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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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우스를 알아본 유모 습작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 19세기경,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이제 그들은 결혼을 재촉하고, 그래서 나는 계략을 꾸미고 있어요.

처음에는 어떤 신이 겉옷을 짜도록 내 마음속에 일깨워주셨어요.

그래서 나는 내 방에 금직한 베틀 하나를 차려놓고

넓고 고운 베를 짜며 느닷없이 그들 사이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젊은이들이여, 나의 구혼자들이여!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돌아가셨으니

그대들은 내가 겉옷 하나를 완성할 때까지 나와의 결혼을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주시오. 쓸데없이 실을 망치고 싶지 않으니까요.

나는 사람을 길게 뉘는 죽음의 파멸을 가져다주는 운명이 그분께

닥칠 때를 대비해 영웅 라에르테스를 위해 수의를 짜두려 하오.

······

그리고 실제로 나는 낮이면 큼직한 베틀에서 베를 짰고

밤이면 횃불꽂이에 횃불을 꽂아두고 그것을 풀곤 했어요.

이렇게 삼 년 동안을, 나는 들키지 않고 아카이오이족을

믿게 했어요. 그러나 달들이 가고 수많은 날들이

지나 사 년째가 되고 계절이 바뀌었을 때,

지각없고 뻔뻔스런 하녀들의 도움으로 그들이 들이닥쳐

나를 붙잡았고 큰 소리로 나를 나무랐어요. 그리하여

내 의사에 거슬러, 마지못해 그것을 완성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137∼156행

 

 

시녀들이여! 너희들은 이분의 발을 씻어드리고 잠자리를

보아드리되 이분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황금 옥좌의 새벽의 여신을

맞을 수 있도록 침상과 외투와 담요를 펴드리도록 하라.

그리고 이른 아침에 목욕시켜 드리고 기름을 발라드리도록 하라.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317∼320행

 

 

 

발을 씻는 것은 나에게는 이미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오.

나는 그대의 집에서 시중드는 소녀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내 발을 만지지 못하게 할 것이오.

혹시 알뜰히 보살피고 나만큼 마음속으로

많은 고통을 참아낸 노파가 있다면 또 몰라도.

그런 노파라면 나는 내 발을 만지는 것을 거절하지 않겠소."

······

비록 기운은 없지만 그녀가 그대의 발을 씻어드릴 것이오.

자, 사려 깊은 에우뤼클레이아여! 그대는 일어서서

그대의 주인과 동갑이신 이분의 발을 씻겨드리도록 해요.

어쩌면 오뒷세우스도 지금쯤은 손발이 이러하시겠지.

고생을 하게 되면 사람은 금세 늙어버리니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343∼360행

 

 

그가 이렇게 말하자 노파는 그의 발을 씻어주곤 하던

번쩍이는 대야를 가져와, 먼저 찬물을 넉넉히 붓고 나서

더운 물을 탔다. 그러나 이때 오뒷세우스는 화덕에서 떨어져 앉으며

얼른 얼굴을 어두운 쪽으로 돌렸으니 그녀가 자기를 만지게 되면

자기의 흉터를 알아보게 되고, 그러면 모든 것이

탄로 나지 않을까 갑자기 마음속으로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주인을 씻어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단박에

그의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 흉터는 그가 전에 어머니의 아버지인

아우톨뤼코스와 그 아들들을 만나보려고 파르낫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의 흰 엄니에 부상당했던 바로 그 흉터였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386∼395행

 


 


그는 『오뒷세이아』를 쓸 때 주인공에게 일어난 사건을 모두 취급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오뒷세우스가 파르낫소스 산에서 부상당한 일이라든지, 출전 소집을 받았을 때 광증을 가장한 사건은 취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두 사건 사이에 필연적 또는 개연적 인과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 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은 통일성 있는 행동을 주제로 하여 오뒷세이아를 구성했던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8장

 

 

노파는 그의 다리를 잡고 두 손으로 씻어 내리다가

바로 이 흉터를 감촉으로 알게 되었던 것이다. 노파가 갑자기

그의 발을 놓아버리자 그의 장딴지가 대야에 떨어지며 청동 그릇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쪽으로 기울며 물이 바닥에 엎질러졌다.

