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며>를 리뷰해주세요.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내 손에 고이 들어온 책, 제목이 '어머니를 돌보며'다. 어머니를 돌본다니.. 어찌보면 역설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으면서도 왠지 짠한 이 느낌, 슬픈 이 느낌. 

파킨슨 병은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병명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파킨슨보다는 '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많지 않은가. 그럼에도 파킨슨 병의 심각성에 대하여(적어도 나는) 영화와 책을 통해 익히 들은 바가 있다. 어눌해지는 말투, 굼뜨기만 한 몸짓, 그 사이 굳어져가는 뇌와 혈관. 이 병으로 이렇게 차차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죽음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오언스는 파킨슨 병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를 7년간 돌보며 일기를 써왔다. 하루하루 어머니의 상태와 자신의 심정을 써오던 일기를 편집해서 책으로 낸 것이다. 사실, 단순한 일기는 아니다. 어머니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온갖 의학적 지식을 기록한 부분을 보면 전문서적을 읽는 듯하다. 또 인간의 근원적인 물음인 '삶과 죽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 부분을 보면 마치 플라톤의 저서를 읽고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이 어머니를 돌보는 일을 해보지 않은 '나'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를 (재)부각시켜주었고, 죽음을 숙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병은 차츰차츰 뇌를 갉아먹어버린다. 파킨슨과 더불어 찾아온 치매는 어머니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 혼란은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여 그 사람들의 뇌마저 피로하게 만든다. 어머니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 진실임을 주장하며 사람들에게 크게 부정하지 못하게 한다. 환상이 '환상'임을 소리치는 순간 어머니의 존재 또한 부정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환자의 미묘한 감정까지 체크하며 조심해서 말해야하는 것이 바로 간호다. 오언스는 글을 쓰며 간호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고 또 실천했다. 철학적 사유와 의학적 지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이다.
  

이 책에서 오언스가 던지는 질문들은 한결같이 정답이 없는 것들이다. 가령, 어머니는 누구인가? 어머니는 무엇인가? 분노는 무엇인가?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답은 없고 오언스 자신도 답을 제시해놓고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커다란 거름종이로 걸러내는 작업을 한다. 병에 걸린 어머니 앞에서 그녀의 감정은, 무수한 질문들은 표현될 수 없을 뿐더러 자칫 무의미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어머니=사람'임을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보면 엄마는 항상 엄마일 뿐이지, 그 엄마가 없어졌다는 생각은 도무지 할 수가 없다한다. 사라지고 나서야 소중해지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라 하겠다. '어머니를 돌보며' 또한 비슷한 류의 생각을 가지게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근원적인 진실을 내포한다. "어머니 또한 사람이며 사람은 준비되었든, 되지 않았든 죽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말미에서 어머니의 죽음은 클라이막스가 되지 못한다. 담담하게 받아들여지는 죽음 그 자체이다. 죽는다는 것. 그 철학적 사유는 조용히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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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6-1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킨슨씨 병은 '추체외로'의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지요.
운동의 코오디네이션에 장애가 오므로 마치 로봇처럼 걷습니다.
무하마드 알리가 이 질병의 한 예이지요.

저도 어머니와 3년전 영 작별했습니다.
돌아가신 것이 말할 수 없이 슬펐지만,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돌아가실 때 어머니가 너무 달랐답니다.
그것이 너무나 슬펐어요.. 꼬마요정님

꼬마요정 2009-06-1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이 책 읽고 감정적인데 한사님 말씀에 점점 슬퍼집니다.ㅠㅠ
효도하는 딸이 되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