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했다. 많이 늦지 않은 저녁이다. 몸에 밴 음식 냄새를 씻어내느라 아주 오랜만에 비누를 사용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 싫은 점 하나는 몸에 배는 냄새였다. 내용물이 끓는 냄비 앞에 서 있노라면 아침에 감은 머리카락, 아침에 갈아입은 옷이 금세 무용지물이 된다. 전이라도 한 장 부칠라치면 그 날은 얼굴에서도 기름 냄새가 난다. 어제 새로 입었는데 또 갈아입어야 하다니. 어제는 볶음요리를 하는 주방에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냄새가 온몸에 배어버렸다. 한 끼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세탁물을 늘리고 샤워까지 해야 한다면 이것은 효율적인가? 그러니까 지금 샤워와 음식과의 상관관계를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 "너무 늦었네." 유도라는 그렇게 말했었다. "피곤해 보이는구나. 잠시 누워 있을래?" 그가 침대 위 자기 옆으로 오라는 시늉을 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총알처럼 뛰어 올랐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오늘 아침 이후로 몸을 씻지 않았다는 사실뿐이었다. "저...... 저 어차피 샤워를 해야 해서요."
유도라는 이미 책을 집어 든 뒤였다. "잘 자렴, 치카."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내 방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서 온수기의 불을 켰다. 유도라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
(전자책 338/539)
아! 우리의 '오드르'는 머릿속에 샤워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샤워를 하지 않았기에 침대에 같이 있음에도 유도라에게 손을 대지 못했(않았)다. 기본 중에 기본 아닌가? 섹스 전에는 샤워를 한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유도라에게 갔다.
이해할 수 없는 영화 속 섹스장면들이 생각난다. 그들(여자와 남자)은 사무실에서, 골목에서, 지하실에서, 창고에서, 들판에서, 아무튼 그곳이 어디든, 샤워실이 딸린 호텔방이라 하더라도, 씻지 않고! 그대로! 고고씽!!! 가장 최악은 공중화장실. 우리 나라 화장실은 깨끗하니깐요?????? 어제 본 드라마에서도 그들(여자와 남자)은 외출했다 집에 들어가 그대로 엉겨붙었고 옛날에 본 드라마에서도 옴팡지게 온몸에 땀을 흘린 여자가 남자 집에서 엉겨붙었으며 옛날에 본 영화에서도......
나는 오드리 로드가 이 장면을 의도적으로 넣었으리라 짐작한다. 어쩌면 자기검열을 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전자라고 믿고 싶다. '오염된' 섹스 장면을 너무 많이 봐왔다. 우리에겐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고 로드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그러니 로드님이시여, 좀더 자세하게 묘사 좀 해주시면 안 되렵니까?????
+ 안타까운 한 가지 : 여자와 남자가 키스할 때, 여자와 여자가 키스할 때, 어느 쪽에 '흥분' 혹은 '이입'하십니까? (아... 혹시 남자와 남자?? 혹은, 구별 없이??) 나는 이성애자일까, 궁금하지만 아직까지는 이성애에서 벗어날 수 없나 봅니다. 후자가 궁금한데 몰입은 안 됩니다. 섹스 장면도 마찬가집니다. 자꾸 보다 보면 달라질까요? 그러나 재미집니다? 로드님이 그것만 재밌게 썼겠습니까? 페이지터너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어... 힝...
+ 머리카락 말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