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자들은 왜 웃을 때 계속 손으로 입을 가려?" 

사람들의 언행을 통해 '성차'과 '이성애'를 탐구하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 아래 한국예능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는 중이었다. 나 포함 모두가 질색팔색하는데 그럼에도 '교육적' 가치가 있다. 가끔 틀어보는 이유.^^;;

"그렇지, 왜 그럴까? 웃을 때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을 때도, 놀랄 때도 그러잖아."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이러지 마 저러지 마,를 들으면서 자란다. 뭐 두말 하면 입 아프지. 입을 크게 벌리면 안 되거든, 웃음소리 크고 활달하면 여성스럽지 못하거든, 큰소리도 내면 안 되거든. 화면 속 모든 여자들이 긴머리를 쓸어넘기고 손으로 입을 가리는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여자들이 이층 계단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등장한다. 거의 모두가 미니스커트 차림이다. 그렇게 등장한 여자들은 높은 의자에 앉아 담요로 하체를 가리고 있다. 

"엄마, 미니스커트는 왜 입어? 저렇게 담요로 가릴 걸?" 

그러게 말이다. 이중구속이지. 다리는 드러내어야 하지만 '야'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잘 보이도록 짧아야 하지만 속옷은 보이면 안 되고. 몸뿐 아니라 여성의 속옷도 그 자체로 섹슈얼리티화되어버린 세상. 

예능을 보며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항상 뭔가 찜찜하다. 열심히 이러니까 저러니까 비판을 하고 그런 이야기로 식구들과 토론을 하고 거기에서 모두 뭔가 느끼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찜찜하다. 뭔가 부족하다. <페미니즘 철학> 110쪽에 그 뭔가가 있었다. 



" 3. 종종 제도는 남성이 여성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나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여성을 예속시킨다. 샌드라 바트키는 미용 및 화장품 광고에 사용된 이미지가 매력적인 여성의 외모로 간주되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설명한다. 여성은 이 기준과 비교하여 자신을 평가하고 규제하는 것을 거의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이미지는 다음과 같이 규율 권력을 행사한다. 즉 그것은 스스로 규제하고 스스로 처벌하는 여성적인 개인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보다 자세나 움직이는 방식을 더 억제하게끔 성장하게 하거나 식사를 할 때 더 제한하고 주의하도록 함으로써 남성 권력을 강화시킨다. 

4. 남성 권력은 여성이 그것을 재생산하는 데 참여하는 한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자기 외모에 대한 우려를 내면화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데 열중하게 될 때 여상은 (의도치 않게) 남성 권력을 재생산하게 된다. " 



나는 늘, "남성 권력을 강화시킨다"를 빼먹었던 것. 이 책 이전에도 알고는 있었지. 실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나오지 않는다는 건 제대로 아는 게 아니라는 말이겠다. 비판을 넘어 원인과 구조를 짚고 그러니 개인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할 지를 고민하는 단계까지 끌어내야 한다. 이 세상이 이렇게 생겨먹었다구!!를 부르짖기만 해서는 되는 게 없다. 이 당연한 사실(남성 권력 강화)을, 나의 남성 동거인 세 명은 알고 있을까? (도리도리) 



















+++ 

 '짝짓기' 프로그램을 볼 때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야, 너네는 절대 결혼하지 마라. 애는 더더욱 낳지 마라. 알았지? 농담을 가장한 진담이다. 저 날에도 한번 그랬다가 작은넘한테 한소리 들었다. "엄마, 엄마는 누가 엄마한테 '너 이거 절대로 하지 마, 알았지?' 이러면 그 말 듣고 싶어? 그건 엄마의 바람이니까 최소한 '나는 니가 결혼 안 하고 애도 안 낳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ㅠㅠ 미안하다 사랑한다.(응?) 그 소리 하지 말라고 안 해서 고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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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2-27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웃음소리를 글로 표현할때도 예전에 남자는 하하하 여자는 호호호
그랬었죠. 난티나무님네 작은 아이 예리한데요?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2-27 23:30   좋아요 1 | URL
티브이 자막들도 아주 난리예요. 가관이에요.ㅠㅠ 소리를 막 지르게 돼요.^^;;;
즤집 작은넘이 좀 애늙은이같은(아 이 표현 괜찮은가...) 면이 있어요.ㅎㅎㅎ

hnine 2023-02-27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가 예전에 그러더라고요. 엄마가 자식에게 꼭 무엇을 했으면 좋을때 이렇게 말하라고요.
˝너 절대 그거 하지마.˝라고요.

난티나무 2023-02-27 23:31   좋아요 1 | URL
예외가 있어요. 공부 ㅋㅋㅋ 절대 하지 마 하면 절대 안 하는 거...ㅠㅠ

책읽는나무 2023-02-27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둘째의 어록집이 곧 탄생할 듯 합니다.
똑똑해요, 똑똑해!!^^

난티나무 2023-02-27 23:32   좋아요 1 | URL
똑똑한지는 모르겠고 저한테 잘 덤비기는 합니다.ㅋㅋㅋㅋㅋㅋ

2023-02-28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0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3-02-2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엄마랑 저런 프로그램을 같이 보면서 이야기해주는 아들 너무 훌륭한걸요. 보통 사춘기의 남자아이들은 옆에 앉아 있지도 않는다는..... 그나마 딸은 좀 낫고요. 저는 딸만 있어서 잘 모르는데 주변에 보니까 다 그렇더라구요. ㅎㅎ

난티나무 2023-03-01 23:09   좋아요 1 | URL
^^;; 제 기분 땡길 때만 옆에 와서 살랑거립니다.ㅎㅎㅎ 그런데 어제도 그런 생각은 했어요. 잰 좀 이상하다... 좀 특이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3-0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입을 가리고 웃으면 그것도 이상해 보이죠? 성에 대한 편견이!

난티나무 2023-03-03 00:08   좋아요 1 | URL
이상한 게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