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빠지는 즐거운 유혹 2 - 유럽의 역사 그리고 문화여행, 축제와 문화여행
베니야만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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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빠지는 즐거운 유혹 (2) 】        베니야마 / 스타북스

 

1.

유럽에 빠지는 즐거운 유혹2번째 책은 성서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유럽 여행이 시작된다. 종교를 떠나서 성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럽의 여행은 더욱 흥미로운 시간이 된다. 기독교적인 영감에 찬 회화와 조각, 장엄한 대성당이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것들을 대할 때 성서의 이야기들이 오버랩 된다.

 

 

2.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낙원추방’, 브뤼겔의 바벨탑등은 모두 성서의 이야기들이 바탕이 된 것이다.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한 수태고지는 시모네 마르티니와 레오나르드 다빈치 등 여러 유명한 화가들을 통해 그림으로 남아있다.

3.

유럽의 자연과 음식물 편에서는 인간이 언제, 어떻게 술을 알았고, 왜 그것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4.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에서는 최후의 심판의 벽화가 있는 쪽에서 여섯 번째 구획이 뱀의 유혹과 낙원 추방’, 하나 건너서 여덟 번째 구획이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이다. 창세기 제6,7,8장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는 고고학적으로 입증된 대홍수와 맞물리는 이야기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가 자주 대홍수를 겪었다는 것은 발굴의 결과 확인되었다고 한다.

 

 

5.

이 책의 저자는 유럽 문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신약 성서를 읽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먼저 4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와 사도행전을 권유한다. 5권은 신약성서 전체에서 절반이 조금 넘는 분량이다.

 

 

6.

불교나 힌두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에도 많은 조형적인 상징이 있다. 4복음서의 저자에 대한 상징을 들어보면, 성 마태는 천사, 성 마가는 날개 달린 사자, 성 누가는 소, 성 요한은 독수리이다. 그림이나 조각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한 네 사람의 복음서 저자가 저마다 자기의 심벌을 손에 들고 있는 경우도 있고, 심벌만의 표현으로 복음서 저자를 암시하는 경우도 있다.

 

7.

예수가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광경도 흔히 그림의 소재로 되고 있다.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베로키오의 작품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관광 때 반드시 보게 된다고 한다. 베로키오는 그림의 왼쪽 끝에 있는 소년 모습의 천사를 제자인 레오나르드 다 빈치에게 그리게 했는데 너무나 기가 막히게 잘 그려서 그 후로 그는 두 번 다시 화필을 들지 않고 조각에만 전념했다고 전해진다.

 

8.

연말연시에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참고해야할 사항이 있다. 아무래도 연말연시에는 연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1225일부터 16일 사이 일요일 이외의 축제일이 4일이나 있으며, 그런 날에는 상점도 모두 문을 닫으므로 계획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스에선 16일에 전국 각지에서 물의 축제, 항구의 축제가 벌어진다. 신부님들이 축복을 드린 십자가를 강이나 호수, 바다에 던지면 젊은이들이 앞을 다투어 물속에 뛰어 들어가 바닥에서 그것을 건져 올리는 것이 이 축제의 클라이맥스다.

 

9.

지중해 연안 지역 어디를 가나 많은 올리브 나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여름 동안 몇 달이나 비가 오지 않아 다른 식물들은 모두 말라죽어도 올리브만은 원기 왕성하게 은녹색 잎을 바람에 펄럭인다. 가을이 되면 가지가 휘도록 열매가 열린다. 그 때문에 올리브는 먼 옛날부터 생명의 양식으로서 풍요의 상징, 활력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올리브 열매는 지중해 여안지역에서 전채(前菜)와 샐러드에 없어선 안 되고 올리브기름은 어떤 요리에나 반드시라고 할 만큼 많이 쓰인다.

 

10.

