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자들은 왜 웃을 때 계속 손으로 입을 가려?" 

사람들의 언행을 통해 '성차'과 '이성애'를 탐구하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 아래 한국예능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는 중이었다. 나 포함 모두가 질색팔색하는데 그럼에도 '교육적' 가치가 있다. 가끔 틀어보는 이유.^^;;

"그렇지, 왜 그럴까? 웃을 때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을 때도, 놀랄 때도 그러잖아."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이러지 마 저러지 마,를 들으면서 자란다. 뭐 두말 하면 입 아프지. 입을 크게 벌리면 안 되거든, 웃음소리 크고 활달하면 여성스럽지 못하거든, 큰소리도 내면 안 되거든. 화면 속 모든 여자들이 긴머리를 쓸어넘기고 손으로 입을 가리는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여자들이 이층 계단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등장한다. 거의 모두가 미니스커트 차림이다. 그렇게 등장한 여자들은 높은 의자에 앉아 담요로 하체를 가리고 있다. 

"엄마, 미니스커트는 왜 입어? 저렇게 담요로 가릴 걸?" 

그러게 말이다. 이중구속이지. 다리는 드러내어야 하지만 '야'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잘 보이도록 짧아야 하지만 속옷은 보이면 안 되고. 몸뿐 아니라 여성의 속옷도 그 자체로 섹슈얼리티화되어버린 세상. 

예능을 보며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항상 뭔가 찜찜하다. 열심히 이러니까 저러니까 비판을 하고 그런 이야기로 식구들과 토론을 하고 거기에서 모두 뭔가 느끼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찜찜하다. 뭔가 부족하다. <페미니즘 철학> 110쪽에 그 뭔가가 있었다. 



" 3. 종종 제도는 남성이 여성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나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여성을 예속시킨다. 샌드라 바트키는 미용 및 화장품 광고에 사용된 이미지가 매력적인 여성의 외모로 간주되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설명한다. 여성은 이 기준과 비교하여 자신을 평가하고 규제하는 것을 거의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이미지는 다음과 같이 규율 권력을 행사한다. 즉 그것은 스스로 규제하고 스스로 처벌하는 여성적인 개인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보다 자세나 움직이는 방식을 더 억제하게끔 성장하게 하거나 식사를 할 때 더 제한하고 주의하도록 함으로써 남성 권력을 강화시킨다. 

4. 남성 권력은 여성이 그것을 재생산하는 데 참여하는 한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자기 외모에 대한 우려를 내면화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데 열중하게 될 때 여상은 (의도치 않게) 남성 권력을 재생산하게 된다. " 



나는 늘, "남성 권력을 강화시킨다"를 빼먹었던 것. 이 책 이전에도 알고는 있었지. 실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나오지 않는다는 건 제대로 아는 게 아니라는 말이겠다. 비판을 넘어 원인과 구조를 짚고 그러니 개인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할 지를 고민하는 단계까지 끌어내야 한다. 이 세상이 이렇게 생겨먹었다구!!를 부르짖기만 해서는 되는 게 없다. 이 당연한 사실(남성 권력 강화)을, 나의 남성 동거인 세 명은 알고 있을까? (도리도리) 



















+++ 

 '짝짓기' 프로그램을 볼 때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야, 너네는 절대 결혼하지 마라. 애는 더더욱 낳지 마라. 알았지? 농담을 가장한 진담이다. 저 날에도 한번 그랬다가 작은넘한테 한소리 들었다. "엄마, 엄마는 누가 엄마한테 '너 이거 절대로 하지 마, 알았지?' 이러면 그 말 듣고 싶어? 그건 엄마의 바람이니까 최소한 '나는 니가 결혼 안 하고 애도 안 낳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ㅠㅠ 미안하다 사랑한다.(응?) 그 소리 하지 말라고 안 해서 고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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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2-27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웃음소리를 글로 표현할때도 예전에 남자는 하하하 여자는 호호호
그랬었죠. 난티나무님네 작은 아이 예리한데요?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2-27 23:30   좋아요 1 | URL
티브이 자막들도 아주 난리예요. 가관이에요.ㅠㅠ 소리를 막 지르게 돼요.^^;;;
즤집 작은넘이 좀 애늙은이같은(아 이 표현 괜찮은가...) 면이 있어요.ㅎㅎㅎ

hnine 2023-02-27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가 예전에 그러더라고요. 엄마가 자식에게 꼭 무엇을 했으면 좋을때 이렇게 말하라고요.
˝너 절대 그거 하지마.˝라고요.

