음 찾았던 목포의 '독천식당'.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이다.

 

 

 

34. 독천식당에서 내놓은 낙지탕탕이와 낙지무침

 

 

 

35. 나무젖가락에 둘둘 말아 구워낸 '낙지구이'까지... 술맛이 절로 났다.

 

 

 

36. 목포에 왔으니 유달산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오면 '목포의 눈물'이 계속 흐른다. 물론 이난영씨의 노래다.

 

 

 

37. 유달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목포 시내와 목포항 전경. 멀리 영산강 하구둑과 영암 월출산도 보인다.

 

 

 

38. 작년 여름에 종주했던 '영암 월출산'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가 보다.

 

 

이번에 함께 한 일행들과 내년 가을에는 울릉도를 가기로 약속했다. 여행에 나설 때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홍도와 흑산도』 말고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몇 권의 책을 더 샀다. 나이 들수록 돌아다닐 시간도 더 많이 생겨나는 게 자연스런 이치이리라 믿고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좀 더 많은 섬들을 두루 돌아다녀 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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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흥 2017-02-0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을 사진은 제 바탕화면에 옮겨놓도록하겠습니다. 좋은 사진 감사드립니다. 작가님!

oren 2017-02-07 18:45   좋아요 0 | URL
김재흥 님의 바탕화면에까지 제 사진이 쓰일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ㅎㅎ
일부러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영인 2020-03-09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과 사진 잘봤씁니다.저도 흑사도 출신인데요. 3월말에 친구들과 갈려고합니다.

oren 2020-03-09 18:24   좋아요 0 | URL
네... 그러시군요. 즐거운 여행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청춘이 정열을 추구하는 것은 용서하고, 노년이 쾌락을 찾는 일은 금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는 젊었을 때는 불타는 정열을 조심성으로 은폐했다. 이제 늙어서는 음산한 심정을 방종으로 풀어 준다. 그 때문에 플라톤의 법칙은 편력을 더 유익하고 교양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40이나 50세 전에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한다. 나는 바로 이 규칙의 제2항으로 60세가 넘어서는 편력을 금지하는 데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중에서

 

 * * *

 

프랑스 사람 몽테뉴는 여행을 무척 즐겼던 인물이다. 그가 '여행'에 대해 남겨 놓은 재치있는 말들을 뒤적거릴 때마다 나는 그 프랑스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누구의 말을 내세워 매번 '나의 여행'을 알맞게 꾸밀 수 있었을까를 늘 의심해 보며, 그와 한 번 친숙하게 사귀어 놓은 일이 정말 여러모로 쓸모가 많음을 새삼 느낀다.


이번 '홍도·흑산도 여행'도 따지고 보면 몽테뉴의 견해에 매우 잘 들어맞는 셈이었다. 함께 한 일행 다섯은 모두 50을 넘긴 나이지만 60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으며, 2박 3일의 일정 동안 맛있는 음식들도 실컷 먹고, 아름다운 경치들도 실컷 구경하면서 나름대로 '건전한 방종'으로 '일상의 따분함'을 넉넉하게 풀어주었으니 말이다.

 

'홍도'가 정말 아름다운 섬이라는 소문은 그동안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먼 섬까지 가는 데는 적잖은 세월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 우리 일행 모두는 이미 50년 이상을 살았지만 여태까지 아무도 그 섬에 가 본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꼭 그런 공통점 때문에 50대 아저씨 5명이 이번에 단단히 작심하고 '홍도·흑산도 여행'을 도모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함께 한 일행들 가운데 나를 포함한 셋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해마다 가을이면 가급적 서울에서 멀리 벗어난 전국의 명산들을 찾아 '단풍 산행'을 꼬박꼬박 다녀온 터였고(지금 손꼽아 보니 해마다 거르지 않고 참 많이도 다녀왔다.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월출산, 두타산, 청옥산, 방태산, 오봉산, 칠보산 등을 올랐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했다고 할 만한 멤버들도 따지고 보면 작년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다녀온 친구도 있었고, 올해 여름에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동행했던 친구도 끼어 있었으니, 이번에 함께 한 일행들은 말하자면 평소에도 '어디든' 함께 떠나자고 하면 금세 '맞춤한 결론'을 만들어 낼 만큼 손발이 척척 맞는 사이인 셈이었고, 올해 여행은 다만 그 장소가 '머나먼 섬'으로 정해졌을 뿐이었다는 게 솔직한 얘기일 듯싶다.