외국을 여행한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이다. 유럽은 특히 그러하다. 단순한 정보만을 알려주는 여행안내서는 많고도 많다. 이 책은 그러한 여행안내서와 다른 점이 있다. 굳이 여행을 안가더라도 유럽의 역사와 유적, 각종 축제일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와 지식이 담겨있다. 많은 사진들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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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포도밭 -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
이반 일리치 지음, 정영목 옮김 / 현암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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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게 하는 지식은 아무런 기쁨을 주지 못한다.” ‘숨 막히게 하는 지식’이라는 표현에 마음이 머문다. 그 지식은 분명 내 안에서 전혀 영적인 울림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읽는 사람이 이러한 습득을 갈망해서 앞으로 나아가길 권유한다. 그래야만 정신이 안정을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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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포도밭 -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
이반 일리치 지음, 정영목 옮김 / 현암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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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포도밭 】    이반 일리치 / 현암사

 

 

1.

책을 펼치자 낯선 용어들이 고개를 든다. 인시피트, 아욱토리타스, 스투디움, 디스키플리나, 사피엔티아, 루멘 등 전혀 듣도 보도 못하던 단어들이다. 공통점은 책 읽기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2.

이반 일리치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텍스트로 삼은 것은 디다스칼리콘이다. 디다스칼리콘12세기 대수도원장이자 학자였던 성 빅토르의 후고가 1128년경에 쓴 독서법에 관한 책이다. ‘디다스칼리콘은 그리스 언어로 공부’, ‘학습을 의미한다.

 

3.

후고의 글은 그의 스승 아우구스티누스의 깊은 영향을 받았다. 후고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규칙을 따르는 공동체에 살았다. 그는 스승의 텍스트들을 읽고, 또 읽고, 필사했다. 책이 귀한 시절이기도 했지만, 후고에게 읽기와 쓰기는 같은 범주였다. 또한 후고의 사상에서는 타락한 인류가 지혜와 재결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중심을 이룬다. 이것이 후고를 이해하는데 핵심인 레메디움(remedium), 즉 약이나 치유개념이다.

 

4.

일리치는 이렇게 묻는다. “읽는 사람이 과시를 목적으로 지식 축적을 추구하지 않고 노력을 통해 지혜로 나가려 할 때 익혀야 할 습관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후고의 생각을 답으로 제시한다. “읽는 사람은 모든 관심과 욕망을 지혜에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 망명자가 된 사람이며, 이런 식으로 지혜는 그가 바라고 기다리던 고향이 된다.”

 

5.

일리치는 어떻게 책 읽기에 관한 텍스트를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서 선택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책읽기의 현 세태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이었으리라 짐작한다. 후고 시대 이전의 학생들이나 수사들은 책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정독위주였다. 그러나 책이 많아지면서 이전에 수사들이 온몸으로 읽었던 책들은 학자의 읽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원 안에서 집단으로 낭독하던 읽기는 개인적인 묵독으로 바뀌었다. 포도밭으로 떠나는 순례와 같았던 독서는 점점 지식을 획득하는 공부에 가까워졌다.

 

6.

후고는 읽는 사람에게 그들이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에서 기쁨을 찾으라고 권한다. “나중에 어떤 것도 불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숨 막히게 하는 지식은 아무런 기쁨을 주지 못한다.” ‘숨 막히게 하는 지식이라는 표현에 마음이 머문다. 그 지식은 분명 내 안에서 전혀 영적인 울림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읽는 사람이 이러한 습득을 갈망해서 앞으로 나아가길 권유한다. 그래야만 정신이 안정을 찾는다고 한다. 독서 생활에 큰 지침이 되는 이야기다.

 

7.

현대의 읽기, 특히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유형의 읽기는 컴퓨터나 관광객의 활동이다. 보행자나 순례자의 일이 아니다. 차의 속도와 도로의 따분함과 정신 사나운 광고판 때문에 운전자는 감각적 박탈 상태에 빠지며, 이 상태는 책상에 앉자마자 급하게 매뉴얼이나 정기간행물을 넘길 때도 계속된다. 카메라를 든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학생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복사기로 간다. 그는 사진, 삽화, 그래프의 세계에 살고 있고, 여기에서는 채식(彩飾)이 있는 문자 풍경의 기억은 이미 다가갈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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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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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속 그 인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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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2022-04-26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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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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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_옌롄커 (지은이), 김태성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18-08-10

| 원제 爲人民服務 (2005)

 

 

