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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하얀 이빨
곽재식 / 아작 / 2021년 2월
평점 :
가벼운 스릴러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마지막 날, <신들의 황혼> 공연이 끝나고 관람했던 시장이 회관을 빠져나오면서 기자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중 어떤 남자가 시장에게 총을 겨누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난히 하얀 이빨이 돋보였던 그 남자는 경호원이 쏜 총에 맞아 총을 놓치자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지려 했고, 오른쪽 눈 아래 총을 맞고 죽고 만다. 그가 던지려 했던 것은 도시락. 도시락 폭탄인가 싶지만 그냥 도시락이다.
어째서 이 남자, 이름은 이구일인데 그가 시장을 향해 총을 쏘려 했고, 도시락을 던지려 했을까? 그건 유독 하얗게 빛나던 그의 이빨에 단서가 있다. 그리고 '나'는 치약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연구원이었는데 이구일이 하던 연구가 한매봉 교수와 관련이 있다 하여 그 교수와 회사가 함께 하던 일 때문에 관련 논문을 살펴 보게 되는데...
이 이야기 속에는 곽재식 작가 특유의 풍자적인 유머와 관료제가 가진 책임 회피, 아무리 피해가 큰 성분이라 하더라도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는 이상 아무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무사안일까지 다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의외로 '나'는 인기가 있다. 그런데 어쩌면 혜옥 선배가 '나'를 좋아하는 건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걸까, 환각 때문일까? 망할 사장의 비윤리적 태도는 인류애를 상실할 만큼 치가 떨렸고, 이구일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소송에 얽히고 일자리를 잃고 정당한 논리를 부정당해서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그가 명예라도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예의는 있었으면.
그래도 크루즈 여행은 못 갔지만 연인과 함께 먹은 수박은 시원하고 달달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