 

우리에게 늘 다행스러운 점은 모두가 각자 하는 일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짧은 여행에 필요한 정도의 시간'은 비교적 흔쾌히 일상으로부터 막무가내로(?)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홍도로 들어가는 배편이나 그 섬에서 다시 목포로 되돌아 나오는 배편을 예약하는 데에도 '언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빡빡함이 없어서 여유롭고 좋았다.

 

홍도는 미처 가 보지 못한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운 섬이었다. 흑산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 일행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졌던 한 가지 '편견' 같은 게 있었는데, 그걸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홍도만 제대로 보면 그걸로 충분하고, 흑산도에서는 '홍어만 실컷' 먹으면 그만'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편견'이자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홍도가 너무나 유명한 섬이다 보니 흑산도가 관광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측면이 크다손 치더라도, 흑산도는 그저 정약전 선생이 오랜 세월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면서 '자산어보'라는 보기 드문 자연과학서를 남긴 배경이 된 섬으로만 대접받아야 할 곳이 결코 아니었다.

 

흑산도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러나 그 섬은 또한 온갖 슬픔과 애환이 가득 서린' 애달픈 섬이었다. 하루 아침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면서 한양에서 그 머나먼 절해고도로 유배된 조선의 선비에게나, 태어날 때부터 그 섬에 갇혀서 한 번도 제대로 거기서 온전히 벗어날 희망조차 쉽사리 품지 못했을 수많은 섬 사람들에게 있어서나 흑산도는 '슬픔과 애환'을 마치 숙명처럼 떠안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섬이었다. <흑산도 아가씨>라는 노래 가사에서 반복되는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이라는 구절은 결코 흑산도 아가씨의 새까매진 얼굴빛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한없이 외로운 달빛을 안고
흘러온 나그넨가 귀양살이인가
애타도록 보고픈 머나먼 그 서울을
그리다가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나는 평소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 편이다. 내가 이 글에서 미주알고주알 홍도와 흑산도에 대해 실컷 얘기를 늘어놓아 봤자 다 무슨 소용일까. 언젠가 그 섬을 직접 한 번 찾아가 쪽빛 바다 위에 떠다니는 유람선에 몸을 싣고서 '홍도의 절경들'을 직접 눈으로 마주 대하고, 오랜 세월 끝에 완공한 '흑산도 일주도로'를 따라 관광 택시를 타고 다니며 '택시 기사 아줌마'의 기가 막힌 말쏨씨와 함께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섬의 풍광들을 직접 감상하고, 바로 그 때 택시 기사가 틀어주는 '젊은' 이미자씨의 <흑산도 아가씨>를 듣고 또 따라 부를 때, 그때에야 비로소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짜릿한 감흥' 을 맛보기 전까지는 그 누구의 얘기라도 한낱 '카더라'에 머물 뿐이다.

 

나는 이번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홍도·흑산도 여행'을 다녀온 게 너무나 아쉬워 뒤늦게나마 '두 권의 책'을 사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두 섬에 대해 '복습'까지 했다. 한 권은 대원사에서 펴낸 홍도와 흑산도 라는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손택수 시인이 쓴 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라는 책이다. 홍도와 흑산도를 찾아 나설 사람이라면 누구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이 두 권의 책만이라도 꼭 구입해서 읽고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여행의 재미'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커질 것이라 장담한다.