난티나무 2023-02-27 23:31   좋아요 1 | URL
예외가 있어요. 공부 ㅋㅋㅋ 절대 하지 마 하면 절대 안 하는 거...ㅠㅠ

책읽는나무 2023-02-27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둘째의 어록집이 곧 탄생할 듯 합니다.
똑똑해요, 똑똑해!!^^

난티나무 2023-02-27 23:32   좋아요 1 | URL
똑똑한지는 모르겠고 저한테 잘 덤비기는 합니다.ㅋㅋㅋㅋㅋㅋ

2023-02-28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0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3-02-2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엄마랑 저런 프로그램을 같이 보면서 이야기해주는 아들 너무 훌륭한걸요. 보통 사춘기의 남자아이들은 옆에 앉아 있지도 않는다는..... 그나마 딸은 좀 낫고요. 저는 딸만 있어서 잘 모르는데 주변에 보니까 다 그렇더라구요. ㅎㅎ

난티나무 2023-03-01 23:09   좋아요 1 | URL
^^;; 제 기분 땡길 때만 옆에 와서 살랑거립니다.ㅎㅎㅎ 그런데 어제도 그런 생각은 했어요. 잰 좀 이상하다... 좀 특이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3-0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입을 가리고 웃으면 그것도 이상해 보이죠? 성에 대한 편견이!

난티나무 2023-03-03 00:08   좋아요 1 | URL
이상한 게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ㅠㅠ
 
















작가의 문장들에서 내 경험과 비슷하게 일치하는 부분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 단순히 기분이 좋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 딱히 내 경험과 비슷하지 않아도 한눈에 공감하거나 이해되는 문장들도 있다. 어쩌면 인간의 생각과 경험이란, 같은 구조를 가진 것이 아닐까. 나도 그래, 나도 그렇다고, 손뼉을 치고 눈물을 흘리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우울. 그러나 그 문장들은 또한 언제까지나 우울의 웅덩이에 머무르지 않도록 나를 꺼내주기도 하니까. 


좀 길지만 옮겨놓는 밑줄. 



-------------------------

"...... 페미니즘으로 분석을 해냈을 때 내가 느낀 기쁨이란! 나는 그 기쁨과 함께 깨어나고, 온종일 함께 춤을 추고, 미소를 지으며 함께 잠들었다. 나는 상처받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날그날의 운에 따라 날아오던 돌팔매와 화살들은 내게 흠집 하나 내지 못하게 되었다. 페미니즘이 내게 알려준 것을 계속 지킬 수만 있다면 나는 머지않아 나 자신이 될 것이었다.
나 자신이 되면 모든 걸 가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자 삶이 근사하게 느껴졌다. 내게는 통찰이 있었고, 함께 할 여자들이 있었다. 내 삶의 경험 한복판에 나는 서 있었고, 변하고 또 변하고 있었다. 어디를 보든 방을 가득 메운 여자들이 있었고, 그들 역시 변하고 또 변하는 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설명을 들으며 활기를 얻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이고, 같은 언어로 같은 분석을 하며, 뉴욕의 식당과 강당 그리고 아파트에서 만나고 또 만나 자신의 통찰을 자세히 설명하고 분석한 것을 전하는 기쁨을 느낄 때, 그때야말로 즐거움으로 충만한 순간이다. 혁명 정치의 즐거움이 그때 우리의 것이었다. 1970년대 초반에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 그 여명 속에 살아 있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었다. 세상의 어떤 ‘사랑해‘라는 말도 그 행복에는 닿을 수 없었다. 함께가 아니라면 우리가 존재할 다른 곳은 없었다. 그때 우리 모두는 페미니즘의 느슨한 포옹 속에 살아갔다. 나는 내 남은 삶을 그 속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54~55) 


" 그랬는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1980년 즈음 서서히 페미니스트 연대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노력만큼 세상이 충분히 변하지 않자, 예전에 모든 여성들을 찢어놓았던 것이 우리 안에서 다시 효력을 발휘했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들려줄 말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았다. 각자의 개성이 거슬리기 시작했고, 대화는 지루해졌으며, 개념들은 똑같은 말의 반복이 되어갔다. 회의는 귀찮은 일이 되었고 모임 소식에도 예전만큼 마음이 설레지 않았다. " (57)




" 페미니스트가 되었을 때 처음으로 떠올랐던 그 통찰의 빛이 내게 되돌아왔다. 몇 년 전, 페미니즘은 내게 일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이제 그것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시선으로 그 가치를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게 해주었다. 두 번째 각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식이 깊어지는 각성이었다. 내 정치적 견해들이 준비해왔던 것을 혼자서 마주하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지력 있는 페미니스트들이 200년 동안 갖고 있던 통찰이 내게 찾아왔다. 내 삶을 지배하는 힘은 오직 나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다스리는 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통찰이었다.
 말로 하기는 쉽지만 해내려면 평생이 걸리는 일이었다.
 나는 마치 처음인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고자 했다. 생각을 통제하고, 확장하고, 내게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법을. 그러나 실패했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또 실패했다. 

