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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 한국인 식탁에 등장하는 GMO와 복제 쇠고기를 둘러싼 쟁점
김훈기 지음 / 동아시아 / 2013년 1월
평점 :
'과학 용어도 상당히 정치적'이라는 저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GMO를 설명하겠습니다. GMO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이니셜입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정부와 개발자는 주로 '유전자 변형 생물체' 또는 '유전자 재조합 생명체'라고 부릅니다. 이에 비해 소비자나 시민단체는 '유전자 조작 생물체'라고 칭합니다. '변형'이나 '재조합'은 다소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느껴지지만 '조작'은 어떤 음모나 나쁜 의도가 담겨있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같은 용어를 두고 찬성과 반대 견해에 따라 표현이 달라집니다. GMO의 주체가 농산물(동물)일 경우 GM 농산물, GMO가 원료로 사용된 식품을 GM식품이라고 칭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마태복음 6:25)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실 때는 우리가 굶을까봐 염려 하고, 벗고 지낼까봐 염려하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껜 죄송스럽지만 염려를 안 할 수가 없는 세상이 오고 말았습니다. 이미 우리의 식탁엔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GMO식품을 현 시점에서 16년간 먹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이지요. 영화나 TV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손이 들어가는 팝콘도 그렇습니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GM 식품을 먹었을까?
1996년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추정'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GMO의 수입에 대해 공식 집계를 내지 않던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96년은 미국의 다국적기업 몬산토 사가 GM 콩을, 스위스의 다국적기업 노바티스 사가 GM 옥수수를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해라고 하네요. 한국은 GM 농산물이 생산된 바로 그해부터 수입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참 생각없이 부지런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특히 한국에 수입되는 식용 콩의 75%가 GM콩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왜 GM 농산물을 수입해왔을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표현합니다. 2000년대 한국의 전체 식량 자급률은 매우 낮았다고 하네요. 대략 27%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국내 생산으로 식량을 자급 할 수 없었으므로 나머지 부족한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었고,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대상국이 GM 농산물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를 어쩔 수 없이 수입하게 되었다는 이야깁니다. 하긴 농지가 이미 아파트나 공장 부지로 바뀌기 시작한지가 벌써 꽤 되었지요. 농사를 지으시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고 하십니다. 당신들 대에서 농사 짓기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 다른 용도로 땅이 팔리면서 큰 돈이 손에 쥐어지는 유혹도 떨굴 수가 없겠지요. 그러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우리네 현실은 수입 농산물의 의존도가 높아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 GMO가 문제가 되는가?
소비자 입장에서 GMO에 대해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GMO를 섭취 할 때 인간이나 동물의 건강에 해가 있는지, 그리고 GMO가 주변 농산물이나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판단 과정이 석연치 않습니다. 일단은 GMO제조 업체에선 당연히 무해하다고 주장 할 것이고, 이를 감독하는 관청이나 학자의 양심을 걸고 과학적인 분석을 해야하는 과학자나 심사위원들이나 모두가 신뢰가 가지 않는군요. 그 이유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짐작이 가는 부분들이니까요.
"2012년 9월 프랑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2년간 생체 실험을 한 결과 GM 옥수수 NK603이 종양을 비롯한 각종 장기 기능 이상을 일으켰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NK603은 바로 한국이 2002년 식용으로 수입을 승인한 품목이다. 이미 10여 년간 한국 소비자가 섭취한 종류의 GM옥수수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GMO의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가?
GMO를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식량 문제 해결이라고 합니다. 세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빈곤과 기아, 영양 부족 등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합니다. 2011년 10월 31일 세계 인구는 70억 명에 달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2011년 한 해에만 세계 인구가 7800만 명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현재도 세계에서 1초에 2.5명, 1분에 150명씩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70억 명 중 10억 명은 굶주리고 있다고 합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식량 부족 현상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이 자기네들의 농산물 가격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태워버리거나 묻어버린다는 이야기 혹시 들어보신 적 없는지요.
책의 '부록'에는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시민 패널 14인이 전문가들과의 만남의 장을 만든 이야기가 나옵니다. 구분되는 점은 전문가들은 과학자 또는 과학기술 분야의 종사자들이고, 시민들은 과학과는 무관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시민 패널 보고서 요약문에 실린 내용 중 깊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그 패널에 참여했어도 같은 의견을 제시 했을 것입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필요한가? (시민 패널 보고서 요약문 중에서)
"유전자 조작 식품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우리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낮은 식량자급도, 특정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식품 개발 가능성, 생명공학 산업의 국제경쟁력 대비를 통한 외국 종속 탈피를 제시 할 수 있다. 반면에 불필요성에 대해서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의한 식량문제 해결이라는 주장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있으며, 식량문제의 해결은 식량 증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모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제경쟁력 논리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을 비판한다."
전체적으로 저의 생각은 GMO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우선 발상 자체가 순수하게 인류의 먹고 사는 문제를 염려해서 막대한 자금과 긴 시간을 통해 연구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이미 대량 생산, 수출 수입되는 과정 그리고 식품의 안전도, 환경 문제를 판단하는 중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비근한 예로 GMO식품을 판단하는 국내 심사위원회의 정체가 노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밝힐 수가 없다고 변명하지만, 수입업자와 심사위원들이 서로 형님, 아우 하고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제가 너무 부정적인가요?
정부 기관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국내엔 수입 유통 되는 과정 중에 불법으로 유출된 GMO가 상당히 많이 분포되어 재배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출된 GMO에 대한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식품 안정정보서비스엔 국내 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없고, 일본의 그것(GMO의 유출 실태와 주변 농산물에 미치는 영향)을 번역해서 소개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입니까?
GMO 이야기 외에도 책에는 복제 소살코기와 우유, 슈퍼 언어, 줄기세포 그리고 별로 호감이 가는 내용이 아니지만 복제인간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저자는 GMO에 비해 복제 동물 또는 그 후손을 이용해 생산한 식품은 기존의 동물 식품에 비해 품질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 관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만, 아뭏든 GMO가 되었던 복제 된 것이던 두 눈을 크게 뜨고 관심 깊게 바라봐야겠습니다.
이번 음력설엔 카톡으로 비록 그림의 돈이지만, 돈 보따리와 함께 "소고기 사 드세요~"라는 내용이 제법 들어왔습니다. 이번 음력설 키워드는 '소고기' 였나봅니다. 그런데 GMO와 '복제'가 소고기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군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물론,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까지 먹거리를 놓고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이 없어지기를 소원합니다. 먹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먹고 배를 채울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죄송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