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바람기 유전자 조작 통한 치유길 열렸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은 모름지기 어느 정도의 바람기는 갖고 있다. 따라서 남편이나 애인이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준다 하여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자기의 내면 어딘가에도 자기가 모르는 바람기가 도도히 흐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주로 남자는 유쾌할 때, 여자는 우울할 때 바람이 난다고 한다. 신이 나 있는 남자는 마음의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고 본능이 그대로 표출되기 때문에 바람이 나기 쉽다. 반면에 우울해진 여자는 낯선 남자가 다가와서 위로하는 듯한 말을 건네기만 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하여 금세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고 한다.

왜 인간은 이런 바람기를 잠재우지 못하고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는 걸까? 이 바람기를 잡을 수는 없는 걸까?

유전자 조작으로 ‘충실한 가장’ 변신

지난 6월 17일자 영국 BBC 인터넷판 과학저널 ‘네이처’는 단 하나의 유전자를 집어넣어 바람둥이 들쥐의 바람기를 잠재워 세심하고 가정적인 들쥐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미 에모리대 사회신경생물학자인 래리 영 교수와 동료들이 암컷 여러 마리와 짝짓기를 하는 목초지 들쥐(meadow vole)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가정에 충실한 들쥐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영 교수팀은 평소 바람둥이인 목초지 들쥐의 뇌에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은 바이러스를 침투시켜 암컷 한 마리에 만족해하는 성격으로 바꿨다. 이 유전자는 들쥐의 뇌 속에서 ‘V1a 수용체’를 만든다.

보통 목초지 들쥐는 여러 암컷과 짝짓기를 하고, 초원 들쥐는 평생 암컷 한 마리와 사랑을 나누며 산다. 전체 포유동물 중 5% 미만만이 일부일처제 짝짓기를 한다. 대개는 여러 마리와 짝짓기를 하며 새끼도 돌보지 않는다. 사이좋은 부부간 금실을 상징하는 원앙도 사실은 바람을 많이 피운다.

이러한 현상을 호기심 있게 관찰한 연구팀은 초원 들쥐와 목초지 들쥐를 비교하여 목초지 들쥐에게는 뇌에 V1a 수용체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V1a 수용체는 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을 인식하는 단백질로, 뇌에 충분한 양이 있을 경우 일부일처제를 선호하지만 부족할 경우 안정을 잃고 암컷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다. 바소프레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컷이 암컷에게 애정을 쏟으며 새끼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도록 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목초지 들쥐는 V1a 수용체의 농도가 낮은 반면 일부일처제를 선호하는 사촌뻘인 초원 들쥐(prairie vole)는 V1a 수용체의 농도가 높다. 연구팀은 이 V1a 수용체 유무가 들쥐의 바람기를 결정한다고 판단, 목초지 들쥐의 뇌에 V1a 수용체 유전자를 집어넣어 농도를 높여주면 초원 들쥐처럼 가정에 충실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유전자가 주입된 목초지 들쥐 수컷을 암컷과 함께 하루동안 지내게 한 뒤 또 다른 암컷을 넣어주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수컷은 얼른 새로운 암컷에게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가 주입된 수컷은 처음 만난 암컷의 곁을 지켰다. 또한 이후 짝짓기를 한 이 목초지 들쥐는 다른 암컷이 나타나도 처음 짝하고만 관계를 맺는 것으로 관찰됐다. 뇌 호르몬 작용체계를 약간 바꾸자 일부일처제 짝짓기를 하는 초원 들쥐처럼 충실한 들쥐로 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영 교수는 “짝짓기를 할 때 분비된 바소프레신이 전뇌의 V1a 수용체와 작용, 신경계의 ‘보상시스템’이 작동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 수컷은 이 행복감을 처음 짝짓기한 암컷과 연관시킴으로써 상대에게 충실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들쥐들이 짝짓기를 할 때 바소프레신이 보상센터를 활성화하고 이것이 들쥐들에게 짝짓기 상대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편 바람기, 호르몬 체크로 알 수 있어

미국 하버드대학 인류학자 피터 그레이 교수는 남편이 바람기가 있는지 아닌지 궁금한 여성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알아내면 된다고 설명한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기혼 남성일 경우, 미혼 남성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낮기 때문이다.