 사흘 뒤 나는 다시 책상으로 기어갔고, 패배한 채 책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 다음 날이 되자 내 머릿속의 안개가 걷혔다. 다루기 힘들게 느껴졌으나 실은 간단했던 글쓰기에 대한 문제 하나를 풀자 가슴에 얹혀 있던 돌 하나가 치워지는 것 같았다. 숨쉬기가 수월해졌다. 공기에서는 달콤한, 커피에서는 강렬한, 하루에서는 설레는 향기가 났다.

 종교적 열정으로 만들어진 수사법은 내 안에서 사라지고 매일의 노력이 가져다주는 안심되는 고통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일이 전부‘라고 주문처럼 계속 되풀이할 수는 없었다. 분명 일이 전부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일하려고 매일 자리에 앉아있는 일은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바라보자, 체호프의 문장이 나를 마주 보았다. ‘남들은 나를 노예로 만들었지만 나는 내게서 그 노예근성을 한 방울 또 한 방울 짜내야만 한다. 나는 1970년대 언젠가 그 문장을 책상 앞에 압정으로 고정해두었지만, 내 두 눈은 10년 넘게 그 문장을 따분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그제야 정말로 읽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를 구원해주는 것은 ‘일‘이 아니었다. 매일의 고생스러운 노력이었다.
 날마다 노력하는 일은 내게 일종의 연결이 되었다. 연결되는 감각이란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강해진 나는 내가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독립적인 사람이 되자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생각을 할 때 나는 덜 외로워졌다. 내게는 나 자신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나 자신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새로워진 지혜의 힘을 느꼈다. 그리스인들부터 체호프를 거쳐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까지, 인간의 외로움이라는 본성을 탐구하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모든 사람은 오직 일하는 자기 자신의 생각만이 자아의 고독을  끝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똑바로 들여다보기엔 힘겨운, 너무도 힘겨운 진실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과 공동체를 갈망한다. 그 두 가지 모두 삶에 있기를 바라기에는 썩 괜찮은 것들이지만 갈망할 만한 것들은 아니다.
  갈망은 살인자와 같다. 갈망은 우리를 감상적으로 만든다. 감상적이 되면 우리는 낭만만을 추구하게 된다. 내게 있어 페미니즘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로맨스가 아니라 힘겨운 진실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전히 힘겨운 진실을 추구한다.
  내가 방금 적어놓은 모든 것을 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몇 번이고 잊어왔다. 불안과 권태와 우울이 나를 압도하면, 그것들은 나를 지워버리고 나는 ‘잊는다.‘ 영혼의 노예 상태란 일종의 기억 상실이어서, 우리가 아는 것을 붙잡지 못하게 만든다. 아는 것을 붙잡지 못하면 우리는 경험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경험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변화는 오지 않는다. 변화가  없으면 우리 자신 안에 있던 연결은 끊어져버린다. 그건 견딜  수 없는 일이기에, 삶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끝없이 ‘기억하는‘ 일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을까? 끊임없는 투쟁 속에 있다. ...... " (5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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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26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이 느꼈던 감정을 저도 느낄듯하네요. 저는 페미니즘으로 인해 저런 감정을 처음 느낀건 아니지만 오래전에 느꼈던 저런 감정이 아직도 제 삶과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지금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도 어쩌면 그 연장이구요. 이러나 저러나 비비언 고닉의 책은 꼭 읽어야겠습니다. ^^ 지금까지 딱 3권 나와서 전작하기 좋은 작가! 더 나오기 전에 빨리 빨리 읽어야겠어요. ㅎㅎ

난티나무 2023-02-27 02:33   좋아요 0 | URL
네 글에서는 페미니즘 모먼트가 나오고 있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삶의 여러 분야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페미니즘은 삶 자체이기도 하고…^^
고닉 책 저는 두번째예요. 헤헷
 

