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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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우스를 알아본 유모 습작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 19세기경,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이제 그들은 결혼을 재촉하고, 그래서 나는 계략을 꾸미고 있어요.

처음에는 어떤 신이 겉옷을 짜도록 내 마음속에 일깨워주셨어요.

그래서 나는 내 방에 금직한 베틀 하나를 차려놓고

넓고 고운 베를 짜며 느닷없이 그들 사이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젊은이들이여, 나의 구혼자들이여!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돌아가셨으니

그대들은 내가 겉옷 하나를 완성할 때까지 나와의 결혼을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주시오. 쓸데없이 실을 망치고 싶지 않으니까요.

나는 사람을 길게 뉘는 죽음의 파멸을 가져다주는 운명이 그분께

닥칠 때를 대비해 영웅 라에르테스를 위해 수의를 짜두려 하오.

······

그리고 실제로 나는 낮이면 큼직한 베틀에서 베를 짰고

밤이면 횃불꽂이에 횃불을 꽂아두고 그것을 풀곤 했어요.

이렇게 삼 년 동안을, 나는 들키지 않고 아카이오이족을

믿게 했어요. 그러나 달들이 가고 수많은 날들이

지나 사 년째가 되고 계절이 바뀌었을 때,

지각없고 뻔뻔스런 하녀들의 도움으로 그들이 들이닥쳐

나를 붙잡았고 큰 소리로 나를 나무랐어요. 그리하여

내 의사에 거슬러, 마지못해 그것을 완성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137∼156행

 

 

시녀들이여! 너희들은 이분의 발을 씻어드리고 잠자리를

보아드리되 이분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황금 옥좌의 새벽의 여신을

맞을 수 있도록 침상과 외투와 담요를 펴드리도록 하라.

그리고 이른 아침에 목욕시켜 드리고 기름을 발라드리도록 하라.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317∼320행

 

 

 

발을 씻는 것은 나에게는 이미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오.

나는 그대의 집에서 시중드는 소녀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내 발을 만지지 못하게 할 것이오.

혹시 알뜰히 보살피고 나만큼 마음속으로

많은 고통을 참아낸 노파가 있다면 또 몰라도.

그런 노파라면 나는 내 발을 만지는 것을 거절하지 않겠소."

······

비록 기운은 없지만 그녀가 그대의 발을 씻어드릴 것이오.

자, 사려 깊은 에우뤼클레이아여! 그대는 일어서서

그대의 주인과 동갑이신 이분의 발을 씻겨드리도록 해요.

어쩌면 오뒷세우스도 지금쯤은 손발이 이러하시겠지.

고생을 하게 되면 사람은 금세 늙어버리니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343∼360행

 

 

그가 이렇게 말하자 노파는 그의 발을 씻어주곤 하던

번쩍이는 대야를 가져와, 먼저 찬물을 넉넉히 붓고 나서

더운 물을 탔다. 그러나 이때 오뒷세우스는 화덕에서 떨어져 앉으며

얼른 얼굴을 어두운 쪽으로 돌렸으니 그녀가 자기를 만지게 되면

자기의 흉터를 알아보게 되고, 그러면 모든 것이

탄로 나지 않을까 갑자기 마음속으로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주인을 씻어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단박에

그의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 흉터는 그가 전에 어머니의 아버지인

아우톨뤼코스와 그 아들들을 만나보려고 파르낫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의 흰 엄니에 부상당했던 바로 그 흉터였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386∼395행

 


 


그는 『오뒷세이아』를 쓸 때 주인공에게 일어난 사건을 모두 취급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오뒷세우스가 파르낫소스 산에서 부상당한 일이라든지, 출전 소집을 받았을 때 광증을 가장한 사건은 취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두 사건 사이에 필연적 또는 개연적 인과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 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은 통일성 있는 행동을 주제로 하여 오뒷세이아를 구성했던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8장

 

 

노파는 그의 다리를 잡고 두 손으로 씻어 내리다가

바로 이 흉터를 감촉으로 알게 되었던 것이다. 노파가 갑자기

그의 발을 놓아버리자 그의 장딴지가 대야에 떨어지며 청동 그릇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쪽으로 기울며 물이 바닥에 엎질러졌다.

그때 기쁨과 고통이 동시에 에우뤼클레이아의 마음을 엄습했고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으며 낭랑하던 그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오뒷세우스의 턱을 잡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대가 바로 내 아들 오뒷세우스로군요! 다 만져보기 전에는

나는 주인인 그대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467∼475행

 

  

 

 

예컨대 오뒷세우스는 똑같은 흉터에 의하여 유모에게도 발견되고, 돼지치기에게도 발견되지만 그 방법이 서로 다르다. 남을 믿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표지를 사용하는 발견이나 이와 유사한 발견은 모두 비예술적이다. 이에 비해 「세족(洗足) 이야기」에서와 같이 급전의 장면에 이루어지는 발견은 훌륭하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 16장

 

 

"유모! 왜 나를 망치려 드시오? 그대 자신이 나를 젖가슴으로

양육해놓고서. 나는 지금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이오. 그러나 그대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떤 신이

그것을 그대 마음에 일깨워주신 이상 그대는 잠자코 있어야 하오.

이 집 안에 다른 사람은 누구도 알아서는 아니 되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482∼486행

 

 

 

 

에우뤼클레이아에 의해서 발견된 오뒷세우스

루이 마리 안 벨 클레망(Louis Marie Anne Belle Clément, 1722~1806), 18세기경, 보나 미술관

 

 

저기 벌써 나를 오뒷세우스의 집에서 갈라놓을 사악한 이름의

아침이 다가오고 있어요. 이제 나는 시합을 위해 저 도끼들을

갖다놓을 작정이에요. 모두 열두 개나 되는 저 도끼들을 그이는

자신의 궁전에 마치 배 만들 때의 버팀목들처럼 일렬로 세워놓고는

멀찍이 물러서서 화살로 그것들을 모두 꿰뚫곤 하셨다오.

이제 나는 구혼자들에게 시합을 치르게 할 작정이오.

누구든 가장 쉽게 손바닥으로 활에 시위를 얹어

화살로 열두 개의 도끼를 모두 꿰뚫으면 나는 그 사람을

따라갈 것이고 내가 시집온 더없이 아름답고

온갖 살림으로 가득 찬 이 집을

꿈에서도 잊지 못할 이 집을 떠나갈 것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571∼581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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