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어느 부분에서 어젯밤 전화 통화가 생각났다. 아, 그래, 그 이야기를 써야겠어. 몸을 일으켜 컴퓨터의 새 창을 연다. 커서가 껌벅이는데, 손이 키보드에 갔는데, 써야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까 어디를 읽다가 생각이 났더라? 다시 책을 펼쳐 그 부분을 찾아 읽는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 이 부분 아니었나? 그 뒷부분도 읽는다. 역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무언가가 생각났다가 흐릿하게 지워진 흔적을 헤집어보지만 소용없다. 이야기는 달아났다. 이미 여러 번 그랬음에도 새 책에다 낙서를 하는 느낌을 꺼려 해 손에 연필을 쥐지 않음을 후회해 본다. 독서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이제는 손에 연필을 쥐고 날아가는 생각들을 잡아채야만 하니 말이다. 바로 옆에 연필이 있어도 그 연필을 집어 드는 순간 생각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망할. 오늘 아침에는 꿈이 잊히지 않길래 느지막이 꿈 일기를 쓰다가 어라 생각보다 기억이 잘 나네? 하면서 주절댔다. 마침 또 혈액검사하러 나가는 날이라 그만 노트를 덮어야 했는데 잊어버릴까 봐 노트 구석에다 미처 못 쓴 내용의 키워드를 적었다. 지금 점심 먹은 후, 아직도 안 썼다. 노트를 펴면 꿈이 다시 생각날까? 그러다 잊어버리는 거지. 그나저나 나는 아까 뭘 쓰려고 했을까?@@ 


+ 아침에 빵 썰다 손가락을 같이 조금 썰어버렸다. 왼손 가운뎃손가락. 키보드 두드리면 아플 줄 알았다. 괜찮아서 다행이다. 얼마나 베었는지 들여다보기 무서워서 밴드 떼기가 싫다. 고작 손가락 하나를 밴드로 감았을 뿐인데, 그럴 때마다 그랬음을 아는데도, 불편하다. 건조한 눈에 인공눈물을 넣고 잠시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벽을 더듬어 욕실과 주방을 왕복했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생김새를 손으로 더듬어 짐작하고 빛이 들어오는 곳을 피부로 느낀다. 어느 한 부분 귀하지 않은 곳이 없다, 몸은. 



















+ 좋을 것 같아서 못 꺼내고 있던 책(응???)이 예상대로 좋을 것 같을 때 기분이가 좋다. 좋으면서 싫다. 휘리릭 펼친 부분이 눈에 쏙쏙 들어와 박히고 가슴을 텅 때릴 때 내 감정을 이미 제대로, 잘, 훌륭하게, 쓴 사람에게 말도 안 되는 질투와 동질감을 동시에 느끼는 거다. 좋을 줄 알았어. 몇 장 안 읽었지만. 







친구 관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찬 상태여야 만날 수 있는 관계다. 첫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해물을 치운다.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정표에서 빈 곳이 있는지 찾는다.
(확실히 이 부분 어디였는데...)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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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2-21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

난티나무 2023-02-22 00:35   좋아요 2 | URL
그런 관계 ♥️♥️♥️

유수 2023-02-2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손가락.. 밴드 좀 더 나중에 떼세요..
전화 통화 돌아와라 얍!!

난티나무 2023-02-22 05:43   좋아요 1 | URL
잘 준비 하면서 밴드 갈았어요. 얼마나 베였는지 가늠이 안 됩니다 ㅋㅋ 상처 아무는 데에도 너무 오래 걸리는 슬픔….😳
통화… 안 돌아올 거 같아요 ㅠㅠ 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2-22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 님의 글도 좋을 줄 알았어요. 저도 드디어 이 책을 곁에 두었는데 읽기도 전에 좋으네요^^

난티나무 2023-02-22 17:04   좋아요 0 | URL
어맛 자목련님!!! ☺️
마지막 한 장까지 좋기를~~~~^^ 📖

거리의화가 2023-02-22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이라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 책 좋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네요.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가 역시 좋습니다^^*

난티나무 2023-02-22 17:07   좋아요 0 | URL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쟝님이 떠오르네요 ㅎ) 왜 좋다고 하시는지 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앞부분만 읽고 설레발 쳤는데 끝까지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

라로 2023-02-2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님, 정말 저는 가끔 난티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제가 쓸 것 같은 글과 넘나 비슷해서 놀라요. 저도 어떤 책 읽고 바로 그랬거든요. 휘발돼 버린 기억.ㅠㅠ 그리고 저도 오른손 다쳤어요. 저는 요즘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려고 노력하는데 암튼, 프라이팬에 뭘 굽다가 그거 뒤집었는데 기름이 제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 knuckle이라고 하는 그 부분과 손목을 데었어요. 시간이 없어서 찬물에 대강 아픈 곳을 대고 일하러 왔는데 부풀어 오를 것 같았는데 밤에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런데 손을 씻다가 다친 것을 잊어버리고 수건에 손을 막 비벼가지고 상처가 덧나서 지금도 고생이에요. 엉엉 속목은 괜찮은데 검지와 중지 사이의 knuckle요. 거기는 우리가 넘나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네요,,ㅋㅋ 어쨌든 상처는 오픈 투 에어가 좋습니다. 얼렁 밴드 떼세요!ㅋㅋㅋ

난티나무 2023-02-22 17:15   좋아요 0 | URL
아이쿠 손을 다치셨군요. 이야기만 들어도 손이 쓰립니다.ㅠㅠ 얼른 나으셔야 할 텐데요. 오픈 투 에어라니, 밴드 떼야 하나요 ㅎㅎ 상처 난 곳은 항상 어딘가에 부딪치고 그래서 덧나더라고요. 벌어지지 않게 밴드 꼭 감아두었는데… 물만 닿아도 금세 벌어질까 무섭 ㅋㅋㅋㅋ

기억 휘발은 자주 겪어요. 진짜 눈 깜박하는 새 날아가요. ㅎㅎ 아무리 해도 다시 생각 안 나죠?? ㅠㅠ 떠오르는 순간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겠어요. 펜 드는 사이에 잊어버리기도 하지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