그때 기쁨과 고통이 동시에 에우뤼클레이아의 마음을 엄습했고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으며 낭랑하던 그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오뒷세우스의 턱을 잡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대가 바로 내 아들 오뒷세우스로군요! 다 만져보기 전에는

나는 주인인 그대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467∼475행

 

  

 

 

예컨대 오뒷세우스는 똑같은 흉터에 의하여 유모에게도 발견되고, 돼지치기에게도 발견되지만 그 방법이 서로 다르다. 남을 믿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표지를 사용하는 발견이나 이와 유사한 발견은 모두 비예술적이다. 이에 비해 「세족(洗足) 이야기」에서와 같이 급전의 장면에 이루어지는 발견은 훌륭하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 16장

 

 

"유모! 왜 나를 망치려 드시오? 그대 자신이 나를 젖가슴으로

양육해놓고서. 나는 지금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이오. 그러나 그대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떤 신이

그것을 그대 마음에 일깨워주신 이상 그대는 잠자코 있어야 하오.

이 집 안에 다른 사람은 누구도 알아서는 아니 되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482∼486행

 

 

 

 

에우뤼클레이아에 의해서 발견된 오뒷세우스

루이 마리 안 벨 클레망(Louis Marie Anne Belle Clément, 1722~1806), 18세기경, 보나 미술관

 

 

저기 벌써 나를 오뒷세우스의 집에서 갈라놓을 사악한 이름의

아침이 다가오고 있어요. 이제 나는 시합을 위해 저 도끼들을

갖다놓을 작정이에요. 모두 열두 개나 되는 저 도끼들을 그이는

자신의 궁전에 마치 배 만들 때의 버팀목들처럼 일렬로 세워놓고는

멀찍이 물러서서 화살로 그것들을 모두 꿰뚫곤 하셨다오.

이제 나는 구혼자들에게 시합을 치르게 할 작정이오.

누구든 가장 쉽게 손바닥으로 활에 시위를 얹어

화살로 열두 개의 도끼를 모두 꿰뚫으면 나는 그 사람을

따라갈 것이고 내가 시집온 더없이 아름답고

온갖 살림으로 가득 찬 이 집을

꿈에서도 잊지 못할 이 집을 떠나갈 것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571∼581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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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상한 사람이구먼! 나는 그대를 행동으로든 말로든 해코지하지 않을

뿐더러 누가 그대에게 많이 주더라도 시기하지 않소.

여기 이 문턱은 우리 두 사람이 있기에 충분하고, 그대는 또 남의 재물을

시기할 필요도 없소. 그대도 나와 마찬가지로 부랑자인 것 같고

우리가 부자가 되는 것은 신들에게 달려 있으니 말이오.

그대는 주먹다짐을 하자고 지나치게 도전해 나를 화내게 하지 마시오.

내 비록 늙은이지만 그대의 가슴과 입술을 피로 물들이지 않도록

말이오. 그렇게 되면 내일은 훨씬 더 내게 편안하겠지요.

그대는 아마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의 궁전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테니 말이오."

부랑자 이로스가 부아가 치밀어 그에게 말했다.

"아아! 저 식객의 유창한 말솜씨 좀 들어보게나.

꼭 난로 청소하는 할멈 같네 그려. 나는 저자에게 재앙을 생각해내어

좌우에서 이빨을 쳐서 모조리 땅바닥으로 쏟아버리겠소.

마치 곡식을 망치는 돼지의 엄니들을 뽑듯 말이야. 자, 이제

허리띠를 꽉 매. 우리가 싸우는 것을 여기 이분들이 모두

아시도록 말이야. 하지만 너는 너보다 젊은 사람과 어떻게 싸울래?"

그들은 이렇게 높다란 대문 앞 반들반들 깎은 문턱에서

마음껏 서로 상대방의 부아를 돋우고 있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8권 제14∼33행

 

 

 

(오뒷세우스의 말)
그래서 내가 지금 그대에게 말하니 그대는 명심하여 내 말을 들으시오.

대지가 기르는 것들 중에서, 숨쉬며 대지 위를 기어 다니는

온갖 것들 중에서, 인간보다 허약한 것은 아무것도 없소.

신들이 그를 번성하게 하시어 그의 무릎이 팔팔하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그는 훗날 재앙을 당하리라고 꿈에도 생각지 않지요.

하지만 축복 받은 신들이 그에게 불행을 자아내시면 그는 불행도

굳건한 마음으로 참고 견디지요.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상에 사는 인간들의 생각이 어떠한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어떤 날을 보내주시느냐에 달려 있소.

나도 한때는 사람들 사이에서 꼭 성공할 줄 알았소.

그러나 나는 나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믿고는

내 자신의 완력과 힘에 이끌려 못된 짓을 많이 저질렀소.

