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소장 및 보존에 관한 약간의 정보 ...

이전에 어떤 분들이 이에 관한 질문을 올린 적이 있거니와, 만갤 식구들의 평소 관심사가 아닐까 하여 대략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봅니다.


* 만화포장비닐은 무엇이 좋은가?

리브로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은 투명/반투명 비닐(아스테이지 류)을 구입하여 만화책을 포장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단 리브로에서 판매하는 비닐가격은 꽤 비싼 편 입니다. 7,000원/50장 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방산시장 같은 곳에 가면 비슷한 재질의 포장비닐 한 롤을 2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고 동대문의 몇 몇 총판에서는 책 쌀 정도의 사이즈로 잘라놓은 것을 5만원/1,000장 정도에 팔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이 현재 이용되고 있는 책포장 비닐(폴리비닐류)들은 기본적으로 휘발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1년 만 지나도) 조금씩 줄어듭니다. 책 표지가 하드커버 내지 매우 두껍지 않다면 몇 년 후에 꺼내봤을 때 대략 낭패겠지요. 즉 장기보관할 소프트 커버 단행본을 포장비닐로 싸는 것은 그다지 권할 만한 선택이 아닙니다.

그런 포장비닐들은 책을 소중히 하는 개인소장자 보다는 단기간에 여러 사람의 손을 타게 될 대여점, 대본소 책에나 적합한 것 이겠지요.

다른 대안으로 폴리백 혹은 풀발이 봉투라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투명비닐봉투인데 한쪽에 비닐을 떼어내면 끈적이가 있어서 그걸로 봉투를 봉할 수 있는 것들 ... 끈적이 없는 버전도 있습니다만 여튼 많이 보셨을 것 입니다. 레어아이템의 장기보관을 위해서는 오히려 이 쪽이 좋습니다. 자주 꺼내보기에는 불편하지만 넣어놓으면 포장재의 투명도가 높아서 전시성(?)이 뛰어나지요. 해서 화집포장&전시에 좋습니다.

제 경우 다음처럼 병용합니다.
- 코팅된 일반 단행본 : 포장하지 않고 깨끗하게 감상
- 표지가 코팅되지 않은 서적 : 일반적인 포장비닐로 포장
- 상태가 좋지 않은 레어아이템 : 풀발이 된 폴리백에 넣어서 보관


* 만화책이 지져분해 졌다면

손때가 묻고, 끈적이가 묻고 기타 다양한 이유로 더럽혀진 만화단행본들을 어떻게 깨끗하게 할 수 있는가? 일단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표지가 코팅된 단행본의 외부가 더러워진 경우 입니다. 이 때 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아세톤, 벤젠, 컴퓨터세척액 등이 있겠지요.

1) 아세톤 : 끈적이 제거에도 효과가 좋고 대부분의 때가 제거됩니다만, 휘발속도가 너무 빨라서 닦아내기 바쁘죠. 남자분들이라면 누나, 여동생, 어머니의 매니큐어세척제 훔쳐다 쓰다가 걸릴 때가 필경 도래할 겁니다.

2) 벤젠 : 끈적이 제거에 효과 좋고 역시 일반적인 때 제거에도 특효입니다. 을지로 등지의 약품상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지만 문제는 아세톤보다 인체에 해롭다는 것 이지요. 벤젠 세척작업을 하시려면 부엌에서 쓰는 1회용 비닐장갑을 끼시고, 마스크 끼시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하시기 바랍니다.

※ 아세톤과 벤젠으로 ‘붙어있는 스티커’를 제거할 때는 스티커가 붙은 상태에서 충분히 적셔준다음에 슬슬 떼어내면 통짜로 잘 떨어집니다. 떨어진 후 한 번 더 문질러 주면 깨끗하죠. 또한 아세톤&벤젠으로 잘 안 닦이는 때는 역으로 물로 닦아낼 수 있습니다. “아세톤&벤젠으로 2회 세척 -> 편의점에서 파는 아기용 물티슈로 마무리” 정도면 훌륭하죠.

3) 컴퓨터 세척액은 플라스틱, 유리표면의 묶은 때 제거에 좋습니다만, 책표지 닦는 데도 효과가 있습니다. 인체에 상대적으로 덜 해롭기도 하죠. 다만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계면활성성분(비눗기)가 있기 때문에 한 번 닦은 후에는 비눗기 제거를 위해 물티슈 등으로 한 번 더 닦아줘야 합니다. 또한 스티커 끈적이 제거에는 좀 불편하죠.

