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랑니를 뽑았다. 하필 토요일 저녁부터 심한 통증이 시작되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뒹굴다가 월요일 아침에 부랴부랴 치과엘 갔더니 사랑니 때문이란다. 사랑니 때문에 잇몸도 퉁퉁 부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국만 후루룩 마셨다. 게다가 그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나는 게 아니라 어금니와 수직으로 만나게 나는 바람에 끝에 있는 어금니도 치료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제, 어제, 오늘 3일을 치과엘 갔다. 신경치료 받고, 진통제 먹으면서도 치통이 가라앉지 않더니, 오늘 사랑니를 뽑자 급기야 다 죽게 생겼다...ㅠ.ㅠ
어찌나 아프던지 치통은 겪은 사람만 안다고 그 무서운 치과 가는게 반가울 정도로 아팠는데, 사랑니 뽑는 건 거의 공포 수준이었다. 1시간 동안 드르륵, 치익, 슥슥 소리에 마음을 다잡는다고 힘들었다. 마취를 해도 생니를 뽑아서인지 뿌리가 깊숙이 박혀서인지 아팠다. 게다가 잘 안 빠져서 이를 반으로 자르고 어쩌고 해서 겨우 뽑고 옆에 있는 내과에 가서 항생제도 두 대나 맞았다. 그리곤 계속 얼음찜질 중이다. 이제야 겨우 통증이 좀 가라앉는듯 싶다.
치과 의자에 앉아 입을 아~ 하고 벌리며 치료를 받는 동안 정말 입정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건 마음에 달렸다고, 마음이 안정되어야 치료도 잘 받을 수 있을테니까. 마음 속으로 이빨들에게 이야기 했다.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잘 뽑히게 도와달라고. 내 몸이라지만 내가 생각하는대로, 내가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난 늘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달라고 부탁을 한다. 치과에 가서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리면서도 이빨이 아파 치과에 왔고, 여기는 아픈 곳을 고쳐주는 곳이니까 너무 겁먹지 말자고. 내 마음에게도, 내 이빨에게도. 그러면 한결 두려움이 덜 하다.
우여곡절 끝에 이를 다 뽑고 마취가 깨자 그 통증도 정말 대단했다. 그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살아있으니 아픈거지... 시체, 송장은 아픔을 느끼지 못해... 그래.. 살아있으니 고통도 있고.. 감사한 일이야..
한결 덜 고통스러웠다. 얼음찜질을 하며 잠시 누워있다가 엄마 심부름도 하고, 조금이지만 저녁도 먹었다. 아프다고 누워있는게 능사는 아니니까, 내 할 일 하며 움직이는 것도 때로는 필요한가보다. 치통이야 쉰다고 쉽게 없어지고 그러는 건 아니니까.
조금쯤 담이 커졌을까... 사랑니 겨우 한 개 뽑고 힘들어하면 안 될 것 같다. 아직 세 개나 남아있으니... 그래도 그것들은 좀 더 시간이 지나서 뽑아야겠다.
나 자신에게 이야기해본다. 오늘 너무 수고했다고... 그리고 대학병원까지 안 가도 되도록 사랑니 잘 뽑게 해줘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