그러니 사람은 결코 도리를 무시하지 말고 무엇을 주시든 말없이

신들의 선물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오. 왜 이런 말을 하는고 하니

내가 보기에 구혼자들은 못된 짓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8권 제129∼143행

 

 

······

그러니 신이 나를 집에 돌아오게 해주실지 아니면 그곳

트로이아에서 내가 죽게 될지 나도 모르오. 이곳 일들은 모두

당신 소관이오. 내가 떠나고 없는 동안 당신은 이곳 궁전에서

내 부모님을 생각해주시오,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많이!

그러다가 내 아들에게 수염이 돋는 것이 보이거든 그때는

누구든 당신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이 집을 떠나시오.'

그이는 이렇게 말씀하셨고 그 모든 것이 이제 이루어질 것이오.

제우스께서 모든 행복을 앗아가신 이 저주 받은 여인에게

가증스런 결혼이 찾아오는 밤이 다가올 것이오.

그러나 내 마음을 몹시 괴롭히는 것이 한 가지 있으니

이런 일은 전에는 구혼자들의 풍습이 아니었다는 것이오.

누구든 훌륭한 여인과 부잣집 딸에게

구혼하고자 하여 서로 경쟁하는 이들은

손수 자신들의 소들과 힘센 작은 가축들을 몰고 와서

신부의 친척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빼어난 선물들을 주었지,

아무 보상도 없이 남의 살림을 먹어치우지는 않는단 말예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기뻐했으니

그녀가 상냥한 말로 그들의 마음을 호려 그들에게서 선물들을

끌어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8권 제265∼283행

 

 

 

아니면 소들을 몰아야 한다면 좋으련만! 그 황소들은 더없이

훌륭하고 크고 황갈색이며 두 마리 다 꼴을 배불리 뜯었으며

나이도 같고 힘도 같으며, 그들의 기운은 지칠 줄 모르오.

그곳에는 네 정보 넓이의 들이 있고, 흙덩이는 쟁기 앞에 양보하지요.

그러면 그대는 내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밭고랑을 갈 수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오. 아니면 오늘이라도 크로노스의 아드님께서

아무데서든 전쟁을 일으키시어 내가 방패와 두 자루의 창을

들게 되고 내 관자놀이에 꼭 맞는 온통 청동으로 된 투구를

쓰게 된다면, 그대는 내가 선두대열에 섞이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내 이 배를 말로써 조롱하지 못할 것이오.

아니, 그대는 몹시 교만하고 마음씨가 야박한 사람이오.

그대는 자신을 위대하고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그대가 보잘것없는 소수와 어울리기 때문이오.

만약 오뒷세우스가 돌아와서 고향 땅에 닿는다면

저 문들이 비록 매우 넓기는 해도 문간을 지나 문밖으로

도망치려는 그대에게는 금세 너무 좁아질 것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8권 제371∼386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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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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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았소. 나도 멍청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대가 먼저 들어가시오. 내가 이곳에 남겠소. 나는 주먹이나

내던지는 물건에 얻어맞는 일이라면 무식한 편이 아니니까요.

나는 너울과 전쟁터에서 고생을 많이 해서 마음이 굳건한 편이오.

그러니 이들 고난들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그러나 배란 녀석이, 인간들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다주는 그 빌어먹을

배란 녀석이, 일단 욕구를 품게 되면 아무도 숨길 수 없는 법이오.

훌륭한 노 젓는 자리가 있는 배들이 선구를 갖추고 추수할 수 없는

바다를 지나 적군에게 재앙을 안겨주는 것도 다 그 배란 녀석 때문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280∼289행

 

 

 

······ 하인들이란 일단 주인이

권세를 잃고 나면 더 이상 정직하게 봉사하려 하지 않지요.

예속의 날이 한 인간을 덮치게 되면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제우스께서 그의 미덕의 반(半)을 앗아가시기 때문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320∼323행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하고 그는 말을 이었소. "어려서부터 정당화된 예속 아래서 사는 법을 배웠고, 그리하여 우리의 생각이 부드러울 때부터 똑같은 습관과 관습이라는 포대기에 싸인 채 자유라는 문학의 더없이 아름답고 풍요한 샘물을 맛볼 수가 없었소. 그래서 우리는 결국 숭고한 아첨꾼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오." (4) 그의 주장에 따르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재능들은 노예들에게도 주어지지만 노예는 아무도 연설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오. 그것은 자기에게는 언론의 자유가 없으며 자기는 말하자면 갇혀 있다는 생각이 금세 그를 엄습하기 때문인데, 그는 습관의 되풀이되는 타격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오. (5) 호메로스의 말처럼 "예속의 날은 미덕의 반(半)을 앗아가버리기 때문이오. 그래서" 하고 그는 말을 이었소. "내가 들은 것이 사실이라면 퓌그마이오이 족 또는 난쟁이족을 가두어두는 새장들이 그 안에 갇힌 자들의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몸을 옭아매는 사슬들로 그들을 불구자로 만들듯이,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든 예속도 설사 그것이 정당화된다 하더라도 영혼의 새장과 공동의 감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롱기누스 / 숭고에 관하여」중에서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물러가며 말했다.