그레이 교수에 따르면 남자 58명을 대상으로 하루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측정한 결과 아침에 최고를 기록했다가 떨어지며 감소폭은 기혼 남성이 미혼 남성보다 현저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가정과 가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기혼 남성일수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고,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적기 때문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또 가족과 함께 있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더 줄어든다. 조류의 경우 남성 호르몬이 적은 수컷은 한 마리의 암컷에 충실하고 남성 호르몬이 많은 수컷은 여러 마리 암컷과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비 수컷은 자신과 짝을 지은 암컷에게 다른 수컷이 치근덕대지 못하도록 냄새가 나는 살리실산메틸이라는 용액을 정자와 함께 분비한다. 이러한 사실은 스웨덴 왕립기술연구소의 요한 안데르손 박사가 줄흰나비 수컷의 짝짓기 행동을 연구하던 중 밝혀냈다. 이 용액의 냄새는 다른 수컷의 성욕을 감퇴시키는 효과를 발휘해 자신의 연인에게 덤비지 못하게 만든다. 냄새의 지속기간은 암컷이 알을 낳는 4~6일. 이후 냄새가 사라지면 암컷은 새로운 수컷과 짝짓기를 시작한다.

물론 사람은 살리실산메틸을 분비하지 않는다. 그런데 안데르손 박사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여성에게 뿌렸을 때 다른 남성들이 접근을 꺼린다는 보고가 있다”며 “나비 뿐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이 경쟁자 퇴치용 화학물질을 분비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영 교수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적 행동의 변화가 여러 유전자의 변화 때문이라는 기존의 믿음과는 배치된다. 특정 유전자 하나의 발현도에 따라 암수의 친밀도 같은 복잡한 사회적 행동 패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연구가 자폐증처럼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을 밝혀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조지프 피번 교수(정신의학)에 따르면 “바소프레신과 자폐증의 강력한 연관성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들쥐들의 행동변화가 자폐증을 일으키는 과정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영 교수 또한 “비슷한 메커니즘이 사람에게도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도 “자폐증 환자의 일부에서 V1a 수용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DNA 영역의 돌연변이가 관찰된다”며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성격을 이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같은 원리가 인간에게도 적용될지는 더 연구를 해보아야겠지만 한 인간의 사회성, 배우자에 대한 충실도 혹은 바람기의 정도는 아마도 V1a 수용체의 유전적 변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이제 곧, 애정이 식어 바람이 난 남편에게 바소프레신 유전자 치료를 해 달라고 병원을 찾는 부인이 생길지도 모른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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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8-2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다 분석되었습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배아복제 ...

그러나 인간의 정체성과 도덕적 윤리문제...이것이 관건이 아닐까요??
유전자 조작 이미 시작이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돈만 있으면 다 되는 것인지..생각을 먼저 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꼬마요정 2004-08-2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 분석되었군요...^^;;

님의 말씀처럼 인간의 정체성과 도덕적 윤리문제가 가장 큰 문제가 되겠지요..돈은 단지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돈이 많으면 좋겠어요..돈 많으면 사고 싶은 책 마음껏 살 수 있을테니까요...수단으로서의 돈이 가치를 갖기를 바랍니다.^^*
님의 말씀덕에 기특한 생각 한 번 해보네요~~^^*

반딧불,, 2004-08-2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배우면서..얼마나 끔찍했는 지 모릅니다..

이미 인간복제가 가능한 세상이고, 유전자조작은 진즉에 가능했고,
돼지도 장기 대량생산용으로 이미 다 만들어 두었답니다.
끔찍을 넘어서..경악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요?/
얼마나 숨기고, 얼마나 모르는 것이 있을까요??

2004-08-21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04-08-2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점점 인간으로서 사는 것이 어려워지겠군요...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