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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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군 이야기 1 】_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1

_시오노 나나미 (지은이), 송태욱 (옮긴이),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07-07 

 

 

 

1077년, 젊은 황제 하인리히 4세는 카노사 성 앞에 서 있었다. 죄를 뇌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자답게 얇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줄기차게 쏟아지는 1월의 눈을 맞으며 내내 맨발로 서 있었다.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카노사의 굴욕’이다. 황제가 행한 인사(人事)에 교황이 반대한 것이 발단이었다. 교황은 자신의 반대를 무시한 황제를 곧바로 파문에 처했다. 파문의 위력은 대단했다. 파문당한 자와 관계를 지속하면 그 사람도 파문당해 그리스도교의 적으로 여겼다. 중세 사람들은 신앙심이 깊었다. 당연히 가신과 병사들은 파문당한 주인을 떠난다. 즉 파문이란 사회로부터 전면적인 추방을 의미한다. 하인리히 황제에게 치욕을 안겨준 이는 그레고리우스 교황이다.

 

 

 

 

그 당시 가톨릭교회 상층부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민중과 사회 개혁은 신의 위임을 받은 성직자 계급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종교적인 면만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세계의 모든 것을 로마 교황을 위시한 가톨릭교회가 지도하고, 세속의 군주들은 그저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에 반발한 사람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였다. ‘카노사의 굴욕’은 서유럽 전역의 그리스도교에게 교황의 권위와 권력을 일깨운 일대 사건이 되었다. 파문은 풀렸으나 교황의 완승, 황제의 완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200년의 시간을 두고 벌어진 「십자군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신권(神權)과 왕권(王權)의 대립과정 중에서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책 서두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책은 진정한 평화주의자가 되길 희망하는 내가 온 정성을 다해 조사하며 기록해나간 전쟁 역사이다.” 평화주의자를 공언하고 있지만, 시오노 나나미가 일본의 정치적 성향 중 다분히 오른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마음이 불편하다. 어쨌든 저자의 말대로 ‘온 정성을 다해 조사하며 기록했다’는 말을 믿기로 한다.

 

 

 

 

그레고리우스 교황의 뒤를 이은 빅토르 3세가 2년 만에 죽고, 그 뒤를 이어 교황에 선출된 사람이 우르바누스 2세다. 십자군 전쟁을 일으킨 주역이다. 이슬람교도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이슬람교도)에게 맞서 일어설 때다. 이것은 내가 명하는 것이 아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는 것이다. 그 땅으로 가서 이교도와 싸워라. 설사 그곳에서 목숨을 잃는다 해도 너희의 죄를 완전히 용서받게 될 것이다. 신께 부여받은 권한으로, 나는 여기서 그것을 분명히 약속한다.” (1095년 11월 클레르몽에서 개최된 공의회에서 대성당 앞의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을 향해)

 

 

 

 

이렇게 십자군 전쟁이 서막을 올린다. “그리스도교도들끼리는 곧바로 휴전에 들어가고, 성스러운 전쟁에 참가하는 이들은 모두 가슴이나 등에 붉은 천으로 만든 십자 표시를 붙일 것. 동방으로 출발하는 날은 이듬해인 1096년 성모 마리아의 승천일(8월 15일)로 할 것.” 오리엔트 원정을 앞두고 우선 정해진 세 가지이다.

 

 

 

 

『십자군 이야기(1)』에선 연합 십자군의 오리엔트 원정 과정과 예루살렘 입성, 십자군 1세대들이 죽음으로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까지 이어진다. 서술은 아무래도 이슬람교도들의 입장보다는 십자군측의 관점에서 쓰인 것이 더 많다. 희한한 것은 제1차 십자군 당시 이슬람 세계에선, 십자군이 종교를 기치로 내건 군대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비잔틴제국의 황제가 고용한 용병부대라고만 생각했다. 오직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십자군들이 승승장구하지는 않았지만, 예루살렘을 탈환하기까지 이슬람교도들의 도시, 국가 간 내분이 십자군을 도왔다. 손자병법에도 나오지만, 이기고 지는 것은 아군보다는 적군의 탓이 많은 까닭이다.

 

 

 

 

 

 

 

"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다." - P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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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9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9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19-03-09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1년 처음 나왔을 때 너무 재밌어서 3권을 내리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용은...거의 다 잊었는데 한가지 기억나는건 이슬람의 편에서 읽었다는 거네요. 예루살렘을 탈환하기위해 끊임없이 십자군을 보내는 기독교세력에 반감이 갔던거 같아요. 다시 읽고 싶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쎄인트saint 2019-03-09 23:29   좋아요 1 | URL
예..그러셨군요...저는 이 책을 구입해둔지 꽤 되었는데..올해 들어서 제대로 읽어보고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이슬람교도들의 입장보다는..카톨릭적인 시각을 더 많이 반영한듯 싶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평안하신 밤 되시고, 건강하십시요~^^

펠릭스 2019-03-10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읽어 보고 싶군요.

쎄인트saint 2019-03-11 09:31   좋아요 0 | URL
예..안녕하세요~
읽어보실 만한 책이라고 생각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