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히!>를 리뷰해주세요
쉿, 조용히! - 풋내기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
스콧 더글러스 지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2년 남짓,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의 성장기록이라고나 할까. 있었던 일들에 대해 때론 불평도 하고, 때론 감동도 받으면서 풀어놓은 글이다. 겨우 23살에 가슴 빵빵한 여자의 광고를 보다 발견한 사서 보조원 구인 광고. 인생은 때때로 요상한 방법으로 삶을 인도하는가 보다. 

우리 집 근처에도 도서관이 하나 있다. 도서관에서 더 들어가면 화장터인데, 그렇다고 으스스하다거나 무섭지 않다. 큰 도로도 있고, 학교도 있고, 크게 번화하지도 않으면서 조용하지도 않은 그런 곳. 물론 더 가까운 곳에 학교 도서관이 있지만, 왠지 이 책과 어울리는 도서관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곳이어야 할 것 같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고, 주로 교복을 입은 중, 고등학생들이 소란스럽게 하는 곳. 안경을 쓴 사서는 그런 애들을 무심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러고보니 왜 사서들은 안경을 쓰고 있을까. 이제껏 내가 가 본 도서관은 우리집 옆에 있는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 뿐이지만, 그곳의 여자 사서는 꼭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나도 한 때 사서라는 직업을 동경했다. 건물 전체에 가득한 책 속에 파묻혀 일하는 건 아주 황홀한 일일거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직업이 되어버리면 즐거움은 줄어드는 것인가. 책 초반에 나오듯이 늘 책과 함께 하는 사서이기에 오히려 쉬는 시간에는 책과 관련없는 일을 한다고.. 

내가 가진 사서에 대한 이미지도 저자와 같았다. 모든 걸 다 알고 있고, 근엄하고, 조금은 무섭다고나 할까. 조용한 도서관에 약간의 소음이라도 내면 그 근엄한 얼굴을 들고 눈빛 한 번 쏘면 어찌나 간이 콩닥거리던지.. 이 책을 읽고 사서에 대한 내 편견(?)은 와르르 무너졌지만, 어릴 적 그 눈빛 만큼은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사실, 그렇게 재미나고 신나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다. 하루 하루 비슷한 일상 속에서 저자는 정말 아무 목적 없이 그저 있어보이고 싶었을 뿐이었고, 나는 딱히 저자의 글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씩 몰입 되었다. 음, 주로 이상한 사람들과 무서운 십대 이야기이긴 했지만. (훈훈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왠지 자극적인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 듯.) 저자의 연애 이야기도 좀 더 넣었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보고, 여기나 거기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총기소지가 불법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심심할 때, 도서관이 그리울 때 꺼내보기 좋은 책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각주 읽는 재미도 제법 괜찮다는 말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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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15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도 읽을 예정입니다..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꿈이 만화방 주인-> 도서관 관장-> 과학자-> 기타 등등으로
바뀌곤 했거든요. 하하


꼬마요정 2009-07-15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술술 읽힙니다. 일상다반사라고나 할까요..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이 일, 저 일들을 적어놓았는데, 사실 거기도 별 거 아니더라구요~히힛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