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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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상한 사람이구먼! 나는 그대를 행동으로든 말로든 해코지하지 않을

뿐더러 누가 그대에게 많이 주더라도 시기하지 않소.

여기 이 문턱은 우리 두 사람이 있기에 충분하고, 그대는 또 남의 재물을

시기할 필요도 없소. 그대도 나와 마찬가지로 부랑자인 것 같고

우리가 부자가 되는 것은 신들에게 달려 있으니 말이오.

그대는 주먹다짐을 하자고 지나치게 도전해 나를 화내게 하지 마시오.

내 비록 늙은이지만 그대의 가슴과 입술을 피로 물들이지 않도록

말이오. 그렇게 되면 내일은 훨씬 더 내게 편안하겠지요.

그대는 아마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의 궁전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테니 말이오."

부랑자 이로스가 부아가 치밀어 그에게 말했다.

"아아! 저 식객의 유창한 말솜씨 좀 들어보게나.

꼭 난로 청소하는 할멈 같네 그려. 나는 저자에게 재앙을 생각해내어

좌우에서 이빨을 쳐서 모조리 땅바닥으로 쏟아버리겠소.

마치 곡식을 망치는 돼지의 엄니들을 뽑듯 말이야. 자, 이제

허리띠를 꽉 매. 우리가 싸우는 것을 여기 이분들이 모두

아시도록 말이야. 하지만 너는 너보다 젊은 사람과 어떻게 싸울래?"

그들은 이렇게 높다란 대문 앞 반들반들 깎은 문턱에서

마음껏 서로 상대방의 부아를 돋우고 있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8권 제14∼33행

 

 

 

(오뒷세우스의 말)
그래서 내가 지금 그대에게 말하니 그대는 명심하여 내 말을 들으시오.

대지가 기르는 것들 중에서, 숨쉬며 대지 위를 기어 다니는

온갖 것들 중에서, 인간보다 허약한 것은 아무것도 없소.

신들이 그를 번성하게 하시어 그의 무릎이 팔팔하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그는 훗날 재앙을 당하리라고 꿈에도 생각지 않지요.

하지만 축복 받은 신들이 그에게 불행을 자아내시면 그는 불행도

굳건한 마음으로 참고 견디지요.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상에 사는 인간들의 생각이 어떠한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어떤 날을 보내주시느냐에 달려 있소.

나도 한때는 사람들 사이에서 꼭 성공할 줄 알았소.

그러나 나는 나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믿고는

내 자신의 완력과 힘에 이끌려 못된 짓을 많이 저질렀소.

그러니 사람은 결코 도리를 무시하지 말고 무엇을 주시든 말없이

신들의 선물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오. 왜 이런 말을 하는고 하니

내가 보기에 구혼자들은 못된 짓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8권 제129∼143행

 

 

······

그러니 신이 나를 집에 돌아오게 해주실지 아니면 그곳

트로이아에서 내가 죽게 될지 나도 모르오. 이곳 일들은 모두

당신 소관이오. 내가 떠나고 없는 동안 당신은 이곳 궁전에서

내 부모님을 생각해주시오,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많이!

그러다가 내 아들에게 수염이 돋는 것이 보이거든 그때는

누구든 당신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이 집을 떠나시오.'

그이는 이렇게 말씀하셨고 그 모든 것이 이제 이루어질 것이오.

제우스께서 모든 행복을 앗아가신 이 저주 받은 여인에게

가증스런 결혼이 찾아오는 밤이 다가올 것이오.

그러나 내 마음을 몹시 괴롭히는 것이 한 가지 있으니

이런 일은 전에는 구혼자들의 풍습이 아니었다는 것이오.

누구든 훌륭한 여인과 부잣집 딸에게

구혼하고자 하여 서로 경쟁하는 이들은

손수 자신들의 소들과 힘센 작은 가축들을 몰고 와서

신부의 친척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빼어난 선물들을 주었지,

아무 보상도 없이 남의 살림을 먹어치우지는 않는단 말예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기뻐했으니

그녀가 상냥한 말로 그들의 마음을 호려 그들에게서 선물들을

끌어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8권 제265∼283행

 

 

 

아니면 소들을 몰아야 한다면 좋으련만! 그 황소들은 더없이

훌륭하고 크고 황갈색이며 두 마리 다 꼴을 배불리 뜯었으며

나이도 같고 힘도 같으며, 그들의 기운은 지칠 줄 모르오.

그곳에는 네 정보 넓이의 들이 있고, 흙덩이는 쟁기 앞에 양보하지요.

그러면 그대는 내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밭고랑을 갈 수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오. 아니면 오늘이라도 크로노스의 아드님께서

아무데서든 전쟁을 일으키시어 내가 방패와 두 자루의 창을

들게 되고 내 관자놀이에 꼭 맞는 온통 청동으로 된 투구를

쓰게 된다면, 그대는 내가 선두대열에 섞이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내 이 배를 말로써 조롱하지 못할 것이오.

아니, 그대는 몹시 교만하고 마음씨가 야박한 사람이오.

그대는 자신을 위대하고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그대가 보잘것없는 소수와 어울리기 때문이오.

만약 오뒷세우스가 돌아와서 고향 땅에 닿는다면

저 문들이 비록 매우 넓기는 해도 문간을 지나 문밖으로

도망치려는 그대에게는 금세 너무 좁아질 것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8권 제371∼386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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