 

 

한 폭의 동양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섬

 

목포항에서 서남쪽으로 1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홍도는 해질녘이면 전체가 붉게 물들어 홍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섬에는 270여 종의 상록수와 17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 170호로 지정되어 있다. 섬 전체가 기복이 큰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섬의 2/3를 차지하는 북쪽과 1/3을 차지하는 남쪽이 대목이라는 좁은 바닥으로 이어져 있어 섬에서 두 개뿐인 마을도 배로 왕래를 해야 할 정도이다. 해안지형이 발달하여 뛰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어 연중 많은 관광객이 이 섬을 찾는다. 홍도 33경으로 일컬어지는 홍도의 진면목은 유람선을 타고 섬 주위를 돌아보아야 알 수 있다.

남문바위, 시루떡바위, 물개굴, 석화굴, 기둥바위, 탑바위, 원숭이바위, 전자바위, 독립문바위, 홍어굴, 병풍바위, 남문바위, 실금리굴,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일곱남매바위, 수중자연부부탑 등 다양한 전설과 기묘한 형상을 간직한 기암, 그리고 섬 주위에 펼쳐진 크고 작은 20여 개의 무인도와 깎아지른 절벽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사계절 물이 맑고 투명하여 바람이 없는 날에는 10m 깊이의 바다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홍도는 두 개의 마을 중 1구에는 길이 1,200m, 너비 100m의 해수욕장이 있고, 2구에는 아름다운 등대가 있어 섬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 중에서

 

 

 * * *

 

 (홍도와 흑산도는 지난 10월 25일부터 27일 사이에 다녀왔다. 홍도와 흑산도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아낌없이 소개하기 위해 사진을 충분히 담았다.)

 

1. 흑산도와 홍도가 얼마나 멀리 떨어진 깊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지 실감나는 지도.

    정약전이 머물렀던 흑산도와 그의 동생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했던 강진과의 거리도 아득하기만 하다.

 

 

 

2. 목포연안여객터미널 풍경. 흑산도와 홍도를 오가는 쾌속선들은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

 

 

 

3. 우리가 탄 쾌속선이 홍도항에 도착할 무렵. 관광객들을 태운 유람선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띈다.

 

 

 

4. 소형 어선들은 하릴없이 한가로이 정박해 있다

 

 

 

5. 눈부신 가을 햇살이 바다와 만나 별빛처럼 반짝인다.

 

 

 

6. 유람선에 서둘러 옮겨 탔더니 이미 배 안은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빼곡하다.

 

 

 

7. 홍도 제2경인 남문바위로 접근하는 중.

 

 

 

8. 바다 위로 불쑥 불쑥 솟은 바위들이 누가 일부러 조각해 놓은 듯하다.

 

 

 

9. 저녁 햇살을 받아 붉은 빛을 띄는 바위 뒤로 홍도항이 살짝 엿보인다.

 

 

 

10. 홍도 2경인 남문바위와 그 일대

 

홍도항 오른편에 있는 남문바위 일대는 더 빼고 붙이고 할 것 없는 완벽한 조각 예술품인 동시에 잘 그려진 풍경화이다. 남문바위 일대 절경은 한때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해외에 배포한 한국 관광 안내 책자 표지에 실리기도 하고 한때는 텔레비젼이 시작하고 끝날 때 나오는 애국가 첫머리 배경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곳의 절경을 보지 못한 사람도 남문바위는 안다.

 - 고동률, 『홍도와 흑산도』중에서

 

 

11. 절경을 보고 연신 감탄하는 관광객들

 

 

 

12. 바위 위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들조차 예술가의 솜씨 같다.

 

 

 

13. 바다는 말 그대로 쪽빛이다.

 

 

 

14. 남문바위 한가운데 뚫린 큰 구멍으로는 소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15. 제6경인 흔들바위를 지날 무렵 소형 어선이 한 척 다가오고 있다.

 

 

 

16. 알고 보니 그 어선은 즉석에서 뜬 생선회를 관광객들에게 팔기 위해 미리부터 우릴 기다리고 있었던 터였다.

 

 

 

17. 점점 더 해가 기울자 남문바위의 색깔도 조금씩 더 붉게 변하는 듯하다.

