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ook TV에서 4,000원에 인도판(167분) 다운로드.

 

이 영화를 보면서, 인도는 역시 스토리 강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맛살라 무비다운 화려한 춤과 노래, 해피엔딩, 반전이라 할 것도 없는 뻔한 스토리, 우리 감각으로는 분명 유치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원색의 향연 등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진정성에 감동 받게 된다.

 

종교 따로 생할 따로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눈에 비친, 신앙이 곧 생활인 인도인들의 삶의 단면을 확인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이를테면 " 당신에게서 신의 모습을 봅니다"라는 고백이 그저 간지러운 사랑의 대사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사고체계는 지구의 크기가 아니라 우주의 크기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그만큼 뻥도 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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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다다 만화가 기 들릴(Guy Delisle)이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림도 글도 읽을 만하다. 북한의 실상이야 새로울 것이 없는데도 실제 상황을 눈으로 보는 것 같아 착잡한 기분이 들 정도로 그림 한 컷 한 컷이 인상적이다. 글은, 살아있는 영어표현을 접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를테면 '불구대천의 원수(sworn enemies)' 같은 표현.

 

(p.155) Dictatorship means shut up, democracy means keep talking. 이라고 작가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지만, 글쎄. 지금도 러시아공항 환승구역에 머물며 활로를 찾고 있는 스노든을 보고 있으면,  democracy 는 무슨  democracy !  작가는 북한에 갈 때 조지 오웰의 <1984>을 가지고 갔다고 했는데, 스노든 사건으로 이 책을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만화답다. 그림이 치밀하고 섬세하다. 허나 내용이 너무 심심하다.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는 일본인의 특성이 잘 드러났고나 할까. 글보다는 그림으로 즐기는 만화책이다. 나는 아무래도 그림보다는 글이 많은 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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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퇴근길. 퇴근길이지만 퇴근할 때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길이다. 8년째 걷고 있는 길을 새로 생긴 고가도로 덕분에 드디어 부감으로 찍었다. 고가도로지만 접근할 수 있는 인도가 없어서  매우 위험한 곳, 마음으로는 이미 수십 번 셔터를 눌렀었다.

 

 

 

"예전에는 산 정상을 올려다보며 걷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항해했지만 열기구 여행은 그것과는 다른 방향의 감각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상상력을 환기시키며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자신을 보는 새로운 시점과 감각을 자신 안에 심을 수 있다면, 앞으로 여행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세계를 좀 더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최후의 모험가>(이시카와 나오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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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6/5)-개교기념일

목요일(6/6)-현충일

금요일(6/7)-근무

토요일(6/8)-토요일

일요일(6/9)-일요일

 

금요일만 놀면 완벽한 5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이나 선생이나 하루쯤 어디론가 도망가고픈 날이 금요일이다. 눈 한번 딱 감고 저질러봐?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보통의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3년차에 불과한 같은 과 젊은 선생이 오늘 결근을 했다. 아프단다. 그 아프다는 말,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같은 과 선생들만 모종의 눈길을 주고 받을 뿐. 그 빈자리를 대신 들어가야 하니까.

 

까짓, 윤00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한 일인데, 전00 일가에 비하면 티끌만한 결점이 될 자격조차 없는 아주아주 사소하고 사소한 얘깃거리도 안 되는 일인데, 몹시 불쾌한 하루였다. 설마 내가 늙어간다는 반증은 아니겠지...

 

 

**** 그런데 어제와 오늘 진짜 이상하다. 어제는 방문자수가 266이었고 오늘도 수상하다. 정상 수치가 아니다. 왜 그럴까? 왠지 감시당하는 기분이 든다. 컴퓨터에 이상이 생겼나?

 

  • 오늘 228, 총 38183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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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 나무가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이 나무의 꽃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산딸나무.

 

천리포 수목원을 만든 민병갈이라는 분은 평생 그렇게나 목련을 사랑했다고 한다. 연전에 가본   천리포수목원에는 과연 온갖 종류의 목련꽃이 찬란하고 화려하게 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꽃을 그렇게나 사랑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는데 이제 그 마음을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겨우 산딸나무를 발견했다. 꽃이 채 열 송이도 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봄이 끝나가는 아쉬운 마음을 보태 사진을 찍었다.

 

 

 

 

 

 

 

 

 

역사학자 강판권은 어떤 책에서 이 산딸나무를 가리켜 '하얀 옷을 입은 천사'라고 했다. 기막힌 표현이다 싶어 그 어떤 책을 구매했다(66,300원). 아무래도 내가 산딸나무에 단단히 씌웠다고 밖에.

 

 

 

 

 

 

 

 

 

 

 

 

 

 

 

 

 

 

강판권의 책을 검색하다보니 이성복의 시 중에 이 분을 기리는 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파랑을 기리는 노래- 나무인간 강판권

                              

                                   이 성 복

 

언젠가 그가 말했다. 어렵고 막막한 시절

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큰 위안이었다고

(그것은 비정규직의 늦은 밤 무거운

가방으로 걸어 나오던 길 끝의 느티나무였을까)

 

그는 한번도 우리 사이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우연히 그를 보기 전엔 그가 있는 줄을 몰랐다

(어두운 실내에서 문득 커튼을 걷으면

거기, 한 그루 나무가 있듯이)

 

그는 누구에게도, 그 자신에게조차

짐이 되지 않았다

(나무가 저를 구박하거나

제 곁의 다른 나무를 경멸하지 않듯이)

 

도저히, 부탁하기 어려운 일을

부탁하러 갔을 때

그의 잎새는 또 잔잔히 떨리며 웃음 지었다

-아니 그건 제가 할 일이지요

 

어쩌면 그는 나무 얘기를 들려주러

우리에게 온 나무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무 얘기를 들으러 갔다가 나무가 된 사람

(그것은 우리의 섣부른 짐작일 테지만

나무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비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주는 시이다. 영혼이 깃들인 나무 한 그루를 접견하는 기분이랄까. 위안을 받는다. 산딸나무 보다도 더욱. 산딸나무에게는 미안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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