194475, 산베이(陜北) 안차이 현의 목탄 탄광에서 갱도가 붕괴되면서 중국공산당 전사인 장쓰더(張思德)가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쓰촨성 이룽현 출신으로 1915년에 가난한 농촌가정에서 태어난 장쓰더는 어려서 고아가 되었다. 1933년에 중국 홍군의 장정에도 참가한 바 있는 그는 1937년에 중국공산당에 입당하여 투철한 책임감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희생정신으로 일찍이 마오쩌둥의 내위반(內衛班)에서 경비임무를 수행한 적도 있었다. 장쓰더가 사망한 지 사흘 뒤 마오쩌둥은 한 연설에서 장쓰더 동지는 인민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의 죽음은 태산보다도 중요하다라고 전제하며 지금 중국의 인민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만큼 그들을 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분투하고 있고 이러한 분투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설의 제목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였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웨이 런민 푸우(爲人民服務)는 개인의 행복보다 혁명의 대의와 사회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중국군의 책무를 담은 국민적 구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작가 옌롄커(閻連科)는 중국 내에서 논란이 많은 작가이다. 우선 중국 문단과 평단에선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대중(인민)들의 지지도도 상당하다. 반면 공산당 지도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 평균 6편의 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의 등장인물은 대부분 농민출신 군인들이다. 작가는 이 두 가지 신분의 교차를 핵심으로 하여 군인들의 복잡한 존재 상태와 평화 시기 군인들의 영혼에 대한 탐색을 시도함으로써, 비평가들로부터 농민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출간 즉시 폭발적 논란을 일으키며 전량 회수된 중국문학의 금서(禁書)

 

 

2005년 봄, 중국 광둥성 격월간 문예지 화청(花城)3월호에 중편소설 한 편이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 발표된다.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어느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그러나 이미 많은 부분을 사전에 걸러냈음에도 발간되자마자 중앙선전부의 긴급 명령으로 초판 3만 부가 전량 회수, 폐기되고, 향후 출판 및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 조치를 당하게 된다. 중국 문단은 발칵 뒤집혔고 당국은 문예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작품은 당국의 바람대로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이 작품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바로 오프라인 출판물이 전량 폐기되자 수많은 중화권 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적판을 돌려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과잉 탄압은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작품은 중화권은 물론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문제작이 되었다. 그렇게 작가 의도와는 달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1세기 중국 문단 최고의 화제작이자 비공식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해외에서도 10여 개국에 소개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도대체 어떤 사랑이야기?

 

소설은 삶의 많은 진실을 유일하게 대변한다. 그렇다면 소설의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기로 하자. 어떤 진실한 삶의 모습은 허구라는 교량을 통해서만 비로소 확실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사단장 집에서 취사를 담당하는 고참 공무분대장 우다왕(吳大旺)이 소개된다. 우리 식으로 바꾸면, 공관병이다. 작년 이맘때 쯤,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던 박대장과 그 부인의 갑질이 생각난다.

 

 

비록 사회주의 대열에 들어서서 경제적 성장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중국이지만, 여전히 공산당의 세력은 더욱 견고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군부대내에서 벌어진 사랑이야기에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을까? 그것은 예사로운 남녀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단장의 아내와 공관병의 불같은 사랑이야기다. “사건은 또르르 굴러와 마치 수소 폭탄이 터지듯이 요란하게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원래 식당의 식탁위에 놓여 있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붉고 큰 글씨가 새겨진 나무팻말이 이번에는 타일이 입혀진 부엌 부뚜막 위에 놓여 있었다.

 

 

언감생심 우다왕은 사단장의 아내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하던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단 군병원 간호사였던 사단장의 젊은 아내 류렌(劉蓮)이 먼저 우다왕에게 다가왔다. 우다왕은 오직 맡은 직무에만 우직하게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명예에 만족할 줄 모르고 진보를 갈망하는 우수한 사병이기도 하다. 우다왕은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반년 동안 식탁에 앉아 식사할 때마다 사단장의 부인이 수없이 자신을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했다.

