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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린다 하워드 지음, 김선영 옮김 / 신영미디어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린다 하워드를 무척 좋아하지만 이번 소설은 아닌 것 같다. 잔뜩 기대를 한 덕분에 실망이 더 커진 듯 하다.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남주 라이든 베인즈. 그런 그의 아내로서 그를 사랑한 사라 제롬. 둘은 10살이나 차이가 나고, 사라가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되자 불과 18살의 나이에도 라이는 그녀에게 청혼을 하고 결혼을 한다. 라이는 유능한 기자이다. 그것도 위험한 지역을 넘나들며 특종을 잡는 모험을 즐기는 남자이다. 그런 그가 이제 막 가족을 잃고 불안해하는 그녀와 결혼했다는 자체가 무조건 그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에게는 자신이 가족이라는 것,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지만, 툭하면 집을 떠나 며칠이든 몇 달이든 집을 비우는 라이같은 남자는 그녀에게 위안이 되질 못했다. 책에서는 사라가 라이에게 지나친 집착을 한다는 듯 표현했지만, 당시 사라의 심리 상태를 본다면 그건 집착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안식처를 구하는 자신의 보호본능에 더 가깝다.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덩그라니 혼자 남은 어린 소녀가 남편에게 의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남편을 통해 조금씩 불안감을 극복하여 성숙한 사회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 남편은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 사는 이기적인 남자이다. 도대체 왜 그녀와 결혼했는지. 사회에서 능력이 있으면 가정에서는 자기 멋대로 해도 되는가? 한 여자의 불안조차 감싸주지 못하고 떠나버렸으면서 뒤늦게 자신이 나이들어 모험보다는 안주를 원하니까 이제 막 날기 시작하는 그녀의 날개를 꺾어버리다니.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이 책의 제목 결혼. 내가 느끼기에 이 제목은 한 남성에게 혼인이라는 끔찍한 제도에 묶여버린 한 여자의 안타까움이다. 사랑이라는 포장 아래 자기가 하고 싶은 일.. 그것도 남편이 예전에 그 일 때문에 자기를 떠났는데 자기는 묶여서 일을 포기하고 작가가 된다? 만약 내가 여주였다면 그런 상황에서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뭘하나.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 남자의 그늘 아래 속박당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