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의 반지
바그너 원작, 류가미 지음, 아서 랙험 그림 / 호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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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찌보면 로맨틱한 기사 문학이지만 어찌보면 장대한 역사의 흐름을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바그너라는 천재가 남긴 최고의 오페라. 

라인의 처녀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을 지키고 있다. 니벨룽 족의 왕 알베리히는 사랑하는 라인의 처녀들에게 멸시 받고 화가 나서 황금을 뺏은 뒤 그 유명한 '반지'를 만든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3부작에도 등장하는 절대반지. 이 반지는 이후 평화롭게 보이던 세계에 균열을 가져오고, 결국 불타는 발할 성과 지크프리트의 죽음, 니벨룽 족의 멸망으로 이끈다. 

원래 게르만 신화에서는 브륀힐데가 군터와 결합하고, 크림힐트는 지크프리트가 죽은 후 훈국의 에첼 왕과 결혼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브륀힐데와 구트루네(크림힐트)는 모두 지크프리트의 여자가 되고, 마지막은 브륀힐데가 그의 옆자리를 차지하면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다. 

켈트 신화 중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연상되는 그 빌어먹을 사랑의 물약 때문에 지크프리트는 발퀴레 중 하나인 신성한 여신 브륀힐데를 까맞게 잊어버리고 구트루네의 사랑을 갈구하는 머저리가 되어버린다. 별처럼 반짝이던 사랑의 말들과 태산처럼 무겁던 맹세의 언약은 모두 사라지고, 한 때 자신의 전부였던 여인을 마법으로 사랑하게 된 여인의 오빠에게 넘겨주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머저리. 그래도 그는 어쩌면 신들과 거인들, 난쟁이들에 비하면 순수하다고 말 할 수 밖에 없겠다. 

진정 자신의 의지로 맹세를 깨부수는 건 신들이고, 그 거짓말에 휘둘리며 복수를 꿈꾸면서 비열하게 행동하는 건 거인들과 난쟁이들이니까. 발할 성을 지어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주겠다고 꼬드겨서 거인들에게 힘든 일만 잔뜩 시켜놓고서는 막상 대가를 요구할 때가 되자 농담이니 마니 하는 식으로 도망치려던 보탄. 그가 계약의 수호자라는 게 우습기만 하다. 풍요와 젊음의 여신인 프라이아가 없으면 영원을 살지 못하는 신들은, 프라이아를 요구한 거인들에게 또 다른 거짓으로 뺏어 온 반지를 주고, 그 반지는 결국 지크프리트의 손에 들어간다. 지크프리트는.. 다만 하겐의 비열한 술수 때문에 순수하게 빛나던 사랑을 얼룩지게 했고, 또 다른 여인에게 상처를 줬지만 끝내는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죽음으로 속죄하였으니 가장 영웅다웠다고나 할까. 

저주의 반지.. 그 반지는 있어야 할 곳 - 라인의 처녀들- 에 있지 않고 떠돌아 다니며 반지를 거친 이들과 탐낸 이들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저주의 결과는 참담했다. 반지를 가진 파프너와 파졸트는 우애 지극한 형제였지만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파프너는 동생인 파졸트를 죽여버린다. 파프너는 지크리프리트 손에 죽고, 지크프리트는 브륀힐데의 신의를 저버리고 구트루네의 집안에 골육상쟁을 불러오고는 죽어버린다. 반지는 다시 라인의 처녀들에게로 돌아가지만..  

욕심이란 무섭게도 나 뿐만 아니라 상대방까지 얽어매서 더러운 구렁텅이로 함께 가게 한다. 얽혀버린 운명의 실타래는 결국 끊어야만 해결되는 걸까. 모두가 죽어버리면.. 사람들은 누구에게 희망을 걸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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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0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반지는 욕망을 상징하는 것 같네요. 욕심 욕망은 특히나 자신의 것은 무서울 때가 있죠. 타인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으려고 하는 것이 지금 시대의 특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꼬마요정 2011-06-07 23:08   좋아요 0 | URL
인간의 욕심은 타인의 작은 행복마저도 탐낸답니다. 뭔가 욕심이란 이렇다라고 쓰고 싶은데 제 뒤에 있는 동생들이 계속 비빔국수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비빔국수가 땡기네요..ㅡ.ㅜ (조용히 하란 말이닷!!!) 진지하게 댓글다는데 말이죠..^^;;

루쉰P 2011-06-08 23:13   좋아요 0 | URL
ㅋㅋ 비빔국수의 욕망, 어제 잘 드셨는지 궁금하네요. 푸훗!!

꼬마요정 2011-06-09 00:44   좋아요 0 | URL
결국 비빔면으로 해결봤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