 

 

 

18. 유람선에서 맛보는 생선회 맛이 그렇게 싱싱할 수가 없다.

 

 

 

19. 이쯤이 아마 홍도의 남쪽 끄트머리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20. 이 바위의 이름은 어느새 잊어버렸다.

 

 

 

21. 여기는 시루떡바위

 

 

 

22. 이건 주전자바위

 

 

시루떡바위와 주전자바위가 지니고 있는 전설은 바다를 무대로 사는 사람들의 정서가 그대로 묻어 있다. 옛날에 용왕이 바다의 질서를 관장하는 사해의 충신들을 불러모아 그 공로를 치하하였다. 인간 세계를 널리 이롭게 한 그들을 위하여 용왕이 준비한 떡이 굳어서 시루떡 바위가 되었으며 그때 술을 따르던 주전자가 남아 주전자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이 전설은 용왕의 실체를 믿고 의지하던 뱃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 고동률, 『홍도와 흑산도』 중에서

 

 

23. 여기가 물개바위였나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다.

 

 

 

24. 용소바위를 지나는 중

 

 

 

25. 색시가 마치 토라진 모습으로 돌아선 형상을 한 바위

 

 

 

26. 제19경인 거북바위. 거북이 흡사 바다에서 육지로 기어 올라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27. 거시기(?) 바위. 유람선을 동굴 입구까지 바싹 들이대니, 카프리 섬의 '푸른 동굴' 분위기도 조금 느껴졌다.

 

 

 

28. 입구에서 보면 동굴이 두 개로 보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서로 통해 있다고 한다.

 

 

 

29. 독립문 바위가 있는 곳으로 이동중

 

 

 

30. 서울의 독립문과 모양이 흡사한 독립문바위. 해질 무렵이라 사진에 제대로 담을 수가 없어 많이 아쉬웠다.

 

 

 

31. 홍도의 맨 북쪽 끝을 돌고 있다. 멀리 산 중턱에 하얀 등대가 보인다.

 

 

 

32. 시계 방향으로 따지면 12시 바늘을 지나 3시 바늘쯤을 통과하고 있는 듯. 망망대해에 배 한 척이 외롭게 떠 있다.

 

 

 

33. 석양에 붉게 물든 홍도의 모습을 기대했건만 오늘은 날씨가 너무 맑다.

 

 

 

34. 식당마다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 우리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분위기는 썩 좋았다.

      메뉴는 전복, 해삼, 낙지, 문어, 소라 등등. 식사 메뉴가 따로 없어 홍합을 넣어 끓인 라면을 주문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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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1-2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 하나를 제 맘대로 제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모셔갔어요.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서요.

oren 2014-11-22 12:05   좋아요 0 | URL
어떤 사진이 hnine 님의 컴퓨터 바탕화면에까지 모셔지는 영광을 누렸을까 정말 궁금하네요. 그리고, 사진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 드셨다니, 우리 일행이 저기 홍도 앞바다의 포근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 좋다. 아, 좋다˝를 연신 쏟아내던 바로 그 느낌들이 조금이나마 전달된 듯싶어 저도 기쁘네요.

신안군 2017-02-0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희는 신안군에서 진행하는 홍도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업체입니다.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홍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님께서 찍으신 사진을 보고 ˝딱 이사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신안군청에게 사진 사용권을 허가해주십사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제 전화번호는 010-7319-8338입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oren 2017-02-07 11:04   좋아요 0 | URL
제가 찍었던 보잘것 없는 사진들이 ‘홍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다면 저로서도 큰 영광입니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사진 사이즈를 일부러 많이 축소해서 올렸는데, 혹시 그대로 사용하시는데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원본 파일‘을 찾아서 이메일 등을 통해 보내드릴 수도 있으니 연락주세요~
 
[공지] 'Thanks to' 구매자 1% 적립금 폐지에 대해서 안내드립니다.


