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김개미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에 방점을 찍고 읽어서 그런지 나의 모습과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간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꽉꽉 채워져 있기를 바랬는데 그건 나의 지나친 욕심이었음을. 예를 들어, 김개미 시인과 김영글 미술작가 같은 분들의 이야기가 무한반복되는 책이었다면 하는 욕심.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심심해하지 않으며 혼자서 일도 놀이도 잘 하고 취미도 다양해서 스스로를 '능동형 외톨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혼자 집에서 심심하지 않아?' '남자(여자) 친구 없어요?' 같은 질문에 그러라 그래~를 시전할 수 있는 사람들. 혼자여도 괜찮다고, 혼자여서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하는 욕심. 더 강조되었다면 하는 욕심? 욕심이 많았다. 아니 어쩌면, 나와 비슷한 모습을 찾아서 그걸로 위안을 삼으려 한 욕심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럴 수도. 


두번째 차례인 시인 김개미의 글을 읽고서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그의 시를 읽고 싶어졌다. '은둔적 성향' '집에 있는 게 좋다' '능동형 외톨이' 같은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 다만 요즘 예능을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볼 수 없는 나의 입장에서 특정 예능인의 예능 언급은 살짝 나 혼자 거슬려했다고 고백하겠다. 부분과 전체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가의 문제이기도 해서 굳이 입을 댈 필요는 없는가 싶기도 하다. 본문 중에 실린 시가 좋아서 옮겨적다가 종이에 적고 싶어 그렇게 해본다. (사진을 올리며 그냥 타자 칠 걸 그랬다 싶다.)





김영글 미술작가의 글을 읽을 때에는 눈이 번쩍 커졌다. 아니, 이 글 읽기 바로 전에 침대에서 간밤에 꾼 꿈을 막 적었는데, 이 사람도 침대에서 간밤의 꿈을 적는대! 침대와 책상을 전천후로 활용한대! 뜨개질이 취미래! 나도 그런데! 이렇게 막 공통점 있다며 반가워하고 괜히 혼자 우쭐거리고. 집이 하나도 안 답답한, 코로나 시대가 그래서 오히려 더 반가울 수 있는, 일과를 쪼개고 나누어 그것을 지키면서 살지 않는(나는 딱히 '직업'이라 불릴 만한 돈 버는 일은 지금 하고 있지 않지만), 집중해야 할 때는 소음이 거슬리는, 이런 성향들이 너무 나라서 내가 오히려 좀 작아지는 듯한 느낌도. 괜찮아, 어떻게 사람이 다 똑같이 잘날 수 있겠어.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잘난 거지, 조금씩 다를 뿐이지. 

그렇게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라서 나는 내 입맛에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골라 기억하기로 한다. 나머지 분들의 글도 잘 읽기는 했다. 단지 마음에 덜 와닿았을 뿐이다. 약간의 성찰이 필요하지는 않은가도 싶다.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글쓰기'라는 제목과 컨셉에 얼마나 잘 부응(?)한 쓰기였는지에 대해. 


덧 : 문득. 일하기,는 꼭 돈을 받는 직업이어야 하는가 묻는다. 1인 가구가 아니라도 혼자서 '일하는' 사람들 많은데. 식구들이 많아도 혼자서 계획하고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처리하고 혼자서 다 하는 사람들 많은데. 더군다나 지금처럼 비대면의 시대엔 더더욱. 허허로이 웃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담은 책이 나와도 좋겠다. 단순히 수다와 동어반복에 그치지 않고 뼈때리는 책. 사실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도 뼈때리는 책은 아니다. 꼭 뼈때리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뼈때리는'이라고 쓰면서 다른 표현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생각하면 너무 폭력적이다. 뼈를 세게 때리면 아프잖아. 그런데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일단 오늘은 이렇게 쓰고 계속 찾아보는 걸로.) '일하기'라는 단어에서 돈 받는 직업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주부의 일은 일이 아니라는 인식도, 결국 고정관념 아닌가. 제목을 그대로 주부들의 이야기에 갖다붙여도 되겠다. '혼자'의 의미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9-22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글씨 너무 귀여워요~ㅎㅎ😍👍

난티나무 2021-09-22 20:55   좋아요 2 | URL
오늘은 귀욤 버전입니당.ㅋㅋㅋㅋ

공쟝쟝 2021-09-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책 읽고 있어요, 게을러질때 마다 쪼금쪼금. 그런데 난티님이 말씀하시는 덧붙임이 좋은 기획이고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ㅎ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이랑 그런 글쓰기해서 책 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근사할 것 같아요~>_<

난티나무 2021-09-29 15:20   좋아요 0 | URL
완전 근사하죠!!! 관건은 이야기를 에피소드에 파묻지 않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동어반복 지리멸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책은 공쟝쟝님이 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도 팬입니다! 갑분 고백! ㅋㅋㅋ

그레이스 2021-10-0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 예뻐요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북플로 안하고 서재들어와서 하니까 첫번째로 축하메세지도 남기네요^^

난티나무 2021-10-09 01:06   좋아요 1 | URL
앗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