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태원 옮김, 조지 헌터 판본 편집, 스탠리 웰스 책임 편집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멕베스 간악한 짓은 한 번 가르쳐주면,
배운 자가 가르친 자에게 돌아와 괴롭히는 법이다.
이 엄정한 정의의 신은 우리가 섞은 독이 가득한 술잔을
우리 입으로 다시 가져가도록 한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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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7-08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번역자에 따라 적잖은 차이가 있는 듯해요.
‘극중 인물의 성격‘은 물론 ‘대사의 뉘앙스‘까지도요.

제가 가진 책(민음사판 ‘전집 시리즈‘)에선 똑같은 부분을 다음과 같이 번역해 놓았더군요. (인용한 대목의 바로 앞부분에서도 ‘번역‘이 서로 많이 다르리라 여겨서 함께 적어봤습니다.)

이 일이 끝났을 때 그것으로 끝이라면
빨리 끝이 나는 게 좋겠지. 만약에 암살로
후발 사태 옭아매고 서거로 성공을
거둘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 일격이
전부이자 종결일 수 있다면 ㅡ 여기,
바로 여기 시간이 여울지는 강변에서
내세 걸고 뛰어 보리. ㅡ 그러나 이런 경우
우린 항상 이승의 심판을 받게 된다.
즉, 유혈을 가르치면 배운 자가 되돌아와
교사를 괴롭히고 공평한 정의의 법관은
우리가 탄 독배를 우리가 마실 것을
제안한다. ……

꼬마요정 2017-07-11 13:09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어 죄송해요.. ㅠㅠ

많은 작품들이 번역자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유독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그 정도가 심한 듯 합니다. 오렌님께서 적어주신 번역도 멋진데요.

문예출판사의 멕베스도 가지고 있어서 비교를 해봤습니다.

해버리면, 그것으로 일이 끝난다면, 얼른 해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암살이 그 성과를 일망타진할 수 있고, 그 종언과 더불어 대원을
성취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이 일격이 영원한 시간의 흐름인 이승에서 전부가 되고
종국이 된다면, 저승은 어떻게 되건 뛰어들어 기꺼이 모험을 하리라. 그러나 이런 일은 반드시 현세에서 심판을 받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피비린내 나는 악행을 교사하면, 인과는 돌아와 원흉을 쓰러뜨린다.
정의의 신은 공평하여 우리가 독살을 준비하면 그 독배를 우리 입술에 들이댄다.

oren 2017-07-11 21:11   좋아요 1 | URL
문예출판사의 번역까지 덧붙여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제가 옛날에 주워온 책 가운데 ‘학원 세계문학전집‘ 판(1993년)『셰익스피어』가 있는데요. 김재남 번역이고, 그 분의 번역으로 읽은『리처드 2세』가 아주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우연히‘ 그 책을 펼쳐봤습니다. 그랬더니 마침 그 분이 번역한 『오셀로』에서 제가 그토록 찾았던 ‘이아고의 인상적인 대사‘가 떡하니 박혀 있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요.(˝저는 말입죠, 따님과 무어놈이 지금 잔등이 둘이고 몸은 하나인 짐승짓을 하고 있다고 알려 드리러 온 사람입니다.˝)

아무튼 이왕 내친 김에 ‘김재남 번역‘으로 된 맥베스의 대사도 덧붙여 봅니다.

단행해서 일이 끝난다면, 당장 단행함이 좋을 것이다. 암살이 사후 사태를 일망 타진하고, 왕의 절명으로 모든 일이 결말난다면, 그리고 또 이 일격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만 한다면 ㅡ 현세, 그렇다, 시간의 이쪽 언덕이고 여울인 현세만으로써 끝이 난다면 내세쯤은 무시해 버릴 수 있잖겠는가. 그러나 이런 일은 반드시 현세에서 심판을 받게 마련인 것 ㅡ 살생이란 한 번 본보기를 보여주면 배워가지고, 반대로 가르친 자에게 되갚아 준다. 그리하여 이 공정한 정의의 손은 독배(毒盃)를 마련한 자의 입에 퍼부어 넣는다.

꼬마요정 2017-07-13 11:42   좋아요 1 | URL
김재남 번역도 좋군요. 번역에 따라 느낌이 달라 마음에 드는 책은 번역자별로 사기도 하는데, 이 분 번역 완전 마음에 듭니다.. 주워오셨다니 부럽습니다.^^
 
마타하리
박희영 지음 / 스칼렛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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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두 인물설정은 일관성 있지만 아르망 성격으로 보건대 이 책처럼 할 것 같지 않다. 수많은 동료들을 죽게 하는 대신 차라리 자신이 독일로 뛰어가 마타하리를 구했겠지... 마타하리는 능동적인 듯 수동적이다. 그래도 마타하리는 멋지다. 손키스를 날리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개뿔. 억울하게 죽었으니 복권 시켜줘야지. 마타하리가 스파이라는 증거는 없다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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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예전에 울고 웃고 울고 웃고... 즐거웠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때의 감정들을 추억하며. 그 때와는 다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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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 애장판 10
나카무라 요시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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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스미를 보는데 자꾸 렌이 생각나서 스킵비트를 펼쳐야 하나.. 14살이라 감정이입이 잘 안 된다. 나, 이제 나이가 많아졌나보다. 예전에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무모하고 열정이 가득한 젊음과 개구진 장난끼, 믿음을 동반한 사랑이 참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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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찐~한 연애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가슴이 막 두근거리고 시련 가득한 사랑 때문에 눈물이 고이는, 그러다가도 팽팽한 실이 끊겨버리듯 막을 내려 가슴 한 켠이 아주 시린 그런 사랑 이야기 말이다.