나는 젊어서는 대문 소리가 나면,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하고 기뻐했지만, 나이를 먹고 나서부터는 대문 소리가 들리면, '무슨 귀찮은 일이 생기려나?'하고 불안을 느끼게 된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 *

 

그동안 심심할 때 '괜히' 한 번씩 알라딘에 접속해서 'Thanks to 적립금 쌓인 건 없나' 하고 기웃거리던 습관 하나가 조만간 없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라딘 공지사항에 따르면 11월 21일 부터 'Thanks to를 한 구매자에게 1% 적립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결국 'Thanks to' 단추는 그리 멀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구매할 때 Thanks to 버튼을 누르고, 가끔씩 Thanks to 적립금이 쌓이는 걸 확인할 때면 오래 전에 유행하던 광고 카피의 한 대목이었던 '주고 싶은 마음, 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멜로디도 떠오르면서 기분이 참 좋았더랬는데 이래 저래 몹시 서운하다. 개인적으로는 모처럼만에 Thanks to 적립금이 수북수북 쌓이던 참이라 더욱 아쉽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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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9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9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4-11-1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이런 건 그냥 서비스 차원에서 그냥 유지해도 될 텐데 말입니다.
얼마나 한다고. 융통성이 없는 건지...

oren 2014-11-19 16:22   좋아요 0 | URL
책을 살 때도 다른 분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땡스투 단추를 눌러 주면 괜히 기분이 좋았고, 어느 이름도 모르는 낯선 분들이 제 글에 대해 땡스투를 눌러 주신 걸 뒤늦게나마 확인하는 기쁨도 쏠쏠했는데, 나름대로 꽤나 매력적인 서비스가 이렇게 쉽사리 사라진다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네요...

cyrus 2014-11-2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땡스투 적립금을 모으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글을 썼는데 좋은 혜택이 사라져서 아쉽습니다. 알사탕 제도도 없어진다고 합니다. 땡스 투 적립금은 비록 적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알라딘에 서평이나 페이퍼를 쓰는 사람들을 위한 인센티브였고, 책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많이 모아서 쌈짓돈이 되는 유용한 제도였어요.

반면 제도의 허점도 있었습니다. 땡스 투 적립금을 많이 얻기 위한 의도로 곧 출간을 앞두는 책에 벌써부터 100자평이 있거나 책에 대한 소개도 없이 구매자의 땡스 투 클릭을 유도할만한 책만 잔뜩 입력한 성의 없는 페이퍼를 종종 보곤 했습니다. 그런 문제점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이런 글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인센티브가 없어졌으니 책 내용을 잘 소개하기 위해 정성껏 쓴 서평이 나올 거라고 장담 할 수도 없습니다. 땡스투와 알사탕 제도가 없어진 이후의 알라딘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oren 2014-11-20 00:58   좋아요 0 | URL
어찌보면 사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땡스투 적립금`이지만, 그 사소한 혜택 하나가 100자평을 비롯해서 페이퍼와 리뷰를 열심히(?) 쓰게 만드는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해 온 점도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cyrus 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마치 `땡스투 적립금`을 작심하고 겨냥한 듯한 무성의한 100자평이나 페이퍼들은 지금보다 많이 걸러질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그나저나 그동안 가끔씩 알라딘에 들러 `땡스투 적립금 좀 쌓인 게 없나?` 하면서 `가외 수입`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게 사라지고 나면 참 많이 허전하고 쓸쓸할 듯싶네요. 어지간하면 땡스투와 같은 좋은(?) 제도는 좀 무리를 해서라도 살려 둘 수 있으면 살렸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 뿐이네요. 이 적립금 제도가 없어지고 나면 그동안 열심히 글을 써 왔던 사람들조차 괜히 힘이 좀 빠질까 싶은 걱정도 좀 드네요.

cyrus 2014-11-20 14: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알사탕과 땡스투 적립금 때문에 알라딘 블로그를 시작했거든요. 이런 좋은 혜택도 추억이 되고 마네요.

