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엄마에 대하여
한정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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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궁금했다. 엄마에 대하여. 엄마라는 존재와 딸인 나의 존재. 단순한 줄 알았으나 한없이 복잡하고, 비슷한 줄 알았으나 끝없이 다른, 딸들과 엄마들의 관계, 연결과 그 사이의 괴리. 실려있는 모든 단편들에서 이 존재들 각각이 스스로를 세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 다른 엄마라는 존재를 본다. 그래서 좋았다. 사회가 엄마라는 존재에게 요구하는 틀에 박힌 정형성이 모든 엄마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 중의 착각이다. 거기에 나를 억지로 끼워맞추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들은 모두, 가짜다. 


한정현 [결혼식 멤버]

고정관념은 가라. 역사와 사회를 엮어서, 계층과 차별을 묶어서, 그렇게 하나하나 건드리는 게 좋았다. 당당해서 좋았다. 대체 누구에게 미안해해야 한단 말인가. '나와 결혼한다'는 말이 훅 다가왔다. 우뚝 서는 느낌. 그리고 슬퍼졌다. 내 결혼식에도 동생의 결혼식에도 올 수 없었던 나의 엄마가 떠올라서. 


*** 

"오, 굉장히 웃기는 남자들이군요. 신경 쓰지 마세요. 당신은 충분히 멋있어요, 누구하고도 사랑할 수 있을 만큼이요."
내 말에 여자분이 조금은 웃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두 분. 나, 사실은 내일 나랑 결혼해요! 김수현 드라마 보셨나요? 배종옥이 맡은 첫째 딸처럼 되고 싶어요. 내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사람이요!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사는 그 첫째 딸 말이에요!"
주인 할머니는 "아이고 그거 다 드라마지, 현실이냐 어디. 여자가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너는 입만 다물면 완벽하다고 면박 주는 게 남자 놈들이다!" 그러면서도 "그래, 남자보단 너랑 결혼하는 게 낫다" 하시면서주말 연속극으로 채널을 맞춰주더군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대중문화를 연구했던 것도, 그러니까 가령 내가 덩리쥔이나 김치켓 시스터즈, 모리타 도지 같은 사람을 좋아했던 것도 여성으로서의 당당한 모습에 마음이 끌린 게 아니었을까 하는 것 말이에요. 그런 생각 끝에는 그 여성분의 자신과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나는 펑리수를 결혼식 선물로 건네달라 하였어요. 마음으로는 항상 그 여자분의 결혼식 멤버이니까요..
이걸 왜 말해주고 싶었을까요. 글쎄.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국가와 가족은 참 비슷합니다. 한 명의 권력자와 그에 순응해야만 하는 피지배자. 그리고 그 구조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사람들이 겪는 따가운 시선과 불이익들과 같은 것 말이지요. 그런가 하면 국적과 결혼도 엇비슷하지요. 국적은 나를 증명하는 가장 명백한 방법이고 누군가에겐 결혼도 사랑을 증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대만인이자 일본인이며 한국에서 오래 살았던 나의 간극을, 당신을 두고 떠나간 나의 어떤 마음을 절대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이 말이 나를 이해해달란 말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웨딩 세리머니에 오지 않아도 당연히 좋습니다. 다만…… 나는 말이에요. 이 메일을 드디어 쓰기로 결심한 순간들엔 어쩌면 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뭐랄까요. 귀하와 내가 생물학적이 아니더라도, 국적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정한 가족 관계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끝없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어떤 틈새에서 연결되고 있다고요. 이 메일은 결국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조우리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동성애에 기겁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 딸의 결정과 신념을 무시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 그것은 결국 경험이 해낸 일이 아닐까.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느끼는, 경험. 그러나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겠지. 어떤 자식이라 해도, 성적 성향과 상관없이 그 삶의 많은 부분과 전체가 걱정인 것은 나도 다르지 않다. 대범해지고 싶다. 