 

 

이 영화가 나에겐 그런 사랑 이야기였다. 원작을 아직도 다 읽지 못해 원작 얘긴 할 수 없지만, 원작과 상관없이 이 영화 자체만으로 난 너무 좋았다. 아름답고 깨끗한 녹색들이 바람에 흩날리다가도 햇빛을 만나면 쨍하게 푸르렀다 다시 바람에 몸을 맡기는 그런 느낌. 어린 시절부터 보아 온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다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다시 만날 순간을 희망하며 그리워하고, 떨어져 있어도 사랑이라는 믿음 하나로 버티는 삶. 

 

가해자가 화자라는 것도 신선했지만, 어린 여자의 질투심이 불러 온 참극이 가슴 아팠다. 누구라도 어린 시절, 시기나 질투 등 감정에 휩싸여 어리석은 선택을 하니까. 다만 브리오니는 자신의 선택으로 평생을 죄책감 속에 살아야 했으니 '모르고 지은 죄'가 끝까지 모를 수 없다는 것, 지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한 가운데에 로비와 세실이 있었다. 

 

 

얼마 전에 보고 온 이 뮤지컬 역시 나에게 그런 사랑 이야기로 남았다. 1차 세계대전, 모든 것이 엉망이었던 때. 그 속에 가득했던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 수천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다는 압박감, 임무 수행을 위한 군인의 다짐, 부당한 명령으로 드러나는 반항과 체념,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리움, 집착... 첫 등장에서 아르망이 부르던 '싸워'가 1막 끝 언저리에 '추락할 땐'으로 이어지면서 군인으로서의 신분이 강조되었다면, 2막은 그저 사랑 그 자체였다. 물론 1막에서 라두와 맞붙은 '남대남'에서 아르망과 라두가 가진 사랑, 집착이 씨앗이라기엔 너무 폭발적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그 불꽃이 2막에서 타올라 극 전체에 넘실대다 재가 되었다.

 

언제였을까. 그녀를 마음에 담게 된 것이... 그저 임무일 뿐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녀를 대할 때 말투와 눈빛이 달라졌다. 리옹에서였을까.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그녀가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그저 바라볼밖에... 저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데, 아르망은 거짓투성이인 군인을 내려놓고 한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로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 언제나 행복은 잠시고, 순간이다. 그래서 더 달콤한 것...

 

마타하리에 집착하던 라두가 위기를 느끼고 아르망을 견제하기 위해 항공사진 촬영 임무를 맡긴다. 아르망이 자살행위라고 반항하자, 그럼 몸조심하게!라고 받아치는 라두.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면서도 감정을 숨기지 않고 발산하는 아르망. 그리고 아르망이 사지로 떠난다는 편지를 받고서야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은 마타하리. 세 사람의 운명은 전쟁 속에서 각각의 선택을 요구한다.

 

사랑을 깨달은 순간부터 서로는 만나지 못한다.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어보아도 허공만 스칠 뿐. 어째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건지. 아르망은 비행기가 격추되고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혀도 그녀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한다. (물론.. 목숨을 걸었을까만은.. 병원이 좀 허술하긴 했다.) 마타하리는 라두의 감시를 피해 여권을 위조해가며 아르망을 찾지만, 아르망의 임무가 자신임을 알게 되어 자괴감과 배신감을 안고 파리로 돌아온다. 돌아온 그녀를 기다리는 건 이중 스파이라는 누명 뿐. 그나마 그녀를 지탱하는 건 '사원의 춤'이라고 불린 정화의식과 자신의 삶이 힘들고 어려웠을지언정 부끄럽지 않다는 당당함. 사랑 때문에 무너졌으나 자신의 삶에 긍지를 가졌던 그녀.

 

그리고 거짓말처럼 나타난 구원. 자신의 사랑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목숨으로 증명한 아르망 덕에 그녀는 모든 회한을 내려놓고 마지막 순간을 노래한다. 그가 없는 이 세상에, 고단했던 자신의 삶에 인사를. 그가 있는 곳으로, 이제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그 곳으로 갈 수 있다.

 

아르망과 마타하리가 서로를 선택했다면, 라두는 이 세상을 선택했다. 자신의 지위, 명예를 지키는 선택. 아울러 어차피 자기 것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러나 아르망의 눈을 보고 라두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을테다. 라두의 감정이, 결국 사랑이 아닌 욕망과 집착이었음을 보여주는 아르망의 눈빛.

 

사람 사는 세상에 온갖 기쁨, 노여움, 사랑, 슬픔 등이 가득하다지만, 전쟁이 끼어들면 결국 비극이 되고 만다. 승리한 자는 승리한대로 대가를 치르고 패배한 자는 패배한대로 대가를 치러야 하니. 결국 모든 것은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대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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