2014-11-2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백번 맞는 말씀입니다. 알라딘도 이제 커지다 보니 점점 효율을 따져간다는 느낌입니다. 작지만 같이 하던 문화인데 일방적으로 정하니 서운하네요.. ^^

oren 2014-11-20 11:30   좋아요 0 | URL
마치 품앗이 하듯이 서로 돕던 좋은 제도가 너무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 같아 여간 서운한 게 아니네요.
적극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자는살아있다 2014-11-2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즐거움이 사라지네요. 땡스투를 통해 적립금 모으는 재미도 좋았었는데. 안타깝습니다.

oren 2014-11-25 02:0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작성자 땡스투 적립금만이라도 오래 오래 살아 남기를 바래봅니다.
 
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나의 고전 읽기 1
손택수 지음, 정약전 원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얼과 말을 지키기 위해 활동한 백석의 시에 김이 나온다.

 

 

옛날엔 통제사統制使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千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귤 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천희千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주집의 생선 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 방등이 불그레한 마당에 김 냄새 나는 비가 내렸다.

 

                                                                                                                 - 백석, 「통영統營」

 

백석의 시에서 천희라는 여성은 통영이라는 지리적 공간과 겹쳐져서 형상화되고 있다. 시인은 어촌의 풍경을 그리듯 천희를 그린다.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는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여성의 외모를 보여 주는 동시에 나라를 잃어버리지 않았던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통제사가 우리의 바다를 지킬 수 있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강탈당한 모국을 떠올리면서 슬픔의 정서를 낳는다. 그래서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 껍데기 같은 방에서 흘러나오는 등불 빛 아래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비는 통제사와 나라를 잃어버린 통영의 울음이기도 하고, 순정을 저버리지 못하는 천희의 울음이기도 하고, 통영과 천희와 잃어버린 나라를 겹쳐서 생각하는 시인의 울음이기도 하다. 시인은 여기서 이 비를 "김 냄새 나는 비"라고 했다. 김 냄새가 묻어나는 비, 어쩌면 이 특별한 이미지는 마루방에 둥글게 모여 앉아 김에 밥을 싸서 먹던 가족들에 대한 향수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시는 민족 공동체와 가족 공동체가 깨어져 버린 시대에 대한 비애를 한 여성과의 만남을 통해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백석의 시에서 '천희'를 비유하고 있는 시어 중의 하나가 미역이다. 김처럼 미역은 우리 민족의 밥상을 장식하는 친숙한 해조류이다. 이 친숙함이 천희를 보다 살갑게 만든다. 그렇다면 정약전은 미역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길이는 열 자 정도로서 한 뿌리에서 잎이 나오고

그 뿌리 가운데에서 한 줄기가 나온다.

또한 그 줄기 양쪽에서 날개가 나오는데,

날개 안은 단단하고 바깥쪽은 부드럽다.

주름이 쌓여 있는 부분은 도장을 찍은 것과 같다.

그 잎은 옥수수 잎과 비슷하다. 1∼2월에 뿌리가 나고

6∼7월에 따서 말린다. 뿌리의 맛은 달고 잎의 맛은 담박하다.

임산부의 여러 가지 병을 고치는 데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

모자반과 같은 지대에서 자란다.

 

 

『초학기』라는 옛 문헌에 보면 새끼를 낳은 고래가 미역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이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미역은 정약전이 말한 대로 아기를 낳은 고통을 달래 주는 산후 최고의 건강식으로 통한다. 생일날 우리는 싫든 좋든 상에 오르는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 생일 밥상에 미역국이 오르는 것은 나의 생일이 어머니의 출산일이기도 함을 기억하라는 뜻이 아닐까. 미역국을 먹으며 우리는 아기를 낳는 고통을 기꺼이 감수한 어머니의 사랑을 함께 먹는다.(199∼202쪽)

 

 - 손택수, 『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김과 미역과 어머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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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나의 고전 읽기 1
손택수 지음, 정약전 원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송곳 같은 부리, 칼날 같은 이빨, 까마득한 절벽에서 태연하게 잠을 자는 담력 ······. 정약전은 가무우지를 '물고기의 매'라고 표현했다. 매처럼 가마우지는 실제로 한번 노린 먹잇감을 웬만해선 잘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감탄스런 낚시 솜씨가 자신에게 노예의 올가미를 씌우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어부의 배에 실려와