김이설 [긴 하루] 

유순 언니, 장씨랑 헤어져요. 언니 스스로와 결혼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 아닐까요. 그 솔직함으로 소통하는 것 아닐까요.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불안이다. 할머니-엄마-딸로 이어지는 기구함들. 불안과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인 유순언니, 이 책에서 유일하게 아직은 홀로 서지 못하는 듯해 아쉬우면서도, 삶이 노동에 짓눌린다면,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너무 어렵다면, 그 땐 나고 너고 없이 그저 노동에만 목매달게 되지 않나, 그럴 땐 어떡하나,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순 언니, 이제 그만 스스로와 결혼해요. 딸이 저를 갈아넣으며 살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기는 왜 전부 갈아넣으며 살아요. 이제 그만. 



최정나 [놓친 여자] 

작가의 말처럼 '과했다'. 그러나 정말 과했을까.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제대로'이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세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큰 뚝심이 필요한지. 아이들의 '연애' 앞에서 부모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요즘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었다. '놓친' 여자가 사라진 건 어떤 의미일까, 잘 모르겠다. 



한유주 [우리 만남은]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훑으며 아 뭐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열린 결말, 특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소설 어디선가 읽은 것 같아. 



차현지 [핑거 세이프티] 

언제까지 엄마를 탓해야 할까. 엄마도 사람이고 힘들었고 모든 것을 견뎌야 했음을 알게 되었어도 원망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쩔 수 있었을까? 어째서 '가정폭력'은 이처럼 흔한가. 남의 집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은가. 일부의 경우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비슷하게 일어난다면 그건 가정사가 아니라 사회문제라고 했지 않나. 이 '사회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토론해야 하는지를 생각케 한다.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보여주면서, 아 또야 같은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

"어떤 사건은 영영 쓰지 못할 것 같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수천 번 빌었던 일들. 상태를 기록한다고 해서 증상이 해결될 일은 없을 터. 그리고 나는 그런 방식으로 소설을 쓰지 않는다. 쓴다고 해서 사건으로부터 벗어난 적도, 벗어날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엄마에 대해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건 축복이다."

(작가 노트 중에서) 

***


나도 엄마에 대해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축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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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김개미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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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에 방점을 찍고 읽어서 그런지 나의 모습과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간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꽉꽉 채워져 있기를 바랬는데 그건 나의 지나친 욕심이었음을. 예를 들어, 김개미 시인과 김영글 미술작가 같은 분들의 이야기가 무한반복되는 책이었다면 하는 욕심.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심심해하지 않으며 혼자서 일도 놀이도 잘 하고 취미도 다양해서 스스로를 '능동형 외톨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혼자 집에서 심심하지 않아?' '남자(여자) 친구 없어요?' 같은 질문에 그러라 그래~를 시전할 수 있는 사람들. 혼자여도 괜찮다고, 혼자여서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하는 욕심. 더 강조되었다면 하는 욕심? 욕심이 많았다. 아니 어쩌면, 나와 비슷한 모습을 찾아서 그걸로 위안을 삼으려 한 욕심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럴 수도. 


두번째 차례인 시인 김개미의 글을 읽고서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그의 시를 읽고 싶어졌다. '은둔적 성향' '집에 있는 게 좋다' '능동형 외톨이' 같은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 다만 요즘 예능을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볼 수 없는 나의 입장에서 특정 예능인의 예능 언급은 살짝 나 혼자 거슬려했다고 고백하겠다. 부분과 전체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가의 문제이기도 해서 굳이 입을 댈 필요는 없는가 싶기도 하다. 본문 중에 실린 시가 좋아서 옮겨적다가 종이에 적고 싶어 그렇게 해본다. (사진을 올리며 그냥 타자 칠 걸 그랬다 싶다.)





김영글 미술작가의 글을 읽을 때에는 눈이 번쩍 커졌다. 아니, 이 글 읽기 바로 전에 침대에서 간밤에 꾼 꿈을 막 적었는데, 이 사람도 침대에서 간밤의 꿈을 적는대! 침대와 책상을 전천후로 활용한대! 뜨개질이 취미래! 나도 그런데! 이렇게 막 공통점 있다며 반가워하고 괜히 혼자 우쭐거리고. 집이 하나도 안 답답한, 코로나 시대가 그래서 오히려 더 반가울 수 있는, 일과를 쪼개고 나누어 그것을 지키면서 살지 않는(나는 딱히 '직업'이라 불릴 만한 돈 버는 일은 지금 하고 있지 않지만), 집중해야 할 때는 소음이 거슬리는, 이런 성향들이 너무 나라서 내가 오히려 좀 작아지는 듯한 느낌도. 괜찮아, 어떻게 사람이 다 똑같이 잘날 수 있겠어.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잘난 거지, 조금씩 다를 뿐이지. 

