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평범한 독자들도 '전세계'를 상대로 자신이 읽은 책들에 대해 '방송'으로 전달하는 시대가 됐다. 유튜브에서 '책'을 이야기하는 북튜버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홀로 생활하며, '9년 동안 무려 일곱 번이나 고쳐 쓴 책'을 가지고도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던 시절에 비하면 그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북튜버들이 '출판업계'는 물론 TV, 라디오, 신문에서까지 주목을 받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소식을 나는 최근에서야 겨우 주워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름난 북튜버들의 영상은 거의 보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을 흉내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열흘 동안에는 심심풀이 삼아 '여행 사진들'을 끌어 모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다. 나에겐 아직까지 유튜버에게 필요한 변변한 '장비' 하나 없으니까. 그러니 우선 유튜브에 '동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이란, 기껏해야 과거에 찍은 사진들을 100장 혹은 140장씩 끌어 모아 3초당 1컷씩 보여주는 식으로 '어거지 동영상'을 만들 수밖에.
책을 이야기하는 동영상을 작정하고 만들자면 각종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동영상 카메라, 마이크,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영상 편집 기술 등등은 기본이다. 물론 핸드폰 카메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무리해서 동영상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혹시 '사진' 으로나마 조잡한 동영상 하나쯤은 만들어 볼 수 없을까 싶어 이리 저리 궁리하다가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찍어 두었던 '책 사진'을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얼른 컴퓨터를 뒤져보니 책 사진들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았다.내가 언제 이토록 많은 책 사진들을 찍었을까 싶었다. 그만큼 책을 '이미지화'하는 데 평소부터(?) 관심이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그래서 한 번 시도해 봤다. 책 사진 만으로도 '북튜버' 비스무리한 흉내를 내 볼 수는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 가지 난제는 있었다. 책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마이크'가 없으니 하고 싶은 말들은 모조리 '텍스트'로 전달해야 하는 게 문제였다. 북튜버 동영상이랍시고 기껏 만든다는 게 들리는 건 배경음악 뿐이요, 보이는 건 책 사진과 설명글 뿐이라면 너무 이상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만들어도 과연 독자들이 시청자들이 좋게 봐 줄까. 뭐, 상관 없다. 어차피 나에겐 나만의 방식이 있는 거니까.
그런데, 100장 가까운 사진들을 여기저기서 끌어 모아 동영상을 만들자니, 각각의 사진들에 대한 설명글을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소위 '대본'에 해당하는 텍스트를 작성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건 글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특히, 제한된 공간에 '압축적으로' 사진을 설명하는 두세 줄짜리 텍스트를 만드는 건 그냥 줄줄 써내려가는 글쓰기와는 전혀 성격이 달랐다. 더군다나 동영상은 한 번 만들어 올리면 '수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니 쉽게 고쳐쓰는 글쓰기보다 얼마나 더 고역인가.
아무튼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에서 소개하고픈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한 번 만들어 밨다. 동영상 속에는 언젠가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동영상 제작 때문에 새로 찍은 사진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니 말이다. 어쨌든 극히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봤다는 사실이 내겐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책 소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테니.
(제가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링크 주소는 ☞ https://youtu.be/Rzav5oH5Q4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