책을 읽다가 어느 부분에서 어젯밤 전화 통화가 생각났다. 아, 그래, 그 이야기를 써야겠어. 몸을 일으켜 컴퓨터의 새 창을 연다. 커서가 껌벅이는데, 손이 키보드에 갔는데, 써야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까 어디를 읽다가 생각이 났더라? 다시 책을 펼쳐 그 부분을 찾아 읽는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 이 부분 아니었나? 그 뒷부분도 읽는다. 역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무언가가 생각났다가 흐릿하게 지워진 흔적을 헤집어보지만 소용없다. 이야기는 달아났다. 이미 여러 번 그랬음에도 새 책에다 낙서를 하는 느낌을 꺼려 해 손에 연필을 쥐지 않음을 후회해 본다. 독서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이제는 손에 연필을 쥐고 날아가는 생각들을 잡아채야만 하니 말이다. 바로 옆에 연필이 있어도 그 연필을 집어 드는 순간 생각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망할. 오늘 아침에는 꿈이 잊히지 않길래 느지막이 꿈 일기를 쓰다가 어라 생각보다 기억이 잘 나네? 하면서 주절댔다. 마침 또 혈액검사하러 나가는 날이라 그만 노트를 덮어야 했는데 잊어버릴까 봐 노트 구석에다 미처 못 쓴 내용의 키워드를 적었다. 지금 점심 먹은 후, 아직도 안 썼다. 노트를 펴면 꿈이 다시 생각날까? 그러다 잊어버리는 거지. 그나저나 나는 아까 뭘 쓰려고 했을까?@@ 


+ 아침에 빵 썰다 손가락을 같이 조금 썰어버렸다. 왼손 가운뎃손가락. 키보드 두드리면 아플 줄 알았다. 괜찮아서 다행이다. 얼마나 베었는지 들여다보기 무서워서 밴드 떼기가 싫다. 고작 손가락 하나를 밴드로 감았을 뿐인데, 그럴 때마다 그랬음을 아는데도, 불편하다. 건조한 눈에 인공눈물을 넣고 잠시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벽을 더듬어 욕실과 주방을 왕복했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생김새를 손으로 더듬어 짐작하고 빛이 들어오는 곳을 피부로 느낀다. 어느 한 부분 귀하지 않은 곳이 없다, 몸은. 



















+ 좋을 것 같아서 못 꺼내고 있던 책(응???)이 예상대로 좋을 것 같을 때 기분이가 좋다. 좋으면서 싫다. 휘리릭 펼친 부분이 눈에 쏙쏙 들어와 박히고 가슴을 텅 때릴 때 내 감정을 이미 제대로, 잘, 훌륭하게, 쓴 사람에게 말도 안 되는 질투와 동질감을 동시에 느끼는 거다. 좋을 줄 알았어. 몇 장 안 읽었지만. 







친구 관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찬 상태여야 만날 수 있는 관계다. 첫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해물을 치운다.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정표에서 빈 곳이 있는지 찾는다.
(확실히 이 부분 어디였는데...)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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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1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

난티나무 2023-02-22 00:35   좋아요 2 | URL
그런 관계 ♥️♥️♥️

유수 2023-02-2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손가락.. 밴드 좀 더 나중에 떼세요..
전화 통화 돌아와라 얍!!

난티나무 2023-02-22 05:43   좋아요 1 | URL
잘 준비 하면서 밴드 갈았어요. 얼마나 베였는지 가늠이 안 됩니다 ㅋㅋ 상처 아무는 데에도 너무 오래 걸리는 슬픔….😳
통화… 안 돌아올 거 같아요 ㅠㅠ 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2-22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 님의 글도 좋을 줄 알았어요. 저도 드디어 이 책을 곁에 두었는데 읽기도 전에 좋으네요^^

난티나무 2023-02-22 17:04   좋아요 0 | URL
어맛 자목련님!!! ☺️
마지막 한 장까지 좋기를~~~~^^ 📖

거리의화가 2023-02-22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이라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 책 좋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네요.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가 역시 좋습니다^^*

난티나무 2023-02-22 17:07   좋아요 0 | URL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쟝님이 떠오르네요 ㅎ) 왜 좋다고 하시는지 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앞부분만 읽고 설레발 쳤는데 끝까지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