그렇게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라서 나는 내 입맛에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골라 기억하기로 한다. 나머지 분들의 글도 잘 읽기는 했다. 단지 마음에 덜 와닿았을 뿐이다. 약간의 성찰이 필요하지는 않은가도 싶다.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글쓰기'라는 제목과 컨셉에 얼마나 잘 부응(?)한 쓰기였는지에 대해. 


덧 : 문득. 일하기,는 꼭 돈을 받는 직업이어야 하는가 묻는다. 1인 가구가 아니라도 혼자서 '일하는' 사람들 많은데. 식구들이 많아도 혼자서 계획하고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처리하고 혼자서 다 하는 사람들 많은데. 더군다나 지금처럼 비대면의 시대엔 더더욱. 허허로이 웃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담은 책이 나와도 좋겠다. 단순히 수다와 동어반복에 그치지 않고 뼈때리는 책. 사실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도 뼈때리는 책은 아니다. 꼭 뼈때리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뼈때리는'이라고 쓰면서 다른 표현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생각하면 너무 폭력적이다. 뼈를 세게 때리면 아프잖아. 그런데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일단 오늘은 이렇게 쓰고 계속 찾아보는 걸로.) '일하기'라는 단어에서 돈 받는 직업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주부의 일은 일이 아니라는 인식도, 결국 고정관념 아닌가. 제목을 그대로 주부들의 이야기에 갖다붙여도 되겠다. '혼자'의 의미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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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22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글씨 너무 귀여워요~ㅎㅎ😍👍

난티나무 2021-09-22 20:55   좋아요 2 | URL
오늘은 귀욤 버전입니당.ㅋㅋㅋㅋ

공쟝쟝 2021-09-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책 읽고 있어요, 게을러질때 마다 쪼금쪼금. 그런데 난티님이 말씀하시는 덧붙임이 좋은 기획이고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ㅎ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이랑 그런 글쓰기해서 책 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근사할 것 같아요~>_<

난티나무 2021-09-29 15:20   좋아요 0 | URL
완전 근사하죠!!! 관건은 이야기를 에피소드에 파묻지 않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동어반복 지리멸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책은 공쟝쟝님이 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도 팬입니다! 갑분 고백! ㅋㅋㅋ

그레이스 2021-10-0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 예뻐요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북플로 안하고 서재들어와서 하니까 첫번째로 축하메세지도 남기네요^^

난티나무 2021-10-09 01:06   좋아요 1 | URL
앗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매일 한끼 비건 집밥
이윤서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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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수많은 사둔 책 중에 비행기를 타고 온 실용서 한 권. 요리책을 몹시 사고 싶을 때가 아주 간혹 있다. 자주는 아니다. 웬만한 레시피는 인터넷에 차고 넘치니까. 그런데 얼마 전 책을 살 땐 몹시, 정말 몹시,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도록 요리책을 사고 싶었다. 그럴 땐 아주 신중하게 한 권을 골라 사는 거다. 어쩔 수 없는 당김에 의해. (사실 너무 대충 때우다시피하는 매 끼니가 자꾸 형편없어지는 경향이 있어...ㅠㅠ) 

보관함에 모셔두었던 몇 권의 채식책 중에서 중고로 구입 가능한 것을 선택했다. 사실 요리책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비건' 집밥이다. 비건 지향 식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비건요리라고 특정지을 건 없다는 생각에 큰 기대가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 듯하다. 오히려 책에 '비건'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1만큼 팔릴 걸 3분의 2만 팔리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쉽다. 결과는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실려있는 모든 음식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시도한 것은 모두 성공! 맛있음. 내 입 뿐만 아니라 다른 식구들 입도 만족시켰다. 따라해 본 음식은 다음과 같다. 


