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희망을 그렇게도 강력한 즐거움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미래가 동시에 여러 형태로, 그것도 모두 동일하게 미소지으며 동일하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원하던 것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다른 것들을 희생해야 할 것이며, 그리하여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들로 가득차 있기에, 미래에 대한 생각은 결국 미래 자체보다도 더 풍부하기 때문에 우리는 소유보다는 희망에서, 현실보다는 꿈에서 더 많은 매력을 발견한다.
(역주) 여기서 희망을 논하는 것은 다음의 기쁨과 슬픔, 특히 기쁨을 그것으로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미래가 필연적 진행으로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될지 모르게 열려 있다는 것이 베르크손의 철학이므로, 그런 무한한 가능성이 현재에 대해 제공하는 그낌 자체가 바로 희망이며, 그것은 무한이 인간에 주는 말하자면 <계시>이다. 빠스깔적 무한의 은총이 베르크손에게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있다.
- 앙리 베르크손,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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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첫 날 오후에, 벌써 아득한 심연 속으로 까마득히 묻히고 만 '지난 한 해'를 다시 되돌아보는 게 무슨 소용일까마는, 정초의 마음가짐이라는 게 늘 '작년보다는 올해가 좀 더 나으리라'는 밑도 끝도 없는 낙관과 굳건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깊게 들이마시는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한 번쯤 지난 세월로부터 새롭게 열릴 나날에 대한 희망을 슬쩍 엿보는 일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 싶다.
2014년이 비록 '세월호'와 함께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끝없는 심연 속으로 추락하는 듯한 느낌을 아직도 여전히 떨칠 수 없지만, 그래서 '그날' 이전과 이후가 이토록 극명하게 우리들 마음속에 뚜렷한 구분을 낳은 적이 있었나 싶다가도, 조금만 더 멀리 되돌아보기만 해도 우리는 그보다 더한 아픔들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겪으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마침 올해가 남북이 분단된지 70년째 되는 해라고 하니, 무려 수만 년을 함께 살아온 동족들이라 하더라도 그걸 하루 아침에 70년은 너끈히 버텨낼 만큼 확고하게 갈라놓을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 이데올로기를 과연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싶은 의문도 든다.
영화 한 편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비록 나보다 한 세대쯤 앞선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겪었던 삶이라 하더라도, 휴전협정을 맺은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땅에 태어난 내가 부모 세대를 왜 모르겠는가. 영화 '국제시장' 얘기다. 내 얘기가 갑자기 너무 먼 과거로 달아날까 두렵다. 그래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문득 지난 여름 휴가때 독일 뮌헨에서 우연히 만났던 '파독 광부' 출신 교민 한 분의 모습이 다시 생각나서 그 얘기를 조금만 덧붙이고 싶다. 그분은 52년 전에 한국인으로서는 맨 처음으로 '파독 광부'로 독일에 건너와 광부로 일하다가 나중에는 독일에서 대학까지 나와 수천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대기업을 경영할 정도로 크게 성공하신 분이었다. 한때 '뮌헨 한인회장'도 맡으셨고, 어느새 팔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뮌헨 시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한국음식점'을 운영하시며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계셨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독일로 건너 오신 곱게 늙으신 사모님과 함께. 비록 우리와는 이틀 밖에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둘째 날 밤이 늦도록 독일 맥주와 한국 소주를 함께 마시며 서로 어깨를 걸고 '흘러간 옛노래'를 함께 부를 때, 고국과 고향을 그리는 애타는 마음 때문에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한 슬픔에 젖어 눈시울을 계속 붉히시던 그 슬픈 눈과 눈물을 나는 아마도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났더니 문득 그 할아버지와 그때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던 게 더욱 아쉽다. 아마 그 할아버지도 머지않아 틀림없이 그 영화를 보시며 많은 눈물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리라 믿는다. 그 분에게도 아직까지 간절한 희망은 남아 있었다. 그건 꿈에서조차 결코 잊지 못하는 '고국'에 돌아가서 여생을 보내다가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이었다. 비록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 4월 어느 봄날, 여느해와 다름없이 벚꽃이 만개했다.
Shooting Date/Time 2014-04-06 오후 1:11:29
아직도 봄날~
- 변산의 봄
Shooting Date/Time 2014-05-01 오후 12:44:58
변산, 내소사, 곰소 염전, 격포, 성주사지 등
- 꽃이 슬프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새삼 절실하게 느꼈었다.
Shooting Date/Time 2014-05-06 오후 3:14:44
꽃들이 너무 아프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브뤼셀의 '그랑쁠라스'의 야경
Shooting Date/Time 2014-07-09 오전 5:41:51(한국시간)
- 오스트리아 잘쯔부르크의 비 내리는 오후 풍경
Shooting Date/Time 2014-07-15 오전 1:58:59
- 파독 광부로 52년째 독일에서 살아온 민사장님과 함께
Shooting Date/Time 2014-07-17 오전 3:57:35
17일 동안의 유럽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
- 어느 황홀했던 여름 저녁
Shooting Date/Time 2014-08-01 오후 7:49:16
-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웠던 여름밤
Shooting Date/Time 2014-08-01 오후 8:18:24
One summer night
- 불타는 억새
Shooting Date/Time 2014-10-03 오후 6:05:15
억새에 불붙다.
- 그림처럼 아름다웠던 섬 홍도의 아침
Shooting Date/Time 2014-10-26 오전 9:01:20
홍도·흑산도 2박3일_첫째 날
- 단풍이 무척이나 고왔던 화창한 어느 가을
Shooting Date/Time 2014-11-01 오후 12:14:57
멀리 하기엔 너무 가까운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