라로 2023-02-2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님, 정말 저는 가끔 난티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제가 쓸 것 같은 글과 넘나 비슷해서 놀라요. 저도 어떤 책 읽고 바로 그랬거든요. 휘발돼 버린 기억.ㅠㅠ 그리고 저도 오른손 다쳤어요. 저는 요즘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려고 노력하는데 암튼, 프라이팬에 뭘 굽다가 그거 뒤집었는데 기름이 제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 knuckle이라고 하는 그 부분과 손목을 데었어요. 시간이 없어서 찬물에 대강 아픈 곳을 대고 일하러 왔는데 부풀어 오를 것 같았는데 밤에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런데 손을 씻다가 다친 것을 잊어버리고 수건에 손을 막 비벼가지고 상처가 덧나서 지금도 고생이에요. 엉엉 속목은 괜찮은데 검지와 중지 사이의 knuckle요. 거기는 우리가 넘나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네요,,ㅋㅋ 어쨌든 상처는 오픈 투 에어가 좋습니다. 얼렁 밴드 떼세요!ㅋㅋㅋ

난티나무 2023-02-22 17:15   좋아요 0 | URL
아이쿠 손을 다치셨군요. 이야기만 들어도 손이 쓰립니다.ㅠㅠ 얼른 나으셔야 할 텐데요. 오픈 투 에어라니, 밴드 떼야 하나요 ㅎㅎ 상처 난 곳은 항상 어딘가에 부딪치고 그래서 덧나더라고요. 벌어지지 않게 밴드 꼭 감아두었는데… 물만 닿아도 금세 벌어질까 무섭 ㅋㅋㅋㅋ

기억 휘발은 자주 겪어요. 진짜 눈 깜박하는 새 날아가요. ㅎㅎ 아무리 해도 다시 생각 안 나죠?? ㅠㅠ 떠오르는 순간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겠어요. 펜 드는 사이에 잊어버리기도 하지만요.ㅎ
 
[전자책] 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오드리 로드 지음, 송섬별 옮김 / 디플롯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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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오드리 로드의 사랑 이야기, 사람 이야기. 이 책을 읽는 여성이라면 로드를 부러워하는 순간이 적어도 한번 이상은 있을 것이다. ‘자미‘가 되고 싶을 것이다. 영혼의 반짝임! ‘살아있는‘ 롤모델! ‘섹시‘한 로드 언니!!! 정말 로드처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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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했다. 많이 늦지 않은 저녁이다. 몸에 밴 음식 냄새를 씻어내느라 아주 오랜만에 비누를 사용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 싫은 점 하나는 몸에 배는 냄새였다. 내용물이 끓는 냄비 앞에 서 있노라면 아침에 감은 머리카락, 아침에 갈아입은 옷이 금세 무용지물이 된다. 전이라도 한 장 부칠라치면 그 날은 얼굴에서도 기름 냄새가 난다. 어제 새로 입었는데 또 갈아입어야 하다니. 어제는 볶음요리를 하는 주방에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냄새가 온몸에 배어버렸다. 한 끼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세탁물을 늘리고 샤워까지 해야 한다면 이것은 효율적인가? 그러니까 지금 샤워와 음식과의 상관관계를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 "너무 늦었네." 유도라는 그렇게 말했었다. "피곤해 보이는구나. 잠시 누워 있을래?" 그가 침대 위 자기 옆으로 오라는 시늉을 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총알처럼 뛰어 올랐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오늘 아침 이후로 몸을 씻지 않았다는 사실뿐이었다. "저...... 저 어차피 샤워를 해야 해서요." 

 유도라는 이미 책을 집어 든 뒤였다. "잘 자렴, 치카."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내 방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서 온수기의 불을 켰다. 유도라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 

(전자책 338/539) 



 아! 우리의 '오드르'는 머릿속에 샤워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샤워를 하지 않았기에 침대에 같이 있음에도 유도라에게 손을 대지 못했(않았)다. 기본 중에 기본 아닌가? 섹스 전에는 샤워를 한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유도라에게 갔다. 

 

 이해할 수 없는 영화 속 섹스장면들이 생각난다. 그들(여자와 남자)은 사무실에서, 골목에서, 지하실에서, 창고에서, 들판에서, 아무튼 그곳이 어디든, 샤워실이 딸린 호텔방이라 하더라도, 씻지 않고! 그대로! 고고씽!!! 가장 최악은 공중화장실. 우리 나라 화장실은 깨끗하니깐요?????? 어제 본 드라마에서도 그들(여자와 남자)은 외출했다 집에 들어가 그대로 엉겨붙었고 옛날에 본 드라마에서도 옴팡지게 온몸에 땀을 흘린 여자가 남자 집에서 엉겨붙었으며 옛날에 본 영화에서도...... 