토마토비빔국수

들깨버섯리소토 

표고버섯현미주먹밥 

콜라비깍두기 

적양배추발사믹볶음

양송이버섯시금치파에야

두부구이덮밥

가지토마토조림

비건마요네즈 

비건치즈 

데리야키소스

채수


음식 색에 맞추어 글자색을 바꿨더니 흠 별로군. 채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들고 있었으므로, 음식은 아닌데 따라해 본 음식에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였으나.ㅎㅎ 아무튼, 글자로 써놓으니 저게 뭐야 싶은데 실제로 해먹어보면 간단하고 맛있다. 특히 맨 위의 토마토비빔국수. 으잉? 싶지만, 그러나 의외. 토마토소스를 바탕으로 비빔소스를 만들면 맵지도 않고 딱 좋아서 벌써 대여섯 번은 해먹은 듯하다.(어제도 먹음. 요즘 단골 메뉴 되었음.) 우유나 치즈가 들어가지 않은 리조또도 맛있어서 깜놀. 마요네즈와 치즈도 비건으로는 처음 만들어봤다. 오! 이런 신비로운 일이.ㅎㅎ 맛있다 맛있어. 다른 것도 모두 해 볼 예정이다. 아아, 냉이가 없으니 냉이솥밥은 못 하겠구나. 도라지나물도, 참나물무침도, 고구마톳밥도, 더덕구이도, 우엉검은깨초절임도, 아니 이런 왤케 많아.ㅠㅠ 세발나물무침, 당귀샐러드, 호박잎쌈밥도. 흐잉. 호박잎쌈 먹고 싶다.@@ 재료 없어서 못 하는 거 빼고 다 해볼 거다. 다음 타자는 아마도, 두부스크램블? 오이고수무침? 콜리플라워구이? 아직 안 했지만 성공의 기운이 미리 폴폴~ 주방에서 수시로 들쳐보느라 물이 묻어 책이 망가져(?) 가고 있다. 책이 예쁘다. 망가져가서 마음이 좀 아프지만 ㅎ 이렇게 잘 사용하는 것이 아마 저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겠지. 아 물론 새 책을 샀다면 더 좋았겠지만 제가 거기까지는...^^;;; 수시로 들쳐보고 계량이 필요없게 될 때까지 참고해야지.


별 넷? 별 다섯? 살짝 고민했었는데 다섯으로 결정한다. 외국 살아서 못 구하는 재료 천지인 나도 대체재료 사용해 가며 따라하는데 국내에서 재료 구하기 어렵다는 평을 보니 오기 돋아서.ㅎㅎㅎ 창의성을 좀 보태자.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엄격한 비건'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괜찮을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책 소개 읽다가 눈에 걸린 구절이다. 나 완전 엄격하게 육식해,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비건 앞에 붙이는 수식어가 편견을 유발할 수 있다면 사용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있는 요리들 별로 특별하지 않다. 어제 먹은 시금치나물도, 무나물도, 비건 요리다. 고기를 넣지 않고도 된장찌개 끓여먹지 않는가. 딴 세상 식성이 아니다. 이미 부분적으로는 모두가 비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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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9-1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도 이 책 구비할까.... 요즘 레시피가 다 떨어져서 맨닐 돌려막기 지겨웠어요 😬

난티나무 2021-09-13 22:25   좋아요 0 | URL
시도해 보세요.^^ 요리책 사서 성공하기 좀 어려운데 이 책 저는 괜찮았어요.
 
[eBook]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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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방송에 나오는 것을 곁눈질로 보기는 했다. 책이 나왔고 읽기를 미루었다.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책을 읽고도 몇 글자 적지 못할 것을 알았다. 과거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꾸역꾸역 쓴다. 잊지 않기 위해. 커서가 깜박이는 것을 오래오래 째려보면서. 


