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는 하나의 경관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한 지형이다. 그것은 대지의 눈이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사람은 자기 본성의 깊이를 잰다. 호숫가를 따라 자라는 나무들은 눈의 가장자리에 난 가냘픈 속눈썹이며, 그 주위에 있는 우거진 숲과 낭떠러지들은 굵직한 눈썹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고요한 9월의 어느 오후, 동쪽 물가의 매끈한 모래사장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면 맞은편 물가는 엷은 안개로 인해 어렴풋이밖에 보이지 않는데, '유리 같은 호수의 수면'이라는 표현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개를 박아 머리를 거꾸로 해서 보면 호수의 수면은 계곡에 걸쳐놓은 섬세하기 짝이 없는 한 가닥의 거미줄처럼 보인다. 멀리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반짝반짝하면서 수면은 대기를 두 개의 층으로 갈라놓고 있다. 맞은편의 산까지 물에 젖지 않고 수면 밑으로 해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호수 위를 스치듯 나는 제비들이 수면에 앉을 수도 있을 듯한 생각이 든다. 사실, 제비들은 때때로 착각이라도 한 듯 수면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다가는 깜짝 놀라 다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호숫물은 액체 상태로 녹아 있던 유리가 식기는 했으나 아직 굳지 않은 것과 같으며, 그 속에 떠 있는 몇 개의 티눈은 유리 속의 불순물처럼 차라리 순수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9월이나 10월의 이런 날 월든 호수는 완벽한 숲의 거울이 된다. 그 거울의 가장자리를 장식한 돌들은 내 눈에는 보석 이상으로 귀하게 보인다. 지구의 표면에서 호수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면서 커다란 것은 없으리라. 하늘의 물. 그것은 울타리가 필요없다. 수많은 민족들이 오고갔지만 그것을 더럽히지는 못했다. 그것은 돌로 깰 수 없는 거울이다. 그 거울의 수은은 영원히 닳아 없어지지 않으며, 그것의 도금을 자연은 늘 손질해준다. 어떤 폭풍이나 먼지도 그 깨끗한 표면을 흐리게 할 수는 없다. 호수의 거울에 나타난 불순물은 그 속에 가라앉거나 태양의 아지랑이 같은 솔이, 그 너무나도 가벼운 마른걸레가 쓸어주고 털어준다. 이 호수의 거울에는 입김 자국이 남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입김을 구름으로 만들어 하늘로 띄워 올리는데, 그 구름은 호수의 가슴에 다시 그 모습이 비친다.

 * * *


○ 일시 : 2011-11-07 오후 4:06:28 ∼ 오후 5:16:31
○ 장소 : 일산동구 마두동, 장항동 호수공원

(사진을 클릭하시면 조금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키 큰 나무 그늘 탓에 아직도 푸른 단풍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4:06:28


2. 홀로 햇살을 다 차지한 키 큰 나무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4:08:13


3. 동네 꼬마 녀석들....'가을'인 줄도 모르고.....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4:16:51


4. 귀가(歸家)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4:22:52


5. 물감을 풀어 놓은 듯......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4:27:00


6. 동네 앞 가을 단풍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4:29:33


7. 호수공원의 세콰이어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4:52:39


8.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에 덮혀서......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5:03:47


9.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호수인지......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5:16:07


10. 깊고 푸른 가을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5:16:3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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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1-11-0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네요.. 페북에서 자주 뵙고는 있지만 여기서 보니 좀 더 선명합니다.. ^^

oren 2011-11-08 14:51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사마천님도 예전엔 알라딘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SNS의 중심축이 페북으로 많이 넘어간 듯싶습니다. ㅎㅎ

pjy 2011-11-0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은 지난해에도 있었고, 또 오겠지만 오렌님 덕분에 이번 가을은 유난히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oren 2011-11-08 14:5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오늘이 입동이라는데 말이죠. 올해 가을은 정말 유난히도 길고 또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비로그인 2011-11-0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히 아름답네요... 사진들 잘 보고 갑니다 ^^

oren 2011-11-08 14:53   좋아요 0 | URL
자주 찾아 주셔서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stella.K 2011-11-0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 정말 멋져요!! 어떻게...ㅠㅠ

oren 2011-11-08 14:58   좋아요 0 | URL
어제는 일찌감치 서둘러 퇴근했다가, 늦은 오후의 가을 햇살에 빛나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다시금 카메라를 챙겨 들고 집 밖으로 나섰답니다.

yamoo 2011-11-08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든...어제 도올 중용 강의에서 도올이 소로우의 삶과 사상에 대해서 짧게 소개해 주더군요~ 노자-호돈-소로우로 사상적 계보가 이어진다구요.. 들어보니 맞는 거 같기도 해요~ㅎ
호돈과 소로우가 살던 지역, 그 지역이 호돈의 <주홍글씨>의 배경이 됐던 지역이래요. 거기에 함석헌 선생도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사진이 너무 이쁘네요! 기필코 저 일산 호수공원에 한 번 가봐야 겠어요. 이번 주말 비가 안오면 기필코!

oren 2011-11-09 10:31   좋아요 0 | URL
2009년 봄에 가족이 함께 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잠시 메사추세츠 주를 거쳐간 적이 있었는데, '월든' 호수를 가보지 못한 게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다음에 다시 그 주변을 갈 기회가 생기면 기필코 '월든' 호수를 꼭 들러 소로우의 흔적들을 직접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진'으로도 좀 담아서 제 페이퍼에도 좀 올렸으면 싶구요.

일산 호수공원에 가실려면 꼭 날씨가 좋은 때를 살펴서 가시기 바랍니다.
(괜히 그저 그런 날씨에 가시면 실망하실지 몰라서요....)

페크(pek0501) 2011-11-1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렌님의 여성적인 섬세한 글솜씨를 감상하네요. ㅋ 시 쓰는 친구들로부터 이메일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글을 쓰더라고요. 거기에 비하면 제 글은 좀 드라이하고, 그저 실용적이죠. 하지만 시적인 글의 매력은 알아요. 그들을 닮고 싶어 하는데, 그래서 시도 많이 읽었는데, 그거 잘 안되더라고요.

사진에 번호를 붙이신 게, 저를 위한 것 같다는 착각질합니다. 덕분에 편히 쓰겠습니다. 사진8과 사진9가 가장 맘에 들어요.
요 제목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호수인지......'는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