 나는 오드리 로드가 이 장면을 의도적으로 넣었으리라 짐작한다. 어쩌면 자기검열을 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전자라고 믿고 싶다. '오염된' 섹스 장면을 너무 많이 봐왔다. 우리에겐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고 로드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그러니 로드님이시여, 좀더 자세하게 묘사 좀 해주시면 안 되렵니까????? 


 + 안타까운 한 가지 : 여자와 남자가 키스할 때, 여자와 여자가 키스할 때, 어느 쪽에 '흥분' 혹은 '이입'하십니까? (아... 혹시 남자와 남자?? 혹은, 구별 없이??) 나는 이성애자일까, 궁금하지만 아직까지는 이성애에서 벗어날 수 없나 봅니다. 후자가 궁금한데 몰입은 안 됩니다. 섹스 장면도 마찬가집니다. 자꾸 보다 보면 달라질까요? 그러나 재미집니다? 로드님이 그것만 재밌게 썼겠습니까? 페이지터너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어... 힝... 


+ 머리카락 말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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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2-20 0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정. 덜 읽은 표가 나는 말을 했다. 키스를 보고 ‘흥분’하는 건 육체의 반응일 뿐이라고, 이성애가 주입된 결과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성급하게 로드의 ‘성애’를 ‘이성애적’ 시각으로 보는 것같다. 어쩜 그의 묘사는 그리도 아름다운지.

단발머리 2023-02-20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글 다 좋아하지만, 요즘 너무 텐션 터지시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스 글에 이렇게 강하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부탁드려요^^

난티나무 2023-02-20 19:50   좋아요 0 | URL
텐션이 좀 ㅎㅎㅎ 그렇죠?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
저는 그저 단발머리님이 ‘좋아한다‘고 말씀하시는 게 쏙쏙 좋을 뿐이고요~~~~~~ ♥️♥️♥️😍😍

다락방 2023-02-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난티나무 님과 같은 불만을 가지고 쓴 글이 많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맨발에 구두 신은 여자의 구두를 벗겨주면서 섹스할 때 그 발냄새를 어쩔려고 그러나 싶고요, 그리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여자가 오럴 해줄 때 그 고추 냄새는 정말 ㅠㅠ 왜들 저렇게 씻지 않고 냄새나고 더러운 몸으로.. ㅠㅠ 너무 싫어요 ㅠㅠ
일전에 애인에게 섹스할 때 뭐 특별히 주의할게 있냐고 해서 무조건 씻고 해야 한다고 말했던 생각이 나네요. 나갔다 들어와서 손도 안씻고 어딜 만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3-02-20 12:02   좋아요 0 | URL
구두만 벗겨주고 끝나면 다행.......
스타킹 신었던 그 발에 입맞추고 이러면..... 하 도저히 몰입 불가. ㅋㅋㅋㅋㅋㅋ
주말에 본 영화(프랑수아 오종, <영 앤 뷰티풀>)에서는 심지어 섹스하고 나서 씻지도 못하게 하더라고요. 젠장

다락방 2023-02-20 12:11   좋아요 1 | URL
진짜 미치겠어요. 발가락에 키스하거나 발가락 입에 무는 거 저도 좋다 그겁니다. 그런데 그 전에 좀 씻으라고요. 왜 냄새나는데 그걸 참아가면서 .. ‘사랑하면 냄새가 안나‘이딴건 말짱 거짓말 입니다. 냄새 잘만 나죠. 사랑한다고 냄새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흑흑 너무 싫어요 ㅠㅠ 저는 그런 섹스신에 몰입이 안돼요 ㅠㅠㅠ

잠자냥 2023-02-20 12:28   좋아요 0 | URL
영화에서 제발! 아침에도 양치질하고 딥키스하자.... 뽀뽀까진 인정... ㅠㅠ
(근데 왜 우리 난티님 방에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20 13:45   좋아요 1 | URL
그럼 이쯤에서 멈추는 걸로...흠흠..

난티나무 2023-02-20 19:55   좋아요 0 | URL
저 안 그래도 영화 이야기 하면서 그, 맨발구두쪽쪽 그거 떠올렸어요. 다락방님 글도.^^ 저는 어제 드라마 보면서, 많은 수의 남자들이 화장실 가서 오줌누고 손도 안 씻고 나온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더라고요. 윽. 어느 드라마에서인가 본 장면이기도 하고요.

잠자냥님 와 진짜 공감. 아침키스 시러요. 냄새 나... 나도 나고 너도 나고 에브리바디 나.........

그래서 저는 오드리 로드가 넘나 좋았습니다!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