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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상조 회사 - 청년 탐정들의 장례지도사 생활 속으로 ㅣ 한국추리문학선 1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장례 절차하면, 나는 늘 영화 <축제>가 떠오른다.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학교에서 보여준 영화였다. 줄거리는 기억 나지 않지만, 장례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많은 의미가 있으며 산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은 기억 난다. 불편한 삼베 옷을 입고 넓은 마당에서 쉴 새 없이 음식을 하고 나르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면 장례식을 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 사람이 돌아간 사람을 기억하고 잘 보내고 남은 생을 또 살아가기 위해서라지만, 일이 너무 많아 보였다. 하지만 또 저렇게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요새는 초혼을 하지 않지만, 영화에는 나왔던 것 같다. 정말 생전에 입던 옷을 흔들며 세 번 부르면 혼이 돌아올까? 그 믿음은 어디서 온 것일까. 장례 절차를 하나 하나 따라가다보면 남은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보인다. 초혼을 하고 염을 하고 그렇게 돌아간 이가 정말 이승을 떠났구나 인정하면서 슬슬퍼질라치면 조문객들이 우루루 들이닥쳐 정신을 쏙 빼놓는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죽은 이와의 추억을 뱉어내고 떠들썩하게 있다 보면 어느새 상여가 나가야 할 때가 온다. 이 때 방상시를 앞세워 길을 트고, 상여꾼이 상여를 메고 묻힐 곳까지 가서 봉분을 세우고 나면 비로소 무언가가 끝이 났구나 싶은 마음이 들테다.
현재 우리가 지내는 장례식은 이것 저것 많이 섞인 듯 하다.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일제 잔재로 완장이 있을테고, 상주가 검은색 옷을 입는데 예전에는 흰 옷을 입었다고 했다. 예전 것이 무조건 옳다 할 수 없고, 상황에 맞게 변하면 되는 일이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책 속에 나오는 현명은 장례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현명하게 판단하여 일을 진행하는 것 같다. 결국 산 사람들이 죽은 이를 잘 보내고 남은 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장례 절차의 진짜 의미가 아닌가 말이다.
어린 시절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현명, 슬기, 배인은 어른이 되어서도 죽음과 가까이서 일을 한다. 조부모님, 부모님 모두 장례와 관련 있는 일을 하셨던지라 더 가깝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배인은 의사였으나 병원을 그만두고 검안을 하고, 현명은 프리랜서로 장례지도사를 하고, 슬기는 다다상조 회사의 직원이니 셋은 참 단짝인 것 같다. 오래오래 그 우정이든 사랑이든 변치 않았으면.
선우와 현명의 아버지들이 동네에서 같이 장례일을 하다가 현명의 아버지가 죽고, 선우의 아버지 혼자 서울로 가서 다다상조 회사를 차렸다. 지금은 선우가 대표이고. 하지만 묘하게 선우는 현명에게 자격지심이 있다. 현명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은 느낌이랄까.
'방상시'는 '나례의식'(섣달그믐날 궁중이나 민가에서 마귀와 귀신을 쫓던 의식) 때 등장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종 황제 장례식 때 등장했다고 한다. 금빛 눈이 4개인가 그렇고 창과 방패를 든 무시무시한 모습이라고. 상여가 나갈 때 방상시 역할을 한 사람은 1년 안에 죽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이 책에서) 그래서 현명의 아버지가 방상시를 하고 1년 뒤 낙상 사고로 죽었는데, 원래 방상시 역할을 선우 아버지가 할 거였다. 그래서 선우는 묘한 부채의식과 자격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삶은 다채롭고 죽음은 고요하다. 우리는 죽음 너머의 무엇을 알지 못하기에 다채로운 삶의 끝을 무채색의 죽음으로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장례 절차는 삶과 죽음 그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것일지도. 허위허위 꽃상여가 가는 길 끝은 안개 속 저 너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