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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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았소. 나도 멍청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대가 먼저 들어가시오. 내가 이곳에 남겠소. 나는 주먹이나

내던지는 물건에 얻어맞는 일이라면 무식한 편이 아니니까요.

나는 너울과 전쟁터에서 고생을 많이 해서 마음이 굳건한 편이오.

그러니 이들 고난들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그러나 배란 녀석이, 인간들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다주는 그 빌어먹을

배란 녀석이, 일단 욕구를 품게 되면 아무도 숨길 수 없는 법이오.

훌륭한 노 젓는 자리가 있는 배들이 선구를 갖추고 추수할 수 없는

바다를 지나 적군에게 재앙을 안겨주는 것도 다 그 배란 녀석 때문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280∼289행

 

 

 

······ 하인들이란 일단 주인이

권세를 잃고 나면 더 이상 정직하게 봉사하려 하지 않지요.

예속의 날이 한 인간을 덮치게 되면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제우스께서 그의 미덕의 반(半)을 앗아가시기 때문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320∼323행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하고 그는 말을 이었소. "어려서부터 정당화된 예속 아래서 사는 법을 배웠고, 그리하여 우리의 생각이 부드러울 때부터 똑같은 습관과 관습이라는 포대기에 싸인 채 자유라는 문학의 더없이 아름답고 풍요한 샘물을 맛볼 수가 없었소. 그래서 우리는 결국 숭고한 아첨꾼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오." (4) 그의 주장에 따르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재능들은 노예들에게도 주어지지만 노예는 아무도 연설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오. 그것은 자기에게는 언론의 자유가 없으며 자기는 말하자면 갇혀 있다는 생각이 금세 그를 엄습하기 때문인데, 그는 습관의 되풀이되는 타격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오. (5) 호메로스의 말처럼 "예속의 날은 미덕의 반(半)을 앗아가버리기 때문이오. 그래서" 하고 그는 말을 이었소. "내가 들은 것이 사실이라면 퓌그마이오이 족 또는 난쟁이족을 가두어두는 새장들이 그 안에 갇힌 자들의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몸을 옭아매는 사슬들로 그들을 불구자로 만들듯이,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든 예속도 설사 그것이 정당화된다 하더라도 영혼의 새장과 공동의 감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롱기누스 / 숭고에 관하여」중에서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물러가며 말했다.

"아아, 나는 그대의 지혜가 그대의 용모와도 걸맞을 줄 알았는데!

그대는 그대 자신의 집에서 구걸하는 자에게 소금 알갱이 하나도

안 줄 사람이오. 그대는 지금 남의 식탁 가에 앉아 있고 앞에 많이

가졌으면서도 나에게 빵 조각 하나도 집어 줄 엄두를 못 내니 말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안티노오스는 마음속에 더욱 화가 치밀어

그를 노려보며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자네는 내게 악담까지 늘어놓았으니 생각건대,

이제 더 이상 이 홀에서 모양새 좋게 물러가지는 못하리라."

그는 이렇게 말하고 발판을 집어 들어 오뒷세우스의 오른쪽 어깨

맨 아랫부분, 등이 시작되는 곳에 던졌다. 그러나 오뒷세우스는

바위처럼 꼼짝 않고 서서는 안티노오스의 가격에도 비틀거리지

않고 마음속으로 재앙을 꾀하며 말없이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453∼465행  

 

 

 


그러더니 그는 문턱으로 돌아가 그곳에 앉았고 가득 든

바랑을 내려놓으며 구혼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명성도 자자하신 왕비님의 구혼자들이여! 나리들은 내 말을

들으십시오. 나는 내 가슴속 마음이 명령하는 바를

말하고자 합니다. 정말이지 소 떼든 흰 양 떼든

사람이 자기 재산을 위해 싸우다가 얻어맞으면

그때는 고통도 마음의 슬픔도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나는 인간들에게 수많은 재앙을 안겨주는 이 빌어먹을

가련한 배란 녀석 때문에 안티노오스에게 얻어맞았습니다.

걸인들에게도 신들과 복수의 여신들이 계신다면

안티노오스가 결혼하기 전에 죽음의 종말이 그를 따라잡게 되기를!"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466∼476행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여, 그대는 그녀에게 이런 말로 대답했도다.

"왕비님! 아카이오이족이 이젠 제발 좀 조용했으면 좋겠군요.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틀림없이 마님의 마음을 호릴 것입니다.

사흘 밤 사흘 낮을 나는 내 오두막에 그를 붙들어두었습니다.

그가 배에서 도망쳐 맨 먼저 나를 찾아왔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겪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신들에게 가르침을 받아 그리움의 말들을 인간들에게

노래하는 가인을 어떤 사람이 응시하고 있고, 가인이 노래하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물리지 않고 노래 듣기를 열망할 때 같이,

꼭 그처럼 그는 오두막에서 내 곁에 앉아 나를 호렸습니다.

자기 말로 그는 아버지 때부터 오뒷세우스의 빈객으로서

미노스의 일족(一族)이 있는 크레테에 산다고 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구르고 굴러 천신만고 끝에 지금 이리로 온 것입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512∼524행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말했다.

"에우마이오스여! 나는 당장이라도 이카리오스의 따님이신 사려 깊은

페넬로페에게 모든 것을 거짓 없이 사실대로 말하고 싶소이다. 나는

그분의 남편을 잘 알고 있소. 우리는 같은 고초를 겪었으니까요.

그러나 나는 교만과 폭력이 무쇠의 하늘까지 닿은

저 가혹한 구혼자들의 무리가 두렵소. 방금도 나는

집 안을 돌아다녔을 뿐 나쁜 짓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저자가 나를 때려 몹시 아프게 했을 때,

텔레마코스도 다른 어느 누구도 그것을 막아주지 않았소.

그러니 지금 그내는 페넬로페에게 그녀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해가 질 때까지 방 안에서 기다리라고 이르시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7권 제560∼570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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