"아아, 나는 그대의 지혜가 그대의 용모와도 걸맞을 줄 알았는데!

그대는 그대 자신의 집에서 구걸하는 자에게 소금 알갱이 하나도

안 줄 사람이오. 그대는 지금 남의 식탁 가에 앉아 있고 앞에 많이

가졌으면서도 나에게 빵 조각 하나도 집어 줄 엄두를 못 내니 말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안티노오스는 마음속에 더욱 화가 치밀어

그를 노려보며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자네는 내게 악담까지 늘어놓았으니 생각건대,

이제 더 이상 이 홀에서 모양새 좋게 물러가지는 못하리라."

그는 이렇게 말하고 발판을 집어 들어 오뒷세우스의 오른쪽 어깨

맨 아랫부분, 등이 시작되는 곳에 던졌다. 그러나 오뒷세우스는

바위처럼 꼼짝 않고 서서는 안티노오스의 가격에도 비틀거리지

않고 마음속으로 재앙을 꾀하며 말없이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453∼465행  

 

 

 


그러더니 그는 문턱으로 돌아가 그곳에 앉았고 가득 든

바랑을 내려놓으며 구혼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명성도 자자하신 왕비님의 구혼자들이여! 나리들은 내 말을

들으십시오. 나는 내 가슴속 마음이 명령하는 바를

말하고자 합니다. 정말이지 소 떼든 흰 양 떼든

사람이 자기 재산을 위해 싸우다가 얻어맞으면

그때는 고통도 마음의 슬픔도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나는 인간들에게 수많은 재앙을 안겨주는 이 빌어먹을

가련한 배란 녀석 때문에 안티노오스에게 얻어맞았습니다.

걸인들에게도 신들과 복수의 여신들이 계신다면

안티노오스가 결혼하기 전에 죽음의 종말이 그를 따라잡게 되기를!"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466∼476행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여, 그대는 그녀에게 이런 말로 대답했도다.

"왕비님! 아카이오이족이 이젠 제발 좀 조용했으면 좋겠군요.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틀림없이 마님의 마음을 호릴 것입니다.

사흘 밤 사흘 낮을 나는 내 오두막에 그를 붙들어두었습니다.

그가 배에서 도망쳐 맨 먼저 나를 찾아왔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겪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신들에게 가르침을 받아 그리움의 말들을 인간들에게

노래하는 가인을 어떤 사람이 응시하고 있고, 가인이 노래하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물리지 않고 노래 듣기를 열망할 때 같이,

꼭 그처럼 그는 오두막에서 내 곁에 앉아 나를 호렸습니다.

자기 말로 그는 아버지 때부터 오뒷세우스의 빈객으로서

미노스의 일족(一族)이 있는 크레테에 산다고 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구르고 굴러 천신만고 끝에 지금 이리로 온 것입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512∼524행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말했다.

"에우마이오스여! 나는 당장이라도 이카리오스의 따님이신 사려 깊은

페넬로페에게 모든 것을 거짓 없이 사실대로 말하고 싶소이다. 나는

그분의 남편을 잘 알고 있소. 우리는 같은 고초를 겪었으니까요.

그러나 나는 교만과 폭력이 무쇠의 하늘까지 닿은

저 가혹한 구혼자들의 무리가 두렵소. 방금도 나는

집 안을 돌아다녔을 뿐 나쁜 짓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저자가 나를 때려 몹시 아프게 했을 때,

텔레마코스도 다른 어느 누구도 그것을 막아주지 않았소.

그러니 지금 그내는 페넬로페에게 그녀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해가 질 때까지 방 안에서 기다리라고 이르시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560∼570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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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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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뒷세우스의 사랑하는 아들이

문간에 서 있었다. 그러자 돼지치기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더니 반짝이는 포도주에 열심히 물을 타던

그릇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자기 주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와 아름다운 두 눈과 두 손에

입 맞추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마치 사랑하는 아버지가 십 년 만에 먼 나라에서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의 속깨나 썩이던

귀염둥이 외아들을 반기듯이

꼭 그처럼 고귀한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텔레마코스를

마치 죽음에서 벗어난 사람인 양 얼싸안고 입 맞추었고

울면서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돌아오셨군요, 내 눈의 달콤한 빛인 텔레마코스 도련님!

도련님이 배를 타고 퓔로스에 가셨을 때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지요.