경험을 쓰고 인식을 쓰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말하는 것이 신변의 위험을 초래하는 세상이 되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그를 비방하고 혐오하고 깔아뭉개고 협박한다. 협조를 가장하고 정신을 후벼판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대체 무엇이 정당한 것인가. 그 견고한 '남성들의 공조' 체계는 어떻게 금이 가고 깨어지고 결국에는 무너져 사라질 수 있는가. 트라우마가 생기고 일상이 무너지면서까지 그것을 위해 애쓰는 '개인'들의 노력은, 왜 사회의 노력, 국가의 노력이 될 수 없는가. 사회나 국가가 우리에게 있기는 한가. 


며칠 전 인터넷에서 스쳐지나가며 본 이야기가 있다. 채팅 어플로 '비대면 섹스' 영상을 찍은 남자의 사진이 모든 가족 친지 친구 동료 들에게 유포되었다는. (돈 내놔라 아니면 다음엔 영상 유포다 하는 협박단이 존재한다.) 결혼을 했고 사춘기 딸이 있었다.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 댓글들에서 N번방 사건과 다를 것 없다, 남자도 피해자다, 이해해 줘라, 이런 식의 발언들을 보고 경악했다.(일부이기는 했다.) 'N번방'은 일탈한 아이들이 잘못한 건데 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갑갑하다. 우리의 일상에서 여자의 몸은, 여자의 성은, 여자라는 동물은, 아직도, 여전히, 계속, 쳐다보는 것/만져도 되는 것/먹는 것/갖고 노는 것/즐기는 것/다쳐도 상관없는 것/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밖에, 분노하겠다고 말하는 것밖에, 그렇지 않다고 부르짖는 것밖에, 또 무엇을 할 수 있나. 오늘도 거대한 가상의 세계는 아이들을 흡입하고 온갖 고정관념을 머릿속에 주입하고 있는데. 수많은 '눈'들이 더 자극적인 장면을 찾아 떠돌고 있는데. '본 것'을 '실행'하고 있을 텐데......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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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8-30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도 많이 놀랐는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니 걱정이예요.
이런 분들의 끈질긴 노력 덕에
현행법 개정에 신호탄이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많이들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난티나무 2021-08-30 19: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책을 전파하는 방법도 있네요. 저도 열심히 퍼뜨릴게요.
어렵게 표면을 제거해도 아래에서는 계속 더 집요하게 방법을 찾으니까요. 암울..

2021-08-31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31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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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이상한데 좋다. 조금은 낯설다. 낯선데 좋다. 왜 좋은지 생각한다. 문장들이 주는 감정, 정확히 그 감정이 아니라 해도 무엇을 말하는지 왠지 알 것 같은,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 비슷하게나마 내가 느꼈던 것들. 주목받지 않고 알 필요 없다고 여겨졌던 것들. 첫 단편에서부터 툭툭. 아아. 

이런 관계, 이런 시선, 이런 어긋남을 알아챌 사람들이 어딘가엔 있겠지. 여성의 경험 속에서 알아채지는 것들. 수많은 선과 경계와 시간과 공간 들. 그냥 내뱉은 말로 보이는데 말 속에 힘이 있고 뼈가 있고 가시도 있다. 그리고, 상실을, 슬픔을, 분노를, 고통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 



「보내는 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 어디까지 노력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손을 뻗어야 하나,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마음은 어떻게 헤아려야 하나, 얼마나 오래 함께 손잡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과는 별개로 작용하는 관계의 상호작용.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생각한다. 헤어지게 된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쉬운 관계도, 덜 아쉬운 관계도 있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것 중 제일이다. 


「여기 우리 마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 혐오는 공포를 낳는다. 그건 어쩌면 누군가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작품 속 현실에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두 여자의 관계에 안도한다. 


「눈으로 만든 사람」

처음 읽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시 읽었다. 어렴풋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표제작이라 기대를 한 건지도. 작가의 말을 읽고 제목에 지나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졌다. 


「나와 내담자」 

누구도 도울 수 없다. 다만 들을 수 있을 뿐. 

상처와 말할 수 없음, 벗어나기 어려운 과거. 말할 때까지 있어주기. 상처, 상처, 상처, 그리고 상처...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낫게 할 수는 없지만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운내」

얼마 전 읽은 책의 사혈이 생각났다. 옛날 서양에서 의사의 처치로 행해지던 만병통치의 방법. 사혈,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부터 불안했다.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말들을 하는데, 희한하게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느낌. 존재하지 않는 감옥에 갇혀버린 아이들. 


