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서울에서 사는 친구가 내려와서 야구를 보자 한다. 롯데 골수팬인 그 아이가 오랜만에 홈에서 야구도 보고, 인기 타자였던 가르시아도 볼 겸 해서 말이다.
지난 주에 예매를 했고,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 얼마나 갈등했던가...- 우리는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물론 구제불능 길치인 나는 사직사거리에서 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없이 사직운동장에서 내리는 통에 비 오는 데 열심히 뛰어야 했지만.
여자 둘이서 우천취소될 것만 같은 경기를 보러 가는데 뭘 그리 먹을 것을 사 갈까 싶어 과자 세 개랑 물, 사이다 500ml. 달랑 이렇게 사 들고 비옷을 입고 자유석에 앉았다.
내가 엉뚱한 데 내려 좀 늦는 바람에 롯데 공격부터 보게 되었는데, 앉고 얼마 안 돼서 엇!! 이대호가 홈런을 날린거다!! 재수!!!!!!!
1회에 4점을 뽑아 기분 좋은 출발이었지만, 모든 롯데 팬들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5회초가 지나기 전에 비로 인해 경기가 날아가 버리면.. 이대호의 홈런도 헛방이 되니까.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상상조차 해서도 안 되었다. 암!!
5회가 되기 전에 빗방울이 굵어져서 불안했지만, 용케 경기를 할 만큼은 되었고, 무사히 5회를 지났다. 그런데.. 비가 오다 말다 하더니 경기를 계속할 정도로 오는 게 아닌가. 이제는 비가 와서 경기가 끝나기만을 바라는 상황이 되었다. 잘 생기고 잘 던지는 장원준이 끝까지 던지지 않는 이상 롯데의 승리는 장담하기 애매하기 때문! -이런 쓰xx 불펜 같으니-
잠시 비가 거세져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는데, 그 사이 전광판엔 눈물겨운 롯데의 과거사가 펼쳐졌다. 갑자기 '나는 갈매기'가 떠오르는 건.. 음.. 왠지 눈시울을 붉혀야할 것만 같았다.
어쨌든 나와 친구는 졸지에 열렬한 롯데팬이 되어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봤다. 사실 비가 와서 최적화된 자세에서 움직여 버리면 비에 젖어버리기 때문이었지만. 화장실 가고 싶은 거 참는다고 혼났다.
김사율... 우리는 화장실이 너무 급해 경기가 빨리 끝나길 바랬다. 9회초. 2아웃까지 잡았다. 2아웃까지!!!! 그런데 홈런이라니.. 역시 롯데! 경기는 2아웃을 잡고 난 뒤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가르쳐준다, 친절하게도.
겨우 겨우 이기고 우리는 화장실로 달렸다. 그리고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천사다방에서 카페라떼 두 잔을 마시며 짐도 정리하고 숨도 돌리는데... 눈이 번쩍 띄였다. 손아섭 선수가 지나간 것! 천사다방 창 밖으로 선수들이 나가는데.. 이대호 선수하며, 홍성흔 선수.. 역쉬 연예인! 그리고 장원준 선수 지나가는데 와우~ 장원준 선수가 그렇게 훈남일 줄은 몰랐다는!!^^
선수들 퇴장하는 거 반쯤 풀린 눈으로 보는데, 갑자기 요란한 함성소리.. 내 눈도 튀어나올 뻔 했다!! 레이싱 걸들이 떼거지로 지나가는 데 와우~ 믿을 수 없는 몸매들.. 옷도 어찌나 가슴을 강조하셨는지.. 야구 선수들 지나갈 때의 함성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람들 환호성이 어찌나 강렬한지.. ㅋㅋ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정말 무거웠다. 비는 오고 피곤하고...이겼으니 망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