어서 안으로 드세요, 도련님. 객지에서 막 돌아온 도련님을

안에서 뵈며 마음속으로 즐기고 싶어요. ······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6권 제11∼26행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말했다.

"이보시오! 나도 한마디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오.

구혼자들이 그대의 궁전에서 그대의 뜻을 거슬러

어리석은 짓들을 꾀하고 있다는 그대의 말을 들으니

나는 실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소이다. 말씀해보시오.

그대는 자진하여 굴복하는 것이오, 아니면 나라의 백성들이

어떤 신의 음성에 복종하여 그대를 증오하는 것이오?

아니면 그대는 큰 싸움이 벌어진다 해도 그들만은 전우라고

믿을 수 있는 그대의 형제들을 혹시 원망하고 있는 것인가요?
내게 기백이 있는 만큼이나 내가 젊다면 좋으련만!

그리고 내가 나무랄 데 없는 오뒷세우스의 아들이거나,

아니면 오뒷세우스 자신이 떠돌아다니다가 돌아온다면 좋으련만!

아직은 한 가닥 희망이 남아 있소. 그때는 내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의 궁전으로 가서 저들 모두에게 재앙을

안겨주지 못한다면 누구든 당장 내 목을 쳐도 좋소.

하나 만약 그들이 다수로서 혼자인 나를 제압한다면

그때는 그들이 나그네들을 학대하고 아름다운 궁전에서

하녀들을 볼썽사납게 끌고 다니고

포도주를 마구 퍼내고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일에

무턱대고 쓸데없이 음식을 먹어치우는 것과 같은

그런 못된 짓을 언제까지나 지켜보느니

차라리 나는 내 궁전에서 살해되어 죽고 싶소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6권 제90∼111행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나는 신이 아니다. 왜 너는 나를 불사신으로 여기느냐?

나는 네가 그를 위해 신음하고 많은 고통을 당하고

남자들의 행패를 감수했던 네 아버지니라!"

이렇게 말하고 그가 아들에게 입 맞추자 눈물이 두 볼에서

땅으로 흘러내렸다. 그가 늘 억제하던 눈물이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6권 제186∼191행

 

 

 

이렇게 말하고 그가 다시 앉자 텔레마코스는

훌륭하신 아버지의 목을 끌어안고 슬피 울었다.

그러자 두 사람 모두에게 비탄하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그래서 그들은 새들보다도, 이를테면 아직 깃털도 나기 전에

농부들이 그 새끼들을 보금자리에서 채 간 바다독수리들이나

발톱이 굽은 독수리들보다도 더 하염없이 엉엉 울었다.

꼭 그처럼 애처로이 그들의 눈썹 밑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6권 제213∼219행

 

 

 

또 한 가지를 너에게 일러줄 것이니 너는 명심하도록 하라.

네가 진실로 내 아들이고 우리 핏줄이라면

어느 누구도 오뒷세우스가 집에 와 있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라에르테스도, 돼지치기도, 하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아니, 페넬로페 자신도 그것을 알아서는 안 된다.

오직 너와 나, 우리 둘만이 여인들의 의도를 알아내도록 하자꾸나.

우리는 또 그들 중 누가 우리 두 사람을 마음속으로 존중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우리를 무시하고 너깥이 고귀한 자를

업신여기는지 하인들도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6권 제299∼307행

 

 

 

오뒷세우스를 알아본 개

장 오귀스트 바르(Jean-Auguste Barre, 1811~1896), 19세기경, 콩피에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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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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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말)
여자의 가슴속 마음이 어떠한지는 그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자란 자기를 아내로 삼은 남자의 살림을 늘리기 원하며

일단 사랑하는 남편이 죽고 나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나 전남편은 더 이상 기억하지도 묻지도 않는단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5권 제20∼23행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에우마이오스여, 그대는 나를 방랑과 무서운 고통에서

구해주셨으니 나에게서 사랑 받듯 아버지 제우스에게서도

사랑 받게 되시기를! 인간들에게는 떠돌아다니는 것보다 더한

불행은 달리 없기 때문이오. 그러나 사람들은 방랑과 고난과

고통을 맞게 되면 그 빌어먹을 배란 녀석 때문에 심한 고통도

참게 마련이지요. 한데 지금 그대가 나를 붙들며 도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시니, 그대는 내게 신과 같은

오뒷세우스의 어머니와 그분이 떠나며 노년의 문턱에 남겨두고 간

아버지에 관해 말해주시오. 그분들은 아직도 햇빛 아래

살아있나요, 아니면 이미 죽어서 하데스의 집에 가 있나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5권 제340∼350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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