」 

슬픔과 죄책감을 놓지 못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내게 내가 나일 그때」 

다른 책에서 읽은 단편인데 다시 읽으니 그때보다 좋다. 좋다고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프고 아리다. 


「11월행」

역시 다른 단편모음집에서 읽은 작품. 비슷하게 느꼈던 일상의 숨겨진 감정들,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점등」 

낯선, 종교 행사의 이면. 괴로움과 고통의 드러나지 않는 원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알 것만 같은 느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옆에 있는 사람, 내가 하는 말을 알아채는 사람, 고통의 원인을 몰라도 아픔을 짐작하는 사람, 울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삶이었으면. 그런 삶이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런 사람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나도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되자. 그런 사람 꼭 한 명은 만나자. 소설들이 내게 그런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아이가 방학을 하면 개인 시간은 어차피 없었다. (「보내는 이」)

나는 알고 있었다. 진아씨네 식탁 등이 아무리 각별해도 여긴 내 아이의 친구 집이다. 진아씨는 내 아이 친구의 엄마이며,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 비슷한 여건과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 관계를 이어가는 게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제 아는 나이이므로, 이 관계를 오래 가꿔가고 싶다면 훅 들어가선 안 된다. 우리를 짓누르는 사회구조적인 것들에 대해선 얼마든지 얘기를 나눠도 좋지만 개인적인 고통을 털어놓는 건 신중해야 한다.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내 아이에게 불리한 빌미가 될 수도 있으므로, 내 스트레스 생활 또한 너무 드러내는 건 좋지 않다. (「보내는 이」)

은채의 표정이 좋지 않으면 남편은 딱 한마디를 하고 지나갔다. 우리 딸 사춘기인가! 남편은 은채가 열 살일 때도 그 말을 했다. 우리 딸 사춘기인가! 하하하! 기분이 좀 좋은 날이면 남편은 서점에 들러 초등 고학년 딸이 엄마와 갈등을 겪다 서로를 이해하는 내용의 아동소설을 사왔다. 그는 한 번도 부녀 관계에 대한 책은 사오지 않았다. (「여기 우리 마주」)

은욱이의 아이를 생각하면 엄마는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자다가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왜 깨어 있을 땐 잘 웃지 않았었는지, 그런 게 궁금할 뿐이다. (「美山」)

"목요일부터 계속 까만 밥을 먹었어요."
"흑미밥?"
"먹버섯 남은 게 있어서 먹버섯밥을 했더니 그래." 하은 대신 은형이 말한다.
"먹버섯이 그게, 항암 효과가 그렇게 좋단다."
규옥은 항암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항암 다음에 좋아하는 말은 항산화. 미나리, 시금치, 고구마, 호박, 작두콩, 무, 배추, 어디에서나 규옥은 항암과 항산화 성분을 발견했다. 항암 효과가 불러온 이상한 피로감에 젖어 은형은 멍한 상태로 운전을 계속했다. (「11월행」)

신부가 웨딩드레스 말고 한복을 입었는데, 한복도 이쁜 게 좀 많니. 결혼식인데 화사하면 좀 좋아? 퓨전인지 뭔지라는데 색깔은 위아래 다 허연 게, 비녀는 금방 흘러내릴 것처럼 비뚜룸하고, 새색시가 아니라 꼭 상주 같았다니까."
덕산 방면으로 우회전을 하면서 은형은 결혼식 날 상주 같아지고 만 신부에 대해 생각했다. (「11월행」)

"엄마 둘에 딸 둘이시네요."
...
규옥과 은형과 하은은 성이 다 달랐는데 하은은 전씨였다. (「11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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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9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9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8-06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난티나무 2021-08-07 00:16   좋아요 0 | URL
앗 초딩님 감사합니다~!!! 초딩님도요~^^

thkang1001 2021-08-06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난티나무 2021-08-07 00:17   좋아요 1 | URL
thkang1001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8-0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난티나무 2021-08-07 00:17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그레이스님도요~~!^^

2021-12-29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