기타 ... 책 가장자리가 더러워졌다 ... 웬만하면 참겠는데 참을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다! 그러면 근처의 제본집에 가서 가장자리 1mm 정도(혹은 최대한 얇게) 잘라내 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이 곤란하다면 가는 사포로 문질러 주는 것도 가능하죠. 편하신 쪽을 택하십시오. 코팅되지 않은 책표지가 더러워졌다 -> 대부분의 용제에 표지인쇄잉크가 녹아나기 때문에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부드러운 지우개로 문질러 주면 어느 정도 제거되는 정도 입니다.


* 만화책장 무엇이 좋을까

일반책장과 구별되는 만화책장의 특징이라면 상대적으로 낮은 단 높이라든가 2중 책장 같은 것이겠지요. 흔히 추천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제품들이 대여점, 대본소 납품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 되어서 재질이 별로 좋지 않지요. 대부분 합판에 덧댄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 가운데가 내려앉기 마련이고, 2중 책장은 이사할 때 뷁이 되니까요. 단 몇 몇 대형체인에서 보유하고 있는 철판앵글제의 2중 책장은 매우 좋습니다. ... 대부분의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겠지만요.

제가 애용하는 것은 목공소나 홍대 앞 같은 곳에서 흔히(거의 표준품으로) 팔고 있는 35×35cm MDF 사각박스입니다. 개당 6,000원이고 저의 경우 양 옆에 손넣을 구멍(필요시 들고 이동할 수 있도록)을 뚫어서 추가 공임 500원을 주므로 6,500원 입니다.

MDF 재질이라 매우 견고하고 6단, 7단을 쌓아도 전혀 휘어짐이 없습니다. 이사할 때 방내부에서 재배치할 때도 매우 편리합니다. 코믹스의 경우 앞뒤로 쌓을 수 있어 보기보다 많이 들어갑니다. 7단×2줄로 구성한다면(500권 이상 수납가능) 9만원 정도로 대여점용 합판 책장보다 저렴합니다.


* 만화책을 장기 보관할 경우 ...

만화책을 장기보관할 경우 우선 염두에 둘 것은 ‘가급적이면 눕혀서 쌓아놓는다’ 입니다. 제가 올린 짤방들의 뒷배경을 보시면 잡지들이 눕혀서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텐데요. 저급한 지질과 제본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누렇게 뜨고(두꺼워지고) 책등이 부실해지는 만화단행본과 잡지들은 쌓아서 보관하는 것이 모양새를 원형대로 유지하는데 좋습니다. 물론 자주 꺼내볼 책이라면 그럴 수 없겠지요.

물론 쌓아놓는 것이 장기보관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매니악한 방법으로 진공비닐팩에 넣어서 공기를 뺀 후 보관한다거나 ... 진지하게 하자면 온습도조절, 햇볕, 방충조건을 잘 갖춘 서재를 꾸민다거나 하는 경우가 더 좋겠지만 뭐 그렇게 받쳐주지 않고 그냥 저냥한 방에 마구 책을 우겨넣어야 하는 경우라면 쌓아두시라는 것 입니다.


현재 팔리고 있는 코믹스(3,000~4,000원), 만화잡지들은 지질과 제본 상태 가격 ... 무엇을 보나 오랫동안 소장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10년 지나고 이러면 누렇게 뜨고 책등이 빳빳해지거나 쪼개지는 운명을 피하기 힘들지요.

너무 집착하지 마시고 ... 그저 내 책이니 보고 싶을 때 편하게 본다. 3,500원에 걸맞는 대우를 해준다 생각하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깨끗하게 1년 더 보관하는 것 보다는 보고 싶을 때 한 번 더 보는 것이 책값을 하는 길 입니다.

[출처]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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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9-23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나, 멋진 정보여요. ^^ 전 만화책이 한 800권밖에 안 되는데도 늘 수납공간이 모자라 허덕인답니다.
이거 좀 퍼가도 될까요?

panda78 2004-09-23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800권 밖에..... ? @ㅁ@ 아하하, 스따리님 놀라와요.놀라와..

starrysky 2004-09-23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신 판다님!!
우리 오늘밤에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기로 하지 않았던가요. 오호호.. 호호..;; (도망가자)

panda78 2004-09-23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다가 왔다구요. 이잉-

책읽는나무 2004-09-2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800권 밖에요?..오오
판다님은 공부하시나보죠?..오오

그리고 책을 정말 소중히 하실것 같은 우리의 꼬마요정님!!..오오^^

꼬마요정 2004-09-2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타리님...800권..우와~ 부럽사옵니다...우와 우와~~~
전 겨우 150권 밖에 없어요~~~ 저도 더 열심히 모아야겠어요~~~^^*
판다님~ 우리 공부 열심히 하자구요~!! 아자 아자!!!
책 읽는 나무님~ 책을 소중히 여길려고 노력할 뿐이죠.^^;;
님이야말로 책을 아주 소중히 하실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