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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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방송에 나오는 것을 곁눈질로 보기는 했다. 책이 나왔고 읽기를 미루었다.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책을 읽고도 몇 글자 적지 못할 것을 알았다. 과거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꾸역꾸역 쓴다. 잊지 않기 위해. 커서가 깜박이는 것을 오래오래 째려보면서. 


경험을 쓰고 인식을 쓰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말하는 것이 신변의 위험을 초래하는 세상이 되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그를 비방하고 혐오하고 깔아뭉개고 협박한다. 협조를 가장하고 정신을 후벼판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대체 무엇이 정당한 것인가. 그 견고한 '남성들의 공조' 체계는 어떻게 금이 가고 깨어지고 결국에는 무너져 사라질 수 있는가. 트라우마가 생기고 일상이 무너지면서까지 그것을 위해 애쓰는 '개인'들의 노력은, 왜 사회의 노력, 국가의 노력이 될 수 없는가. 사회나 국가가 우리에게 있기는 한가. 


며칠 전 인터넷에서 스쳐지나가며 본 이야기가 있다. 채팅 어플로 '비대면 섹스' 영상을 찍은 남자의 사진이 모든 가족 친지 친구 동료 들에게 유포되었다는. (돈 내놔라 아니면 다음엔 영상 유포다 하는 협박단이 존재한다.) 결혼을 했고 사춘기 딸이 있었다.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 댓글들에서 N번방 사건과 다를 것 없다, 남자도 피해자다, 이해해 줘라, 이런 식의 발언들을 보고 경악했다.(일부이기는 했다.) 'N번방'은 일탈한 아이들이 잘못한 건데 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갑갑하다. 우리의 일상에서 여자의 몸은, 여자의 성은, 여자라는 동물은, 아직도, 여전히, 계속, 쳐다보는 것/만져도 되는 것/먹는 것/갖고 노는 것/즐기는 것/다쳐도 상관없는 것/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밖에, 분노하겠다고 말하는 것밖에, 그렇지 않다고 부르짖는 것밖에, 또 무엇을 할 수 있나. 오늘도 거대한 가상의 세계는 아이들을 흡입하고 온갖 고정관념을 머릿속에 주입하고 있는데. 수많은 '눈'들이 더 자극적인 장면을 찾아 떠돌고 있는데. '본 것'을 '실행'하고 있을 텐데......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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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30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도 많이 놀랐는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니 걱정이예요.
이런 분들의 끈질긴 노력 덕에
현행법 개정에 신호탄이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많이들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난티나무 2021-08-30 19: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책을 전파하는 방법도 있네요. 저도 열심히 퍼뜨릴게요.
어렵게 표면을 제거해도 아래에서는 계속 더 집요하게 방법을 찾으니까요. 암울..

2021-08-31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31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