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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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답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케첩 한 방울이 가져 온 오류가 조건이 될 수 있을까? 한 때 온 몸이 인간이었으나 모두 기계로 대체된다면,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은 기계일까, 사람일까.

불과 한 세기 정도만 지난 미래에 세상은 미세먼지보다도 더 악독한 먼지로 뒤덮인 채 멸망으로 걸어가는 듯하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것처럼 더스트는 온 지구를 혼란과 죽음 속으로 던져버렸다. 선량한 사람들은 비열하게라도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희생되기 일쑤였고, 돔시티로 들어오는 낯선 이들을 거부하고 밀어냈다. 추악하고 이기적인 공동체들… 살고자 하는 게 죄는 아니나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당연한 것만은 아닐테다.

그런 지옥 같은 곳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갔다.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품었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기를 꿈꿨다. 프롤로그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는 베를 짜며 노래하듯 그렇게 이어진다. 노래하듯 베를 짜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느새 훌륭한 태피스트리를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 추악해도 인간이고 고귀해도 인간이고 수치스러워하는 것도 인간이다.

아마라와 나오미가 우여곡절 끝에 만난 곳인 프림 빌리지의 이야기와 더스트가 종식된 후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영의 이야기는 날실과 씨실이 교차되듯 그렇게 이어진다. 아영의 기억 속 아름다운 푸른 먼지와 이희수는 프림 빌리지의 아슬아슬한 희망과 연결되고, 아영에게 실마리를 제공하는 그는 유기체 비율이 없어진 레이첼과 닿아있다.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지수와 자신의 감정이 시키는대로 지수를 묶어두고자 했던 레이첼의 관계는 모스바나의 역설만큼이나 혼란스럽고도 뚜렷했다.

레이첼의 감정은 단지 스위치 하나 때문에 발전한 걸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찌할 수 없는 이런 혼란에 휩싸인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장미빛 미래를 꿈꾸는 것이 어리석어 보이는 요즘,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고자 하던 이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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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2-04-21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저와 같이 에너지 운동을 하고 있는 선배들(5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까지)과 식사 자리에서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비관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졌어요.
그때 60대 중반의 선배 한 분이 차라리 빨리 인류가 멸종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선배가 우리는 살만큼 살았으니 상관없지만,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은 무슨 죄냐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그 순간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어요.
그때 제 바로 옆에 있던 또다른 선배가 곧바로 저를 가르키며 이 집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사람들 앞에서 자주 하는 말인데, 저는 정말 우리 아이들을 위해 환경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기적인 마음으로요.
가끔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세상이 별로 바뀌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멋진 리뷰에 쓸데없는 말만 주저리 떠들고 가네요. 죄송합니다!

꼬마요정 2022-04-22 00:50   좋아요 0 | URL
정말 존경합니다!! 환경 운동이라는 게 눈에 막 보이지도 않고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예민하다고 몰아붙이면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ㅠㅠ 솔직히 저도 늘 텀블러 들고 다니면서 커피 쓰레기 안 나오게 하려고 하고, 음식 포장도 그릇 들고 가서 받아오기도 하고, 세제도 베이킹소다랑 비누만 쓰거든요. 하지만 공장에서 나오는 거대한 쓰레기더미나 중국에서 나온 쓰레기나 아마존 지역 벌목 이런 거 보면 한숨만 나와요. 그래도 하나라도 덜 버리고, 하나라도 더 아끼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노력해요. 1분이라도 더 지구가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 감은빛님 자녀분들을 위해서 더 노력할게요. 진짜 이기적인 마음 아니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 같아도 어떤 형태로든 바뀌고 있으니까요… 지금 한 걸음이 다음 세대에겐 수 십걸음 갈 수 있는 힘이 될 지도 몰라요. 늘 응원하고 저도 노력하고 옆 사람들도 동참하도록 설득할게요. 같이 힘 내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