나는 망망한 바다 위로 내던져졌다

어부가 내 발목을 잡아메고 있다는 것도

나는 한순간 깜박 잊어버리고

다만 물속의 고기떼를 쫓아 두리번거린다

넓은 갈퀴로 물살 헤치며

발밑으로 달아나는 저 물고기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자맥질한다

내 큰 부리는

곧 한 마리의 물고기를 물고 떠오른다

눈부신 햇살에 어깨 으쓱이며

나는 내가 잡은 물고기를 대뜸 삼키려 한다

그러나 가늘고 긴 내 목에는

이미 노끈이 조여져

그 고기 결코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한다

이때 어부는 재빨리 줄을 당겨

내 목에 걸린 고기를 뽑아 바구니에 담는다

나는 또 빈털터리가 되어

막막한 바다 위로 내던져진다.

 

 - 이동순, 「슬픈 가마우지의 노래」

 

 

가마우지의 뺴어난 물고기잡이 광경을 사람들이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사람들은 그래서 '가마우지 낚시'를 고안해 냈다. 「슬픈 가마우지의 노래」는 이 낚시 법을 아직도 애용하고 있는 중국의 구이린(桂林)과 일본의 이누야마(犬山) 지방의 낚시 장면을 보고 쓴 시이다.

 

(······)

 

가마우지 똥이라니 좀 머쓱했지만, 가마우지 똥은 한약재로도 쓰고 외국에선 양질의 질소 비료로도 쓴다고 한다.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의 단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가마우지 똥이 나온다.

 

 

새들이 왜 먼 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 주지 못했다. 새들은 더 남쪽도 더 북쪽도 아닌, 길이 삼 킬로미터의 바로 이곳 좁은 모래사장 위에 떨어졌다. 새들에게는 이곳이 영혼을 반환하러 간다는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 같은 곳일 수도 있었다. (···) 어떤 새들은 아직 모래 위에 앉아 있었다. 새로 도착한 새들이었다. 그들은 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먼 바다의 섬들은 새똥으로 덮여 있었다. 가마우지 한 마리가 평생 만들어 내는 새똥으로 같은 기간 동안 사람의 일가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으니 수지 맞는 사업이다. 그렇게 지상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새들은 이곳에 와서 죽는다

 

 

가마우지는 죽음조차 남다르다. 로맹 가리는 자신의 똥까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한 뒤 지상에서의 임무를 마친 가마우지들이 죽음을 맞는 해변을 그리고 있다. 이 해변이 실재하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모든 예술가는 지상의 가난한 영혼들이 쉴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을 창조한다. 이 해변은 그런 점에서 영혼의 안식처라 할 수 있다. 인간들을 위해 평생 낚시를 하고, 자신의 분뇨마저 질소 비료로 쓸 수 있게 만든 다음 외롭게 죽어 가는 가마우지들의 바닷가 묘지가 우리들 마음 어닌가에도 있을지 모르곘다. 조용히 죽어 가는 가마우지를 가슴에 안고, 내 심장 박동 소리로나마 그를 위로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중국 구이린 지방에서는 가마우지들이 숨을 거둘 시간이 오면 어부들이 술잔을 들고 가마우지들의 마지막을 지킨다고 한다. 가마우지와 어부는 그들이 함께 한 강물을 내려다보며 함께 술을 마신다. 가마우지가 없었다면 어부의 삶은 곤궁을 면치 못했으리라. 이 가난한 어부를 위해 가마우지는 고통스러운 노예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노역을 통해 어부의 집안을 넉넉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부가 부어 준 마지막 술을 마시며 가마우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어부의 눈에선 비로소 눈물이 떨어진다.(185∼190쪽)

 

 - 손택수, 『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가마우지, 페루에 가서 죽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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