 

 

어느 날, 사단장이 두 달간 부대를 더욱 정예화하고 행정조직을 간소화하기 위해 베이징의 어느 비밀 장소로 떠난 다음 날 저녁, 사건이 시작된다. 류렌은 우다왕에게 다섯 개의 붉은 별과 물병 달린 장총, 풍성한 보리이삭이 새겨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팻말(이 팻말은 이 소설에서 시종일관 매우 중요한 소품이 된다)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놓여있거든 지체 없이 류렌의 거처인 위층으로 올라오라는 지시를 내린다. 서른 두 살인 사단장의 아내 류렌과 스물여덟 살의 취사병 겸 공무원 우다왕은 두 달 동안 마치 커다란 꽃밭에 신선한 꽃나무 한 그루와 호미 한 자루’(작가의 표현)처럼 남겨진 상태다.

 

 

류렌이 팻말을 다른 곳으로 옮긴 후(, 우다왕을 자신의 침소로 부른 후)우다왕은 분부대로 따랐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 도망치듯 그 방을 나온다.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류렌은 우다왕을 내쫓을 생각을 한다. 우다왕의 상관에게 수장의 가정에 봉사하는 것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는 종지(宗旨)도 모르는 병사이기 때문에 당장 교체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랬다. 류렌은 우다왕을 남자로 받아들이면서도 꿋꿋하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장을 사용한 것이다. 우다왕의 마음도 편할 리가 없다. 몸의 욕구를 따르자니, 뒷일이 너무 두렵고, 그것을 극복하려다 보니 군에서 진급하고 아내를 도시로 데려오는 일은 강 건너 가버릴 것 같고 진퇴양난이다. 결국 우다왕은 류렌에게 수장의 가정에 봉사를 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게 된다.

 

_종지(宗旨) : 명사】 ① 한 종교나 종파의 중심이 되는 가르침. 주장되는 요지나 근본이 되는 중요한 뜻.

 

이어지는 이야기는 두 사람의 불꽃같은 사랑이다. 아니 활화산처럼 터지는 두 사람의 육정(肉情)이다. 중앙선전부는 왜 이 소설에 ‘5() 조치를 부과했을까? 혁명언어의 경전이자 무소불위의 금언이고 혁명정신의 상징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장이 적힌 팻말이 두 남녀의 금기된 사랑, 불륜의 소도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한갓 두 남녀의 빗나간 사랑이야기에 수장의 가정에 봉사하라는 의미로 변용되었기 때문이다. 혁명의 상징이 아니라 욕망의 발산기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속 그 인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산당 간부들을 위한 복무(복종과 희생)인가, 인민의 인민을 위한 복무(희생)인가? 우다왕의 선임(지도원)이 그에게 전하는 말속에 인민들이 품고 있는 평생의 꿈이 담겨있지 않을까? “천번 만번을 말해도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잘 사는거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사병들은 모두 간부로 신분상승하길 원하고, 간부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중간층 간부로 신분상승하길 원하지. 또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신과 가족이 모두 도시인이 되길 원하네. (....) 때로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생의 경력을 바쳐야 할 수도 있어.” 지금 중국은 농민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국가시책이라고 들었다.

 

 

이 소설에서도 국내에 소개된 옌롄커의 다른 번역서 물처럼 단단하게, 딩씨마을의 꿈, 여름해가 지다등에서 보이는 작가의 독특한 문장 흐름을 만나게 된다. ()적이다 못해 몽환적(夢幻的)인 문장들이다. 두 사람이 알몸으로 달빛 정원에 누워있는 정경이다. “우유 같은 은색 달빛이 물처럼 군영과 건물 뒤에 있는 이 채마밭 위로 뿌려졌다. 두 사람의 몸 옆으로 백양나무의 검은 그림자가 차갑고 음침하게 흔들리며 그들을 어루만졌다. 가까이 있는 귀뚜라미들은 울지 않았지만 귀 기울여보면 나무 그림자가 두 사람의 몸 위로 가볍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단 자락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 같았다.”

 

 

옌롄커는 작품을 통해 신분이나 인종을 떠나 인류의 마음속에 오래 전부터 각인된 사랑과 존엄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작가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런 글을 남겼다. “이 소설은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단지 인류의 운명과 역사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깁니다. 이 소설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영원한 존중과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입니다.” 이 소설이 단순한 애정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책은 2008년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동명으로 출간했던 번역본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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